당집처럼 붉은 깃발을 펼럭이며 ‘용산참사 피바람 각오하라’는 험악한 글이 나 붙은 거리도 이제 익숙한 동자동 풍경이 되어 버렸다.

 

 

 

그토록 공공주택 건설을 강하게 반대하던 재개발조합에서 갑자기 ‘동자동 주민대책위’로 간판을 바꾸어 달고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며 쪽방 주민들을 회유하려 들고 있다.

 

 

 

이 문제는 지난 2월 정부에서 동자동 쪽방촌을 공공주택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시작되었다.  LH와 SH를 공동사업시행자로, 서울역 근처 동자동 일대에 공공주택 1450호와 민간분양주택 960호를 짓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쪽방 주민들은 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게 되었고, 개발이 진행되는 동안 임시거주지도 제공한다는 발표에 빈민들의 기대가 컷다.

 

 

 

이미 지난 2월19일 주민들의 의견 청취를 마쳤고, 올해 안에 국토교통부가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완료하면 내년부터 지구계획 승인과 보상 절차가 진행된다. 2023년 임시이주와 공공주택단지 착공에 들어가며 입주는 2026년이고 2030년에 민간분양 택지개발이 완료되는 사업이다.

 

 

 

그러나 이 지역 토지·건물주들이 추진한 동자동재개발조합에서 공공개발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는데. 갑자기 쪽방주민들에게 “더 좋은 집을 지어주겠다”고 달래며 쪽방 전체 주민을 대표하는 듯한 '동자동 주민대책위'로 간판을 바꾸어 다는 위선적인 전략을 취한 것이다.

 

 

 

동자동 재개발조합은 2018년부터 만들어졌지만 여러 장애에 걸려 여지 것 손을 놓고 있었다. 그런데, 재개발조합에서 못하는 것을 정부에서 해 주겠다는데, 왜 눈에 쌍심지를 켜는지 모르겠다. 떨어지는 떡고물이 적어서 일까?

 

 

 

그 강경했던 거리 펼침막을 지난 달 중순부터 두리뭉실한 내용으로 바꾸어 달았다. “쪽방 주민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민간개발, 동자동 주민대책위원회가 만들겠습니다.”  재개발조합을 좌지우지하던 여인네 직함도 “동자동 주민대책위원장”으로 바뀌었더라. 누가 완장을 채워주었는지 모르지만, 갈수록 가관이다. 대개의 쪽방 건물주들은 투기꾼에 다름아니다.

 

 

 

쪽방 주민들도 비열한 그 따위 수법에 넘어가지 않는다. 주민들의 협동체인 “동자동 사랑방”에서 건물주들의 붉은 깃발에 맞서 “공공주택환영”이란 글귀를 곳곳에 써 붙이며 음흉한 공작에 대처했다. 주민들은 건물주들의 위선에 분통을 터트리며 “공공주택 개발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7일에는 새꿈공원에서 쪽방주민들이 찍은 특별한 사진전도 열었다. 자신이 사는 주변 환경을 핸드폰으로 찍어 보여주는 사진전이었다.  사진작가들의 주관적인 앵글보다 주민들이 찍은 가식없는 현장사진이 더 가슴에 와 닿았다. 이처럼 리얼한 현장 사진을 어디서 볼 수 있겠는가?

 

 

 

방에 물이 새도 그만, 공동화장실이 막혀 용변을 못 보아도 모른채 하며 건물관리는 뒷전이었지만, 비싼 방세는 하루만 늦어도 쫓아내는 악덕업주들이 아니던가? 방세 또한 계좌이채도 안 되고 오로지 현금만 찾는 이유가 무엇인가? 더럽게 벌어 탈세까지 하려드는 것이다.

 

 

 

건물 소유주들이 공공개발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것은 민간개발에 견줘 그들에게 돌아오는 개발이익이 적어서다, “내 무덤 위에 공공임대주택을 지어라”며 극력 반발하던 소유주들이 이제 와서 ‘쪽방 주민들과 함께’하겠다며 알랑방귀 뀌는 꼴 사나운 수작들을 어찌 두고 볼 수 있겠는가? 

 

 

 

평당 임대료로 치면 고급아파트보다 더 비싼 동자동 쪽방은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짐승우리보다 못하지만 정부가 지급하는 주거급여가 오르면 월세도 따라 올렸다. 건물주들은 동자동에 살지도 않고 관리인을 통해 월세만 꼬박꼬박 받아 챙기는 주제에 이제 와서 ‘함께하자’ ‘우리 얘기도 들어 달라’고 나서니 개가 들어도 웃을 일이 아니겠는가?

 

 

 

 

그들이 동네에 붙인 유인물에는 “저희는 쪽방 주민 여러분들을 내쫓을 생각이 전혀 없다. 닭장 같은 쪽방에서 또 다른 쪽방으로의 이전이 아닌 집다운 집, 질 좋은 집을 지어드리고 싶다”는 말을 적어 놓았다. 그런 입에 발린 소리를 믿을 사람이 있겠는가? 이미 2015년부터 후암동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해 개발을 추진했지만, 소유주들끼리 합의가 안 돼 실패했다. 그땐 쪽방 주민들 의견은 물어 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공공주택 계획이 발표된 이후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민간주도 재개발을 공약한 오세훈 시장이 당선된 게 문제였다. '국민의 힘'은 지난 달 중순 건물소유주들과 간담회를 열어, 정부의 공공주택 사업을 ‘재산권 침해’라 비판하며 가진 자들의 편을 들기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건물주들의 목소리보다 밑바닥에서 허덕이는 빈민들의 삶을 살펴보고 대처해야 한다. 당리당략보다 동자동 공공주택개발 사업이 어렵게 사는 사람들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표본이 될 수 있도록 망설이지 말고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건물주들은 당장 ‘동자동 주민대책위원회’란 위장 간판부터 내려라.

그리고 정부의 공공개발 사업에 적극 협력하라.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더냐?

 

사진, 글 / 조문호

 

동자동 쪽방 사는 손행복씨가 한 달 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무리 가는데 순서가 없다지만 처음 만났을 땐

나보다 훨씬 건강했고 세 살이나 적었다.

 

행복하게 살라고 이름까지 행복으로 지었으나 그의 삶은 불행했다.

오죽하면 연고자를 찾지 못해 임종한지 한 달 만에 장례를 치루었겠는가?

 

정선 집이 불탄 일로 실의에 빠져 방구석에만 처 박혀

만나자는 사람이나 전화조차 기피하고 있었지만

손행복씨의 마지막 가는 길은 배웅하지 않을 수 없었다.

 

29일 아침 아홉시에 백제화장터로 간다기에 따라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모이기로 약속한 ‘동자동 사랑방’에 시간 맞추어 나왔으나,

사정이 생겼는지 먼저 가고 없었다.

 

마침 ‘서울역쪽방상담소’ 전익형실장이 찾아와 자기 차로 가자고 했다.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지, 하늘에서 눈물 같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백제화장터에는 ‘사랑방주민협동회’ 김정호이사장과 선동수간사장

조인형씨 등 여섯 명이 와 있었다.

 

시신은 별다른 장례절차 없이 바로 화장하는 줄 알았는데,

다들 ‘그리다’라는 추모공간에 모여 있었다.

 

서울시에서 무연고 빈민을 위해 마련해 둔 추모공간은 처음 보았는데,

세상을 떠난 박원순시장이 가난한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했더라.

 

공영장례장인 ‘그리다’는 연고 없이 돌아가신 무연고 사망자와

장례를 치루지 못하는 빈민들을 위해 서울시에서 마련한 빈소라고 한다.

 

장례의식을 진행하는 담당자 이야기로는 하루에 평균 두 명이 이용한단다.

 

그 곳에 영등포쪽방에서 온 장홍준씨 시신도 같이 안치되어 있었다.

 

다들 식순대로 예를 올리며 먼저 떠난 이를 추모했다.

 

조인형씨는 슬픔을 참지 못해 눈물을 훔쳤으나,

살아남은 자의 슬픔일 뿐, 고난의 세상을 떠난 자는 편안할 것이다.

 

가진 자는 죽음이 두렵겠지만 아무 것도 없는 빈손들은 홀 가분 할 것이다.

 

부디 차별 없는 평등의 세상에서 편히 잠드시길 빕니다.

 

사진, 글 / 조문호

 

서울역 노숙인들은 코로나 감염이 확산되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 와중에 맞은편 쪽방 촌은 국토부의 공공주택 개발 소식으로 실오라기 같은 희망을 키운다.

개발되어도 돈바람에 밀려나겠지만, 꿈에라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쪽방 없는 노숙인들은 꿈은 커녕 죽음과 사투를 벌인다.

밥집이나 쉼터가 문 닫아 춥고 배고픈 것도 미칠 지경인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감염의 온상이라는 혐오대상이 되어

어디에도 마음대로 들어갈 수가 없다.

 

지난 3일에는 서울역 주변에서 90여명의 코로나 확진자가 생겨나며

잘 곳도 씻을 곳도 없는 노숙자들의 밥줄마저 끊겨버렸다.

마지막 남은 밥집 ‘따스한채움터’도 문 닫았고

노숙인 쉼터 ‘드림시티’와 서울역 응급대피소와 희망지원센터 등

대부분의 시설들이 문 닫아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려야 했다.

더러는 구멍가게에서 컵라면으로 허기를 메웠다.

 

다음 날부터 음성판정 확인자에 한해 받아 들였으나,

절차가 까다로워 춥고 배고파도 참고 견디는 사람도 있었다.

서울역 노숙인을 전염병의 온상으로 보는 시민들의 불만도 거세다.

시민들의 비난도 비난이지만, 더러운 벌레 보듯 피해 다니는 게 더 서럽단다.

 

서울역 뿐 아니라 노숙인의 왕래가 잦은 동자동도 한바탕 난리를 쳤다.

‘동자동사랑방’에서 확진자가 생겨 문 닫았고, 접촉자들은 모두 자가 격리되었다.

남은 쪽방 주민들도 대부분 외출을 자제하니, 자가 격리나 마찬가지다.

 

문제는 오갈 데 없고 가진 것 없는 노숙자다.

그냥 죽기만 기다려야 하는가?

노숙인 최씨는 배가 고파 말할 힘도 없다며

“굶어 죽기보다 차라리 코로나에 걸려 죽는 편이 낫겠다.”고 말했다.

 

재난의 맨 앞자리에 선 부랑자들은 이제 천국행 열차만 기다린다.

그들이 모두 전염병에 걸려 죽거나,

굶고 얼어 죽는다면 노숙자는 이 땅에서 사라질 수 있을까?

 

천만에 말씀, 아이엠 에프 때 노숙인이 많이 생겼듯이

전염병이 끝나면 더 많은 노숙인이 생겨 날 것이다.

노숙인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골칫거리다.

잘 사는 나라일수록 빈부격차가 커져 노숙인은 더 많다.

 

노숙인들은 영양 결핍과 만성적인 수면 부족으로 여러 질병에 시달린다.

건강과 안전이 심각한 위험에 처한 재난 상황이다.

이런 상태에서 인간의 기본적인 존엄성이란 사치스런 말장난에 불과하다.

 

노숙자들은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헤매는 중에 깜짝 놀랄 소식이 터졌다.

쪽방 밀집 지역 동자동에 공공주택사업을 통해 2410가구를 건설한다는데,

기존 쪽방 주민들은 그대로 살 수 있게 한다는 거다.

 

국토부에서 발표한 서울역 쪽방촌 공공주택 추진계획에 의하면

동자동에 공공임대주택 1250가구, 공공분양 200가구 민간분양주택 960가구를 짖는데,

쪽방주민이 살게 될 공공임대주택부터 먼저 지어 입주 시킨 후,

40층으로 올릴 민간분양아파트는 그 뒤에 짓는 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민간 주도의 재개발을 추진해왔으나

쪽방주민들의 이주대책 부족으로 무산되었는데,

이번에는 해당 지역 땅 주인과 건물주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주민들과 어떤 협의나 의견 수렴도 이루어지지 않은 일방적인 내용을

정부가 사전 동의 없이 기습적으로 발표했다"며 반발했다.

 

그 외에도 문제점은 있었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둔 양동 쪽방 주민 417명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대부분 한 푼도 없는 빈민들이라 보증금 부담으로

입주를 포기하는 사례가 생길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시행 전에 당사자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주장도 있었다.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을 발표하자 처음엔 좋아하는 주민도 많았으나,

이틀 만에 열띤 관심은 식어버렸다.

마련 할 전세금이나 당장 옮겨 갈 집도 문제지만,

긴 세월 얽히고설킨 지주나 건물주 입장이 전혀 고려되지 않아

추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동네 소문에 빠른 정선덕씨 말은 달랐다.

문제점이야 있지만 영등포처럼 추진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단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소문 없이 추진해 온 사업 같다”며,

‘새꿈공원‘ 맞은편에 있던 ’서울역쪽방상담소‘를

지난 년 말 여인숙 골목으로 이전한 것도 그 쪽 지역을 먼저 개발하여

주민들부터 이주시키려는 방편인 것 같다고 추정했다.

 

떠도는 소문에는 3년 이상 거주한 주민에 한해 입주권을 주는데,

입주권을 포기하면 2천만원을 준다는 말도 따랐다.

세상이치를 훤히 아는 김씨 영감에게 “쪽방촌 재개발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더니 

“거지 내세워 생색내고 투기꾼 불러 돈 장사하는, 도랑치고 게 잡는 귀 똥 찬 발상”이란다.

“쪽방 팔아 표 얻긴가? 쪽방 팔아 돈 먹긴가?’며 혼자말로 빈정거렸다.

이 문제로 온 매스컴이 떠들썩했던 것도 서울역 요지 아파트 분양에 대한 관심이란다.

 

결국 돈바람에 쪽방 사람들은 밀려나게 될 것이다. 다, 없는 것이 죄다.

쪽방도 쪽방이지만, 당장은 노숙인 문제가 급하다.

 

짐승처럼 천대받지만, 그들도 똑같은 사람이다.

사람이 죽어 가는데, 그냥 두고만 볼 것인가?

정부는 노숙인 구할 방법부터 마련하라.

 

사진, 글 / 조문호

 

 

해마다 동짓날이 되면 서울역광장에서 홈리스와 무연고 사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추모제가 열린다.

 

매년 밤이 가장 길어 홈리스에게 더 혹독한 동짓날,

외로히 죽어간 이들을 추모하는 자리도 올해로 20년째를 맞았다.

 

지난 21일 열린 추모제는 빈곤사회연대, 홈리스행동, 동자동사랑방 등 42개 단체가 모인

'홈리스 추모제 공동기획단'에서 준비한 행사다.

 

쪽방, 여관, 거리, 시설 등에서 세상을 등진 이들을 추모하고,

열악한 노숙인 인권실태 고발 및 지원 대책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예년에 비해 대폭 축소되었다.

작년에는 노숙인과 일반인이 참여한 노숙탈출 윷놀이, 삼행시 짓기,

액운 날리기, 동지팥죽 나누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으나,

이번에는 ‘동료를 위한 동료의 추모’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중계되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1월까지 한 해 동안 거리에서, 여관에서, 쪽방에서

비명에 죽어 간 무연고자는 모두 295명이라고 한다.

작년에 사망한 166명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숫자지만, 급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매년 몇 명의 홈리스가 사망했는지 공식 통계가 없기 때문이다.

 

이 숫자는 시민단체에서 나름으로 파악한 비공식 집계로

실제 한 해 몇 명의 홈리스가 어디서, 왜 죽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들은 국민이 아니고 유령인가? 왜 정부에서 손을 놓고 있는지 모르겠다.

 

서울역광장에는 노숙인들의 의료, 혐오, 노동, 주거, 밥, 추모 등에서 겪는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2020 홈리스 10대 뉴스’와

‘코로나19 홈리스 생존&공존 전시가 열렸다.

 

‘재난지원금 신청서를 쓰고 싶었지만 통장도, 카드도, 핸드폰도 신분증까지 없어 포기했다’는 등

코로나19 때문에 홈리스들이 겪는 혐오나 어려움에 대한 호소가 적혀있었다.

 

오후2시에는 홈리스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이 열렸다.

서울역광장 ‘홈리스 기억의 계단에는 무연고사망자의 이름이 적힌

책과 장미 295송이가 빼곡히 놓여있었다.

 

무슨 팔자가 그리도 기구하여 죽어 지내는 추모제조차 제대로 못할 때 떠났나?

부디 극락왕생하여 이 세상에서 받은 설움과 고통을 보상받으소서!

 

2016년 홈리스 추모제에서 발언한 당사자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라.

 

 

“우리에게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느냐고 묻지 마십시오.

그 질문은 네가잘못 살아서거리잠을자게된거아니냐고비난하는것입니다.

그질문에는개인의불행에대한사회의책임이빠져있습니다.

지금우리가이자리에서요구하는것은최소한의잠자리와일자리와치료받을권리입니다.

그것은모든국민에게동등하게주어져야하는당연한권리입니다.”

 

사진, 글 / 조문호

 

우려했던 일이 눈앞에 닥치고 말았다.

동자동 쪽방촌에 전염병 확진자가 생겼다는데,

문제는 쪽방의 화장실이나 주방 등 사는 공간 대부분이 공용이라 격리란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들 겁먹어 방에서 꼼짝을 안 하니, 굶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제 날씨가 쌀쌀해 침낭을 꺼내놓고, 라면을 끓여 허기부터 메웠다.

 

다들 뭐하나 궁금해 쪽방 건물 4개 층을 다 돌아봐도

방문 열린 곳은 아래층 장섭씨 뿐이었다.

 

이 친구는 책 읽는 것을 즐겨 온 종일 책만 읽는다.

 

밖으로 나갔더니, 사람 없는 공원엔 찬바람이 일었다.

천원으로 밥 먹는 ‘식도락’은 도시락으로 바뀌었고,

말 그대로 사랑방 역할을 해 온 ‘동자동 사랑방’조차 출입을 제한했다.

 

마침 ‘민족사랑교회’에서 도시락을 나누어 주고 있었는데,

일 돕던 정심씨가 고맙다며 날 꼭 껴 안아주네.

사진찍고 처음 받아 본 환대에 얼떨떨했으나.

날씨가 쌀쌀해 그런지 따뜻한 여자 품이 좋더라.

 

요즘은 밖에 나오는 분이라고는 고물 줍는 조인형씨,

몸 아픈 분들에게 도시락 배달해주는 원용희씨,

공원 주위를 맴도는 이남기씨 등 몇몇 밖에 안 된다.

그 외는 목숨 내놓고 사는 노숙자들뿐이다.

 

어쩌면 쪽방에 갇혀 티브이만 끼고 사는 사람보다 노숙자가 나은지도 모르겠다.

허구한 날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으니, 이 시국에 누가 그렇게 즐길 수 있겠는가?

늘 취해 해롱해롱하니, 코로나도 피해 갈 것이다.

 

어쨌거나 정신 바짝 차려 쪽방촌의 감염은 막아야 한다.

자칫하면 동자동에 줄 초상난다.

 

 

코로나를 내 쫓는 굿이라도 한 판 벌일까보다.

 

사진, 글 / 조문호

 

고 유영기이사장, 작년 6월 동자동 새꿈공원에서 촬영



지난 16일 오전7시 '동자동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유영기(66)이사장이
급성호흡기능 부전으로 영등포 '신화요양병원'에서 사망했다.



년 초만 해도 멀쩡한 사람의 갑작스런 죽음에 화들짝 놀랐다.

혹시 '코로나119' 바이러스 감염이 아닌지 걱정되어서다.

만약 그렇다면 동자동 쪽방 촌도 모두 격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사인이 폐암이라 했다.



올 들어 유독 피곤하고 힘든 증상이 자주나타나

지난 25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검사를 받은 결과 폐암진단을 받았는데,

척추로 전이된 상태라 방사선치료를 받아왔다고 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입원환자에 대한 전원 퇴원조치로, 2월말 '경희대병원'으로 옮겼는데,

폐렴증세로 호흡곤란을 일으켜 1인실에 격리되었단다,


 

항암치료는 계속 받아왔으나 하반신이 마비되며 통증이 심해 힘들어 했는데,

2주 이상 입원이 안 된다는 규정으로 '신화요양병원'으로 옮긴지 3일 만에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위중한 환자를 퇴원시키는 것도 이해되지 않지만,

문제는 사망해도 가족이 나타나지 않아 장례를 치루지 못한다는 점이다.

벌써 일주일이 가깝도록 냉동실에서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


 

쪽방 촌에 사는 대부분의 주민들은 죽어도 가족이 나타나지 않아

장기간 화장도 못한 채 방치되거나, 가족이 나타나도 시신을 포기하여

'동자동사랑방'에서 장례를 대신 치러 주는 실정이다.

사회로부터 버림받았지만, 가족에게도 버림받은 불쌍한 사람들이다.



빨리 가족이 나타나야 장례를 치룰텐데,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리고 사랑방마을협동회의 정기총회를 비롯하여 할 일도 많은데,

갑작스런 이사장의 죽음으로 여러가지 어려움이 많을 것 같았다.



지난 17사망 소식을 듣고  동자동사랑방’을 들렸는데,

선동수 간사장은 가족 나타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이홍렬, 유한수, 이남기, 황춘화, 씨 등 많은 이웃을 만났다.

그러나 동네 주민들은 술을 마시거나 평소와 다름없었다.

어차피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라 죽음에 초연할 수밖에 없다.



 

죽어도 저승마저 편히 못가는 불쌍한 사람들이다.

지금은 정거장에 기다리지만, 부디 극락왕생을 빕니다.

 

사진, / 조문호






























날씨가 추워지면 오갈데 없는 홈리스가 제일 걱정이다.




두꺼운 옷으로 바꿔 입을 옷이 있나. 꺼내 입을 내복이 있나.
흔해 빠진 전기장판 하나 없지만, 있어도 쓸데도 없다.




차디 찬 시멘트바닥에 신문지 깔아 고슴도치처럼 웅크렸지만
통로에서 몰려오는 찬바람에 잠을 이룰 수가 없구나.




맞바람이라도 피하려 종이 집을 만들어 자니,
사람인지 물건인지 헷갈리기 십상이다.
어차피 사람대접 못 받을 바에야 물건으로 팔렸으면 싶다.




부품은 고물이지만, 살아있는 로봇이 아니던가?
"어디 돈 많은 부자 양반 없나요, 인간 로봇 하나 들이면 어떻겠소?
그마저 안 된다면 관처럼 똘똘 뭉쳐 화장이라도 좀 해 주소"

사진, 글 / 조문호















이제 더위가 꼬리 내려 가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까지 불어 밖에 나가 살랑거리기 좋지만, 쪽방은 아직 덮다.
그래서 동자동 입구나 공원에서 자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여름 철 동자동 주변에서 노숙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쪽방주민들이다.

사방이 뚫려 시원한 곳 놔두고 성냥갑 같은 방에 갇혀 땀 찔찔 흘릴 필요 있겠는가?


 

공원에 나갔더니 최씨가 개를 안고 나왔더라.

피치는 최씨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유일한 친구고 새끼다.

그 좁은 방에 털숭이 끼고 자느라 땀띠 깨나 생겼을 거다.


 

내가 동자동에 주민 신고식 한지가 오늘로 딱 삼년 되었다.

기념할 소식이라도 있나 싶어 똥개 똥 찾듯 동내를 살피고 다녔다.

사람 죽어 나간 자리 다른 사람이 채웠을 뿐,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바뀌지 않듯, 다른 사람도 바뀌지 않았다.

완장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완장 좋아하고,

칼자루 쥔 서울역쪽방상담소나리들 막힌 것도 여전하더라.

술에 중독된 사람들은 사는 것도 개판이었다.


 

그동안 새 삶을 찾아 간 사람은 한 사람도 없고,

구급차에 실려 죽어가는 사람만 숱하게 보았다.

동자동은 강민시인의 시처럼 이승의 간이역이고, ‘신판 고려장이다.


 

잘 못된 것을 아무리 바꾸자고 방방 그려도 쇠귀에 경 일기다.

좆통수 불어도 동자동은 돌아가고 세상도 돌아간다는 것인지...

사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살다 죽는 거지 별 것 있겠나?



아직 꿈을 못 깨 돈 돈하는 사람이 있는데, 죽고 나면 말짱 도루묵이다.

버티고 사는 날 까지는 재미있게 살자. 잘못된 것은 싸워서라도 편하게 만들자.

행복은 권력자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몇일 후 동자동 사랑방의 추석 잔치에서 신명나게 한 판 놀자.


노세 노세 늙어 놀아, 죽고 나면 못노나니,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차면 기우나니라

 

사진,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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