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없는 쪽방은 사람 살 곳이 아니다.
햇볕 구경은커녕, 바퀴벌레나 쥐가 서식하기 좋은 구조라 사람이 살 수 없다. 죄 지은 사람이 갇혀 사는 교도소도 창 없는 감방은 없다. 벼랑에 몰린 빈민들은 창 없는 쪽방이라도 따질 겨를이 없다. 그들은 창이 있느냐 없느냐 보다 방세가 한 푼이라도 싸냐 비싸냐 부터 따지니, 이 얼마나 슬픈 현실인가?
창문이 있고 없음에 따라 방세가 달라지기도 하지만, 삶의 격이 달라진다.
중세 유럽에서는 창의 숫자로 세금을 매겼다니, 창이란 오래전부터 부를 가늠하는 기준이며 부의 상징이기도 했다. 동자동 쪽방도 창이 있으면 26만원에서 30만원 이고, 없는 방은 20만원에서 18만원까지 방세가 달라지니 창이 바로 돈인 셈이다. 지하방이나 쪽방마저 창에 따라 삶의 등급이 나뉘는 것이다.
창의 종류도 참 다양하다.
열고 닫는 방법에 따라 들창, 여닫이, 미닫이, 벼락닫이, 붙박이로 구분되고, 막아버리는 봉창까지 합하면 그 종류가 많기도 하다. 내가 사는 쪽방 창문은 미닫이지만, 창의 기능을 반 밖에 하지 못하는 구조다. 옆 건물의 봉제공방 창과 붙어 있어 서로의 사정을 훤히 드려다 보고 살지만, 햇볕 구경을 할 수 없다. 그러나 공기는 통해 담배연기 빠져나가는 대는 아무 지장이 없다. 한 달 방세는 23만원인데, 입주한지 칠년이 가깝도록 한 번도 방세는 올리지 않았다. 4층까지 오르내리기가 불편해 찾는 사람이 없는지, 관리인이 봐주는 건지 모르겠다.
가난한 빈민들은 창문 없는 창고 같은 골방도 감지덕지하며 살지만,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주거공간을 제공하여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 아니던가? 2년 전에 발표한 동자동 공공개발을 더 이상 깔아뭉개지 말고 지구지정부터 실시하라. 튀르키에 난민구제에 팔을 걷어 부치듯, 짐승처럼 살아가는 국민들의 삶도 좀 살펴다오. 다시 한 번 조속한 동자동 공공개발을 부탁드린다.
"히말라야 산골 사람들은 창을 무척이나 사랑한다. 하얀 설산이 내다보이는 창 하나 새로 내달고는 온 동네 사람들을 불러 모아 하루 종일 잔치를 벌인다 / 창은 신성하다. 창은 햇빛과 바람이 들어오고, 달빛과 별빛이 스며들고, 새소리 빗소리가 넘어오는 곳이다“
[김홍성시인의 ‘나팔꽃 피는 창가에서’ 부분 ]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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