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마련한 쪽방촌 공공주택지구 제도개선에 대한 주민설명회가 동자동 건물주들의 조직적인 방해로 들어보지도 못한 채 산회되고 말았다.
이건 명백한 ‘공무집행방해’가 아닌가?
그리고 공공주택을 목이 빠지도록 기다리는 빈민들의 애타는 마음을 짓밟고, 알 권리를 막은 범죄 행위에 다름 아니다.
여지 것 민간 개발하여 같이 살자며 알랑방귀 뀌어가며 회유할 때는 언제고, 이젠 개발안 자체를 뒤집으려고 방해하고 나선 것이다.
마치 가난한 사람의 피를 더 빨아먹지 못해 안달하는 흡혈귀 같았다.
가난한 자들의 피만 빨아 먹는 게 아니라 마지막 남은 꿈도, 아니 빈민들의 영혼까지 말살하려는 짓거리다.
아무리 돈이 좋다지만, 이럴 수는 없는 것이다.
지난 24일 갈월동 주민 센터에서 쪽방촌 공공주택 특별법 제도개선 내용을 설명한다는 벽보가 나붙어, ‘새꿈공원’으로 갔다.
봄기운이 만연한 공원에는 많은 주민들이 몰려나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김정호이사장은 주민들을 불러 모아 설명회장에 가기 전에 주의사항을 알리고 있었는데,
한 마디로 열 받아 싸우지 말고 차분하게 대응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무슨 사연인지 설명회 장소가 갈월동사무소에서 모르는 곳으로 바뀌어 있었다.
다리가 아파 잘 걷지도 못하는데, 일행 따라 통일로에 있다는 ‘한일빌딩’까지 걸어 갈 수밖에 없었다.
공공개발을 기어이 관철시키고 말겠다는 주민들의 결연한 의지는 발걸음도 당당했다.
함께한 사람은 김정호이사장을 비롯하여 선동수, 박승민, 윤용주, 김호태, 백광현, 정대철, 최갑일, 조인형, 김장수, 정재은, 전도영, 박종근씨 등
30여명은 족히 넘는 것 같았다.
목적지인 건물입구에 당도하니, 어떤 남정네가 지켜 선 경찰들에게 괜한 시비를 걸고 있었다,
빈민도 아닌 사람이 쪽방촌 빈민 행세를 해가며 경찰출동을 나무라는 꼬락서니를 보니, 아무래도 그 날 일이 심상찮을 것 같았다.
활동가들이 준비해 온 현수막을 확인하는 등의 전열을 정비하여 8층 설명회장소로 올라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지주들이 동원한 것 같은 사람들이 설명회장 대부분의 좌석을 점거하여 공공개발을 철회하라는 구호를 외치는 성토장이 되어 있었다.
동자동에 거주하는 땅주인 집주인이 이렇게 많은 지도 몰랐지만, 빨간 조끼를 입은 조직적인 동원이 더 웃겼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듯이, 제발 사람 망신 그만 시키고 본 모습으로 돌아가라.
‘동자동사랑방’ 주민들도 가져 온 현수막을 붙이려 하자 현수막을 못 걸도록 고함지르며 방해했다.
아마 싸워서 난장판을 만들려고 작정한 것 같았다.
쪽방촌 빈민들은 다들 뒷자리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피켓을 들고 설명회 시작되기만 기다렸으나, 너무 시끄러워 귀를 막아야 했다.
아무도 대응하는 사람이 없으니, 쪽방 주민 행세를 하며 나타난 한 사나이가 시비를 걸어 회의장을 싸움판으로 몰아갔다.
갖가지 못된 짓은 다하는 걸 보니, 아마 전문 몰이꾼을 끌어들인 것 같았다.
출동한 경찰의 제지마저 소용 없었고, 오후3시부터 시작하려던 설명회는 4시가 되어도 하지 못했다.
결국 그날의 설명회는 취소되어 다음 기회로 미루어지고 말았다.
동자동 쪽방촌 재개발을 위한 주민모임도 세 곳이나 된다.
민간개발을 원하는 지주 모임인 ‘동자동 주민대책위’와 공공개발 밖에 방법이 없다는 지주모임 ‘서울역공공주택주민대책위’, 그리고 쪽방 세입자들의 모임인 ‘동자동공공주택사업추진주민모임’으로 나뉘어져 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역공공주택주민대책위’의 주장에 따르면 민간개발을 주장해온 ‘동자동주민대책위’ 측에서 2년 동안 정부의 발목만 잡고 주민 간의 갈등만 증폭시키며 지역개발은 하나도 실현한 것이 없다는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동안 두 차례에 걸쳐 민간개발안을 신청했으나 검토과정에서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판정되었다며, 더 이상의 민간개발안은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공공개발을 하되 지주들에게 혜택이 더 많이 돌아가는 방법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자동주민대책위‘에서는 국토부에서 주관하는 설명회를 막지 못하면 공공개발이 진행될 것이라고 착각하여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나선 것이다. 아무리 보수정권에서 가진 자 편을 들어준다 해도 세상에는 될 일이 있고 안 될 일이 있는 것이다.
동자동은 다른 지역과 다른 특수성으로 공공개발 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국토부에서 주관한 관변기관 미팅 역시 ‘공공개발’이다. ‘민간개발’이다 를 구분 짓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동자동주민대책위‘로 인해 지연되어 온 정책의 정상적 진행과정일 뿐이라고 했다.
이제 더 이상 ‘동자동공공개발’을 미루거나 지연시켜서는 안 된다.
국토부는 당장 지구지정을 실시하여 빈민들의 걱정부터 덜게 하라.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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