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의 노래를 누가 불렀는지 모르지만, 여자란 말만 들어도 가슴 설렌다,
그놈의 미투 바람에 요물 같아 거리 둔 지 오래되었지만...
동자동 쪽방촌에는 여자가 별로 많지 않다.
내가 사는 4층에는 유일하게 할멈하고 같이 사는 정선덕씨가 있다.
할멈이 병원에 입원하여 하루도 빠지지 않고 병원을 들락거리더니,
아직 완쾌되지 않았는데도 병원비가 없어 퇴원시켰다고 한다.
늙으면 허리 아픈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4층이라 감옥이 따로 없다.
외출하려면 정씨가 업고 가야 되지만, 퇴원하자 마자 머리 염색부터 해 준다.
쪽방 촌에서는 보기 힘든 정겨운 모습이다.
얼마 전에는 3층에도 아줌마 한 분이 입주했다.
그런데, 쪽방 복도에 물걸레질하는 것을 처음 보았다.
방도 남정네 방 보다 훨씬 정리가 잘 되었더라.
어쩌다 여기까지 흘러 왔는지 모르겠으나, 얼굴에는 그늘이 짙었다.
'새꿈공원'에는 허리가 아파, 지지대를 끌고 다니며 청소하는 할멈도 있다.
황옥선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로, 이분이 청소하는 걸 종종 본다.
그걸 보면서도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는 인간들이 많다.
버리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 있는 것이다.
공원 입구에는 한동안 보이지 않던 경학이가 자리 깔고 앉았다.
오랜 노숙생활에서 졸업하여 쪽방에 들어온 지가 한참 되었다.
고시 합격하기보다 어렵다는 수급자가 된 후로는 영 만나기 힘들었는데,
모처럼 노숙하는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구질구질한 꼴은 보았으나, 면도까지 한 말끔한 모습은 처음 보았다.
“이제 장가가도 되겠네”라고 했더니, 부끄러워 어쩔 줄 모른다.
모기만한 소리로 ‘여자가 있어야지요?’ 하는 걸 보니 싫지는 않은 모양이다.
무슨 놈의 팔자가 그리 기구해 오십이 넘도록 여자 한 번 안아보지 못했을까?
돈은 없어도 되지만 여자는 없으면 안 되는데, 돈이 없으니 여자가 있을 리 없다.
돈과 여자는 가깝고도 먼 당신이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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