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겨울이 다가오고 한 해가 지날 채비를 하지만,
동자동에 짓기로 한 공공주택은 어떻게 되었는지 감감소식이다.
뉴스에는 김포시가 서울에 편입되고 메가시티가 건설된다는 등
온통 정치 모리배들의 표몰이 바람에 시끌벅적하지만,
동자동공공개발은 공표한 지 몇 년이 지나도록 첫 삽도 뜨지 않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도대체 무슨 꿍꿍이로 입을 다물고 있을까?
전세사기 대책이나 서울-양평고속도로 문제 등 눈앞에 닥친 일도 한둘이 아닌데다,
윤석렬 눈치 보느라 어느 것 하나 소신대로 하는 일이 없다.
그와 달리 ‘약자와의 동행’을 시정목표로 삼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좀 다른 것 같다.
지난 달 동자동 ‘온기창고’ 개장식에서 동자동공공계발을 공개적으로 약속했지만,
동행식당, 동행목욕탕, 온기창고 등 빈민들 피부에 닿는 복지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의 집무실 한쪽 벽에는 ‘약자와의 동행’이란 글귀가 붙었는데,
그 글은 동자동 장애주민 윤용주씨가 써준 붓 글이었다.
국토교통부에서 깔고 앉아 어쩔 수 없이 기다리는지 모르지만,
국토부를 재촉해서라도 하루속히 성사시켜 줄 것을 촉구한다.
그제는 동자동에도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다.
거리에서 노숙하는 자들은 다들 어디로 피했는지,
비에 젖은 이불만 어지럽게 늘려 있었고, ‘새꿈공원’에는 비둘기들이 먹이를 찾고 있었다.
사람들조차 만 날 수 없는 비 오는 날의 한가한 동자동 풍경이었다.
비가 그친 다음 날은 채남규씨가 머무는 ‘경기여인숙’부터 잠시 들렸는데,
몸이 아파 공공근로에도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보살펴 줄 사람 없는 쪽방사람들은 몸이 아프면 큰 일이다.
거리에는 곳곳에 젖은 이불을 말리고 있었다,
노숙인이 머무는 자리에는 누가 버렸는지 매트리스가 깔려있었다.
거리에서 임백수씨와 유정희씨를, 공원에서는 박소영씨와 황춘화씨를 만났다.
임백수씨와 황춘화씨는 만나 본 지가 한 참되었다.
그동안 왜 그리 나오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두 사람 다 술을 끊었단다.
사람들과 어울리면 술 마시게 될까 염려되어 방에서 꼼짝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다들 몸이 더 이상 버텨내지 못해 금주를 했겠지만,
술 때문에 아들까지 잃은 황씨로서는 큰 결심을 한 것 같다.
대개 보이던 사람이 보이지 않으면,
이사를 갔거나 교도소에 간 경우였는데, 이젠 금주로 나오지 않는 사람도 있다.
다들 방에서 티브이만 끼고 사는데, 술을 끊을 수 있었던 그 비결이 궁금했다.
건강은 물론 돈까지 절약할 수 있으니 도랑 치고 게 잡는 일이 아니던가?
나 역시 술과 담배 때문에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이라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할 문제다.
모처럼 술 마시지 않은 황춘화씨를 만나 초상사진을 찍을 수 있었는데,
뒤늦게 나온 양인숙씨도 초상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다.
찍은 초상사진 대부분이 남자들이라 고맙게 받아들였다.
이제 날씨가 추워지면 오갈 데 없는 노숙인들이 걱정이다.
‘다시서기’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노숙인이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술을 끊지 못하는 알콜 중독자들은 어쩔 수가 없다.
하루속히 약자들이 살 수 있는 주거부터 해결해 주기 바란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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