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동 사랑방마을 주민협동회의 제13차 정기총회가 지난 318일 오후2시 동자동 성민교회에서 140여명의 회원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되었다. 총회가 끝난 후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촉구하는 결의문이 아래와 같이 채택되었다.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촉구하는 결의문

지난 202125,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용산구는 전국 최대 쪽방 밀집지역인 동자동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주택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공공이 주도하는 사업인 만큼 개발이 되더라도 우리 동자동 주민들은 쫓겨나지 않고 총 1,250호가 지어지는 공공임대주택에 재정착 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하여 우리는 이제 따뜻한 물이 나오고 화장실이 딸린 나만의 보금자리, 집다운 집에서 살 수 있겠구나 기대에 부풀어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을 적극 환영하였다.

 

하지만 공공개발 계획 발표2년을 넘긴 지금의 상황은 어떠한가? 한마디로 아무 것도 달라진 게 없다. 여전히 우리는 사람이 살아간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열악하기 짝이 없는 공간에서 무더위와 추위를 온몸으로 맞으며 살고 있거나, 한 해 30명 이상 죽어나가고 있다. 국토부는 공공개발한다고 했으면 해야지, 언제까지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아무런 결정을 하지않고 갈팡질팡 할 것인가? 주거권은 인권이며, 지연된 인권은 정의가 아니다. 공공주택사업을 반대하고 민간개발을 주장하고 있는 소유주들 눈치 보느라 2년의 세월을 허비하며, 한 없이 무기력하고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국토부를 규탄한다. 국토부는 하루속히 동자동 공공주택사업 지구지정하고, 약속한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민간개발을 주장하는 소유주들은 공공개발 계획 발표 당시부터 보기에도 삭막한 붉은 깃발과 섬뜩한 구호들이 담긴 현수막을 온 동내에 걸어 놓더니, 지난 달 24일 열린 국토부 주민설명회 때는 너무 거세게 저항하고 훼방을 놓아 결국 설명회를 무산시켜 버렸다. 처음으로 열리는 국토부 주최 주명설명회라 우리는 나름 기대를 갖고 어떤 말을 하는지 들어보기 위해 불편한 몸을 이끌고, 그 먼 곳까지 찾아간 것인데, 탐욕 앞에 인간이길 포기한 것 같은 소유주들과, 그 앞에서 준비해 온 말을 한마디도 꺼내지 못하는 국토부의 모습에 억울함과 화가 머리끝까지 치미는 걸 겨우 참으며 헛걸음으로 돌아왔다.

 

민간개발 주장 소유주들은 우리 주민을 비하하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고, 그들이 든 피켓 내용도 무시무시했다. "수급자 차상위 받지 말자, 다 쫓아내자, 나랏돈이나 받아먹고 있지 뭐 하러 나왔냐?, 금싸라기 땅, 서울 한 복판에 임대주택이 웬 말이냐?, 내 시체 위에 공공임대 지어라..." 이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말들이다. 화가 북 받친다. 땅과 건물 가진 자들만 사람인가? 우리도 사람이다. 설명회장에서 우리도 목소리 내고 외칠 수 있었다. 인신공격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사람이기에 화를 참고 억누르며 끝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공공주택사업을 못하게 방해하는 자들이 과연 누구인지, 또 공공주택사업을 빨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자들이 과연 누구인지 생생히 지켜보면서 말이다.

 

우리는 오로지 민간개발만이 진리인 냥 부르짖는 소유주들의 태도에 같은 인간으로서 비애와 분노를 느끼는 한 편, 깊은 우려를 하고 있음도 밝힌다. 우리가 아니면 여기 집들은 비어 있을 것이다. 돈 있는 자들이 여기서 살겠는가? 우리 아니면 어찌 배가 불렀겠나? 주택문제는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모두에게 다 중요하다. 주거를 돈벌이로 생각하고 자기 욕심만 채우려고 공공임대주택을 못 짓게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공공임대주택은 우리에게 꼭 필요하며, 공공주택사업은 반드시 성사되어야 한다.

 

우리는 지난 2년간, 우리의 주거권을 보장받기 위해 엘에이치(LH) 특별본부, 서울시청, 광화문청사, 세종청사, 용산대통령집무실 등에도 갔으며, 서명, 기자회견, 사진전, 언론 인터뷰, 일인시위, 집회 등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다 해왔다. 그렇다고 지금은 멈추고 잠잠할 때가 아니다. 바로 이 곳 이 자리에 지어질 깨끗하고 쾌적한 공공임대주택에 들어 가 어깨춤 출 그날까지 우리는 힘을 더 모우고 목소리를 더 크게 낼 것이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단결하며 결집된 모습으로 굳건히 싸워나갈 것을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하나, 동자동 공공주택사업 발표대로 추진하라!

하나, 사람들이 죽어간다. 사업지구 빨리 지정하라

하나, 사는 사람이 주인이다. 우리도 집다운 집에서 살아보자!

하나, 동자동 주민들이 똘똘 뭉쳐 주거권을 쟁취하자!

(동자동)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제13차 정기총회 참가자 일동

2023318

 

 

동자동 ‘사랑방마을 주민협동회’(이사장: 김정호)의 제13차 정기총회가 지난 3월18일 오후2시 동자동 ‘성민교회’에서 140여명의 회원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되었다.

 

 여태 코로나로 인해 서면 총회로 진행하다 모처럼 갖는 대면 총회라 그런지 평소보다 화기애애한 총회였다.

 

동자동주민들이 힘을 합쳐 공동체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창립된 ‘사랑방마을 주민협동회’가 탄생한지도 어언 13년이 되었는데, 조합원355명에 총자산이 5억이 넘는 등 괄목할만한 성장을 했다.

 

지난 년 말까지의 출자금이 4억6천8백7십만원에다 누적대출은 4732건에 총 11억1천만원을 상회하는 등 출자와 대출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타 협동회보다 모범이 되는 단체로 성장해 주변 단체들의 부러움을 샀다. 

 

최갑일 사업위원이 진행한 1부 기념식에는 유명을 달리한지 3주기를 맞은 유영기 전이사장의 추모영상이 상영되며, 고인을 기리는 묵념의 시간도 가졌다.

 

그리고 ‘돈의동주민협동회’ 홍석준이사장과 ‘한국주민운동교육원’ 한순미 대표, 박재천 초대대표 등 여러 내빈들의 축사에 이어 진행된 김정길 이사에 대한 감사패 수여는 본인 불참으로 정대철씨가 대신 받았다.

 

기념촬영 후 2부로 이어진 정기총회는 의장을 맡게 된 김정호이사장의 진행 아래 선동수간사가 총회 정족수를 채웠다는 성원보고로 시작되었다.

 

이명애감사의 감사보고 승인에 이어, 2022년 사업 결산보고에 따른 잉여금 728,630원은 각종 적립금으로 승인했다.

 

이어 김호태 위원의 진행으로 25년 3월까지 '사랑방마을협동조합'을 이끌어 갈 새 임원 선출이 진행되었다.

 

지난 2월 17일 전체 임원 연수에서 임원 후보를 추천하고, 3월2일 이사회에서 승인된 임원후보 10명은 총회에서 조합원 만장일치로 가결되었다.

 

후보로 추천되어 선임된 분은 고문에 김정길, 이사장에 김정호, 부이사장에 양정애, 이사에 김영자, 윤용주, 정대철, 차재설, 최갑일, 감사에 최순규, 한순미씨다.

 

2023년 사업계획안 27,000,000원에대한 예산안이 최종 승인된 후,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촉구하는 결의문이 채택되기도 했다.

 

총회가 끝난 후 기념품으로 트리오를 참석 조합원 전원에게 증정했다.

 

사진, 글 / 조문호

 

정부에서 마련한 쪽방촌 공공주택지구 제도개선에 대한 주민설명회가 동자동 건물주들의 조직적인 방해로 들어보지도 못한 채 산회되고 말았다.

 

이건 명백한 공무집행방해가 아닌가?

그리고 공공주택을 목이 빠지도록 기다리는 빈민들의 애타는 마음을 짓밟고, 알 권리를 막은 범죄 행위에 다름 아니다.

 

여지 것 민간 개발하여 같이 살자며 알랑방귀 뀌어가며 회유할 때는 언제고, 이젠 개발안 자체를 뒤집으려고 방해하고 나선 것이다.

마치 가난한 사람의 피를 더 빨아먹지 못해 안달하는 흡혈귀 같았다.

 

가난한 자들의 피만 빨아 먹는 게 아니라 마지막 남은 꿈도, 아니 빈민들의 영혼까지 말살하려는 짓거리다.

아무리 돈이 좋다지만, 이럴 수는 없는 것이다.

 

지난 24일 갈월동 주민 센터에서 쪽방촌 공공주택 특별법 제도개선 내용을 설명한다는 벽보가 나붙어, 새꿈공원’으로 갔다.

봄기운이 만연한 공원에는 많은 주민들이 몰려나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김정호이사장은 주민들을 불러 모아 설명회장에 가기 전에 주의사항을 알리고 있었는데,

한 마디로 열 받아 싸우지 말고 차분하게 대응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무슨 사연인지 설명회 장소가 갈월동사무소에서 모르는 곳으로 바뀌어 있었다.

다리가 아파 잘 걷지도 못하는데, 일행 따라 통일로에 있다는 한일빌딩까지 걸어 갈 수밖에 없었다.

 

공공개발을 기어이 관철시키고 말겠다는 주민들의 결연한 의지는 발걸음도 당당했다.

 

함께한 사람은 김정호이사장을 비롯하여 선동수, 박승민, 윤용주, 김호태백광현정대철최갑일조인형김장수정재은, 전도영, 박종근씨 등

30여명은 족히 넘는 것 같았다.

 

목적지인 건물입구에 당도하니, 어떤 남정네가 지켜 선 경찰들에게 괜한 시비를 걸고 있었다,

빈민도 아닌 사람이 쪽방촌 빈민 행세를 해가며 경찰출동을 나무라는 꼬락서니를 보니, 아무래도 그 날 일이 심상찮을 것 같았다.

 

활동가들이 준비해 온 현수막을 확인하는 등의 전열을 정비하여 8층 설명회장소로 올라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지주들이 동원한 것 같은 사람들이 설명회장 대부분의 좌석을 점거하여 공공개발을 철회하라는 구호를 외치는 성토장이 되어 있었다.

 

동자동에 거주하는 땅주인 집주인이 이렇게 많은 지도 몰랐지만, 빨간 조끼를 입은 조직적인 동원이 더 웃겼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듯이, 제발 사람 망신 그만 시키고 본 모습으로 돌아가라.

 

동자동사랑방주민들도 가져 온 현수막을 붙이려 하자 현수막을 못 걸도록 고함지르며 방해했다.

아마 싸워서 난장판을 만들려고 작정한 것 같았다.

 

쪽방촌 빈민들은 다들 뒷자리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피켓을 들고 설명회 시작되기만 기다렸으나, 너무 시끄러워 귀를 막아야 했다.

아무도 대응하는 사람이 없으니, 쪽방 주민 행세를 하며 나타난 한 사나이가 시비를 걸어 회의장을 싸움판으로 몰아갔다.

 

갖가지 못된 짓은 다하는 걸 보니, 아마 전문 몰이꾼을 끌어들인 것 같았다. 

출동한 경찰의 제지마저 소용 없었고, 오후3시부터 시작하려던 설명회는 4시가 되어도 하지 못했다. 

결국 그날의 설명회는 취소되어 다음 기회로 미루어지고 말았다.

 

동자동 쪽방촌 재개발을 위한 주민모임도 세 곳이나 된다.

민간개발을 원하는 지주 모임인 동자동 주민대책위와 공공개발 밖에 방법이 없다는 지주모임 서울역공공주택주민대책위’, 그리고 쪽방 세입자들의 모임인 동자동공공주택사업추진주민모임’으로 나뉘어져 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역공공주택주민대책위의 주장에 따르면 민간개발을 주장해온 동자동주민대책위측에서 2년 동안 정부의 발목만 잡고 주민 간의 갈등만 증폭시키며 지역개발은 하나도 실현한 것이 없다는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동안 두 차례에 걸쳐 민간개발안을 신청했으나 검토과정에서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판정되었다며, 더 이상의 민간개발안은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공공개발을 하되 지주들에게 혜택이 더 많이 돌아가는 방법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자동주민대책위에서는 국토부에서 주관하는 설명회를 막지 못하면 공공개발이 진행될 것이라고 착각하여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나선 것이다. 아무리 보수정권에서 가진 자 편을 들어준다 해도 세상에는 될 일이 있고 안 될 일이 있는 것이다.

 

동자동은 다른 지역과 다른 특수성으로 공공개발 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국토부에서 주관한 관변기관 미팅 역시 공공개발이다. ‘민간개발이다 를 구분 짓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동자동주민대책위로 인해 지연되어 온 정책의 정상적 진행과정일 뿐이라고 했다.

 

이제 더 이상 동자동공공개발을 미루거나 지연시켜서는 안 된다.

국토부는 당장 지구지정을 실시하여 빈민들의 걱정부터 덜게 하라.

 

사진, / 조문호

 

 

동자동 쪽방촌의 한 방문에 붙어 있는 공공주택사업 촉구 포스터.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세상읽기] 조문영 |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정부가 서울역 쪽방촌 일대에 공공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지 어느덧 2년이 지났다. 계획대로라면 2021년 말 지구 지정이 이뤄지고, 2022년 말 국토교통부 장관의 지구계획 승인까지 끝났어야 했다. 하지만 일부 토지·건물 소유주들이 정부 계획에 반발하고 수익성이 더 높은 민간개발 전환을 요구하면서 사업은 표류 중이다. 정부 발표 2년째를 맞아 서로 다른 집회가 펼쳐졌다. 쪽방 주민들과 시민단체는 대통령실 청사 앞에서 신속한 공공주택 지구 지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반면 소유주 단체는 국토부 장관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에서 공공개발을 철회해달라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개발 현장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일견 당연해 보인다. ‘토론 배틀’은 학교나 언론의 단골 소재 아닌가. 실제로 내가 만난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실무자는 이해관계자들의 견해를 듣는 과정이야말로 민주주의고 시민 참여라며 사업 지체에 관한 우려를 반박했다. 그러나 나는 작금의 갈등이 주거권과 재산권을 ‘배틀’ 상황에 놓는 듯해 찜찜하다. 대한민국 헌법(23조)은 모든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면서도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재산권은 신성불가침의 권리가 아니라 “공공필요”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 헌법(35조)은 또한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이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모두가 안전한 집에서 살 권리는 공공의 복리와 필요에 필수적인 것으로, 특정 개인이 재산을 증식할 권리와 맞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쪽방 세입자와 소유주를 대등하게 바라보는 태도는 양자의 분명한 위계를 가린다는 점에서도 문제다. 공공주택 사업 이해관계자들에게 지난 2년은 꽤 다른 시간이었다. 애당초 동자동 바깥에 거주해온 대다수 토지·건물 소유주는 민간개발 계획안을 국토부에 거듭 제출하면서 재산증식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2년 전 “공공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한 정비사업 추진을 대대적으로 선포했던 국토부, 서울시, 용산구, 토지주택공사는 정권이 바뀐 뒤 담당자를 수시로 바꿔가며 침묵, 외면, 발뺌을 일삼고 있다. 아무리 회귀물이 유행하는 세상이라지만 정치인·행정가마저 시대를 거슬러야 하나.

 

정부가 뒷걸음질 치고 건물주가 재개발 운운하며 쪽방에 대한 최소한의 관리마저 포기한 사이, 쪽방 세입자들은 기다림의 무게를 고통스럽게 견뎌야 했다. 집 아닌 집에서 살아오는 동안 이미 몸이 만신창이가 된 사람들은 2평 미만 쪽방에 갇혀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우고, 기후재난에 심각하게 휘둘렸다. 지난 2년 동안 (동자동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집계로만) 쪽방 주민 60명이 세상을 떠났다. 그 와중에 공공개발 취재엔 관심도 없던 기자들이 쪽방 건물의 ‘얼음계단’을 찍겠다고 동자동에 들이닥쳤다. 겨울철에 복지수급자 한두명을 수소문해 생활고를 전하는 쉰내 나는 관행이 되풀이됐다. 기후재난으로 적정 주거가 절실해진 마당에 정부는 에너지바우처라는 땜질 처방만 요란하게 시행하고, 언론은 시야를 잔뜩 좁힌 채 바우처 지원 효과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인다. 국가가 헌법 취지에 맞게 에너지 효율을 높인 공공주택을 지으면 될 일인데.

 

지난 2년의 험로를 돌아볼 때 서울시의 행태가 가장 기이하다. 지난해 12월 ‘쪽방주민 주거권 보장을 위한 동자동 공공주택사업 토론회’가 열렸을 때, 국토부 공공택지조사과장은 “노력하겠다”는 답답한 제스처라도 보였으나 서울시 담당자는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약자와의 동행’을 자체 브랜드로 앞세우고 있다. 공공개발의 조속한 추진을 요구하는 쪽방 주민은 서울시가 원하는 ‘약자’가 아닌 걸까. 그가 서울시가 달아준 에어컨으로 여름철 폭염을 견디고, 서울시가 제공한 긴급복지로 당장의 위기를 면했다면, 그리고 그 정도 지원에 감사할 줄 안다면, 서울시는 그한테 ‘약자’의 지위를 하사할 것이다. 관리 가능한 ‘약자’를 선별하는 작업에 더 적합한 명칭은 ‘약자와의 동행’이라기보다 ‘시민 길들이기’ 아닐까. 하지만 쉬이 길들지 않는 쪽방 주민들은 오늘도 ‘공공주택 환영’ 팻말을 들고 분주히 연대를 호소하고 있다. 바우처라는 연명 치료 대신 집이라는 인권을 당당히 요구하면서 국가의 책임을 묻고 있다.

창문 없는 쪽방은 사람 살 곳이 아니다.

햇볕 구경은커녕, 바퀴벌레나 쥐가 서식하기 좋은 구조라 사람이 살 수 없다. 죄 지은 사람이 갇혀 사는 교도소도 창 없는 감방은 없다.  벼랑에 몰린 빈민들은 창 없는 쪽방이라도 따질 겨를이 없다. 그들은 창이 있느냐 없느냐 보다 방세가 한 푼이라도 싸냐 비싸냐 부터 따지니, 이 얼마나 슬픈 현실인가?

 

창문이 있고 없음에 따라 방세가 달라지기도 하지만, 삶의 격이 달라진다.

중세 유럽에서는 창의 숫자로 세금을 매겼다니, 창이란 오래전부터 부를 가늠하는 기준이며 부의 상징이기도 했다. 동자동 쪽방도 창이 있으면 26만원에서 30만원 이고, 없는 방은 20만원에서 18만원까지 방세가 달라지니 창이 바로 돈인 셈이다. 지하방이나 쪽방마저 창에 따라 삶의 등급이 나뉘는 것이다.

 

창의 종류도 참 다양하다.

열고 닫는 방법에 따라 들창, 여닫이, 미닫이, 벼락닫이, 붙박이로 구분되고, 막아버리는 봉창까지 합하면 그 종류가 많기도 하다. 내가 사는 쪽방 창문은 미닫이지만, 창의 기능을 반 밖에 하지 못하는 구조다. 옆 건물의 봉제공방 창과 붙어 있어 서로의 사정을 훤히 드려다 보고 살지만, 햇볕 구경을 할 수 없다. 그러나 공기는 통해 담배연기 빠져나가는 대는 아무 지장이 없다. 한 달 방세는 23만원인, 입주한지 칠년이 가깝도록 한 번도 방세는 올리지 않았다. 4층까지 오르내리기가 불편해 찾는 사람이 없는지, 관리인이 봐주는 건지 모르겠다.

 

가난한 빈민들은 창문 없는 창고 같은 골방도 감지덕지하며 살지만,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주거공간을 제공하여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 아니던가? 2년 전에 발표한 동자동 공공개발을 더 이상 깔아뭉개지 말고 지구지정부터 실시하라. 튀르키에 난민구제에 팔을 걷어 부치듯, 짐승처럼 살아가는 국민들의 삶도  살펴다오. 다시 한 번 조속한 동자동 공공개발을 부탁드린다.

 

"히말라야 산골 사람들은 창을 무척이나 사랑한다. 하얀 설산이 내다보이는 창 하나 새로 내달고는 온 동네 사람들을 불러 모아 하루 종일 잔치를 벌인다 / 창은 신성하다. 창은 햇빛과 바람이 들어오고, 달빛과 별빛이 스며들고, 새소리 빗소리가 넘어오는 곳이다

[김홍성시인의 ‘나팔꽃 피는 창가에서’ 부분 ]

 

사진, / 조문호

 

 

난방비 지원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라

한파에 모든 것이 얼어붙은 쪽방촌 빈민들의 삶은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한다.

2년 전 공공개발 발표로 철거될 건물이라 손을 놓은 건물주와,

그들의 눈치만 보는 정부 사이에서 쪽방 빈민만 죽을 지경이다.

 

꽁꽁 얼어붙은 쪽방, 식수마저 얼어...

낡은 건물은 가스가 공급되지 않아 방안에 물이 얼어버리는 열악한 조건에서 전기장판 하나로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틴다. 수도는 얼어 터져 바닥과 계단은 빙판이 되어 버렸고, 벽에는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렸지만, 건물주들은 남의 일처럼 나 몰라라 한다.

 

건물주들은 대부분 다른 곳에 살며 관리인을 통해 방세만 꼬박꼬박 챙겨가는 돈에 환장한 인간들이다.

그런 비인간적인 건물주들의 눈치를 보며, 국토부에서 발표한 공공개발을 2년이 넘도록 깔아뭉개고 있는 정부를 어찌 정부라 할 수 있겠는가?

 

근본적인 대책은 세우지 않고 빈민을 위한 에너지 바우처를 인상한다는 생색을 내지만, 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건물에 무슨 에너지 바우처가 해당되며, 가스가 들어온다 해도 여러 장벽에 걸려 혜택을 보지 못한다. 건물주들이 도시가스 요금과 전기요금을 턱 없이 올린 상황이라 빈민들은 차라리 죽는게 낳겠다고 한다.

 

전기장판으로 버티며 난방비 착취 당하는 빈민들

건물 곳곳에 난방비 부담으로 월세를 인상한다는 안내문이 붙었는데, 월세 인상 폭은 3만 원부터 15만 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얼핏 보면 적게 인상한 것 같아 보이지만, 쪽방 월세가 20~30만 원 선인 걸 감안하면 인상 폭은 적은 액수가 아니다.

 

그리고 월세와 난방비를 현금으로만 내야 하는 대다수 쪽방주민의 입장에서 바우처 카드는 무용지물일 뿐 아니라, 이런 저런 절차에 걸려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쪽방주민들은 난방비 지불 영수증은커녕, 고지서조차 받아 볼 수 없다.

건물주가 내라면 낼 수밖에 없는데다 그것도 현금으로만 내야 하니,

난방비를 지출했다는 걸 증명할 방법이 없다.

 

1인 가구와 무연고자가 많은 쪽방주민은 수급자가 되어도 본인이 장애인이거나 65세 이상의 노인, 또는 임신 중이거나 분만한 여성이 아니면 에너지 바우처 지원 대상에 해당 되지도 않는다.

또한 신청 절차도 매우 까다롭다.

 

한국에너지공단에서는 난방비를 현금이 아니라 바우처 카드로 지급한다.

한국전력, 서울도시가스 등 에너지공급사가 요금이 감면된 고지서를 발급하고 나면 그 고지서 내용에 따라 바우처 카드로 결제 하는 식이다.

 

건물주들은 건물이 얼어붙어도 난방비를 현금으로만 착취하는 돈 벌레들이다.

한 번도 따뜻하게 지내지 못했지만, 난방비 폭탄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이런 구조에서 에너지바우처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난방비 지원으로 쪽방주민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한다는 것은 개가 들어도 웃을 일이다.

 

용산 대통령 청사 앞에서 쪽방 공공개발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열어..

지난 7일 오전 11,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에서 쪽방 공공개발을 촉구하 기자회견이 열렸다.

동자동공공주택사업추진주민모임, 동자동사랑방,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빈곤사회연대. 홈리스주거팀 등 16개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에너지 바우처를 반납하고, 동자동 쪽방 공공주택사업을 신속히 추진하라며 정부의 무능을 성토했다.

 

동자동사랑방’의 김호태씨 사회로 진행된 기자회견은 동자동주민협동회김정호이사장, ‘양동쪽방주민회박종만위원장, ‘동자동공공주택사업추진주민모임백광현 부위원장, ‘민주노총서울본부이현미 수석부본부장, ‘민달팽이유니온지수위원장, ‘기후정의동맹서린 집행위원, 동자동 주민 최갑일씨 등 여러 명이 발언에 나섰다.

 

 ‘동자동주민협동회 김정호이사장은 정부와 서울시가 동자동 쪽방 공공주택사업을 발표한 지 2년이 지났건만, 지금까지 첫 단계인 지구지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난방비 지원보다 공공개발에 의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공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쪽방을 적정 주거로 변화시키는 것만이 난방비 문제를 포함한 쪽방 주민에 대한 대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바우처는 빛 좋은 개살구

동자동에서 11년 거주한 동자동공공주택사업추진주민모임백광현씨는 바우처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고 했다. ”나는 작년까지 64세라 한 번도 못 받았어요. 올해 65세가 돼서 아 나도 이제 받을 수 있겠다싶어 동사무소에 갔더니 영수증 가져와라’, ‘계량기 확인해 와라 이래요. 바우처 이거 믿지 마세요. 주지도 않지만, 힘들게 얻는다고 해도 달라지는 거 없습니다. 끝까지 투쟁해서 공공개발이 이뤄져야 우리 삶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맨 날 뉴스에 우리 사는 거 나오고, 정부는 어려운 사람 도와준다는 헛소리만 하네요, 어렵게 사는 거야 하루 이틀도 아니지만, 윤석열 정부가 도대체 뭘 도와줬습니까? 쪽방주민들 도와주는 방법은 공공개발 뿐입니다

 

지난 1월 말, 여러 언론에서 꽁꽁 얼어붙은 동자동 쪽방촌 사진을 일제히 내보냈다.

일명 얼음 계단으로 쪽방촌 건물이 통째로 얼어 계단과 바닥 전체에 빙판이 깔렸고,

난간 곳곳에 고드름이 매달린 사진들을 게재하며 동자동 빈민들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보도했다.

 

이재임 빈곤사회연대활동가는 요즘 쪽방건물에 매일 기자들이 오는데, 언론은 한파 때만 쪽방의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보도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에 사람이 사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적절한 난방은 생존권이다

기후정의동맹서린씨는 주거권 보장이 곧 기후정의라고 강조했다. “적절한 난방은 생존권이다. 적정한 가격에 난방을 땔 수 있어야 사람이 살 수 있다. 이제 에너지는 기본권이자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하는 공공재다. 난방비 지원으로는 결코 에너지빈곤을 해결할 수 없다. 적정한 주거공간을 제공해야만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수 있다, 쪽방촌 에너지 문제의 근본 방안은 에너지 효율이 높은 공공주택을 쪽방주민에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금만 난방을 때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좋은 품질의 주거공간 마련을 위해 공공개발 지구지정을 지금 당장 추진해야 한다. 쪽방주민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기후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동자동 쪽방 공공주택사업 계획 발표 2년, 신속한 사업 추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문도 낭독되었다.

적정 주거가 답이다! 난방비 말고 내놔라 공공임대!’ 라는 제목으로 시작된 기자회견문은 지금까지 민간주도로 이뤄진 쪽방 개발은 쪽방주민 축출의 역사였다. 동자동 쪽방 공공주택사업은 이와 같은 폭력과의 단절이자 정책적 속죄라는 가치가 있다. 또 다시 제어되지 않는 소유주들의 불로소득의 탐욕에 쪽방 주민들의 주거권이 소멸하는 비극은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국토교통부가, 정부가, 정치가 존재하는 이유임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마무리했다.

 

그리고 백광현씨를 비롯한 주민 네 명이 나와 에너지 바우처 난방비를 반납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동자동 주민으로는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김정호이사장을 비롯하여 김호태, 선동수, 백광현, 정대철, 최갑일, 조인형, 김장수, 박종근씨 등 20여명이 참여했다.

 

기자회견장 앞에는 '재난의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라는 ‘동자동 쪽방 사진전’도 열렸다. 

주민들이 찍은 사진에는 낡은 건물구조와 한파로 피해를 겪은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사진,  / 조문호


동자동 공공주택 지구지정, 지금 당장 추진하라!

난방비 말고 주거권 보장, 공공주택사업 시행하라!

 

서울특별시에서 작년 8월부터 쪽방주민들에게 실시한 ‘아름다운 동행’은 그 무엇보다 고마운 일이었다.

 12월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한 사업이었지만, 주민들의 호응으로

올 년 말까지 연장되었는데, 이제 굶어 죽을 사람은 없게 되었다.

 

서울특별시 자료사진

‘아름다운 동행’은 하루 한 끼 팔천 원 상당의 무료식권을 제공하는 복지사업이다.

쪽방살이에서 제일 힘든 것이 주방 없는 비좁은 방에서 밥해 먹는 일이다.

그게 싫어 줄선 노숙인 틈에 끼이거나 무료급식소를 찾아다녀야 했다.

더러는 ‘동자동사랑방’에서 실시하는 ‘식도락’에서 천원의 끼니로 해결하는 분도 많았다.

 

그마저 힘든 노약자들은 밥 굶기를 밥 먹듯 했는데, 이보다 더 고마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하루 한 끼만 제대로 먹어도 목숨 연명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

물론 밥 한 끼 사먹을 여유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초생활수급비 받아 밥 사 먹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방에 들 앉아 꼼짝 하지 않고 먹는 것 마저 소홀 한 것은 스스로 명을 재촉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쪽방 촌에서 언제 죽었는지도 모르는 시신이 발견되는 것도 다 예견된 일이었다.

밥이 보약이라 듯 사람은 먹어야 산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먹는다는 속담처럼, 귀찮아 먹지 않던 힘없는 노약자들이

사라질 식권, 즉 돈이 아까워 식당을 찾는 것이다. 지정된 날짜가 지나면 식권은 무효가 되어버리니까...

그러니 ‘아름다운 동행’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동자동에서 먹을 수 있는 식당은 모두 열 곳이다.

'김밥천국'을 비롯하여, 한식뷔페인 ‘만냥의 행복’, ‘맛고마 대구탕’, ’백암순대국‘, ’송탄부대찌게’,

생선조림전문 ‘완도집’, 백반과 찌게전문 ‘전주식당과 ’우정식당‘, 중화요리로는 ’만리장성‘과 ’태향‘이 있다.

작년에는 ‘대우정’도 있었으나, 건물 벽에 민간개발을 원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던 건물주가

운영하는 업소라 그런지, 주민들의 이용률이 낮아 올해부터 다른 업소로 바뀌었다.

 

그리고 팔천 원을 초과하는 음식은 차액만 내면 되니,

하루 한 끼는 입맛에 맞는 음식을 골라 먹을 수 있지만, 대개 단골 식당을 이용한다.

특히 직장인들이 많이 출입하는 식당은 초라한 빈민들의 출입을 꺼리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설거지도 줄일 수 있는 음식포장을 더 반긴다. 자재비 낭비보다 엄청난 쓰레기를 양산한다.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나누어 주는 식권 총액이 한 달에 일억육천팔백만원이나 되니,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그 금액을 지정된 열 곳 업소로 나누면,

한 달에 천 육백만원의 매상을 올릴 수 있으나, 돈은 탐나지만 사람은 싫은 것이다.

 

나 역시 직장인들이 찾는 업소는 가급적 들리지 않고, 가까운 ‘우정식당’을 이용한다.

그곳은 두 모녀가 19년 동안 운영해온 식당이라 애착은 가지만, 일하는 것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주인인 박정화(67세)씨는 주방을 맡고, 친정어머니인 심문숙(91세)가 서빙을 하는데,

늙은 노모의 느릿느릿한 서빙은 어쩔 수 없지만, 음식이 정갈하지 않아 식당을 옮기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사정이 그러니 직장인은 없고 주민들 뿐인데, 그러다 있는 손님마저 다 뺏긴다.

인정에 의한 동정심은 영업에 대한 경쟁력이 되지 못한다.

식당의 성패는 결국 음식 맛이 아니겠는가?

주방장 들여 음식 맛에 신경 좀 쓰고, 박씨가 손님 서빙을 맡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또 한 가지 반가운 일이 생겼다.

식권이나 물품을 나누어 줄 때마다 줄을 세워 공개적으로 시정을 요구해 왔는데,

2월분 식권을 나누어 준 지난 1월26일의 나눔에는 긴 줄이 없었다.

 

지정한 시간까지 기다리지 않고, 오는 즉시 나누어 주니 주민들이 줄 설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간단한 일을 왜 번번이 줄 세워 추위에 떨게 했는지 모르겠다.

거지 동냥하는 광고하려는 작태가 아니라면 진즉 바뀌어야 할 구태였다.

 

아무튼, 주민들의 입장을 헤아려 줘 고마울 뿐이다.

서울특별시의 ‘아름다운 동행’ 식권사업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사진, 글 / 조문호

 

공영개발과 민간개발을 사이에 둔 쪽방 주민과 건물주의 갈등으로

 재개발이 지연되고 있으나 윤석렬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눈치만 보는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쪽방 주민들은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보낸다.

 

문제는 매서운 한파보다 언제 쫓겨날지 몰라 더 불안해 한다.

 

서울지역에 몇 남지 않은 쪽방촌인 동자동은 건물 63채에

한 평 남짓의 쪽방 1170칸이 벌집처럼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거주자 861명 중 기초생활수급자가 절반 이상이고, 장애인 등록자도 10%를 넘는다.

 

주민 대다수가 50대 이상의 남성으로, 65세 이상 독거노인 비율도 35%에 달한다.

 

이곳은 병들고 늙어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이 죽지 못해 사는 곳이다.

 

오래된 건물들은 웃풍이 심해 입을 열 때마다 입김이 나와 안경에 서리가 낀다. 

 

두꺼운 옷을 껴입어도 모자라 이불을 뒤집어 쓰고 전기장판에 의지해 사는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연료비마저 폭등했다.

 

한파가 휩쓸고 간 지난 30일은 기온이 영상으로 올랐으나 쪽방촌의 냉기는 여전했다.

 

다가구 주택을 쪼개기한 방들이 다닥다닥 붙은 쪽방문은 낡은 목재라 불안하기 짝이없다.

 

취사시설이 없는 좁은 방에서 불을 지펴, 항상 화재에 노출되어 있다.

 

좁은 방이라 조그만 여유도 없어 복도에 둔 신발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공용 화장실은 설거지까지 하느라 아침녘이면 줄을 서야한다.

 

대부분 수십 년 된 건물이라 제대로 된 곳은 하나도 없다.

 

방음은 물론 누수로 계단이 얼어붙어 얼음판을 지나 다녀야 하지만,

집주인에게 수리를 요구해도 불편하면 이사 가라는 말만 반복한다.

 

한겨레 / 강창광기자

아무리 돈에 눈이 뒤집혀도 이럴 수는 없는 것이다.

 

조선일보/고은호기자

그럼에도 쪽방촌 주민들의 새해 소망은 소박하다.

 

언제 거리로 내몰릴지 모르지만, "서로 의지하며 살아 온 곳에서

마음 편히 발 뻗고 잘 수 있는 잠자리면 족하다빠른 재개발을 원한다.

 

2020년부터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논의된 동자동 재개발은 올해 본격화할 전망이다.

 

하지만 공공개발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할 재개발은 건물주의 강한 반발에 막혀 있다.

 

 건물주들은 큰 수익을 낼 수 없는 공공개발보다 민간개발을 요구하며,

공공개발은 사유재산 침해라는 주장이다.

 

언제라도 쫓겨날 수 있다는 불안에 떨어야 하는 쪽방촌 주민들은

여기서 쫓겨나면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호소한다.

 

만약 서울시나 정부에서 억지로 철거하고 내쫓는다면

 여섯 명이나 사망한 용산참사 같은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노숙인들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다.

 

그들은 찬 바람이 몰아치는 길바닥에서 위태로운 삶을 산다.

 

사람이 죽어가는 이러한 위중한 현실에 정부는 부자 감세 같은 가진 자들을 위한 정책에 매달리고 있다.

 

더 이상 방치하면 빈민들의 민란이 일어날 수도 있음을 명심하여 조속히 대책을 강구하라.

 

사진,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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