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동 쪽방촌의 조두선씨가 돌아가셨습니다.

 

그동안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감사와 이사, 이사장 직무대행 등의 직책을 두루 맡아

동자동 빈민들의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애쓰셨던 조두선 고문께서

지난 8일 향년 60세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월계동 요양병원에서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박소영씨가 뒤늦게 전해주었는데,

어제 장례를 치루어 떠나는 길도 지켜보지 못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사진을 꺼내 보며 지난날을 추억합니다.

부디 저승에서나마 모든 시름 내려놓고 편히 지내시기를 빕니다.

 

쪽방 화재의 37.5%가 전력선 과부하· 전선 노후화

 

절기상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立冬)7,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쪽방촌에서 만난 김모(67) 씨는 추위도 문제지만 불이 날까 봐 더 무섭다고 말했다. 대다수 쪽방촌이 그렇듯 도로 폭이 좁고 주거지가 옹기종기 모여있어 화재가 날 경우 진화가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김씨가 추위보다 화재가 더 무섭다고 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실제로 지난 3일 동자동의 한 쪽방촌에서는 원인 미상의 화재가 발생했다. 경찰은 아직 구체적인 화인을 밝혀내지 못한 상태다.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사안을 조사중이다. 화재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3일 발생한 화재 현장은 아직 복구되지 않고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동자동에서 만난 주민 이모(65) 씨도 추우면서도 견디고 살고 아쉬운 대로 살고는 있지만 엊그저께에도 불이 났었다집들이 붙어 있기에 불이 났다하면 대형 사고다. 무섭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김천기 씨 역시 작년 겨울엔 창문 틈새로 들어오는 냉기를 막으려고 종이를 다섯 겹이나 붙였는데, 날씨가 추워질수록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추위도 문제지만 화재가 늘 걱정이다. 여긴 다리 아프고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많다고 걱정했다.

 

화재가 걱정이라지만 당장 다가올 추위 대비도 소홀할 순 없다. 문제는 방한을 위해 사용되는 대부분의 자재들은 불에 타기 쉬운 소재라는 점이다. 창문 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을 막기 위해 벽에 바르는 비닐이나, 한기를 막으려 설치하는 이불 등 역시 모두 불에 쉽게 타는 재질이다. 한 주민은 주방이 따로 없어 방 안에서 부탄가스를 써서 요리한다. 전기장판도 오래돼서 불이 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덧붙였다.

 

쪽방촌의 구조 역시 화재에 취약하다. 골목길은 좁아 화재 발생 시 소방차가 진입하기 어렵다. 집과 집 사이는 사람 한명 들어가기 어려울만큼 다닥다닥 붙어 지어져 있다. 추위를 막기 위해 사용되는 대부분 용품 소재는 불이 한번 붙으면 쉽게 꺼지지 않는다. 서울 쪽방촌들마다 사정이 조금씩은 차이가 있지만 현황은 대동소이하다. 대규모 피해도 잇따른다.

 

지난해 1월에는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는 5시간만에 진화됐지만 그 사이 주택 60채가 불에 탔다. 주민 500여 명은 대피했다. 그보다 앞선 2018년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서는 한 주민이 가스버너로 라면을 끓이다 불이 나 사망하기도 했다.

 

서울시가 지난 10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쪽방촌에서 발생하는 화재의 37.5%는 전력선 과부하, 전선 노후화 등 전기적 원인으로 발생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쪽방촌 화재 대부분이 방에서 취사 도구를 사용하다 주변 물건에 불이 옮아 붙으며 일어난다” “전기장판 사용도 많은 데 이 역시 화재 원인인 경우도 잦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소방차량이 진입하기 어려운 쪽방촌에 비상소화장비함을 설치해 화재에 대비하고 있다. 문제는 화재 진압에 사용되는 장비들을 제 때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느냐다. 동자동 주민 김모씨(81)는 소화기를 사용해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사용해본 적 없다. 소화기 사용법을 알려주러 누군가가 방문하거나 연습 삼아 소화기 분사를 해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노후화된 전기시설로 화재발생 위험이 높은 쪽방촌의 안전을 위해 ‘24시간 전기이상 감지 시스템을 설치한다고 밝혔다. 우선 12월까지 화재발생 우려가 큰 지역인 돈의동쪽방촌(돈의동 103번지 일대)IoT센서를 시범적으로 설치하고, 향후 화재예방 효과 등 시범사업 운영 결과에 따라 나머지 쪽방촌에도 쪽방촌 스마트 전기화재 예방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경마 때문에 거리에 나 앉게 된 제단사 김계열씨

 

노숙인 복지향상을 주제로 정부가 주최한 소프트웨어 개발 공모전에서

노숙인의 위치 정보와 건강기록 등 개인정보를 손쉽게 공유하는 소프트웨어들이 선정되었는데,

시범이 예정된 이 사업은 심한 인권침해 우려를 낳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주최한 ‘2024 12회 아이시티(ICT)콤플렉스 소프트웨어 개발 공모전

올해 공모전 주제는 노숙인 생활개선 및 복지향상을 위한 솔루션 개발이었다.

수상 작들은 대개 노숙인 지원센터 관리자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들로,

노숙인의 개인정보를 수집·공유를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

방태원씨는 술 때문에 거리에 나온지 5년이 되었다는데, 아직 무탈한지 모르겠다.

 

수상작 중 하나인 알유오케이'는 거리에 머무는 노숙인의 위치와 상담 내용 등을 저장하고 공유하는데,

노숙인의 위치를 편리하게 파악하는 기능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활용하여 노숙인의 심박수, 호흡수 등 바이탈 사인을 측정한 뒤

이를 관리자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건강 돋보기도 선정됐다.

 

특히 시설에 입소한 노숙인의 외출이나 외박, 복약 기록 등을 관리자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위급 상황 때 위치 추적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서울 지역 노숙인 지원센터 3곳에서

시범사업을 위한 활용 교육까지 마쳤다.

시범사업 적용 대상 기관인 노숙인 주거시설 서울시립 24시간 게스트하우스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시설에 입소한 노숙인들의 외출·외박은 현재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으나

노숙인들과 앱을 통해 좀 더 소통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주택 거주자 주거상향 지원이란 현수막을 무색케 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프로그램들이 효율적인 관리에만 무게를 두고 노숙인 인권 문제를 간과한다고 비판한다.

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는 지원이 필요한 노숙인의 개인정보 제공 동의는 강제되는

측면이 있다사회복지라는 이유로 상시감시의 대상이 되고 익명 행동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은

개인정보 권리를 넘어 인격권을 침해한다고 말했다.

손지원 변호사도 복지 사업의 편리성만을 위한 개인정보 축적은 노숙인들을

관리와 통제 대상으로 보고 접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들 정보 노출은 노숙인을 외려 지원 체계에서 멀어지게 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한다.

쪽방에서 쫒겨 난 노숙인 이덕영의 집들이 / 좌로부터 이덕영, 이경환, 정용성, 김동진

 

'홈리스행동'에서도 성명을 내어 홈리스 당사자들은 홈리스 상태에 있다는 본인의 정보가 가족 등

주변에 유출될 수 있다는 막연한 우려만으로도 실명을 공개하거나, 노숙인 지원체계에 등록하거나,

극한의 고통에서도 의료서비스를 거부하곤 한다이런 현실에서 해당 소프트웨어들이 상용화된다면

복지 향상은커녕 상당 규모의 홈리스를 지원체계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역효과만 거둘 것이라고 비판했다.

동자동에서 노숙한 지가 5년이 되었으나, 이젠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어 쪽방에 입주했다.

 

정말 무서운 세상이다. 개인의 사생활 모두가 노출되는 세상에서 기계처럼 살아야한다.

사람이 기계에 통제되며 끌려 다녀야 하니, 사람사는 세상이 아니라 기계 세상이다.

 

사진, / 조문호

 

여름철에는 쪽방 사는 빈민들이 힘들지만 날씨가 추워지면 노숙인이 버텨내기 힘들다.

 

 노숙인종합지원센터보호시설을 비롯하여 서울역 인근에 응급 잠자리 65개를 준비하는 등

서울시의 대처로 예년에 비해 추위에 노출된 노숙인이 많이 줄었다.

그러나 술을 좋아해 시설 입소를 거부하는 노숙인은 어쩔 수 없다.

 

며칠 전에는 눈발이 간간이 날리는 추운 날씨였다.

 

서울역 주변을 돌아보았으나 노숙인이 그리 많지 않았다.

집중적으로 모여 있던 지하도는 단속이 심해 그런지 비둘기 한 마리만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양지바른 다시서기건물 벽에 서너 명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외국인 한 사람이 침낭을 몇 개 가져와 나누어 주었다.

 

다시 동자동으로 건너와 새꿈공원에 갔다.

날씨가 추워 그런지 공원에도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데,

공원입구에 처음 보는 노숙인이 찬 바닥에 웅크려 있었다.

 

좀 있으니, 지나가던 선교사가 이대로 자면 얼어 죽는다며 깨웠다.

춘천에서 왔다는데, 넘어졌는지 얼굴에 피멍이 들어있었고 술도 좀 마신 것 같았다.

덮고 있는 외투를 들치니 내복을 입지 않아 양팔이 그대로 노출된 체, 찬 바닥에 누워있었다.

선교사가 가까운 여인숙에 방 하나 얻어 주겠다며 끌었지만 한사코 사양했다.

 

먹을 수도 마실 수도 없는 방에 왜 갇히고 싶겠는가?

눈치 챘는지 나중에 다시 오겠다며 선교사는 가버렸다.

알콜 중독자의 구걸 속성을 아는 사람은 도와주지 않지만, 잘 모르는 사람은 가끔 베푸는 경우가 있다.

주면 안 된다지만, 당장 돈이 절실한데 어쩌겠는가?

그렇다고 지나가는 사람 붙들고 구걸할 수 없으니 그 짓을 하는 것이다.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 이리 죽으나 저리 죽으나 피차 마음 편한 것이 나을 것 같았다.

몇 푼 되지 않지만, 꼬깃 꼬깃 접어 손에 끼어주니 움켜잡았다.

부디 부디 찬 바닥에서 일으나 무탈하길 바란다.

 

사진, / 조문호

 

 

지난 9일은 용산보건소에서 동자동에 밀집한 쪽방 건물 64개동을 대상으로 빈대방역을 실시했다.

 

내가 사는 4층은 빈대가 발견되지 않아 3층까지만 했는데

스팀 소독기로 방구석 구석을 비롯하여 옷가지와 침구까지 뿌려 바퀴벌레까지 씨를 말릴 것 같았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옛 속담이 생각나기도 했다.

그런데, 방역하는 걸 보아서인지 아무렇지도 않던 내 몸까지 가려웠다.

 

사실 빈대가 문제가 아니라 쪽방 빈민들의 피를 빨아먹는 건물주 빈대가 더 문제다.

그토록 사유재산 침해라며 난리를 치더니, 공공주택지구내에 거주하지 않는 쪽방 소유주도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 법안이 마련되니 조용해졌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착공하여 한창 공사 중이어야 하는데 

그들 때문에 첫 단계인 '공공주택지구 지정조차 못하고 있다.

2 7개월이 넘도록 제자리걸음이던 공공개발의 실마리는 푼 셈이다.

 

  쪽방촌 공공주택 사업의 보상 확대 내용을 담은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은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고 이달 중에 열릴 본회의 문턱만 남았다고 한다.

 

  그 개정안은 쪽방 밀집 지역을 포함한 공공주택지구 토지 또는 건축물 소유자에게 

현물보상  '아파트 분양권을받을  있도록 하는 특례 내용이 담겼다는 것이다.

 

  공공주택이 성사되어도 입주하려면 아직 몇 년이 더 걸릴지 몰라

죽기 전에 입주하기는 어렵겠지만 이제 마음편이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하루속히 공공임대주택이 마련되어 다들 다리 뻗고 잘 수 있기를 바란다.

 

사진, / 조문호

 

 

며칠 전 초상사진에 사용할 액자를 구하러 일산 이케아에 갔다.

8X10규격이지만, 매트 여백도 좀 있어야 하고 프레임의 재질이나

색깔이 마음에 들어야 했는데, 액자는 골랐으나 수량이 모자랐다.

재고량을 전부 구입한 후 부족분은 다음에 가져가기로 했다.

 

그런데 액자매장에서 침대매장 쪽으로 들어서니 쪽방에 꼭 맞는 침대가 있었다.

나도 몇 년 전 허리 협착증이 생겨 꼼짝 못 할 때가 있었는데,

그 사연을 알게 된 안애경 작가가 함께 일하던 필란드 목공예가를 데려와

즉석에서 목침대를 만들어주어 잘 사용하고 있다. 지금은 안타깝게도 천국으로 떠났지만...

 

방이 비좁은 쪽방에 무슨 침대를 들이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침대 크기만 줄인다면 비좁은 방일수록 더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침대 밑은 책장이나 설합장으로 활용해 너절한 짐은 그 속에 집어넣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한 침대를 이케아에서 판매하고 있었다.

가격도 145,000원이면 크게 부담되지 않았다.

 침대 필요한 쪽방 주민이 많다면 일괄적으로 주문 제작하면 가격도 더 낮출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사용하는 목침대는 별도의 쿠숀 없이 이불로 쿠숀을 대신하지만, 아주 편하고 좋다.

아무래도 별도의 쿠숀이 있다면 침대 밑 수납 공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단점도 있다.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선반은 물론 작은 수납장도 필요하다.

한 달 전에는 누가 버린 삼단 코너장을 주워 사용하는데, 복잡한 공간이 단출해 졌다.

 

침대는 다른 곳으로 이사해도 사용할 수 있기에 쪽방 사는 노약자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온종일 방에서 지내는 쪽방 주민으로서는 잠자리가 달라지고 환경이 달라짐에 따라 느끼는 행복감은

돈으로 살 수 없다. 특히 허리가 불편한 분들은 필수품에 가깝다.

물론 개인이 그곳에 사러 간다거나 제작한다는 것은 어려운 현실인 만큼,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주민들께 설문을 돌려 일괄 구입하거나 제작하면 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냉온열의자를 동자동 새꿈공원에도 설치해 주었으면 좋겠다.

노약자들이 공원에서 오들오들 떨며 시간을 보내는데,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좋은 장치라고 생각되었다.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서울시청담당자에게 건의해 주길 바란다.

 

사진, / 조문호

 

 

말 뿐인 약자복지, 거짓 정권 물러가라.

매년 1017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빈곤퇴치의 날이다.

빈곤철폐의날 조직위원회에서는 세계빈곤퇴치의 날을 앞둔

지난 14일 오후2시부터 한 시간 가량, 사전집회를 가졌다.

종로 보신각 앞에서 열린 사전집회에는 400여명이 참가했다.

 

이날 집회에는 동자동 쪽방촌 주민을 비롯하여 장애인, 노동자,

종교인 등 시민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단체 회원들이 모여

주거권을 당장 보장하라고 외치며 거리에 나섰다.

 

코로나로 인하여 의료와 간병, 보육 등 사회서비스의 필요성은 확대되었으나,

윤석렬 정권의 사회서비스 확대 정책은 민영화로 기울고 있다.

지금까지 여성에게 전가하여 유지됐던 돌봄, 시장공급에 의존해 온 주거,

의료가 절실한 빈민들의 기본권 박탈 등은 더 이상 두고 볼 일이 아니다.

 

그리고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의 재난은 일상화되었다.

이에 자본주의의 모순은 더욱 극적인 양상으로 드러난다.

지난 해 우리가 경험한 반 지하 수해 참사, 최근 오송 지하차도 침수,

경북 산사태, 등 며칠 간격으로 반복하는 폭염과 폭우의

기후재난 일상화는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심각한 상황이다.

 

올해 빈곤철폐의 날 슬로건은 주거권 지금 당장이다.

빈곤과 불평등은 날로 심각해져, 이주대책 없는 재개발로

철거민은 속수무책 쫓겨나고, 반 지하 거주자는 수해로 목숨을 잃었다.

 

전세사기와 깡통전세는 가난한 사람의 삶을 궁지로 몰아넣는다.

동자동 쪽방촌의 공공개발도 3년째 밀쳐놓고 눈치만 보고 있고.

장애인은 집이 아닌 시설에 감금하여 짐승보다 못한 삶을 살게 한다.

 

윤석렬정권은 약자복지를 정권의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어려운 분들을 돕겠다고 강변하지만, 입에 발린 헛말일 뿐이다.

여태까지 약자복지 운운하며 가난한 이를 들러리 세워,

권리를 요구하는 약자를 탄압해 오지 않았던가?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다.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거짓 정권에 철퇴를 내리고, 우리의 권리를 쟁취하자.

 

이날 거리대행진에 앞서 열린 사전집회는

빈곤사회연대 정성철 사무국장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집회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의 발언을 시작으로

노점상, 전세사기 피해자, 철거민들의 현장 발언으로 이어졌다.

 

박경석 빈곤사회연대 공동대표는 주거권을 쟁취하기 위해 함께 투쟁하자며 독려했다.

이 사회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 게으르네. 너 능력 없네. 너 못 배웠네. 너 여자네. 너 나랑 다르네.’

이게 바로 낙인이자 차별이고 격리이자 감금이라며 가난을 이유로, 못 배움을 이유로,

장애를 이유로 우리를 공격하는 권력자와 자본가들과 함께 싸우자고 촉구했다.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장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국가가 정한 법과 제도

안에서 국가가 공인한 공인중개사를 통해 집을 계약했다. 그런데 전세사기의 책임은 피해자가 다 진다.

국가가 대책이라고 내놓은 건 무이자로 대출해 줄 테니 성실히 갚아라고만 한다며,

국가 제도 안에서 벌어진 일인데, 왜 임대인만 보호 하나?며 울분을 터트렸다.

이게 어떻게 개인의 거래? 윤석열 정부가 책임지고 해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병찬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중랑지역장은 동대문구에서 벌어진 노점 강제철거 폭력을 고발했다.

지난 316일 새벽, 동대문구청에서 노점 리어카를 탈취해 갔다고 했다.

80대 할머니 노점상들이 어렵게 마련한 리어카를 도둑맞았는데.

노점상을 몰아낸 자리에다 화단을 깔아 놨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노점상의 생존권을 탄압하는 이필형 구청장은 각성하라,

끝까지 투쟁하여 노점상 생존권을 쟁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자동 쪽방촌의 정대철씨를 비롯하여 홈리스 주거팀 활동가인

림보, 로즈마리, 요지, 달자씨가 등장하여 단막극을 선보였다.

 

줄거리는 정대철씨가 동자동 쪽방촌에 들어와 겪은 나날을 극화했는데,

동자동공공개발 발표에 따른 희망에서 점점 기대치가 줄어가며, 절망에 빠져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로인해 투쟁의 의지를 다지는 과정을 연출한 극인데, 장애에 의한 정씨의 어눌한 말투가 웃프기도 했으나,

어느 연극이 삶의 현실을 토해 내는, 이보다 더 감동적일 수 있겠는가?

 

그 외에도 기후단체, 공공운수노조의 연대발언과 민중가수의 열창도 있었다.

 

조직위는 투쟁결의문을 통해 더 높아지는 건물이 더 깊어지는 절망만을 의미할 때,

우리는 세상의 규칙을 바꿔야 한다. 노점상이 사라진 도시를 발전한 도시라고 말하지 말자.

휠체어를 외면하는 버스와 장애인을 채용하지 않는 노동을 묵인하지 말자.

가난한 이들을 빗물과 더위, 추위에 죽어가도록 방치하지 말자. 이대로는 살 수 없다.

빈곤 없는 세상을 만들자고 했다.

 

집회가 끝난 후 서울시 종로구 공평동, 안국동, 낙원동, 종로2가를 거치는 2km가량을 거리 행진했다.

캐리어를 끄는 퍼포먼스를 선보인 탈 가정 청소년, 강아지와 함께 행진한 시민,

돼지 분장을 하고 동물권을 외친 활동가 등 다양한 풍경이 펼쳐졌다.

 

빈곤과 불평등을 없애기 위한 우리의 요구

기만적인 약자복지 반대한다. 차별과 동정 말고 가난 이들에게 권리를!

기후위기 시대 주거는 기본권이다. 주거권 보장 지금 당장!

우리에게 더 많은 평등한 땅을, 공동 토지 민간매각 금지, 공공임대주택 확대!

 

사진, / 조문호

 

지난 12일은 이른 아침부터 아산에서 김선우가 올라왔다.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선우가 강제로 병원에 데리고 가기 위해

병원 두 곳에다 예약까지 해 두고, 나를 꼼짝 못하게 만든 것이다.

얼마 전에는 강제로 한의원에 데리고 가, 복에 없는 한약을 먹게 하는 등

선우의 극성은 정동지도 못 말릴 정도로 지극정성이다.

 

  그날은 '경노의 달'을 맞아 용산구에서 마련한 찾아가는 어르신 문화행사'가

열리는 '갈월종합사회복지관'에 가기로 되어있어 입장이 난처했다.

 

  문화행사 취재보다 병원부터 갈 수 밖에 없었는데, 신사동 이비인후과부터 데려갔다.

한 쪽 귀는 완전히 들리지 않고, 한 쪽마저 청력이 가물가물한 심각한 상태다.

상대방의 입을 보고 말을 알아들을 정도의 귀머거리 행세를 한지가 꽤 오래되었는데,

귀에 문제가 있으면 어지럼증을 동반한다는 말에 보청기라도 구할 작정이었다.

 

 의사 앞에  죄인처럼 불려 앉았는데, 왼 쪽 귀는 귀지 덩어리가 막고 있어 귀지 빼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귀지를 녹여 간신히 빼 냈는데, 그 크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들리는 데는 전혀 도움 되지 않아 청력검사를 했더니, 예상대로였다.

 

  그러나 5개월 후에 다시 청력검사를 해도 그대로라면

장애진단을 내려 줄 수 있다는 의사 말에 귀가 번쩍 띄었다.

텅 빈 장애인 주차구역을 보고도 차 댈 곳이 없어 헤매는 어려움은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침 겸 점심을 먹은 후 두 번째 예약병원인 '청구성심병원' 으로 갔다.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는 곳이라 별도의 검진 없이 술과 담배를 끊으라는 유의사항만 들었다.

선우와 정동지는 집으로 가고, 난 행사장으로 내달렸다.

 

  현장에 도착해보니, 100여명의 노인들이 나와 공연을 즐기고 있었는데,

판소리 수궁가가 장내를 뒤덮었으나, 추임새는 커녕 관람석은 조용했.

 

그런데 아무리 살펴보아도 동자동 쪽방촌에서 온 노인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방에 갇혀 있는 것보다 사람들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데다,

선물까지 준다는데 왜 오지 않았을까? 마음의 여유가 없는 듯해 더 짠했다.

 

  노래는 뭐니뭐니해도 신나는 유행가가 최고였다.

두 번째로 등장한 가수의 남행열차노래 가락에 노인들 어깨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예쁜 가수가 객석을 돌아다니며 손까지 잡아주니,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이어 퀴즈 게임이 시작되었는데, “어떤 여자가 서울에서 부산까지 걸어갔는데,

그 여자를 세 글자로 말해보라는 것이었다.

대답하는 분이 없어 웃기려고 미친년이라고 말했더니 맞단다.

그다음에는 부산에서 서울까지 걸어 온 여자를 네 글자로 말하라는 퀴즈가 나왔는데,

별의 별 답이 다 나왔으나 마지막에 손든 분의 아까 그년이 정답이란다.

 

  오후330분부터 시작된 노인잔치는 한 시간 가량 이어졌는데, 덕분에 건강곡물을 퀴즈상품으로 받았다.

겨울용 상의와 먹거리 등 얻어 온 선물도 한 보따리나 되었다.

 

자랑하러 녹번동부터 달려갔는데, 정동지와 선우는 짐 옮기느라 정신없었다.

계절이 바뀌면 발동하는 정동지의 세간살이 옮기는 병이 도진 것 같았다.

비좁은 집에서 옮겨보았자 거기가 거기건만, 그 무거운 책과 장을 이방에서 저 방으로 옮겨 가며

환경에 변화를 주어야 직성이 풀리는 정동지의 취미생활은 못 말린다.

 

  다른 때는 내가 없을 때 혼자 낑낑거리며 하는데, 이번에는 선우 온 틈을 이용하여 일을 벌인 것 같았다.

선우는 늦게까지 붙잡혀 일하다 밤늦게 아산으로 떠나는 모습이 영 안 서러웠다.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지 않는 방법은 건강하게 사는 것뿐인데,

몸이 송장이나 마찬가지니 이를 어쩌겠는가?

 

사진,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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