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23.10.31

사진집 '혼자 가본 장항선 장터길' 발간한 정영신 작가

지난해 충남 천안 온양온천역 인근에 열린 풍물오일장. 역 앞으로 나오면 광장이 보이고, 광장 너머 장항선 고가철도 하단부에 장이 열린다.

스스로를 '장돌뱅이(보부상) 사진가'라 칭하는 이가 있다. 바로 37년째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오일장을 모두 기록한 정영신(65) 작가다. 전국 방방곡곡 안 가본 장터가 없지만, 그는 아직도 장터를 갈 때면 "연인을 만나러 가는 것"처럼 그립고 설렌다고 한다. 배낭에 카메라와 시집 한 권, 수첩과 필기도구, 생수 한 병 챙겨 놓고 훌쩍 떠나는 정 작가의 이번 여행지는 '장항선' 일대의 장터들이다.

 

장항선은 충남 천안시 천안역과 전북 익산시 익산역을 연결하는 철도 노선이다. 과거 일제의 군사적 목적과 물자 수탈을 위해 만들어진 노선이다. 근대화와 제국주의의 수탈을 상징하던 노선이지만, 이 길을 따라 생명력 넘치는 민중의 삶은 꽃피었다. 물건을 내다 파는 장꾼들과 가계를 꾸려나가는 사람들이 모여, 시골의 지역경제를 이루는 근간인 '장터'를 형성했다.

 

천안역에서 충남 서천군 장항역까지 사이 스물한 곳에서 오일장이 열린다. 천안역에는 거봉 포도로 유명한 '입장장' '성환장' 그리고 독립운동의 텃밭인 '아우내장'이 있고, 삽교역에는 곱창으로 유명한 '예산 삽교장'이 열린다. 홍성역에는 '홍성장' '갈산장', 대천역에는 '보령 대천장' 장항역에는 '서천 장항장' 등이 있다. 가까운 거리에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과, 세계의 온갖 공산품도 쉽게 구할 수 있는 대형마트가 익숙한 도시 사람들에게는 낯선 풍경이다.

 

충남 서천 특화시장에서 만난 장꾼 할매가 만 원을 받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최근 사진집 '혼자 가본 장항선 장터길(눈빛 발행)'을 출간한 정 작가는 "자신을 지키기 위한 여정"으로 장항선 장터 여행을 택했다고 했다. 코로나19 이후 챗GPT니, 메타버스니 하는 최신 기술로 모두가 디지털 세계로 빠져 들어가는 현실에 불편함을 느꼈다. 후덕한 인정 넘치는 사람들이 그리웠다. 그 길로 장터가 열리는 충남 내포 지역으로 향했다.

 

"장터를 돌아다니다 보면 물건을 사고팔 때 묘한 신경전을 목격해요. 100원, 500원에 얼굴 표정이 달라지죠. 그런 찰나를 보는 게 재밌어서 사진을 찍어요."

 

그가 처음 장터를 찾은 건 1980년대 후반이다. 신춘문예에 낙선한 뒤 사람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회의감이 들었다. 그때 장터가 떠올랐다. 아무나 가도 되고, 사람 이야기가 흘러넘치며, 스스럼없이 친구가 될 수 있는 곳. 현대의 급속한 변화 속에 이제는 장터에도 사람이 없고 쓸쓸함마저 감돌지만, 그가 장꾼들을 만나며 채록한 이야기와 카메라로 담은 사진들로 인해 비로소 장터는 다시 생기를 얻는다.

 

책에는 장터 할매들이 펼친 난전의 농산물 사진을 비롯하여 장터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 농촌의 한적한 들판 풍경 등 느려서 아름다운 풍경들이 가득하다. 호박, 쪽파, 열무, 고추, 가지, 여주, 마늘, 배추, 도라지 등 오랫동안 사람들의 밥상을 책임졌던 작물들은 마트의 매끈하고 평균적인 맵씨와 대조적으로 울퉁불퉁 개성 있게 생겼다. 봄이면 산나물 하나를 사는 데도 할매들의 '봄나물 강의'가 덤이다. 예산역전장의 한 할매는 차마 버리지 못하고 썩은 부분을 도려낸 사과 두 알을 내놓았다. 장터에서는 모든 물건이 소중하고 낭비가 없다.

 

"시장의 물건들은 모양새도 다르고, 물과 흙에 따라 물건들도 제각기죠. 할머니들이 봄부터 씨 뿌려 물 주고 애써 기른 물건은 나물 하나, 호박 하나만 봐도 달라요. 느리게 관찰해야만 알 수 있는 거죠."

장터에서 볼 수 있는 온갖 풍경들.

책은 점점 사라지는 장터와 이 공간을 메운 장꾼들을 향한 연서다. 옛날에 보았던 풍각쟁이, 원숭이와 함께 나온 약장수의 익살스러운 농담에 환하게 웃는 사람들은 이제 보이지 않는다. 장터를 찾을 때마다 "우리 죽으면 이 장도 없어지고 주차장 된다"는 말을 들으면서 정 작가는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듯했다. 번화했던 과거는 옛말이고, 장꾼 서너 사람만이 자리를 지키는 경우도 왕왕 있다. '나고 자란 고향을 지켜야 하는데 내가 죽으면 이 장은 누가 지키나' 하는 마음으로 늙은 몸을 이끌고 꿋꿋하게 장꾼들은 가져온 물건을 내어놓는다.

 

"어르신들이 장에 나오는 건 세상을 만나러 오는 거래요. 장사는 '일'이 아니라 '삶'이고, 나를 살리는 일이라고요. 지금 장항선은 느린 열차가 달리지만, 5년 후에는 KTX처럼 고속 열차가 달릴 거래요. 장항선이 없어지기 전에 이 장터들에 가서 이야기도 나눠보면서 시골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는 건 어떨까요."

 

1987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정영신 작가는 한국의 시골 장터를 기록해오고 있다.
혼자 가본 장항선 장터길 / 정영신 지음 / 눈빛 발행 / 224쪽 / 2만5,000원

 이혜미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인사동 ‘갤러리인덱스’에서 열린 정영신의 ‘혼자 가본 장항선 장터길’

출판기념전은 많은 분의 성원에 힘 입어 잘 마쳤습니다.

 

장항선 장터 길에 함께해 주신 분께 거듭 감사드립니다.

 

정영신은 반평생을 장돌뱅이로 떠돌았지만, 아직도 할 일이 많다.

코로나로 사람 접촉을 꺼리던 2년 전부터 혼자 열차를 타고

장항선 주변에 있는 충청도장을 떠돌았다.

 

무거운 카메라에 짓눌려 힘들게 장바닥을 휘젓고 다닌

그녀의 장터 순례길은 고향의 어머니 찾아가듯 즐거운 일이었다.

무슨 사명감 인양, 아무리 쪼들려도 장터 떠나는 늦추지 않았는데,

자기 좋아서 하는 것을 누가 말릴 수 있겠나?

 

장바닥을 떠돌며 사람 만나 정 나누는 것은 좋으나,

무거운 물건까지 사 들고 올 때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파김치가 되어 오던 그 지친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결국 그 일을 마무리하여 책까지 펴낸 것이다.

돈 한 푼 없어도, 저지르고 부딪히니 되긴 되더라.

 

사라져가는 오일장과 삭막해지는 인심을 안타까워 하지만,

이 세상 어느 하나 사라지지 않고 바뀌지 않는 것이 있겠는가?

 

그러나 그녀에겐 고향 같고 어머니 품속 같은 장터와 장터 사람에 대한 그리움은 지울 수 없다.

장터보다 장터 사람에 대한 애착이 더 깊다.

 

어쩌면 어머니의 마음 같은 따뜻한 인간애를 찾아 장터를 헤맨 것인지 모른다.

그가 펴낸 ‘어머니의 땅’에 실린 사진과 초창기 장터 사진의 연대나 접근 방식이 같은 데서도 알 수 있다.

 

아래에 옮긴 이광수교수의 사진 비평도 궤를 같이 한다

“어머니의 젖가슴 같은 어떤 원형을 그리워하는 그리고 그것을 안타깝게 기록하고자 하는 전형적인

근대주의의 휴머니즘의 세계에 뿌리내린 사진 세계다. 사라져버린 것을 애써 찾으려 하는 것도 아니다.

어떤 변화한 모습, 그로 인해 사라져버린, 다시는 찾기 어려운 모습을 기록하고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내려

것도 아니다. 변화에 방점이 있는 것보다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어머니의 심성을 찾는 것이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어떤 원형을 찾으려 돌아다니는 낭만주의자의 모습이 보인다.

원형은 있다, 가야 할 곳도 있다, 그곳은 꿈과 신화 속에 있는 게 아니고, 내 눈앞에 있다.

우리 마음의 고향, 뿌리 내리는 삶, 그 뿌리를 찾아 발길을 옮긴다. 이것이 정영신의 사진 철학이다.”

 

개막식과 전시 이튿날까지 다녀가신 분은 지난 25일 소개한 적이 있으나,

그 뒤부터 끝날 때까지의 사진은 힘들어 그대로 모아 두었다.

전시가 끝나고 막상 정리하려고 보니, 기억이 가물거려 미치겠더라.

다행히 사진에 찍힌 정보가 있어 퍼즐 맞추듯 풀어냈다.

 

소식 또한 금방 나온 조간 신문이라 기 보다 늦은 주간지 정도로 알면 된다.

다녀가신 분이야 사진이 어떻게 나왔는지도 궁금하겠지만,

아니어도 반가운 분을 만날 수 있어 좋다.

 

술 마시며 노는 것도 힘들었다.

평소 부러워했던 술 상무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었다.

매일 술을 마셔 지쳐 있는 노숙인의 힘든 처지도 알만 했다.

그래서 그들은 조금만 마셔도 쓰러진다.

 

연락부절로 화장실에 쫓겨 다니는데다, 속까지 뒤집혀 죽을 맛이었다.

걸어 다니는 송장에 가깝지만, 사람만 보면 반갑고 즐거웠다.

마치 저승에서 문상객 맞는 심정이라, 더 절절했다.

 

내가 만나지 못한 분만해도 류연복씨를 비롯하여 박흥순, 양시영, 유준, 임동은, 박인식, 임홍택, 김홍성, 

김영진, 신길훈, 장종운, 백금옥, 이혜숙, 조시노, 음주애, 이완순, 최리나, 김효순, 이진홍, 한현주, 김애경,

김형배, 장석원, 곽숙경, 신혜선, 한선영, 홍경순, 김유나, 설인선, 이정숙, 김성은, 이용민, 김명점, 김혜영,

이영욱, 양한모, 한용길, 정태섭, 김지연, 김승준, 김혜원, 문 슬, 이기정, 전인경, 신영섭, 장소연, 임정희,

임연웅, 주강현, 이형순, 박범이, 채영임, 유형근, 박상희, 윤장섭, 김정락, 이수헌, 이홍순, 오리진, 김민형,

온세미, 송진욱, 유운선, 진 민, 김미숙, 박찬원, 김병구, 최상기, 송남양, 변성진, 권오창, 박재웅, 김형로,

장순향, 김영곤, 김용순, 고미정, 김백순, 김추윤, 이근정, 이우섭씨 등 헤아릴 수가 없다.

 

다들 뵙지 못해 죄송스럽다.

 

26일 오후에는 전태수씨가 오셨다는 전화를 받고 하던 일을 접어버렸다.

술시가 이르지만, ‘유목민’으로 옮겨 술 잔을 들었다.

젊은 시절 부산에서 사진 했다는 오래된 이야기도 들었다.

 

27일엔 양재문, 남태영, 김녕만, 나종희, 이주영, 곽대원씨를 비롯하여

남기은씨 내외 분께서도 다녀 가셨다.

다음 달에 시집갈 조카 조은겸이는 남편과 시어머니 될 분까지 모셔 왔다.

 

뒤이어 김여옥 시인이 등장하자 인사동 건달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이승철 시인이 장경호, 양상용, 한상진, 최석태씨 등 화가를 대동하여 ‘시골해장국’으로 갔다.

 

김여옥시인이 인사동에서 ‘시인’이란 술집 차렸을 때는 인기 마담이었다,

숱한 세월이 흘러도 미색은 여전했다.

유쾌한 시간을 만들어 준 것 만도 고마운데, 그 날 술값까지 그녀가 쏘았다.

 

그 다음 날은 김발렌티노를 비롯하여 정주영씨와 딸 김소연, 이성표 부부가 다녀갔다.

긴 세월 언론계에 몸 바친 윤상길씨는 ‘미술여행’ 편집위원들과 다녀가셨고,

사진가 이윤기, 임성호, 권양수, 김연지, 신영섭씨도 오셨다.

 

느지막에 손님 오셨다는 연락 받아 나가다, 길에서 음유시인 송상욱선생을 만났다.

만난 지가 몇 년은 족히 된 것 같은데, 그 연세에 아직도 기타를 메고 다녔다.

대폿집에 모셔가 선생의 십팔 번 ‘부용산’이라도 한 곡 듣고 싶었으나, 너무 늦어버렸다.

쓸쓸하게 돌아서는 뒷모습이 영 지워지지 않았다.

 

그날은 모처럼 손님 만나 술 마실 일이 없었는데,

운현선 기자가 다녀가며 와인 한 병을 선물로 두고 간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시장에서 전어 몇 마리 사서 정동지와 오붓한 술자리를 만들었다.

 

매일 같이 술 마시다 하루 쯤 쉴 만도 한데, 술을 두고 그냥 잘 수는 없었다.

나이가 들수록 많은 사람과 어울리는 술자리보다

마음 통하는 사람과 오붓한 술자리가 더 좋다.

 

술 마시며, 정동지의 다음 작업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젠 장보다 장꾼을 찾아 다니려면, 늦었지만 운전을 배우라고 했다.

내가 죽고 나면 시골 구석구석을 어떻게 찾아다닐 것인가?

 

걱정은 되지만, 억척같은 또순이라 충분히 해낼 것으로 믿는다.

31일은 손님 오셨다는 전화에 늦게 사 전시장에 갔다,

오랜만에 쓸쓸한 미소의 화백, 신학철선생을 만난 것이다.

 

장경호씨와 더불어 ‘부산식당’으로 갔는데,

그곳에 ‘민주화기념사업회’ 이종률씨와 이선태씨도 있었다.

뒤따라 최석태씨까지 합류하여 오랜만에 동지애를 불태웠다.

 

헤어져 돌아가는 중에 ‘이모집’으로 오라는 전화가 다시 왔다.

할 수 없이 발길을 돌렸는데, 가보니 좀 전에 헤어졌던 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조준영, 정희성, 박철, 박불똥, 조경연씨 등 일개 소대가 모여 있었다.

이미 취한 상태라 무슨 주접을 떨었는지, 뒷일은 기억나지 않는 게 낫다.

 

9월1일은 부산의 이광수교주와 아산 ‘봄에실’ 농장 식구들이 온다 기에

일찍부터 차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누가 차 문을 두드렸다.

농장 식구들이 주차하고 나오다 고물차를 알아본 것이다.

 

김창복, 김선우, 양이현, 김평 등 농장 식구들이 총출동했는데,

문단속은 잘했는지, 동물들 먹이는 어떻게 했는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다들 전시장으로 갔는데, 모처럼 서울 나들이한 평이가 제일 신났다.

 

좀 있으니, 이광수교수가 나타났고 뒤따라 사진가 김문호씨도 왔다.

다들 술이 인사라 ‘부산식당’에서 낮술부터 마신 것이다.

인사동 점쟁이 신단수씨도 농장 식구를 데리고 그곳으로 식사하러 왔다.

 

그날은 충무로에서 양승우씨 전시가 열리는 날이라 오래 있을 수 없었다.

이광수 교수는 ‘갤러리브레송’에 가려고, 옆자리 밥값까지 내 버렸다.

늦을 세라 택시까지 타고 갔는데, 갤러리 문이 잠겨 있었다.

이교수가 김남진 관장에게 전화를 하니, 뒤풀이 집으로 오란다.

 

어이가 없었다. 나 같은 늙은이라면 모르겠으나, 부산에서 온 손님이 있지 않은가?

김문호씨 와는 다음에 볼 수도 있지만, 가야 할 이교수는 어쩌라고?

 

이건 갤러리를 운영하는 관장으로서 손님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그렇게 술이 마시고 싶었다면 다른 사람이라도 지키게 해야지...

더구나 오랫동안 무보수로 이교수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았나?

사람을 너무 우습게 보는 것 같았다.

 

어렵사리 뒤풀이 장소를 찾아갔는데, 김남진관장을 비롯하여

이윤기, 이세연, 서준영, 나인석씨 등 일곱 명이 통닭집에 모여 있었다.

이교수의 호쾌한 구라에 마음을 다독였으나, 영 불편했다.

뒤늦게 ‘봄에실’ 농장 식구들과 함께 정동지도 도착했다.

이교수가 떠날 기차 시간까지 깨소금 안주로 독주를 마셨다.

 

9월3일은 전시장에 갔더니, 김명지, 서정란, 이은정, 전태수씨가 와 계셨다.

이은정, 전태수 내외분을 모시고 일찍부터 ‘유목민’에 술상 차렸다.

 

안주도 나오기 전에 여동생 조진옥과 매제 김종성이 왔다는 연락이 왔다.

전시장에 갔더니, 여동생 외에도 이대훈, 노인자 내외 분을 비롯하여

 최명철, 박종면씨 등 많은 분이 계셨다.

 

삶의 풍경을 그리는 동생에게 장터 풍경은 좋은 소재가 아닐 수 없다.

매제는 동생이 공모전에서 상 받은 걸 자랑하지만, 상은 작업에 독이라며 일축했다.

 

여동생과 매제를 보낸 후, 이대훈씨 내외분을 ‘유목민’으로 모셔왔다.

전태수 내외 분과 합석하게 되었는데, 최명철, 신단수씨 일행은 입구에 자리 잡았다.

 

 술 잔 들기도 전에 또 다시 연극연출가 기국서 씨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인덱스갤러리’를 못 찾아 수도약국 앞에서 헤맨단다.

 

예전에 인사동을 들락거린 분이라면 옛 ‘수희제‘ 3층이라면 금방 찾을 텐데,

’수희제‘란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다시 달려가야 했다.

 

기국서씨를 만나 전시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생각지도 못한 박진호씨가 나타났다.

 

야! 이게 얼마 만인가?

정동지 더러 이혼 설득할 때, 들러리 서 준지가 7년이 넘지 않았던가?

그때나 지금이나 하나도 변하지 않은 동안 그대로였다.

 

약속이 있어 가야 한다는 박진호씨를 보내고, 기국서씨를 ’유목민‘으로 안내했다.

9월5일부터 9일까지 ’강북문화예술회관‘ 진달래 홀에서 열릴 ’관객모독‘ 공연 준비로 바쁘 단다.

바쁜 와중에도 들려주어, 고맙기 그지없었다. 

 

여기저기 손님이 나뉘어 있으니, 술을 마셔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찾아 주신 분께는 송구스럽지만,

운전하려면 차에서 눈 좀 붙이는 게 나을 것 같아 바람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전시 마지막 날은 ’유목민‘ 전활철씨가 술자리를 준비했다고 한다.

그날이 생일인 줄 어떻게 알았는지, 장어를 구워 몇 사람 초대했단다.

 생일이 페북에 뜨지 않도록 어렵사리 만들었고,

’봄에실‘농장에서 평이가 그토록 기다린다는 생일상도 한사코 거절했는데...

 

난, 내가 태어난 생일 자체가 싫다.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는 어쩔 수 없었지만, 세상에 태어난 게 싫다.

지독히도 생일을 챙겼던 정동지마저 이젠 한풀 꺾였는데...

 

어쩔 수 없이 ’유목민‘에 갔더니, 전활철씨 외에도 방기식, 유 준씨 등 여러 명 와 있었다.

그날이 ’유목민‘ 휴일이라 오붓한 술자리가 되었는데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관장과 한지공예를 한다는 처음 보는 미녀도 있었다.

아무튼 불편한 생일상이지만, 배려해 주어 고맙다.

그 이튿날은 전시를 철수하기 위해 정오 무렵 나갔다.

철수하는 일을 도와주기 위해 노인자씨도 와 계셨다.

서둘러 액자를 포장하여 차로 옮겼는데, 차가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요즘 들어 부쩍 자동차 방전이 잦은데, 꼭 결정적인 순간에 일이 벌어진다.

긴급출동은 왜 그리 오지 않는지, 가게 주인의 성화에 발을 동동 굴려야 했다.

 

어렵사리 시동을 걸어 인사동을 빠져나왔으나, 차가 밀려 꼼짝할 수 없었다.

‘민주노총’이 광교사거리에서 벌인 노조법 개정 촉구 결의대회에 발목 잡힌 것이다.

왕왕거리는 확성기 소리에 정신이 없었는데,

에어컨이 꺼지고 램프가 깜박이더니, 갑자기 시동이 꺼져버렸다.

 

아무래도 발전기에 이상이 생긴 것 같아 견인차를 불렀다.

그렇지만 차가 밀려 꼼짝 하지 않는 판에 견인차는 어떻게 들어오겠는가?

 

종로 한복판에 고장 난 차를 세워 두었으니, 운전자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는 것은 견딜 수 있으나,

뜨거운 길바닥으로 내몰린 정동지 꼴이 말이 아니었다.

 

지하철 타고 먼저 가라며 보내긴 했으나, 꼬리 문 차들의 진로를 바꾸게 하는 일을

한 시간은 족히 하고서야 견인차가 나타났다.

 

견인차에 끌려 역촌역 현대자동차 정비공장으로 갔다.

아니나 다를까 발전기가 수명을 다해 교체해야 한다는데, 발전기 교체 비용이 50만원이란다.

 

190만원짜리 고물차 수리비가 50만원이라면 폐차가 답이다.

그러나 잔뜩 실은 짐은 어떻게 할 것이며, 차가 없으면 아무 일도 못하는 내 처지가 난감했다.

 

폐차할 고물차에 신품 발전기가 말이 되냐며 중고를 구해 달라고 하니,

현대자동차 정비공장이라 정품만 써야 한 단다.

그렇다면 견인차를 불러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중고를 알아본 후 교체해 주었다.

 

28만원으로 내려간 중고발전기를 구해 어렵사리 고쳤는데,

마침 중고 발전기 값 만큼의 현금이 주머니에 있었다.

엊저녁 활철씨가 생일축하금으로 준 20만원과

그날 노인자씨가 점심 식사 하라며 준 10만원이었다.

 

같이 식사하러 왔다가 차가 말썽을 부려 밥도 못 먹고 헤어졌지만,

어쩌면 수리비 액수까지 딱 맞추어 주고 가셨다. 언제나 절실한 것 만큼만 주는 돈과의 인연이다.

돈이란 빨리 돌아야 하지만, 주머니에 돈이 생기면 잠시도 머물 틈을 주지 않는다.

 

두 분 덕분에 자동차를 고쳐 사진액자를 안전하게 옮겼는데,

정동지는 오후 다섯 시까지 ‘금보성아트센터’로 가야 한 단다.

 

이번 전시에 금보성씨가 책을 40권 사 주었고, 창원의 조성제씨도 20권을 사 주었다.

덕분에 배당 받은 200권 목표량을 초과하는 성과를 거두었는데,

그 책을 그날 전해 주기로 약속한 것이다.

 

답례로 정영신의 ‘한국의장터’와 나의 ‘청량리588’ 사진집 두 권을 드렸는데,

오래전 588번 버스 타고 그곳을 지나다닌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한국의 장터’ 사진집은 여러 가지 도울 수 있는 프로젝트가 많겠 단다.

그 자리에서 여기저기 전화 걸어 타진 해 주기도 했다.

금보성씨는 자신의 작업량도 엄청나지만,

힘들게 작업하는 주변 작가를 돕는 일에 힘을 아끼지 않는다.

 

마침 자기가 돕는 다른 작가들과 미팅이 있다며, 함께 식사하자고 했다.

금보성씨 내외 분 따라 연희동 ‘고미정’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그 자리에 개인 그림전을 준비하는 고등학생과 사진가 이명호씨가 있었다.

 

‘고미정’ 음식들은 소박하지만 정갈하고 맛있었다.

덕분에 금보성씨로 부터 예술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듣는 좋은 시간이었다.

 

전시와 관련된 모든 일을 끝내니,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듯 속이 후련하다.

그동안 죽는 것도 전시 끝나기 전에는 죽을 수 없다며 버텼으나,

많은 분에게 신세만 져 어깨가 무겁다.

그 신세 갚는 길은 열심히 사는 것 밖에 없다.

 

정영신의 장날은 가는 것이 아니라 오는 것이다.

 

사진: 정영신, 조문호 / 글: 조문호

 

개막식 날 사진과 그 이튿날 사진을 보시려면 아래를 클릭하면 볼 수 있다.

성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https://blog.naver.com/josun7662/223193794923

 

 

 

정영신의 혼자 가 본 장항선 장터 길이 지난 23일 인사동 갤러리인덱스에서 성황리에 막을 올렸다.

 

그날은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리더니, 오후 무렵에는 장대비가 쏟아졌다.

찾아 주신 손님께는 죄송스럽지만, 술 마시긴 좋은 날이었다.

 

전시장에 올라갔더니, 안미숙관장과 이다 군이 전시 디피를 멋지게 해 놓았다.

 

마치 장터에 늘린 장돌뱅이 사진 난장 같았다.

 

 전시장에 올라가니, 화가 송창, 미술평론가 김진하, 사진가 하재은씨가 와 계셨다

 

많은 분의 성원에 힘입어 배당 받은 사진집 200부도 무난히 소진하였.

둘째 날에는 소품도 여섯 점 팔렸고, 몇몇 분의 후원도 따랐다.

 

그리고 정영신씨 조카 심지윤씨가 오프닝 음식을 준비해 왔는데, 너무 깔끔하고 맛있었다.

 

봄에실농장에서 따온 불루베리도 등장했고, 안원규씨가 옥수수까지 삶아왔다.

다들 도와 주셔서 큰 걱정은 덜었으나, 이 원수를 생전에 갚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날 장대비를 뚫고 참석하신 분으로는 갤러리인덱스안미숙관장을 비롯하여

눈빛출판사 이규상 대표, 공윤희, 김진하, 송 창, 김정업, 최유진, 하재은, 장종운, 박옥수,

신상덕, 박춘화, 김문호, 최연하, 곽명우, 김수길, 남 준, 정명식, 박순규, 김이하, 장경호, 윤범모,

조신호, 조경석, 김진열, 서인형, 김상현, 송일봉, 유진오, 안원규, 김 구, 김발렌티노, 임태종, 신단수,

정복수, 최석태, 노광래, 김정남, 조준영, 한상진, 양상용, 전인미, 이정선씨 등

많은 분이 오셔서 전시를 축하해 주었다.

 

그러나 성함이 기억나지 않거나 미처 만나 뵙지 못한 분도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점 양해해 주시 길 바란다.

 

그날 준비한 술로는 와인 외에 몰래 숨겨 둔 대마불사주상황버섯주까지 꺼내 왔다.

술 고픈 축축한 날이라 개막 시간까지 기다릴 수 없어, 맛본다며 홀짝홀짝 마신 술에 일찍부터 취해버렸다.

 

뒤풀이는 유목민으로 정해 두었는데, 두 패로 나뉘어 일부는 인사동16번가에 진을 쳤다.

이쪽저쪽 옮겨 다니느라 혼자 바빴는데, 숨이 차서 차에 들어가 자버렸다.

 

그 다음 날은 늦게 일어나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있는데,

실버넷뉴스운현선기자가 갤러리에 왔다는 전화가 걸려 왔다.

아마 같이 식사하려고 일찍 온 것 같은데, 이미 늦어버렸다.

 

급히 전시장으로 달려갔더니, 운현선기자를 비롯하여 큰나무갤러리김문경대표,

실버넷뉴스앵커 김석출씨, 김유나씨 등 여러 명이 와 계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정영신씨 인터뷰하는 틈을 이용해 화장실부터 가야 했다.

전날 마신 술 때문인지, 식사에 문제가 있었는지, 연이어 물 대포를 쏟아 댔다.

'쌈지길' 화장실을 몇 번이나 들락거리다 올라가니, 손님은 가버리고 안 계셨다.

 

결례가 걱정되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을 어쩌겠는가?

그런데, 첫날 찍은 사진도 이제 사 올리는데, 운기자가 취재한 영상물은 벌써 방송을 타버렸네.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면 볼 수 있다.

 

몸이 불편해 곧바로 동자동 쪽방에 가서 누워 버렸다, 완전 걸어 다니는 송장 수준이다.

 

그런데,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정동지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인천 사는 사진가 김보섭씨가 아픈 몸을 이끌고 전시장에 왔다는데, 어찌 누워 있겠는가?

 

병문안도 못 가본 김보섭씨 내외를 전시장에서 어렵사리 만날 수 있었는데,

수술 결과가 좋다는 말에 다소 안도할 수 있었다.

 

김보섭씨 외에도 김정헌, 김진하, 오현경, 김정명, 양성은씨 등 반가운 분을 여러 명 만나 뵐 수 있었다.

 

손님을 보낸 후 전시장 있기가 불편해 차에 드러누워 전시 끝날 시간만 기다렸다.

전시장 문 닫은 후 정동지를 대동하여, 어제 정산하지 못한 뒤풀이 비용 때문에 유목민에 갔다.

 

뒤풀이 비용은 임태종, 김상현, 신상덕씨가 조금씩 부담해 남은 액수가 얼마 되지 않았다.

 

전시 오프닝 때 책을 전해주지 못한 신단수씨를 만나 소주 몇 잔 얻어 마셨다.

안쪽에서 마시던 장의균씨를 우연히 만났는데, 한 번 간첩은 영원한 간첩이었다.

 

내일은 누굴 만날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전시가 끝날 때까지 술 상무로 살아남기 위해 동자동에서 대기 중이다.

 

눈빛출판사이규상씨가 쓴 정영신 소개 글 일부로 정영신 전시소식 1탄을 마무리한다.

 

‘40년 가까이 장을 돌고 돌았으니 사진계 보다는 장터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그에게 장터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마트가 아니라 정이 있는 고향이다.

난전에 앉아 있는 이름 없는 할매와 아짐들의 말동무요 장꾼들의 누이요 동생이다.

사라지는 것을 사진 찍는 일은 함께 울어주는 일이다.

진심을 다해 사진을 찍으니 누구 하나 거부하는 사람이 없다.

이생에서의 복은 박하지만 아주아주 먼 훗날,

후생에 그가 무엇이 되어 세상을 도와 나갈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찾아 주신 분들, 고맙고 고맙습니다.

 

사진, / 조문호

 

 

정영신의 ‘혼자가 본 장항선 장터길’ 사진전이 8월 23일부터 9월4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인덱스’에서 열린다.

 

혼자 가본 장항선 장터길 The Traditional Market in Korea

정영신/ JUNGYOUNGSHIN / 鄭暎信 / photography

2023_0823 2023_0904 / 화요일 휴관

정영신_서천 비인장_202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210923b | 정영신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23_0823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화요일 휴관

 

정영신 장터길 에세이 출판기념

주최,주관 / 갤러리 인덱스_눈빛출판사

 

갤러리 인덱스

GALLERY INDEX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5 인덕빌딩 3

Tel. +82.(0)2.722.6635

www.galleryindex.co.kr

 

정영신은 누구나 인정하는 장돌뱅이 사진가다. 그가 사진을 시작한 지 40년이 다 돼오지만 그의 카메라 렌즈는 언제나 전국 팔도의 오일장을 향해 있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변하듯 전통 장인 오일장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더구나 코로나로 장터로 향하는 발걸음은 거의 끊겼었다. 그 길고 고통스러웠던 팬데믹 기간 동안 정영신은 혼자 장항선 기차를 타고 장옥이 녹슬어가는 장터를 찾아갔다. "장항선 작업은 순전히 나만을 위한 여행이었다. (...) 하루만이라도 스마트폰을 잠그고, 내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배낭을 챙겨 떠났다. 2년여 동안 일주일에 두어 번 장항선 기차를 타고 다니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장터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기록했다." (작가의 말에서)

 

정영신_장항선 들판 풍경_2022
정영신_예산장_2023
정영신_보령 웅천장_2012
정영신_천안 아우내장_2013
정영신_천안 입장장_2022
정영신_천안 성환장_2013
정영신_보령 대천장_2012
정영신_온양온천역장_2022
정영신_서천 비인장_2014
정영신_천안 아우내장_2022
정영신_예산역전장_2012
정영신_예산 광시장_2023
정영신_서천 판교장_2012

사진이 모두 예술로 돌아선 지금 그는 여전히 변해가는 것들에 주목해 기록을 선택했다. 천안역에서 장항역까지 충남 내포 지역 스물 한 곳에서 열리는 오일장은 역마다 서는 느린 장항선을 타고 모두 둘러볼 수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그는 몇 년 전에 만났던 이제는 세상을 등졌거나 장터를 떠난 할매와 장꾼들을 찾아 장터를 돌고 돌았다. '고향'이니 ''이니 하는 말을 아직도 가슴에 품고 사는 사진가의 뜻밖의 자신만을 위한 여정이었다. 그래도 카메라는 여전히 이타적인 기물이어서 언제나 ''을 향해 있고, ''은 온전히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다. 따라서 그는 마치 '거울 앞에 돌아와 선 누이' 처럼 장항선 기차에 올랐으리라. 휴대폰 전원을 끄고 차창에 이마를 기댄 채 오일장을 향해, 장항선 기차 헤드라이트처럼 혼자서 갔던 것이다.

 

정영신_혼자 가본 장항선 장터길_224쪽_눈빛출판사_2023

에세이 출판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장항선 내포지역 장터 21곳과 주변 지역의 명소를 찍은 컬러사진과 그의 대표 오일장 흑백사진을 볼 수 있다. 눈빛출판사

 

장항선 오일장

천안 입장장(4, 9) 천안 성환장(1, 6)

천안 아우내장(1, 6) 온양온천역 풍물오일장(4, 9)

아산 둔포장(2, 7) 예산장(5, 10) 예산역전장(3, 8)

예산 덕산장(4, 9) 예산 광시장(3, 8) 예산 고덕장(3, 8)

예산 삽교장(2, 7) 홍성장(1, 6) 홍성 갈산장(3. 8)

홍성 광천장(4, 9) 보령 대천장(3. 8) 보령 웅천장(2, 7)

서천 판교장(5, 10) 서천 특화시장(2, 7)

서천 한산장(1, 6) 서천 비인장(4, 9) 서천 장항장(3, 8)

 

Vol.20230823h | 정영신/ JUNGYOUNGSHIN / 鄭暎信 / photography

 
 

인터넷에 떠도는 작가 미상의 1950년대 장터 주막이다

정영신의 ‘한국의 장터’ 사진전이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오는 11 9일부터 1231일까지 열리는데,

한 달 더 연장될 수도 있단다.

 

정영신사진, 1990년 순창장

 

얼마전 인사동에서 열린 정영신의 어머니의 땅전시장에

눈빛출판사이규상대표와 돈의문박물관마을전시팀장 전영주씨가 오셨더라.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정영신의 한국의 장터사진전을 두 달간 열고 싶다는데,

작가 출품비까지 준다기에 귀가 번쩍 띄었다.

 

그런데, 도대체 돈의문박물관마을이 어디 있는 곳인가?

그동안 어지간히 졸랑거리며 다녔는데, 모른다는 게 남세스러웠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돈의문박물관마을은 한양도성 서쪽 성문 안 첫 동네로

역사적 가치와 흘러간 근현대 서울의 삶과 기억들을 고스란히 품은 곳이었다.

서울형 도시재생 방식으로 재탄생한 도심 속 마을의 역사적 문화공간이라는 것이다.

 

돈의문박물관마을은 이웃한 종로구 교남동 일대와 더불어 

2003 '돈의문 뉴타운지역으로 선정되면서

기존의 건물을 모두 허물어 근린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서울시는 한양도성 서쪽 성문 안 첫 동네로서

새문안 동네의 역사적 가치를 알리고 마을의 삶과 기억이 보존된 작은 마을 그 자체를

박물관마을로 남겨 시민의 문화 자산으로 조성하고자 했다

마을 건물은 최대한 살려 리모델링 했으나 

일부 집을 허문 자리에는 넓은 마당을 만들었다

 

근현대 건축물 및 도시형 한옥, 100년의 역사를 지닌 골목길 등

정겨운 마을의 모습을 그 자리에 남겼다.

많은 시민이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의 장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박원순 시장 재임 시 만들었으나 홍보가 미흡했는지

아직 서울시민에게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다.

 

현재 돈의문박물관마을은 ‘근현대 100기억의 보관소’ 컨셉으로

새롭게 단장을 마쳐 시민들을 맞이한 것이다.

40개 동의 기존 건물은 그대로 두면서 본래 조성 취지인 

'살아있는 박물관마을'이라는 정체성을 되살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일 년 내내 전시체험공연마켓 등이 열리는 '참여형공간으로 채워

전면 재정비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찾아가는 길은 정동길 따라 올라가면 '경향신문사'가 있고

그 건너편 큰길 건너에 '강북삼성병원'이 보인다.
'강북삼성병원' 바로 옆행촌동 넘어가는 좁은 골목길 건너편이 돈의문박물관마을이었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이전까지는 서대문이었던 돈의문이 있던 자리였다.
현재 강북삼성병원 자리는 1920년대 세워진 초기 유한양행 자리였고,

그곳에는 백범 김구 선생이 사셨던 경교장이 있던 곳으로

지금도 강북삼성병원뒤쪽 주차장 입구에 초라하게 남아있다.

경교장은 1968년 고려병원(강북삼성병원의 전신)이 그곳에 터를 잡았고

이후 2014그 일대는 돈의문 뉴타운이 건설되면서 재개발을 하게 된다.

 

돈의문박물관마을자리는 원래 근린공원 부지였으나

개발 계획이 바뀌어 박물관마을로 조성되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돈의문은 새문이라는 별칭이 붙었고,

돈의문 안쪽 동네는 새문안동네로 불렸다고 한다.

 

네비의 안내에 따라 가보았더니,

주말이 아니라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었다.

 

문득 북촌한옥마을이 떠 올랐는데, '돈의문 박물관' 마을 전체가 박물관이었다.

오래된 주택과 좁은 골목가파른 계단이 같은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마을 여기저기에는 잊혀진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목마가 반겼고, 간첩을 신고하는 딱지가 보였고,

한 번쯤 들려본 것 같은 극장간판도 보였다.

 

그리고 이곳에는 어린이 하면 생각나는 인물, 방정환 선생님에 대한 스토리도 볼 수 있는 곳이다.

방정환 선생님이 태어난 곳과 생애 마지막을 보낸 곳은 돈의문 박물관에서 매우 가깝다고 한다.

 

그리고 이곳 '돈의문 박물관 마을'에는 '돈의문 역사관'이 자리 잡고 있다.

역사관은 하나의 건물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 네 개 건물로 분산되어 있었다.

그리고 돈의문박물관마을은 월요일이 휴관이란 걸 잊지 마시라.

 

돈의문 박물관 전시장을 찾아가니, 전시팀장 전영주씨가 반겼다.

전시 공간은 작가들 전시장으로 두 곳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여러 가지 정보를 주고받으며 효과적으로 우리 장터를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문제점으로 남은 것은 주말마다 작가가 나와

엽서에 서명해주는 시간을 만들려 했으나 코로나 때문에 서울시와 협의를 해야 하고.

장터 사진집은 물론, 이야기 그림책조차 판매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 말라면 안 하면 되지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운영자들의 생각이 안타까웠다.

 

아무튼, 전시 기간에는 사진인 보다 부모들이 자식들 손 잡고 와 주시면,

자식들에게 엄마 아빠가 살았던 예전 모습을 자식들에게 전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기대하시라!

사라져 가는 장터의 추억을...

 

사진, / 조문호

 

 

정영신씨의 ‘장에 가자’ 전시는 끝났으나, 책방전시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경의선 책거리의 ‘예술산책’에 이어 은평구 불광동 ‘대한생명빌딩’ 지하의

‘불광문고’에서도 열리고 있다, 전시와 함께 정영신의 장터 도서 코너도 마련되었다.

 

이 전시는 시나리오 작가 최근모씨 주선으로 연결되었는데, 덕분에 좋은 서점을 알게 되었다.

'불광문고'는 1996년 문을 열었으니, 올 해로 24년차인 오래된 서점이다.

대형마트에 밀려나는 재래시장처럼, 동네 서점도 점점 사라지는 현실에

변두리 대형서점이 살아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요즘은 서점을 찾지 않고 대개 온라인에서 책을 구입한다. 

인터넷 서점은 할인에다 무료 배송까지 해주니 누가 서점에 가겠는가? 

그러나 이곳은 서점을 넘어 동네 사랑방 구실도 하고 있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암울한 상황이지만, '불광문고'는 끝까지 지켜 낼 작정이란다.

 

다행히 오랫동안 문고를 애용한 단골손님 덕에 그나마 적자는 면할 수 있다는데,

불광문고를 운영하는 분의 책에 대한 애착이나 자부심도 대단했다.

아무리 세상이 편리하게 바뀐다 해도 서점을 둘러보며 좋은 책을 만나는 즐거움에 비길 수 있겠는가?

 

 

행여 부근을 지나치는 걸음이 있으면 한 번 들리시어 좋은 책들 구경하고 가세요.

 

사진, 글 / 조문호

 

경향신문 / 문주영기자  (202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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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속 이미지] 문화의 옷을 입은 장터

 

장에 가자/정영신 글·사진/이숲/246쪽/1만 8000원 

 

게 다리를 집어들고 싱싱함을 강조하는 할머니의 표정이 활기차다. 시골 장터에서나 만날 수 있는 그런 온기가 아닐까 싶다.

34년간 시골 장터만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글을 써온 작가가 지난 몇 년간 작업한 5일장 풍경을 모았다. 담양, 예천, 영암, 청양, 순창, 남원 등 전국 22개 장터에서 찍은 흑백사진이 가득하다. 아무런 기교도 부리지 않고 특정 설정을 하지 않은 채, 그저 있는 그대로 모습을 담았을 뿐인데 작가의 따뜻한 시선까지 느껴진다. 장터 풍경, 사람들 모습뿐 아니라 지역 문화유산과 유적을 함께 돌아본다. 오일장에서 살 수 있는 지역 특산물도 함께 소개한다. 포토 에세이로, 혹은 장터 가이드북으로 삼아도 좋을 듯하다.

 

서울신문 /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20,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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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장에 가자, 시골장터에서 문화유산으로

 

▲ 장에 가자, 시골장터에서 문화유산으로 = 정영신 글·사진.

 

사진작가이자 소설가인 저자는 34년 동안 시골 장터를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글을 써왔다. 이번 책은 전작들과 달리 시골 오일장만 취재한 게 아니라 그 지역 문화유산과 유적도 함께 돌아봤다.

문화, 역사, 위인, 특산물, 개성 등 일곱 가지 주제로 전국 22개 장터와 그 지역의 문화유적을 탐방한 것이다. 흑백사진은 물론 글 또한 향수 어린 시골의 정감이 소박하면서도 맛깔스럽게 묻어난다. 저자는 '움직이는 박물관, 시골장터'라는 제목의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장터는 그 지역의 삶이 그대로 펼쳐진 한 폭의 풍속도다. 치열한 삶의 현장이면서도 인정 넘치는 백성의 문화 공간이다. 내게 남은 숙제는 지역마다 서로 다른 장의 특색을 잘 살려낼 고유한 문화를 찾아내는 일이다. 우리네 시골장은 선조들의 역사이고 우리의 현재이자 아이들의 미래다."

저자는 책의 출간을 기념해 오는 11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사진전을 연다. 이 전시회에서는 저자와 방문객이 대화하는 시간도 마련될 예정이다.

 

 

이숲. 248쪽. 1만8천원. 

 

서울=연합뉴스 / 임형두 기자 (2020-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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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정영신, 전국 장터 모습 담은 책 '장에 가자' 펴내

 

정영신, 담양장. 제공|이숲

 

사진가 정영신 작가가 시골장터의 사람내음 나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책으로 담아냈다.

정영신의 ‘장에 가자, 시골장터에서 문화유산으로’다. 34년 동안 전국의 장터를 돌아다니면서 포착해낸 사진들이 가득하다.

저자는 “장터와 지역 문화재를 찾아다니며 작업한 결과물이다. (...) 내게 남은 숙제는 지역마다 서로 다른 장의 특색을 잘 살려낼 고유한 문화를 찾아내는 일이다. 우리네 시골장은 선조들의 역사이고 우리의 현재이자 아이들의 미래다”라고 밝혔다.

이 책은 장터 뿐만 아니라 인근에 있는 문화유적과의 연관성을 살펴본 것이 특징이다.

저자는 “봄에는 얼었던 땅을 뚫고 올라온 풋풋한 초록 푸성귀를, 여름에는 따가운 햇볕 아래 농익은 과일과 채소를, 가을에는 노랗게 물든 들판에서 익어간 곡식을 가져온 여인네들의 삶이 아름다운 색과 냄새와 맛과 소리와 함께 진열된다”고 밝혔다.

한편 ‘장에 가자’ 출판기념전을 오는 11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충무로 갤러리 브래송에서 개최한다. 주제별 섹션으로 구성한 장터난장 총 77점이 전시된다.


스포츠서울  / 김효원기자 (2020.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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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문화일반

 

장터사진가·소설가 정영신 '장에 가자' 출간...사진전도 개최

 

11~20일 갤러리 브래송,  77점 전시 

 

[서울=뉴시스] 장에 가자  (사진=이숲 제공) 

 

전국 곳곳에서 열린 5일장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책으로 나왔다.

34년전부터 시골장터를 다닌 장터사진가이자 소설가인 정영신(63)의 '장에 가자'는 작가의 전작과 달리 시골 오일장만을 취재한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문화유산과 유적을 함께 돌아보고 장터가 지역의 경제뿐 아니라 문화 관광의 허브가 될 가능성을 타진한다.

저자는 지역의 문화, 역사, 위인, 특산물, 개성 등의 주제를 통해 전국 장터 22곳과 지역별 문화유적을 탐방하면서 찍은 사진을 한 권에 모았다.

저자는 이 책의 머리말에서 "내가 이전 책들에서 다룬 적이 없었던 장터와 지역 문화재를 찾아다니며 작업한 결과물"이라며 "내게 남은 숙제는 지역마다 서로 다른 장의 특색을 잘 살려낼 고유한 문화를 찾아내는 일이다. 우리네 시골장은 선조들의 역사이고 우리의 현재이자 아이들의 미래"라고 말한다.

구수한 지역 사투리가 생생히 살아 있어 맛깔 나는 글과 어린 시절 시골에서 흔히 봤던 흑백의 풍경들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전국 장터의 특징과 그곳에서 살 수 있는 지역 특산물도 소개한 이 책은 포토 에세이 작품으로, 주말 가족 여행을 떠나기에 좋은 제안과 정보를 담은 가이드북으로도 손색이 없다.

한편 ‘장에 가자' 출판기념전이 11~20일 충무로 ‘갤러리 브래송’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주제별 섹션으로 구성한 장터난장 총 77점이 전시된다.

34년 전 장터모습과 오늘의 장터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필름작업의 흑백사진과 디지털 작업의 컬러사진을 혼용하여 오일장의 변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다.

물건을 파는 난장에서부터 집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 장에서 우연히 친구를 만나는 모습 등 인간애가 물씬 풍기는 정겨운 장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위축된 현실을 사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준다246쪽, 이숲, 1만8000원.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2020,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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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정영신 사진작가, 전국 5일장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장에가자

 

34년간 전국 시골 5일장 찾아다니며 찍은 사진 그대로
해당 지역의 문화유산과 유적도 담아
흑백의 풍경 마음 깊은 곳에 향수 불러일으켜

 

시장은 대형 마트, 백화점 등에 밀려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추세다. 그런 가운데 전국각지에서 열리는 시골 5일장은 해당 지역의 인심과 푸근한 정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34년 간 오로지 시골 장터만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글을 써온 정영신 사진작가가 지난 몇 년간 작업한 작품들을 모아 <장에가자>(이숲)를 출간했다.

이 책은 전국의 5일장의 생생한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특히 전북의 순창장, 남원장, 정읍 샘고을 시장, 부안장, 무주 반딧불 시장, 완주 고산장, 고창장 등 전북의 5일장의 모습도 담겼다.

이 책의 도드라진 특징이 있다면, 단지 시골 오일장만을 취재한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문화유산과 유적을 함께 돌아보고 장터가 지역의 경제뿐 아니라 문화 관광의 허브가 될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데 있다.

작가는 그렇게 각 지역의 문화, 역사, 위인, 특산물, 개성 등 일곱 가지 주제를 통해 전국 22개 장터와 각 지역의 문화유적을 탐방했다.

무엇보다도 구수한 지역 사투리가 생생히 살아 있어 맛깔 나는 글과 어린 시절 시골에서 흔히 보았던 흑백의 풍경들이 마음 깊은 곳에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게다가 각 장의 특징과 그곳에서 살 수 있는 지역 특산물도 소개돼 있다.


1989 순창장

2018 남원 춘향골시장

이 책은 포토 에세이 작품으로 감상해도 좋고, 주말 가족 여행을 떠나기에 좋은 제안과 정보를 담은 가이드북이다.

정영신 사진작가는 1958년 전남 함평에서 태어나 34년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오일장 600여 개를 모두 기록한 장돌뱅이사진가이자 소설가다. 장터에서 만난 우리 민초들의 삶의 애환과 각 지역의 역사적 자취를 찾아다니며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특히 농사짓는 초기부터 유통되기까지의 전 과정과 한국어머니들의 삶의 이야기를 채록해 왔다. 장마당의 풍정만 기록한 것이 아니라 장터 인근에서 만날 수 있는 지역문화유산과 장마당을 고리지어 사진과 글로 담아내고 있다.

 

전북일보 / 최정규기자 (2020.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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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신 장터사진작가 ‘장에 가자’  출판기념 사진전 개최

 

- 대한민국 모든 5일장 모습을 사진과 글로 담아내
- 시골장터의 모습과 지역 문화유산 소개


34년 동안 우리나라의 오일장을 모두 기록한 장터사진가이자 소설가인 정영신(여/63세) 작가는 오는 11월 11일부터 20일까지 충무로 '갤러리 브래송'에서 ‘장에 가자’ 출판기념 사진전을 개최한다.

 

1988년 진안장을 가는 모습(사진=정영신작가)


이번 사진전은 사라져 가는 시골장터와 지역 문화유산을 사진과 글로 담은 정 작가의 '장에 가자' 출판기념전으로, 책에 소개된 오일장과 문화유산을 주제별 섹션별로 구성하여 총 77점을 전시할 예정이다.


2019년 담양장 모습(사진=정영신작가)

77점의 사진 속에는 34년 전의 장터모습과 오늘의 장터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필름작업의 흑백사진과 디지털 작업의 컬러사진을 혼용하여 오일장의 변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물건을 파는 난장에서부터 집으로 가기위해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 장에서 우연히 친구를 만나는 모습 등 인간애가 물씬 풍기는 정겨운 장면들로 코로나19로 위축된 시민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힐링하는 시간을 선물한다.

1986년 옥천장의 모습(사진=정영신작가)

 

특히 시골사람들의 삶의 애환을 닮고 있는 오일장터의 모습과 더불어 살아온 삶의 향기와 정(情)을 담고 있다. 이러한 오일장의 모습을 통해 각박해진 현실을 장터난장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며, 사람 사는 정을 느낄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 준다.

한편 정영신 작가는 1958년 전남 함평에서 태어나 34년째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오일장 600여개를 모두 기록한 장돌뱅이사진가이자 소설가다. 장터에서 만난 우리 민초들의 삶의 애환과 각 지역의 역사적 자취를 찾아다니며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특히 농사짓는 초기부터 유통되기까지의 전 과정과 한국어머니들의 삶의 이야기를 채록해 왔다, 장마당의 풍정만 기록한 것이 아니라 장터 인근에서 만날 수 있는 지역문화유산과 장마당을 고리지어 사진과 글로 담아내고 있다.

한국농어촌방송 / 양평호기자 (2020.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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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펼쳐보는 신간

 

11월의 책

 

브라보 마이 라이프 (202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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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신간 11월 2째주

 

▲ 장에 가자, 시골장터에서 문화유산으로 = 정영신 글·사진.

사진작가이자 소설가인 저자는 34년 동안 시골 장터를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글을 써왔다. 이번 책은 전작들과 달리 시골 오일장만 취재한 게 아니라 그 지역 문화유산과 유적도 함께 돌아봤다.

문화, 역사, 위인, 특산물, 개성 등 일곱 가지 주제로 전국 22개 장터와 그 지역의 문화유적을 탐방한 것이다. 흑백사진은 물론 글 또한 향수 어린 시골의 정감이 소박하면서도 맛깔스럽게 묻어난다. 저자는 ‘움직이는 박물관, 시골장터’라는 제목의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장터는 그 지역의 삶이 그대로 펼쳐진 한 폭의 풍속도다. 치열한 삶의 현장이면서도 인정 넘치는 백성의 문화 공간이다. 내게 남은 숙제는 지역마다 서로 다른 장의 특색을 잘 살려낼 고유한 문화를 찾아내는 일이다. 우리네 시골장은 선조들의 역사이고 우리의 현재이자 아이들의 미래다.”

이숲. 248쪽. 1만8000원.

금강일보(http://www.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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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명문장] 소설가 정영신의 ‘시골장터’ 『장에 가자』

 

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내가 어릴 적에 장(場)이 열리는 날이면 온 마을 사람들은 잔칫날처럼 들썩거렸다. 안동 아재의 소달구지가 동구 밖에 이르면 깨순이 엄마 보따리가 제일 먼저 실렸다. 뒤이어 마을 사람들 보따리가 하나둘 올라가면 사방이 초록으로 덮인 신작로 길을 빠져나갈 때까지 뒤따라가다가 돌아왔다. 봄이면 들판에 앉아 있던 자연도 덩달아 장에 나와 그 지역만의 삶의 이야기를 초록빛으로 품어냈다. 후미진 장 골목에서는 갈퀴와 도리깨, 체와 쟁기를 만들었고, 정월 보름을 앞두고 농악놀이에 쓸 짚신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팔았다.

대장간 앞에는 날이 무뎌진 호미와 낫을 벼르려고 노부부가 앉아 있었고, 텃밭에서 뜯어온 채소와 농로에서 잡은 미꾸라지를 가지고 나온 박씨 아짐은 생산자이면서 판매자였다. 또한 장터 끝 골목에는 엄마 따라온 삼식이가 새끼 돼지가 도망갈까 봐 새끼줄을 붙들고 동그마니 앉아 있었고, 털북숭이 복숭아를 머리에 이고 온 순덕이, 소금물에 우린 감을 베어 먹던 주근깨투성이 깨순이도 있었다.

이렇게 장은 자연과 흙과 나무에서 흘러나온 푸르디푸른 이야기가 살아 있어 움직이는 박물관이 됐다. 지금 장은 예전과 많이 다르다. 그러나 땅과 더불어 살아가는 농민들이 지역 농산물로 만들어가는 농민 장터가 살아야 한다. 장은 단순히 뭔가를 사고파는 장소를 뛰어넘어 인간의 삶과 정이 생생히 살아 있는 공간으로 새롭게 해석돼야 한다. 장을 통해 소통하는 백성의 삶은 수천 년 전부터 이어져 왔으나 시대가 변하면서 오일장은 점점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34년째 장터를 돌아다니면서 장터를 장터답게 만들 계기는 무엇일까 숱하게 고민했다. 사진 한 컷 촬영하지 못하고 파장 무렵까지 장꾼들과 장에 나온 농민들과 이야기만 하다 돌아오기도 했다. 장터에서 만난 사람들도 자신이 사는 곳에 어떤 보물이 숨어 있는지 책이나 텔레비전에 소개된 것 말고는 이야기를 들려주지 못했다. (중략)

이 책은 내가 이전 책들에서 다룬 적이 없었던 장터와 지역 문화재를 찾아다니며 작업한 결과물이다. 그러나 여기 소개한 장 말고도 지금 작업 중인 장이 열 곳이 넘는다. 30여년 전 흑백필름으로 작업했던 예전 장터 모습과 요즘 모습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30년 세월이 많은 것을 바꿔놓았으나 장에 오는 사람들이나 장에서 파는 물건들은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 더 크게 말하자면 장에 오는 사람들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불과 55년 전인 1965년에는 버스비가 1원이었고, 쌀 한 말 값이 360원이었다. 우리 사회가 근대화 이후 엄청나게 발전했음을 여기서도 알 수 있다. 나는 지금도 장터에 가면 고향 냄새와 맛, 소리와 감촉을 느끼고 싶어 구경하러 나온 사람처럼 장을 몇 바퀴나 돌며 헤집고 다닌다. 어떤 물건이 새로 나왔는지, 난전에서 무엇을 파는지 알고 싶다. 계절 따라 파는 물건이 다르기에 사계절 모두 장에 가봐야만 그 생리를 알 수 있다.

겨울철 구례 산동장에 가면 산수유 열매로 장 안이 온통 새빨갛다. 이처럼 장터는 그 지역의 삶이 그대로 펼쳐진 한 폭의 풍속도다. 치열한 삶의 현장이면서도 인정 넘치는 백성의 문화 공간이다. 내게 남은 숙제는 지역마다 서로 다른 장의 특색을 잘 살려낼 고유한 문화를 찾아내는 일이다. 우리네 시골장은 선조들의 역사이고 우리의 현재이자 아이들의 미래다. <5~7쪽>

『장에 가자』
정영신 지음│이숲 펴냄│248쪽│18,000원

출처 : 독서신문(http://www.readersnews.com) / 전진호기자 / 2020년 12월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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