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에서 작년 8월부터 쪽방주민들에게 실시한 ‘아름다운 동행’은 그 무엇보다 고마운 일이었다.
12월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한 사업이었지만, 주민들의 호응으로
올 년 말까지 연장되었는데, 이제 굶어 죽을 사람은 없게 되었다.
‘아름다운 동행’은 하루 한 끼 팔천 원 상당의 무료식권을 제공하는 복지사업이다.
쪽방살이에서 제일 힘든 것이 주방 없는 비좁은 방에서 밥해 먹는 일이다.
그게 싫어 줄선 노숙인 틈에 끼이거나 무료급식소를 찾아다녀야 했다.
더러는 ‘동자동사랑방’에서 실시하는 ‘식도락’에서 천원의 끼니로 해결하는 분도 많았다.
그마저 힘든 노약자들은 밥 굶기를 밥 먹듯 했는데, 이보다 더 고마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하루 한 끼만 제대로 먹어도 목숨 연명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
물론 밥 한 끼 사먹을 여유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초생활수급비 받아 밥 사 먹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방에 들 앉아 꼼짝 하지 않고 먹는 것 마저 소홀 한 것은 스스로 명을 재촉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쪽방 촌에서 언제 죽었는지도 모르는 시신이 발견되는 것도 다 예견된 일이었다.
밥이 보약이라 듯 사람은 먹어야 산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먹는다는 속담처럼, 귀찮아 먹지 않던 힘없는 노약자들이
사라질 식권, 즉 돈이 아까워 식당을 찾는 것이다. 지정된 날짜가 지나면 식권은 무효가 되어버리니까...
그러니 ‘아름다운 동행’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동자동에서 먹을 수 있는 식당은 모두 열 곳이다.
'김밥천국'을 비롯하여, 한식뷔페인 ‘만냥의 행복’, ‘맛고마 대구탕’, ’백암순대국‘, ’송탄부대찌게’,
생선조림전문 ‘완도집’, 백반과 찌게전문 ‘전주식당과 ’우정식당‘, 중화요리로는 ’만리장성‘과 ’태향‘이 있다.
작년에는 ‘대우정’도 있었으나, 건물 벽에 민간개발을 원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던 건물주가
운영하는 업소라 그런지, 주민들의 이용률이 낮아 올해부터 다른 업소로 바뀌었다.
그리고 팔천 원을 초과하는 음식은 차액만 내면 되니,
하루 한 끼는 입맛에 맞는 음식을 골라 먹을 수 있지만, 대개 단골 식당을 이용한다.
특히 직장인들이 많이 출입하는 식당은 초라한 빈민들의 출입을 꺼리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설거지도 줄일 수 있는 음식포장을 더 반긴다. 자재비 낭비보다 엄청난 쓰레기를 양산한다.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나누어 주는 식권 총액이 한 달에 일억육천팔백만원이나 되니,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그 금액을 지정된 열 곳 업소로 나누면,
한 달에 천 육백만원의 매상을 올릴 수 있으나, 돈은 탐나지만 사람은 싫은 것이다.
나 역시 직장인들이 찾는 업소는 가급적 들리지 않고, 가까운 ‘우정식당’을 이용한다.
그곳은 두 모녀가 19년 동안 운영해온 식당이라 애착은 가지만, 일하는 것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주인인 박정화(67세)씨는 주방을 맡고, 친정어머니인 심문숙(91세)가 서빙을 하는데,
늙은 노모의 느릿느릿한 서빙은 어쩔 수 없지만, 음식이 정갈하지 않아 식당을 옮기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사정이 그러니 직장인은 없고 주민들 뿐인데, 그러다 있는 손님마저 다 뺏긴다.
인정에 의한 동정심은 영업에 대한 경쟁력이 되지 못한다.
식당의 성패는 결국 음식 맛이 아니겠는가?
주방장 들여 음식 맛에 신경 좀 쓰고, 박씨가 손님 서빙을 맡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또 한 가지 반가운 일이 생겼다.
식권이나 물품을 나누어 줄 때마다 줄을 세워 공개적으로 시정을 요구해 왔는데,
2월분 식권을 나누어 준 지난 1월26일의 나눔에는 긴 줄이 없었다.
지정한 시간까지 기다리지 않고, 오는 즉시 나누어 주니 주민들이 줄 설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간단한 일을 왜 번번이 줄 세워 추위에 떨게 했는지 모르겠다.
거지 동냥하는 광고하려는 작태가 아니라면 진즉 바뀌어야 할 구태였다.
아무튼, 주민들의 입장을 헤아려 줘 고마울 뿐이다.
서울특별시의 ‘아름다운 동행’ 식권사업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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