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환 추진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 서울미술공동체 창립 40주년을 기념하는 갑진년 미술대동잔치가 지난 16일부터 115일까지 인사동 관훈미술관에서 열린다.

열림굿-1985년 을축년 미술대동잔치 개막식 굿 오마주_광대패 모두골의 공연

 

주최는 서울미술공동체이고 주관은 갑진년 미술대동잔치 추진위원회’(추진위원장: 손기환, 추진위원: 박진화 류연복 이인철)로 지난 16일 열린 개막식에는 광대패 모두골이 열림굿을 열었다.

열림굿-1985년 을축년 미술대동잔치 개막식 굿 오마주_광대패 모두골의 공연

 

참여작가는 손기환씨를 비롯하여 김준권, 김방죽, 김억, 김기현, 류연복, 문영태, 박기복, 박건, 박불똥, 박영률, 박진화, 유은종, 이기정, 이인철, 장명규, 주완수, 홍황기, 황세준씨 등 19명이다.

참여작가 김방죽씨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서울미술공동체 창립 40주년 특별전

 

서울미술공동체(이하 서미공)198310월 창립 관련 논의를 시작하여 19849월 정식회의를 통해 활동을 시작했다. 서미공의 첫 번째 활동은 시와 판화달력(우리마당 발간, 1984.10) 제작이었다. 1985을축년 미술대동잔치를 통해 본격적으로 미술계에 존재감을 드러냈고, '취지문' 또한 이 시기에 발표했다. 1985~19862년 동안 한국 미술계에 파장을 일으키며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1987년에 이르러 활동량이 줄어들다가 자연적으로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미공의 주요 인물들이 기획 개최한 1985, 한국미술, 20대의 힘전1980년대 예술 검열과 민중미술 탄압의 상징으로 기억되고 있으며, 민족미술협의회(이하 민미협) 건설의 계기를 마련한 전시로서 미술사적 의의를 가진다. 관훈갤러리에서 전시 중인 갑진년 미술대동잔치는 서미공 창립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2023년 초 구성된 서미공 연구팀은 계묘년 서미공 콜로키움 한마당행사를 개최하여 서미공 창립과 운영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역대 주무 최민화, 손기환, 류연복, 박진화뿐만 아니라, 김방죽, 김억, 박성조 등 서미공 활동에 참여했던 작가들의 구술채록을 추진했다. 또 류연복, 손기환 등의 작업실을 방문하여 1980년대 자료 등을 조사 발굴했다.

왼쪽부터 유연복 이인철 김방죽 손기환 박진화

 

관훈갤러리 1층은 서미공 관련 사료와 전시 포스터 등을 정리한 아카이브 전시로 구성되었다. 2023년 진행된 계묘년 서미공 콜로키움 한마당또한 영상으로 관람 가능하도록 했다. 2층과 3층은 서미공 활동을 했던 작가들의 1980년대 작품뿐만 아니라 최근 작품도 함께 전시했다. 1980년대 서미공은 민중미술인들의 협의체를 추구했기 때문에 이미 소집단에 소속이 있는 작가들도 중복으로 서미공 활동을 겸하곤 했다. 당대에는 참여 작가가 170여명에 이를 정도로 아주 큰 규모의 공동체였다. 하지만 올해 전시의 취지를 알리며 초대 공문을 발송했을 때 연락이 닿는 작가, 출품이 가능한 작가는 최종 19명으로 추려졌다.

민중미술은 1980년대 군사독재 정권 아래 미술인들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 활동으로 한국미술사를 대표할 수 있는 독보적인 사례다. 하지만 현재 이와 관련한 조사와 연구는 일부에 불과하다. 이번 전시를 통해 1980년대 한국미술사의 생동감과 풍부함을 체험할 수 있기를 바랐다. 전시는 1016일 광대패 모두골의 열림굿 공연으로 개막하여 115일까지 진행된다. / 서울미술공동체 연구팀

 

서울미술공동체에 대하여

 

1983101일부터 3일까지 경기도 가평의 대성리에서 '사흘 낮밤 토론회'가 있었다. 옥봉환의 주선으로 김봉준, 문영태, 장진영, 최민화, 최열, 홍선웅, 홍성담이 한자리에 모여 새롭게 태동하고 있는 미술운동의 성격과 방향, 그리고 과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이다. 이들은 서로 긴밀하게 연대하면서 대중적 미술운동을 펼쳐나가기로 결의하고, 민중적 현실주의에 기반한 지역별 '미술공동체'를 전국적으로 조직해 나가기로 합의하였다. 이에 따라 최민화는 그달에 곧바로 류연복, 박진화와 함께 '미술공동체' 창립을 논의하고 각 매체별 담당을 지정했다. 만화 파트에 최민화, 벽화 파트에 류연복, 판화 파트에 이기정을 지정한 것이다. 19841월부터 상반기 동안은 건강한 미술을 회복하고 건설하기 위한 토론회를 계속했다. 토론회 자료를 묶어 현대미술연구소 이름으로 현대미술2백 권을 펴냈다. 그해 6월 회원들은 105인의 작가에 의한 삶의 미술전에 참여하고, 9월에는 '미술공동체' 발족을 위한 정식회의를 개최하여 제1대 주무(기획실장)로 최민화를 선출하였다. 10월에는 판화 달력 시와 판화(우리마당 발간)를 펴냈다. 그리고 19852월에 '서울미술공동체 (서미공)'가 공식적으로 발족한다. 서미공에 참여한 소집단은 '그림동인 실천', '횡단', '목판모임 나무', '에스파', '시대정신', '벽화기획 십장생', '억새' 등이다.

2024 서울미술공동체 창립 40주년展 / 갑진년 미술대동잔치

 

취지문을 살피면 "시각예술이 갖고 있는 풍부한 형식 가치를 창조적으로 계발하", "자유로운 표현행위를 제약하는 어떠한 요소와도 투쟁"하며, "예술품이 민중의 삶의 현장에 투신하는 방안을 모색"한다고 적고 있다. 서미공은 발족과 동시에 대중을 위한 미술장터인 을축년 미술대동잔치(2)를 기획했다. 잔치는 대성공을 거뒀고, 연이어강남판매장개관전(3)을 열었다. 4월에는 서미공 기관지 미술공동체를 펴냈고, 5월엔 '5.3인천노동자대회'에 걸개그림을 제작하여 게시했다. 6월엔 제1차 총회를 거쳐 제2대 주무로 손기환을 선출했다. 7월엔 손기환, 박진화, 박불똥의 기획으로 1985, 한국미술, 20대의 힘전이 열렸으나, 경찰의 탄압으로 작가들이 연행되고 작품은 압류되었다. 그에 따라 민중미술탄압대책위원회가 꾸려지기도 했다. 8월엔 민족미술대토론회에 참석하고, 9월에는 서강대학교 신문사 연계 판화전, 외국어대학교와 문중문화협의회에서 1985, 한국미술, 20대의 힘전슬라이드 강연을 열었다. 12월에는 미술공동체3호를 펴냈는데, 1986년까지 총 다섯 권을 펴냈다. 19862월에 병인년 미술대동잔치를 아랍미술관에서 개최했다. 3월에 제2차 총회에서 류연복을 제3대 주무로 선출했고, 1987년 제3차 총회에서는 박진화가 제4대 주무로 선출되었다.

2024 서울미술공동체 창립 40주년展 / 갑진년 미술대동잔치

 

1986617일 신촌역 앞 건물에 '통일의 기쁨'이라는 벽화를 제작하고, 726일에는 류영복 자택 담장에 '상생도' 벽화를 제작했는데, 두 벽화는 공권력에 의해 훼손된 바 있다. 또한 정릉벽화를 그린 작가들은 불구속 기소 되었다. 8월에는 풍자와 해학을 기획하여 그림마당 민에서 전시하였고, 198711월에는 전환기의 위대한 미술1 정치와 미술을 기획하였다. 198712월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 민족미술협의회는 내부 노선 투쟁이 격화되었고, 그에 따라 소집단들의 경향성과 활동 방향도 크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19881, 인사동의 한 식당에서 서미공은 발전적 해체를 논의한 뒤 해산하였다. 서미공에 참여한 작가들은 최민화, 류연복, 박진화, 손기환, 이인철, 박기복, 최정현, 유은종, 김낙일, 임승택, 홍황기, 박성조, 김기현, 이기정, 김억, 장명규, 김방죽, 곽대원, 박영률, 김준권, 조인수, 황세준, 주완수, 전승보 등이다. / 김종길 (기획 및 감독)

2024 서울미술공동체 창립 40주년展 / 갑진년 미술대동잔치
2024 서울미술공동체 창립 40주년展 / 갑진년 미술대동잔치
2024 서울미술공동체 창립 40주년展 / 갑진년 미술대동잔치
2024 서울미술공동체 창립 40주년展 / 갑진년 미술대동잔치
2024 서울미술공동체 창립 40주년展 / 갑진년 미술대동잔치
2024 서울미술공동체 창립 40주년展 / 갑진년 미술대동잔치
2024 서울미술공동체 창립 40주년展 / 갑진년 미술대동잔치
2024 서울미술공동체 창립 40주년展 / 갑진년 미술대동잔치
2024 서울미술공동체 창립 40주년展 / 갑진년 미술대동잔치
2024 서울미술공동체 창립 40주년展 / 갑진년 미술대동잔치
2024 서울미술공동체 창립 40주년展 / 갑진년 미술대동잔치
2024 서울미술공동체 창립 40주년展 / 갑진년 미술대동잔치
2024 서울미술공동체 창립 40주년展 / 갑진년 미술대동잔치
2024 서울미술공동체 창립 40주년展 / 갑진년 미술대동잔치

 

지난 9일 인사동 나무화랑에서 박흥순의 잊혀진 그림을 찿아서가 열렸다.

첫날 들리지 않으면 못 볼 것 같아, 아산 가려고 두 시쯤 짐을 챙겨 동자동에서 나왔다.

한글날이라 그런지 인사동에 사람이 엄청 많았다.

 

'나무화랑에 올라가니 박흥순씨를 비롯하여 김진하 관장과 장경호씨가 있었다.

 

전시작들은 오래전 보아왔던 복서연작 말고도 환경 비판적인 작품이나 다른 작품도 있었다.

 

승자보다 패자에 초점을 맞춰, 인간의 잔인한 말초성을 까발린 복서연작은 비애감이 감돌았다.

 

링에서 목숨 걸고 싸우는 권투선수도 그렇지만, 맞아 쓰러지는 선수 보며

객석에서 환호하는 사람은 또 뭔가? 폭력의 관음증에 노출된 인간 심리를 나무라고 있었다.

 

승자를 대리 체험하는 자기도취가 결국 권력과 자본이 연출한 허구임을 까발린 것이다.

한편으로 쓰러진 복서의 비참한 모습은 80년대 군부독재에 핍박받은 민중의 모습이기도 하고

힘겹게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이기도 했다.

 

그는 젊은 시절 반체제 작가로 낙인찍혀 감시받아 가며 힘겹게 작업했다.

쓰러지면서도 다시 일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는 복서나 마찬가지였다.

 

박흥순씨는 1982년 결성된 임술년창립 멤버로,

당대 현실을 소재로 비판적 리얼리즘을 추구한 리얼리스트다.

한때 민미협대표를 지내기도 했는데, 작품도 좋지만 사람은 더 좋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는데, 남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 때문일 것이다.

오래전 초상화 전시를 열며 나까지 그려 전시한 적이 있었는데,

돈 없는 거지 그리는 하나만 보아도 알 수 있지 않겠는가?

 

전시가 끝난 후 작품을 싸 주는데, 벼룩은 낮짝이라도 있다지만 벼룩보다 못하다.

그냥 그림만 챙기고 다음에 술 한잔 산다는 게 십 년이 넘었다.

 

초상화 또한 얼마나 멋지게 잘 그렸는지 모른다.

그의 그림 솜씨라면 당연히 잘 그리겠지만,

여태 다른 화가가 그린 내 초상화도 보았으나 최고였다.

 

그리고 복서신작도 있었는데, 정치적 풍자로 대상이 바뀌었다.

김정은의 주먹에 쓰러지는 트럼프를 보며 왜 그리 속이 후련한지 모르겠다.

그놈이 그놈이지만, 트럼프는 주는 것 없이 밉다.

 

트럼프 뿐 아니라 때려잡을 놈이 어디 한두 놈이겠는가?

다시 불을 지핀 박흥순의 새로운 복서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미술평론가 김진하씨의 서문 일부를 옮겼다.

고향의 불안, 1991,갈증, 1994은 심각해지는 환경문제를 거론했고, 이라크와 성조기, 2006를 통해서 미국의 폭력적 전쟁을 고발하고, 독도와 촛불, 2008은 일본 정치인들의 독도 관련 망언을 규탄하는 장엄한 현장을 그리고, 북에서 바라본 NLL, 2012은 핑크 모노톤으로 NLL의 긴장을 경쾌하고도 모던한 팩러독스 문법으로 회화적 실험을 하고, 만남, 2019은 남북정상회담에 거는 작가의 기대를, 미완의 종지부, 2020를 통해서는 여전히 5.18에 대해서 반성하지 않는 전두환을 비판했다. 그리고 2021년에는 다시 복싱에 북·미 관계를 대입한 풍자화 북미의 이벤트를 그렸다. 복서로 링에 오른 김정은이 역시 복서인 트럼프를 다운시키는 장면이다. 그런데 둘 다 상처투성이다. 심한 밀당으로 상호 어떤 이익도 얻지 못하고 상처만 남은 북·미 간 협상 실패를 비판하고 조롱하는 내용이었다. 한반도에서의 긴장 상황을 걱정해서인데, 결국 2024년 현재 그의 염려대로 한반도는 심각한 갈등상태에 처해 있다. 그의 염려가 예지였던 셈이다. 결국 일흔이 넘는 나이에도 그에게는 여전히 우리사회의 문제를 직시하는 리얼리스트의 피가 흐른다는 게 반증된 것이라고 하겠다

 

전시를 보고 나니, 뒤늦게 정영신 동지와 정해레나씨가 나타났다.

박흥순씨가 삶아 온 약 밤 까먹으며, 님도 보고 뽕도 땄다.

 

전시는 오는 21일까지 열린다.

날이면 날마다 열리는 전시가 아니오니, 놓치지 마십시오.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5일은 인사동 구테이블에서 송상욱시인 추모제가 열리는 날이었다.

 

아산에서 하루 전에 올라와, 두 시간 전에 인사동에 사진액자를 부렸는데,

추모제 시동을 건 창예헌김명성이사장과 화가 서길헌씨가 먼저 와 있었다.

 

함께 온 정영신씨만 행사준비에 힘을 보태기 위해 내렸고, 나는 차안에서 잠깐 눈을 붙여야 했다.

요즘 불면증으로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해, 늘 잠이 부족해서다.

얼마 전 술이 취해 돌이킬 수 없는 큰 실수를 저질러 그 죄책감으로 실의에 빠져버렸다.

 

이런 저런 일들이 머리를 짓눌러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반세기동안 즐겨 마신 술도 끊어, 술로 마음을 달랠 수도 없었다.

차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아 죄 없는 담배만 피워댔다.

 

정해진 다섯 시가 되어서야 추모제 열릴 장소에 갔더니, 일찍부터 많은 분이 와 계셨다.

다들 오랜만에 만난 분들이라 인사 나누기 바빴는데,

송상욱선생 덕분에 모처럼 많은 인사동 인사들을 만나게 되었다.

 

방동규, 구중서 원로선생을 비롯하여 오산에서 오신 한봉림선생,

양산에서 온 정명수씨, 지리산에서 온 하태웅씨 등 다들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주셨다.

 

김명성, 박인식, 최유진, 정기범, 이 성, 조준영, 정영신, 장경호, 최석태,

서길헌, 이만주, 임태종, 이동국, 강찬모, 이두엽, 안혜련, 이명희, 정복수,

칡뫼김구, 박상희, 전강호, 조명환, 노광래, 김정남, 이상훈, 전인경, 심재문,

김각환, 임경일, 노인자, 백남희, 발렌티노김, 박흥식, 강경석, 전활철씨 등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많은 분이 모였는데, 60여명은 되는 것 같았다.

 

더 놀라운 것은, 대수술로 중환자실에서 나온 지 며칠 되지 않은 뮤아트김상현씨가

가족의 부축을 받아가며 악기를 가지고 나타난 것이다.

 

대부분 돌아가시거나 병석에 계셔서 원로 선생님은 두 분 밖에 못 나왔고,

이런 저런 사정으로 못 나온 분도 많았지만,

송상욱선생 추모를 겸한 인사동사람들의 결집에 다 같이 힘을 보태 주었다.

 

추모제 비용은 1인당 4만원씩 50명의 식사비와 사진 액자 제작비, 제사비용 등을 김명성씨가 부담하였고,

나머지 추가된 10명의 식사비와 술값은 이상훈씨가 계산했다.

그리고 유목민의 전활철씨가 보낸 막걸리 네 박스는 반이나 남아, 아산 설치전 때 사용키 위해 차에 실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참석하기로 한 고인의 미망인은 연락이 두절된 채, 나타나지 않았다.

여러 의혹이 갖가지 추측만 불러 일으켰다.

 

벽에는 송상욱시인의 자필시를 비롯하여 고인을 추모하는 많은 시가 걸렸고,

생전의 모습이 담긴 여러 장면의 사진도 전시되었다.

 

그러나 행사장으로 사용한 ‘’구테이틀의 구조 상 전시를 보기 힘들었다.

하나의 장식물에 불과 할 뿐, 고인을 추념하는 데는 별 도움 되지 않았다.

사람들이 모여 앉은 방을 구석구석 돌아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당 구석에 설치한 동영상에서 흘러나오는 송상욱선생의 노래가 마음을 움직였다.

기타 치며 부용산을 부르는 지난 모습을 보니, 마치 선생께서 환생하셔서 노래 하는 것 같았다.

 

부용산 오리 길에 잔디만 푸르러 푸르러 /

솔밭 사이사이로 회오리 바람 타고 /

간다는 말 한 마디 없이 너는 가고 말았구나 /

피어나지 못한 채 병든 장미는 시들어지고 /

부용산 봉우리에 하늘만 푸르러 푸르러

 

방동규선생께서 고인의 영정 앞에 절을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차례대로 예를 올렸다.

생전의 모습을 떠 올리니 가슴이 미어질 듯 아팠다.

지긋 지긋한 세상 졸업하고 떠난 이 기쁜 잔칫날, 슬픔이라니...

하기야! 죽음은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라 하지 않았던가?

 

송상욱 음유시인의 인사동 사랑은 유별나다.

학교를 퇴임한 후 우연히 들린 인사동의 풍류에 매료되어 인사동에 방 한 칸 얻어, 시 쓰며 노래 불렀다.

 

좋아하는 시편들을 모아 멧돌이라는 무가지 간행물을 만들어

시 좋아하는 인사동 사람들에게 돌리기도 했다.

시사랑, 노래사랑, 인사동사랑, 삼박자 춤을 춘 것이다.

 

그리고 인사동에서 열리는 지인들의 전시회나시와 관련된 행사 때 마다

무거운 음향기기를 끌고 다니며 기타치고 노래 부르며 축하해 주었다.

 

기타가 없는 술자리에서 젓가락 장단으로 부르는 노래 또한 얼마나 흥겨운지...

내 이름은 순이랍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에레나예요. 그냥그냥 십팔번으로 통한답니다

술이 좋아 마신 술이 아니랍니다

괴로워서 마신 술에 내가 취해서 고향에 부모형제 내 동생이 보고파 웁니다

 그날 밤 극장 앞에서 그 역전 캬바레에서 보았다는 뜬소문도 거짓이예요"

라는 내 이름은 순이가 흥겨운 젓가락 장단에 실려 귓전에 맴도는 것 같다.

 

그러한 풍류의 세월도 뒤늦게 재혼을 하며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즐겨 만들어 돌리던 멧돌도 폐간되었고, 인사동 사무실마저 철수하게 되었다.

가끔 기타를 메고 인사동 주위를 배회하는 모습과 마주치면 마음이 짠했다.

 

고인의 넋을 기리려고 아픈 몸에도 불구하고 아코디언으로 애절한 연주를 해준

김상현씨의 열정 또한 코끝이 찡했다.

 

김명성씨는 그 고마움에 답이라도 하듯, 김상현씨에게 작품 두 점을 선물했다.

인사동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청운 화백의 100호짜리 대작 두 점을....

이 야박한 세상에, 친구를 위해 자기가 가장 아끼는 작품을 선물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지 아닐 수가 없다.

 

송상욱 선생이 불러준 부용산 노래가 슬픔의 눈물을 흘리게 했다면,

두 번째 눈물은 감격에 의한 기쁨의 눈물이었다.

모두 하나같이 옛정을 잊지 않고 모여주시고 도와주시는 고마운 마음에 벅찬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자책과 슬픔, 기쁨이 범벅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인사동은 변했지만, 인사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변하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반가운 분들이 권하는 술 한 잔 받아 마시지 못하는 불편한 자리지만,

이차로 옮겨간 유목민까지 따라 다니며 자리를 지켰다.

먼 길 떠난 송상욱 시인을 배웅해 드리며, 인사동 사람들의 재기에 박수를 쳤다.

 

사진, 글 / 조문호

 

 

 

 

 

 

 

작가 강경구

 

강경구 바람의 시간전이 지난 2‘NAMA 갤러리에서 개막되었다.

떠나는 사람들, 162X112cm,캔버스에 아크릴,2024

 

강경구의 신작이 가까운 돈화문로에서 열린다는데, 어찌 마다할 수 있겠는가?

그는 먹 대신 아크릴 물감을 캔버스에 겹겹이 칠해 한국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며,

인간 내면의 고민을 담아 온 작가다.

서있는 사람들,227X181cm, 캔버스에 오일,2024

서울대학교 회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하여 자연과 도시 풍경을 주제로 한, 깊이 있는 작품 세계로 주목받았다. 20여 회의 개인전과 초대전을 가지며 이중섭미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임계리, 80.5X234cm, 캔버스에 아크릴, 2023

전시장에 들어서니 대작 임계리가 시선을 압도했다.

농토와 경작지로 여겨질 정도로 산세만 그렸는데도 마치 어머니의 품속처럼 포근하게 느껴졌다.

동양화의 전통적 기법을 현대적 해석과 결합해, 바람이 지닌 상징적 힘과

그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냈다.

송계리 , 130X324cm,  캔버스에 아크릴 ,2021

그 옆에 걸린 송계리는 산세만 드러낸 것으로 보아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울림이었다.

백두대간의 능선과 골만 드러냈으나 우직스러운 원시적 질감에서 마치 산의 꿈틀거림을 감지할 수 있었다.

뭔가 부족한 듯 보이지만, 보면 볼수록 충만함의 미적쾌감이 일어났다.

작품들은 단순한 풍경 묘사를 넘어 시간과 공간,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탐구하고 있다.

시간의 흐름을 상징하는 바람을 매개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의 본질을 표현한 것이다.

작품에 바람은 보이지 않지만, 그 힘이 자연의 모든 요소에 영향을 미치며 화폭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우러라 우러라 , 80X117cm,  캔버스에 아크릴,2024

그리고 우러라 우러라연작은 한강 고수부지 잡초 넝쿨들의 질긴 생존 현장을 그렸는데,

인간들의 삶이나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야전 탱크의 위장막 같기도 하고, 귀신들의 너울거림 같기도 하고,

거대하고 육중한 다면체의 바위가 되었다가는, 얼굴 없는 수많은 군중의 시위 현장처럼 삼엄하게 다가왔다. 이곳은 또 시시각각으로 달라지는 빛과 그림자에 의해 전혀 다른

상상력을 자극하는 수상한 연극무대이기도 했다.”고 작가 노트에 적었다.

즉 인간들의 삶과 같은 처절한 생존 이미지라는 것이다.

우러라 우러라 , 60X73cm,  캔버스에 아크릴 ,2024

2층으로 올라가니 때마침 개막식이 열리고 있었다.

강경구 작가를 비롯하여 안창홍, 김진열, 송 창, 김근중, 장경호, 박 건, 이흥덕,

김진하, 이재민, 하일지, 이동환씨 등 내노라 하는 화가들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그곳은 유령처럼 서성이는 사람들 그림으로 장식했다.

 

한정된 시간 속의 모습이 다양한 자세로 그려져 있었는데,

기다리는 사람들떠나는 사람들의 연작, ‘외출’, ‘퇴근

도시 삶에 찌든 군상들은 마치 영혼이 실종된 현대인의 초상 같았다.

18년후, 110X259cm, 캔버스에 오일,2024

강경구 작가는 자신의 체험을 통해 직관과 느낌을 주관적으로 그려내는 화가로,

소소하고 비근한 일상의 모습을 친근하게 그려낸다.

그의 작품에는 삶의 무의미, 절망, 고뇌와 고독, 아픔 등 도시의 감수성이 절절히 녹아 있었다.

호방한 필치에 의한 대담한 축약의 형태감은 보는 이로 하여금 명쾌함을 선사한다.

얼핏 보면 삽화나 가벼운 스케치풍의 그림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구수한 해학의 정취가 녹아들어 오늘의 시대 미감을 드러내고 있다.

기다리는 사람들, 112X162cm, 캔버스에 아크릴, 2023

미술평론가 김진하씨는 서문 그림, 그리기, 그림다움에서 이렇게 말했다.

액티브하고, 거칠고, 즉발적인 표현주의적 형태감과 색채와 붓질과 물질감은, 그만큼 충동적인 그리기의

유희성을 수렴한 그림이다. 아동화를 연상시킬 정도의 무작위로 내면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조형성은

어른 식 아동화라 일컬어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일상적 체험을 담은 내용이되 속기를 거세한 이런 내면의 드러냄은 강경구식 문인화로 보아도 될 정도이고, , 서양화라는 물리적, 관습적 구분에서 일탈한 채

자유로운 드로잉에 기반한 대교약졸의 형상성이 거기에서 꿈틀거린다. 원초적인 몸의 궤적인

그리기과정이 낳은 동사형 그림’, 동적 쾌감이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탈속의 어법으로 전환하고,

그 형상은 다시 현실적 주제로 귀환하는 이미지다

모순의 날들, 117X73cm, 캔버스에 아크릴,2024

 

오늘의 현실을 읽을 수 있는 바람의 시간은 오는 1022일까지 열린다.

 

/ 조문호

1`

박재동화백의 ”이것저것”展이 지난 22일 오후 4시부터 ‘인사아트프라자’에서 성황리에 개막되었다.

 

개막식에는 작가를 응원하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전시장에 들어가니 박재동 화백과 시민운동가 김민웅,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함께 노래 부르고 있었다.

 

그 외에도 많은 음악인이 나와 축하공연을 펼쳐 전시장에 온 것이 아니라 마치 공연장에 온 것 같았다.

 

만화계 지인들은 물론이고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을 비롯하여 심정수, 박복신, 허준, 조신호, 최명철씨 등

반가운 분들이 너무 많아 다 거명할 수가 없다.

 

전시장 중앙에는 수 많은 시민들이 촛불을 치켜든 ‘촛불행동’이 걸려 있었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윤석열 퇴진'을 외치는 '촛불행동'의 거리 투사다웠다.

군부보다 더한 검부 시대 사는 예술가들이 어찌 팔짱 끼고 지켜볼 수만 있겠는가?

 

그는 고답적인 소재보다 항상 낮은 곳에 사는 민중들 일상에 다가가 그렸다.

그들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그런 세상을 꿈꾸며 애정 어린 눈길로 그린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얼굴 전부를 그려야 한이 풀릴 거라는 그다.

사람이 모인 곳이라면 어떤 자리건 안 가리고 그림을 그리는데,

심지어 거리 행진을 하면서도 그림을 그리는 타고 난 화가다.

 

전시장에는 어린 시절 그린 작품에서 시작하여 수시로 조그만 화첩에 그린 '손바닥 그림'도 붙어 있었다.

 

전단지나 종이컵에 자유롭게 그린 스케치를 비롯해 크레파스화, 수채, 유채, 수묵, 팬화, 크로키 등

많기도 한데, 그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한 때 독자를 웃기며 열 받게 한 만평과 익살 넘치는 캐리커처였다.

 

고답적인 언론 지형에서의 과감한 형식 파괴가 오늘의 시사 만화계를 일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화백 작품은 모든 것이 민중의 삶에서 비롯된다. 그림 값으로 동전 받고 아이들을 그려준다.

 

재료에 한계 짓지 않고 닥치는 대로 그린다.

시위 전단지에서부터 종이컵에 이르기까지 소재에 구애 받지 않고 이 세상 모든 사물을 소중하게 본다.

 

그리고 사람을 좋아해 꾸준히 시대의 기록을 남긴다는 사실이다.

 

전시장 초입 벽에 적힌 '예술인 듯한 것'도 싫고, '예술이어야 한다는 것'도 싫다는

작가의 글이 예술의 허세를 비꼬는 듯하다.

 

인사동 ‘인사아트프라자’ 2층에서 열리는 '박재동의 이것저것' 展은

27일까지라 전시가 며칠 남지 않아 서둘러야 한다. “모두 함께하자!”

 

사진, 글 / 조문호

 

 

옐로우 메모리

Yellow Memory 

2023_0901 2023_1231

초대일시 / 2023_0901_금요일_04:00pm

연합학술대회 간토대학살 100년과 5·18

2023_0901_금요일_01:00pm~05:00pm

장소 / 연세대학교 서울캠퍼스 박물관 시청각실

 

후원 / 민족문제연구소_식민지역사박물관정의기억연대_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Art5_재독한국여성모임

총감독 / 유재현책임큐레이터 / 이나바 마이큐레이터 / 오미진_박현수

 

2023_0901 2023_1231

참여작가 / 미샤엘라 멜리안_이창원_하전남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War &Women's Human Rights Museum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1120

Tel. +82.(0)2.392.5252

womenandwarmuseum.net blog.naver.com/warandwomen www.facebook.com/warwomenmuseum @war_women_museum

 

2023_1110 2023_1231

참여작가 / 이끼바위쿠르르_임흥순

관람시간 / 10:30am~06:00pm / 월요일 휴관

 

식민지역사박물관

Meuseum of Japanese Colonial History in Korea

서울 용산구 청파로47다길 27

Tel. +82.(0)2.2139.0427

historymuseum.or.kr @museumoch

 

2023년은 간토대지진이 발생한지 100년이 되는 특별한 해이다. 우리에게 서서히 잊혀지고 있는 대량학살의 현장, 이러한 현장을 기억하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가치와 문제의식을 주게 되는 것일까? 2차 대전의 전범국가인 독일은 만14세가 되는 해 의무적으로 나치역사의 장소를 찾아 치욕스러운 나치의 역사와 잔인했던 유대인 학살현장을 경험하게 된다. 그들이 이 독일 속 기억문화의 행위를 실천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적 소양을 갖춘 시민을 위한 진정한 배움의 장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 아픈 과거를 소중히 기억하는 기억문화는 바로 민주주의의 상징이다. 이 장소의 주요한 역할은 예술이 맡는다. 예술가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무술인과도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관찰자는 이 경험을 통해 다시 미래를 상상하게 되는 특이한 미적 경험을 하게 된다. 타이틀 Yellow Memory (노란 기억)는 기억문화라는 단어를 대신한다. 노랑은 아픔과 상처 그리고 위험, 역사 속에서 이름없이 사라진 사람들, 세월호 희생자, 위안부 할머니의 노랑 나비를 상징한다. 이 색의 여림은 또 빛 바랜 기억이 되기도 한다. 그 가운데 중요한 것은 세상을 비추는 빛과 우리들의 희망이 되기도 한다.

 

옐로우 메모리  Yellow Memory 展 _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_2023

우리는 식민지역사박물관과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이라는 특별한 장소를 하나로 연결시켜 보기로 했다. 하나는 식민지역사 또 다른 하나는 위안부라는 역사적 현실을 담아내는 전시공간이다. 실제로 이 두 공간의 이슈는 직접적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도전은 이곳의 사실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더 사실적으로 극대화 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 두 장소에서 만난 예술가는 잊고 있었던 시간을 다시 현재로 돌린다. 그 앞에 우리는 서있다. 91일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서 진행되는 전시 개막식을 시작으로 99일 학술대회 간토대학살 100년과.18, 1110일 식민지역사박물관 전시가 열리며, 모든 전시는 1231일까지 이어집니다. 전시기획은 독일의 유재현(Art5 공동대표대표가 총감독을이나바 마이(일본현 광운대 교수교수가 책임큐레이터 그리고 오미진 큐레이터와 박현수 큐레이터가 맡았습니다.  유재현

 

미샤엘라 멜리안 _ 기억  Speicher_ 영상설치 _00:53:44_2008

미샤엘라 멜리안 Michaela Melián ● 「기억은 여행, 하이킹, 이방인의 느낌, 소외감, 이 이방인에 대한 탐색과 그리움의 모티프가 다양한 목소리로 펼쳐진다. 슈베르트의 노래 "겨울의 여행", "낯선 곳에 들어와, 낯선 곳으로 떠날 거야"와 알렉산더 클루게의 말 "런던 지도로 하르츠 산 산보"와 같은 여행과 이방인에 관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이주, 밀수, 추방과 관련된 텍스트들은 GPS 안내음으로 자주 끊기면서 다양한 여행을 묘사하고 있다. 여행과 이동에 관한 텍스트들은 뮌헨의 독일 박물관에 있는 역사적인 시멘스 전자음악 스튜디오에서 만들어진 소리와 함께 믹싱되어 흥미로운 소리와 무늬를 구성한다. 또한 작품 속에서는 겨울밤을 여행하는 듯한 느낌으로, 재봉틀로 만든 지형도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기억은 역사와 지리의 편집이다. 이 작품은 역사와 지리를 가공하여 사람들과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기술적, 미디어적, 미적, 성적, 인종적 유토피아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담고 있다. 줄기, , 이야기, 그리고 멜로디가 계속해서 새로운 장소, 사람, 이야기, 기호, , 라인, 그리고 교차로를 만들어내면서 새로운 지도를 그려낸다.

 

이창원 _ 두 나비  Two Butterflies_ 거울 ,  시트지 , 빔프로젝터 ,  영상 ,  합판 ,  목재 _ 가변크기 _2023

이창원 LEE Changwon 조소를 전공한 이창원은 비조각적 재료인 빛, 그림자, 반사광(reflected light)의 광학적 원리를 이용하여 이미지, 대상, 사회현상의 이면을 간접적·은유적으로 드러내는 작업을 지속해 왔다. 이번 신작 두 나비에는 역사를 기록, 증언하는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의 장소성에 현대미술의 행태로 전달될 자신의 메시지를 어떠한 언어·형식으로 반영할지에 대한 작가의 철학이 담겨있다. 전쟁, 그 거대한 역사적 흐름이 개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관통한다는 점에 착안한 작가는 우리가 지내는 평온한 일상과 전쟁이라는 이상(異常)의 결코 멀지 않은 거리감을 표현하고자 한다. 어두운 전시실에 들어서면 산책길에 발견한 아름다운 꽃들을 이리저리 들여다보는 하나의 시선과 신문, 인터넷에서 찾은 제2차 세계대전을 비롯한 전쟁, 재난, 분단의 이미지 슬라이드, 총 두 개의 영상을 볼 수 있다. 이미지는 바닥에 뚫린 나비 거울을 통과하면서 두 마리의 나비가 되어 벽면에 다시 투영되고, 힘찬 날개 짓으로 비상한다.

 

하전남 _ 깨어진 계란 속 씨앗의 꿈 The dream of the seed in the broken egg_ 퍼포먼스 ,  혼합재료 _ 가변설치 _2023

하전남 HA Jhonnam 재일동포 3세 하전남은 2017년 한국인과 결혼 후, 한국과 자신이 나고 자란 일본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두 나라의 경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하고, 문화·역사적 차이에서 오는 간극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한다. 이번 신작 깨어진 계란 속 씨앗의 꿈은 작가가 날마다 한지(韓紙)로 계란을 만들고 여러 종류의 씨앗들을 모아 넣어 제작한 설치 작업이다. 한지는 한복, 씨앗은 조선인, 계란은 식민본국의 피식민지인으로 일본에 왔던 조선인을 의미한다. 계란이 깨지는 것이 당연하듯이, 일본 땅에 정착해 새 삶을 살고자 한 조선인들이 정작 마주한 것은 제도화, 일상화된 인권유린이었다. 그들은 한지 계란 속 씨앗처럼 새싹도 피우지 못하고 피식민지인으로 희생당할 것이라는 운명 역시 피할 수 없었다. 작가가 한지(韓紙)로 만든 계란 속은 마치 엄마 자궁처럼 따뜻하게 그 씨앗들을 품었고, 씨앗 재생의 꿈을 위로하고 염원하고자 한다.

이끼바위쿠르르 ikkibawikrrr 시각연구밴드 이끼바위쿠르르는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컬렉티브로 고결, 김중원, 조지은이 구성원이다. '이주'의 개념에서 출발하여 인간의 정치 사회적 맥락, 식물, 공동체, 자연현상, 인류, 식민주의와 생태의 연결 고리 등 전지구적 차원으로 탐구한다. ● 「열대이야기(2022)는 제주도와 미크로네시아의 섬들, 인도네시아를 아우르는 태평양 전쟁의 흔적을 따라가며 한반도와 동남아의 연결고리를 조명한다. 태평양의 작은 섬들에는 섬의 선주민이나 식민지 주민을 강제 동원해 건설한 활주로, 진지, 상륙장 등의 잔해가 현재까지 남아 있으며, 전쟁의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비와 묘, 신사 등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끼바위쿠르르는 일본과 기타 아시아 지역을 방문해 조사, 인터뷰 등 자료를 모으고 현재 번성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숲과 바다의 생태계에 놓여 있는 역사의 흔적을 포착한다태평양전쟁기 일본은 미연합군과의 전쟁이 격해지자 광산에서 일하던 조선인을 비롯하여 오키나와인, 미크로네시아의 원주민 등을 팔라우 섬의 보크사이트 광산, 앙가울 섬의 인광산 등에 강제동원하였다. 이끼바위쿠르르는 각 광산의 흙을 채집하여 기념비(2022)를 만들고 이들의 흔적 없는 죽음을 기린다. 붉은색은 보크사이트, 회색은 인광석, 검은색은 제주도 해녀들이 일본군에게 납품하고 폭탄재료로 사용된 감태를 태운 재로 만든 것이다.

 

임흥순 _ 파도  The Waves_3 채널  FHD  영상 , 흑백 / 컬러 , 5.1 채널 사운드 _00:48:40_2022

임흥순 IM Heung-soon 영상설치 미술가이자 영화감독으로 활동하는 임흥순은 현대 예술로서의 다큐멘터리 영화와 공공미술, 개별 작업과 공동작업, 전시장과 극장 그리고 생활현장을 오가며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기획, 제작해왔다. ● 「파도는 고통스러운 역사의 아픔을 잊지 않고 알리며 위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우리가 월남전, 베트남 전쟁이라 부르는 '2차 인도차이나 전쟁'(1955-1975) 중 베트남에서 벌어진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1968년 퐁니·퐁넛마을 학살사건)의 생존자인 응우옌 티 탄의 말을 한국에 전달해온 통역사 시내(응우옌 응옥 뚜옌), 그리고 여순항쟁(1948)의 왜곡된 진실을 알리기 위해 오랜시간 노력해온 역사학자 주철희, 세월호 참사(2014)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해 천도제를 지낸 미술교사 출신의 영매 김정희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세 사건에서 '국가 폭력''바다'라는 공통점을 찾고, 각 사건의 중심에 선 매개자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또한 작품을 통해 매개자의 역할과 가능성을 모색하고, 남성의 역사, 공적인 역사, 기록의 역사 대신 새로운 역사 쓰기를 시도한다.

영상, 설치, 퍼포먼스를 통해 기억문화를 형성 ● 『Yellow Memory에서는 5팀의 작가(이끼바위쿠르르, 이창원, 임흥순, 하전남, 미샤엘라 멜리안(Michaela Melián, 독일))가 한국근현대사의 어두운 역사를 공감하는 체험과 더불어 평화와 상생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 중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는 이창원, 하전남, 미샤엘라 멜리안이 참여합니다. 이들은 영상, 설치, 퍼포먼스 등 방식으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아픈 과거를 소중히 기억합니다. 역사학자, 예술가, 미술평론가, 일반시민과 함께 기억문화를 형성하는 공론장을 마련하고 민주주의의 가치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번 Yellow Memory는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서 202391() ~ 20231231()까지,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20231110() ~ 20231231()까지 펼쳐집니다.

 

전시와 연계한 학술행사 간토대학살 100년과 5·18개최 한편, 이번 전시와 연계한 학술행사로 '간토대학살 100년과 5·18'을 주제로 20239913~17시까지 연세대학교 박물관 시청각실에서 열립니다. 일본의 관동지역과 한국의 광주에서 발생한 국가폭력과 제노사이드의 아픈 역사를 예술, 사회학, 철학, 문화이론의 다양한 전문가들과 다시 성찰하고 규정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악마의 맷돌 Satanic Mills

공구/ GONGGOO / 空求 / mixed media 

2023_1104 2023_1209 / ,월요일 휴관

공구 _Phantasmagoric_ 알루미늄에 잉크젯 프린트 , 우레탄 코팅 _233×561cm_2018

공구 홈페이지_boxkr.com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30pm / ,월요일 휴관

 

G컨템포러리

G contemporary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 66 가야랑빌딩 3

Tel. +82.(0)2.6324.2139

 

'파생실재(Hyperreal)'에 의해 약탈당한 세계에서 '원형(Archetype)' 이 세계는 어디에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이 종교적이고 본질적인 질문은 예술가에게도 오래된 것이다. 공구는 오랜 시간을 간직하고 있는 공간을 기록하거나 디지털 이미지를 변형한 사진 콜라주 작업을 바탕으로 이 질문에 다가간다. 그의 원형(Archetype)(2013) 연작을 보자. 어떤 사진에는 형광 빛이 흘러나오는 문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고, 또 다른 사진에는 사찰의 굳게 닫힌 문 사이로 한 줄기 빛이 흘러나오는 풍경이 있다. 신전에 있는 동물 석상, 석가모니의 형상이 그려진 돌, 희생 제물로 바쳐지기를 기다리는 송아지의 이미지 같은 것도 있다. 사진 속 시간은 세속에 물들지 않기를 고집하다가 아무도 접속하지 않아 방치된 게임의 가상공간처럼 멈춰 있었다. 태고의 시간과 마주하는 듯한 이 사진은 세계가 어디에서부터 왔는지, 그리고 세계란 무엇으로 구성되었는지를 묻는 아르케(Arche) 1) 적 원형 탐구의 산물 같다.

 

공구 _Phantasmagoric(DC 015)_ 알루미늄에잉크젯 프린트 ,  우레탄 코팅 _48×70cm_2018_ 부분

  사진 속 이미지는 어둡고 음습하여 긴장감을 유발한다. 구약성서에서 모세가 시내 산에서 불타고 있는 가시 떨기나무를 마주하였을 때 그랬을까? '네가 서 있는 땅이 숭고한 곳이니 신발을 벗으라.'는 절대자의 음성이 들리는 것 같다. 이미지를 바라보는 내 마음이 만들어 낸 환청 같은 것이다. 이 이미지는 또, 깊은 산 속에 자리 잡은 은둔자의 집이거나 신령한 신들이 사는 무당의 신전처럼도 보인다. 공구가 원형 연구를 통해서 우리 문화를 지탱하고 있는 정체성을 복원하고자 하는 것일까? 아니다. 그보다는 인간 심층 무의식 안에 잡은 '집단적 기억(Collective memory)'이 세대에 걸쳐서 지속적으로 어떻게 유전되는 지를 밝혀내는 것에 가깝다. 공구는 자신의 논문에서 카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과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의 아우라의 몰락을 동양 종교의 내향적 관점에서 주목한 바 있다. 2) 그는 융이 말한 것처럼, 유일성과 원본성에서 벗어나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핵심은 인간의 내부에 존재한다고 말한다

 

공구 _Offering_ 알루미늄에 잉크젯 프린트 ,  우레탄 코팅 _230×300cm_2015
공구 _Offering(DC 047)_ 알루미늄에 잉크젯 프린트 , 우레탄 코팅 _48×70cm_2015_ 부분

  융은 신화와 종교사에 관한 연구를 인간의 무의식과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보았는데, 특히, 전형적인 형태와 이미지가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 되풀이되어 나타나는 현상을 관찰했다. 자신에게 심리 상담을 받는 환자들의 꿈 혹은 환상, 환각에 상호 동일한 요소가 존재함을 확인하고 이를 '원초적인 이미지(Urbild)', '집단 무의식의 기조', 본능과 무의식이 결합 된 "원형(Archetype)"이라는 개념으로 발전시켰다. 3) 그의 연구에 의하면, 원형 자체는 가정에 의해서 생겨난 모델로서 지각될 수 없고 집단 무의식 속에 잠재 태로만 존재한다. 때문에 '원형'은 매우 가변적이고 일시적인 현상으로 나타나는 '아우라(Aura)'처럼 작동한다.

 

공구 _Beauty_ 알루미늄에 잉크젯 프린트 ,  우레탄 코팅 _230×300cm_2014
공구 _Beauty(DC 027)_ 알루미늄에 잉크젯 프린트 , 우레탄 코팅 _48×70cm_2014_ 부분

  공구의 또 다른 시리즈 약탈(plunder)(2013-2018)은 원형적 이미지가 얼마나 허구적이고 가변적인지를 보여준다. 이 사진들도 이전의 디지털 사진 작업과 마찬가지로 생경한 사물과 풍경을 그렸으며, 초현실주의적이다. 전작과 크게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이 형상이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만나는 '집적된 박스들(Stack boxes)'의 이미지를 모아 만든 형상이라는 것이다. 사진을 가까이 다가가 보거나 자세히 이미지를 확대해서 보지 않는다면, 이 사실을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다. 박스들은 인간 피부의 각질처럼 이미지의 형체를 둘러싸고 있지만, 언제든지 표면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티끌 같이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다.

 

공구 _Archetype 1_ 알루미늄에 잉크젯 프린트 ,  우레탄 코팅 _104×300cm_2013
공구 _Archetype 2_ 알루미늄에 잉크젯 프린트 ,  우레탄 코팅 _104×300cm_2013

  작품들을 하나씩 살펴보면, 크게 서구제국주의 문화 침탈로 인한 상실감을 다룬 작품과 서구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은 작품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서구제국주의 문화 침탈로 서구화된 세계를 다룬 작품은 원형 시리즈에서처럼 역사적인 상징들이 등장한다. 이에 대표적으로 금강역사상이 좌우로 지키고 있는 석조 구조물 (tower)과 다음으로 고종황제가 입었던 제복의 이미지를 그린 근대(modern)를 들 수 있다, 황제의 제복은 옷의 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신체가 사라진 겉껍데기로 우리 근대가 가지는 공허감을 드러낸다. 또 다른 사진은 풍경처럼 보이는 데, 볏짚 블록을 비게 구조물로 둘러싼 아름다움(Beauty)에는 그리스어 활자가 쓰여 있다.

 

공구 _Tower_ 알루미늄에 잉크젯 프린트 ,  우레탄 코팅 _135×210cm_2013
공구 _abstract 2_ 알루미늄에 잉크젯 프린트 ,  우레탄 코팅 _50×100cm_2018

 석조 구조물 사이로 베니스의 해안 풍경처럼 보이는 서구화된 조선(The Western Chosen)은 제국주의 열강의 침탈로 위기에 처한 우리 근대와 전통을 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진의 언어는 매우 상징적이고 때로는 추상화되어 있다. 다음의 작품에는 더 많은 상징이 나타난다. 태양신 헬로오스(Helios)를 그린 희생(offering)과 바다에서 선원들을 유혹하는 스타벅스의 싸이렌 여신을 그린 유혹(temptation), 하늘에 떠있는 마스크를 향한 숭배(worship)와 컨테이너박스 안에서 제자들과 자본주의 향락적 최후의 만찬을 즐기고 있는 예수를 그린 꿈에서 보는 듯한(phantasmagoric)은 융이 동양 종교의 내면에서 찾고자 했던 것, 외향적 서구 문명에 대한 작가의 비판의식을 함께 읽을 수 있다.

 

공구 _ 악마의 맷돌 展 _G 컨템포러리 _2023
공구 _ 악마의 맷돌 展 _G 컨템포러리 _2023

 공구는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실체를 알 수 없는 허상으로 둘러싸여 있다고 말한다. 실체가 없는 신기루 같은 이미지들은 인간 신체의 피부에서 떨어져 나간 각질(종이박스)처럼 또 다른 유령과 같은 형상의 표피를 이룬다. 작가가 디지털 이미지 조각(박스 조각)을 하나씩 쌓아 올리거나 덧붙여서 오랜 시간에 걸쳐 거대한 이미지 형상을 만들어 낸 것은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대부분의 이미지 -작은 데이터의 조각이거나 망점으로 형성된 실체가 없는 추상적인 것들-에 대응한다. 어쩌다가 우리는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허상에 쌓여 살게 되었을까?

 

공구 _ 악마의 맷돌 展 _G 컨템포러리 _2023
공구 _ 악마의 맷돌 展 _G 컨템포러리 _2023

프랑스의 시인 샤를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는 파리의 번잡한 도로에서 다급하게 다가오는 마차를 피하려다가 진창에 빠져 흙탕물을 뒤집어쓴 상황을 '후광의 분실'이라는 시로 썼다. 보들레르가 말한 '후광의 분실'은 단순히 변화하는 도시 환경에 대한 불평이 아니다. 그의 투덜거림은 시인으로서의 주체 인식이다. 그는 도시의 변화와 기술 환경의 진보를 맞고 있는 세계에서 주체적인 감각하기와 경험하기가 더 이상 어려워졌음을 인지했다. 그가 본 세계에서의 사물(혹은 도시)과 복제된 상품은 도시의 진열장을 장식하게 되었다. 벤야민은 사물의 고유한 영혼이 사라지고 없는 복제된 사물들, 그리고 인간은 의식적 상호작용이 불가능해졌다고 보았다.

 

공구 _ 악마의 맷돌 展 _G 컨템포러리 _2023
공구 _ 악마의 맷돌 展 _G 컨템포러리 _2023

공구는 이것이 세상의 변화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 즉, 마음의 변화에서 기인한 것임을 말한다. 그는 "아우라는 사물이나 인간의 내부에 이미 존재한다. 그러므로 벤야민이 표현한 대로 대량 복제를 통한 아우라 제거는 불가능하고 각각의 내부에 존재하는 아우라의 원형을 추적해야 수평적, 비 숭배적 예술 관계가 형성되는 실마리를 찾게 될 것이다." 4) 고 말했다. 서양 기독교가 말하는 외부적이고 초월적 세계로부터의 구원은 지속해서 허상을 만드는 것에 기여했다. 이에 인간은 본질적인 세계와의 교감할 수 없어졌다. 이는 인간의 내면에서 사물의 아우라만을 상실하게 된 것이 아니라, 인간과 동물, 인간과 식물, 인간과 광물 등의 모든 상호적 관계가 위기에 빠졌음을 의미한다. 순진하게도 벤야민은 사진기술과 같은 복제의 문제로 이를 풀어냈지만 말이다.

 

 공구는 "아우라는 사물이나 인간의 내부에 이미 존재한다. 그러므로 벤야민이 표현한 대로 대량 복제를 통한 아우라 제거는 불가능하고 각각의 내부에 존재하는 아우라의 원형을 추적해야 수평적, () 숭배적 예술 관계가 형성되는 실마리를 찾게 될 것이다"라 말한다. 그는 외부로부터 신적 구원을 바라는 종교적 특성이 미술에 있어서 아우라와 같은 숭배적 이론에 도달했으며, 파생 실제가 실제를 대체하는 시대에 예술가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를 묻는다. 내가 공구의 원형(Archetype) 시리즈(2013)를 처음 보았을 때, 느꼈던 낯설고 생경한 감각의 출처를 생각해본다. 무언가 약탈당한 뒤, 희끗희끗하게 변한 아우라의 시대. 이제는 희소한 원형의 존재가 뜻밖에도 거기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백기영

 

* 각주1) 고대 그리스어로(=헬라어, 헬라스어)'처음', '시초'를 의미한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아르케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답하기 위해 노력했다. 탈레스는 이 세상의 기원을 ''이라고 말했다.2) 김충섭(공구), 윤준성, 칼 융의 원형이론과 아우라 몰락-동양문화 원형의 내향적 관점, 숭실대학교, 예술과 미디어, 2013. 21.3) 송태현, 카를 구스타프 융의 원형개념, 인문콘텐츠 제6, 선학사, 2006, 27.4) 김충섭, 윤준성, 23

 

인사동을 지나치다 보면 쌈지길 1층에 있는 화려한 아트숍 색상’(sacksang)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색상은 화가 금동원씨 그림의 색과 형상을 가방이나 지갑, 스카프,

파우치 등 여러 영역의 생활소품에 디자인하여 판매하는 상품점이다.

 

  금동원씨는 자연과 생명, 시간과 추억 등 아름다운 감성을 상징적 시어와 색채로 표현해 내는 화가다.

 

  나무나 꽃, 물고기 등 자연에서 소재를 찾아 창의적이고 디자인적인 유쾌한 풍경을 그려낸다.

 

  그 작품의 아름다움을 일상에서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상품을 만들었다.

 

  그림에 시계 침이 돌아가는 아트시계를 비롯하여 숄더백, 크로스백, 에코백, 백팩, 파우치, 지갑,

양산과 장우산, 스카프, 안경집과 안경 닦는 수건, 폰케이스, 그립톡, 컵이나 컵 받침 등

실생활에 필요한 상품에 화려한 옷을 입혔다.

 

  그리고 금동원씨의 캔버스 그림도 판매한다.

색과 질감 그대로 특수 프린팅 한 그림 가격은 24만원에서 5만원까지 다양하다.

 

  지나치는 길에 한 번 구경하시길 바란다.

 

사진,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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