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은 서울 전역에 눈이 내린다는 일기예보에 밤잠을 설쳤다.

 

눈이 오면 지저분한 것들을 모두 덮어버리는 순백의 세계도 장관이지만,

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내는 눈 밟는 소리가 정겨워서다.

 

눈 치울 일이나 길이 미끄러운 불편함이야 따르지만,

 눈이 오면 어린애처럼 마음 들 떠는 것은 늙어도 어쩔 수 없다.

 

어제 밤엔 늦잠이 들어 오전 열시 무렵에야 일어났다.

 

쪽방에 창문은 있지만 옆 건물과 붙어있어 햇볕은커녕 바깥 날씨조차 알 수 없다.

 오로지 담배연기 빠져 나가는 배출구 역할만 톡톡히 해 준다.

 

마음이 바빠 서둘러 나가보니, 솜털 같은 눈발이 휘날렸다.

 

골목엔 간간히 눈 치우는 주민이 보였으나, 공원은 텅 비어 있었다.

 

눈이 내려 나처럼 신이 난 사람도 있었다,

 정재은씨를 골목에서 만났는데, 기념사진 한 장 찍어 달라며 포즈를 취했다.

 

다들 추운 날은 밖으로 나가지 않고,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티브이 삼매경에 빠진다.

 

그러나 티브이는커녕, 길거리에서 떨고 있는 노숙인이 걱정이다.

 

서울역으로 가기 위해 지하도를 내려가니, 계단 구석에 웅크려 울고있는 여인이 있었다.

옆에 파지가 깔린 걸 보니 그 곳에서 밤을 지샌 것 같았다.

 

무슨 사연으로 가출했는지 모르지만, 추위보다 자신의 처지가 더 슬펐던 것 같다.

 

서울역광장에 머무는 노숙인들은 찬바람 피할 곳을 찾아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선교단체에서 여러 동의 천막을 세워, 오가는 행인들을 대상으로 선교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예배를 시작할 때는 몇 명 안 되던 인원이 40여명으로 불어났다.

 

한 아낙은 흡연구역에서 담배 피우는 젊은이들을 향해 목이 터져라 구원을 외쳐댔다.

 

예배를 마친 이들은 추위를 피해 '서울역희망지원센터'로 가거나, 지하 통로로 뿔뿔이 흩어졌다.

 

서울역 지하도에 앉은 노숙인은 “평소에는 저녁 6시가 지나야 내려오는데,

오늘은 너무 추워 어쩔 수 없이 일찍 내려왔다”고 한다.

 

일부는 광장에 설치된 텐트 안에서 추위를 버티기도 했다.

따뜻한 커피와 떡을 나누어 준다니까, 어디서 나왔는지 금방 긴 줄이 형성되었다.

 

잠잠하던 텐트 안에서도 꼼지락거리기 시작했다.

 

텐트 지프를 열려고 손이 슬그머니 나왔는데,

반지를 낀 고운 손을 보니 여성 노숙인 같았다.

 

요즘 들어 여성 노숙인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모든 생활이 남성에 비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여성 노숙인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노숙인의 삶을 개선할 수는 없을까?

별도의 보호시설은 있지만, 그 곳에 가지 않는 이유는 술과 담배를 피울 수 없기 때문이다.

 

추운 고통을 감수해 가며 자유를 원하는 노숙인의 삶은 살얼음판처럼 위태롭다.

 

서울역에서 인사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먼 거리가 아닌데다, 인사동의 눈 내린 풍경을 기록하고 싶어서다.

 

인사동 거리는 눈 치우는 상인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골목에 자리 잡은 술집들은 대부분 문이 잠겼고, 내린 눈은 그대로 쌓여 있었다.

 

더러 한복을 입은 중국관광객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지만, 다들 바쁜 걸음을 재촉했다.

 

남인사마당 입구에는 눈을 뒤집어 쓴 노점상 리어카가 을씨년스러운 풍경을 연출했다.

 

눈 덮인 설경을 찾아 가까운 탑골공원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그곳 또한 서울역광장의 살풍경과 다를 바 없었다.

 

빵과 두유를 얻기 위해 선 줄이 탑골공원에서부터 담장을 끼고 길게 이어졌다.

 

그 곳은 노숙인보다 집에서 눈칫밥 먹는 노인들이 더 많다.

춥고 미끄러운 눈길을 헤쳐 나와 빵조각 하나 얻기 위해

긴 줄을 서야하는 노인들의 속울음이 귓전에 들리는 것 같았다.

 

곳곳에 오갈 곳 없는 가난한 자들의 서러움이 넘쳐 나는데,

아름다운 설경이나 찾아 나선 스스로의 작태가 부끄러웠다.

 

내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인가?

가난한 자의 눈물을 팔아먹는 장사꾼이 아니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문제였다.

 

가난의 서러움을 껴안아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지만, 방법이 없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권력자들은 자신의 이권에 눈이 어두워 아무런 관심도 없다.

사회에서 버림받은 자들을 위한 투사라기보다, 싸우다 죽겠다.

 

새해는 가난한 이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눈이 아니라

내일을 꿈 꿀 수 있는 흰눈이 내렸으면 좋겠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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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동자동서 열린 공공주택사업 토론회
공공개발구역 건물 소유주 대부분이 외지인
“민간개발 추진되면 외지인 투기수단으로 전락”
눈치 보는 국토부‧LH “쪽방주민‧소유주 윈윈해야”
쪽방주민 “우리 목소리에 더 귀 기울여달라”

21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동자동 성민교회에서 빈곤사회연대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꽃 심고 비질하며 마을 지킨 주민을 존중하라’가 상영되고 있다. 사진 복건우
 

“여기(동자동 쪽방촌) 주민은 우리(쪽방주민)예요. 동자동사랑방과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예요. 그런데도 개발 과정에서 주민 목소리는 둘째로 들어가더라고요.”

“여기 쪽방에는 바퀴벌레도 많고 쥐도 있습니다. 공공주택사업 빨리해서 하루라도 뜨뜻하고 깨끗한 방에서 살아보는 게 소원입니다.”   

- 동자동 쪽방촌 다큐멘터리 ‘꽃 심고 비질하며 마을 지킨 주민을 존중하라’ 중에서

 

빈곤사회연대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꽃 심고 비질하며 마을 지킨 주민을 존중하라’를 보면 공공주택사업을 두고 서로 다른 목소리가 드러난다. 쪽방주민은 ‘공공주택사업 환영’이라는 피켓을 들고 공공개발을 일제히 반기지만, 토지·건물 소유주는 공공주택사업 철회를 계속해서 주장한다. 현재 동자동 쪽방촌 일대에는 쪽방주민을 위한 임시 이주단지와 이들이 재정착할 수 있는 영구임대주택이 지어질 예정이다.

 

21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동자동에서 ‘쪽방주민 주거권 보장을 위한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의 필요성’ 토론회가 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아래 추모제기획단) 주최로 열렸다. 이날 발언자로 나선 쪽방주민은 현재 지지부진한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촉구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은 30분가량 토론을 벌인 뒤 주민과 질의응답을 가졌다.

 

- ‘아름다운 민간개발’은 공허한 슬로건일 뿐

 

동자동 쪽방촌은 현재 공공개발을 앞두고 있다. 2020년 국토부는 LH, 지방자치단체, 지방공사와 협력해 쪽방주민을 내쫓지 않는 ‘선(先)이주 선(善)순환’ 공공주택사업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서울시는 2020년 1월 영등포 쪽방촌을 시작으로, 2021년 2월에는 전국 최대 규모의 쪽방 밀집 지역인 동자동에도 해당 계획을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토부와 서울시는 동자동 공공개발을 한없이 미루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12월 공공주택 지구지정을 완료하고, 올해까지 소유주에 대한 보상계획을 수립한 뒤 내년에는 주택 착공에 들어가야 한다. 지난 22개월간 사업은 첫 단계인 지구지정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21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동자동 성민교회에서 ‘쪽방 주민 주거권 보장을 위한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의 필요성’ 관련 토론회가 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 주최로 열렸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마이크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 복건우
 

공공주택사업(공공개발)과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민간개발)의 가장 큰 차이는 ‘기존 쪽방 주민의 재정착’ 여부다.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르면 공공개발의 경우 공공임대 35% 이상, 공공분양 25% 이하를 포함해 전체 주택의 절반 이상을 공공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 동자동 쪽방촌이 공공개발로 진행되면 공공임대 51.9%(1,250호), 공공분양 8.3%(200호) 등으로 원주민 1,000여 명의 임시 이주와 재정착이 가능해진다.

 

한편 동자동 쪽방촌이 민간개발로 진행되면 원주민 재정착률은 큰 폭으로 떨어진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에 따르면 민간개발 임대주택 의무 비율은 10~20%로, 서울시는 자체 고시에 따라 그 비율을 15% 선에서 유지하고 있다. 이때 80%가 넘는 원주민은 정착은커녕 삶의 터전을 잃고 내쫓길 위기에 놓이게 된다. 소유주가 주장하는 ‘아름다운 민간개발’이 공허한 슬로건에 그치는 이유다.

 

게다가 민간개발이 예정된 쪽방촌 주민은 제대로 된 이주 대책이나 보상도 없이 집을 비워야 한다. 2008년 동자4구역 재개발 당시 원주민은 이주비 명목의 3~7만 원을 받고 원래 살던 땅에서 쫓겨났다. 고시원 2개를 포함해 100여 개 쪽방이 사라진 자리에는 35층짜리 주상복합단지가 들어섰다. 쪽방 건물주는 지금도 ‘리모델링 공사’, ‘낙후 건물 안전진단’ 등을 이유로 들며 강제 퇴거를 일삼고 있다. 이는 이주비 등 보상 책임을 지지 않고 개발에서 추가 이윤을 챙기기 위한 전형적인 ‘꼼수 조치’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장서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가 동자동 쪽방촌 소유주 등기부등본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복건우
 

이날 발제에는 동자동 쪽방촌 등기부등본을 전수조사한 결과가 발표됐다. 추모제기획단이 공공주택사업 예정지 건물 308채의 소유주 실거주지를 분석한 결과, 199채(64.6%)의 소유주가 동자동 외 다른 지역에서 거주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중 상속‧증여에 따른 소유주는 62건(31%),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사는 소유주는 22건(11%)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장서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동자동에 민간개발이 추진되면 쪽방촌은 외지인의 투기 및 재산 증식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헌법과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라 소유주의 재산권과 쪽방주민의 주거권 간 법익 균형성을 고려했을 때 공공성이 높은 공공주택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공공개발과 민간개발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비교 분석한 결과도 공개됐다. 참여연대 이슈리포트 ‘공공주택사업 및 민간 도심복합개발사업의 개발이익 분석: 동자동 쪽방촌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현행대로 동자동 쪽방촌에 공공개발이 추진될 경우 총 1,250세대의 공공임대주택이 건설될 예정이다. 이때 LH는 분양으로 1,471억 원의 개발이익을 환수할 수 있다. 소유주는 세대당 1억 4,000만 원, 최초 수분양자는 세대당 5,000만 원의 개발이익을 가져간다.

 

참여연대가 10월 발표한 이슈리포트 ‘공공주택사업 및 민간 도심복합개발사업의 개발이익 분석: 동자동 쪽방촌을 중심으로’에 나오는 동자동 쪽방촌 개발이익 분석 조건. 주거용 용적률은 500%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 질의에 대한 국토부 관계자의 답변이다. 참여연대 제공
 

반면 민간개발이 진행될 경우 공공임대주택은 8분의 1 수준인 156세대로 줄어들고, 소유주 개발이익은 10배에 가까운 13억 7,000만 원으로 늘어난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도 소유주는 세대당 10억 5,000만 원, 최초 수분양자는 세대당 5,400만 원의 개발이익을 챙길 수 있다.

 

이에 대해 임재만 세종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민간개발의 경우 소유주와 사업자가 개발이익을 독점하기 위해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더욱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는 당초 발표한 도심복합개발사업을 민간사업으로 유도하는 것을 멈추고, 동자동 쪽방주민을 위한 공공주택사업을 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공공개발 발표해 놓고 소유주 눈치 보는 정부

 

이날 토론회에는 사업 시행 주체인 국토부와 LH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공주택사업의 속도와 방향에 대한 여러 의견이 오갔다. 자리에 함께한 40여 명의 쪽방주민은 동자동의 열악한 주거 환경을 지적하고 정부에 주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경수 LH 도시재생사업처 부장은 공공개발 과정에서 소유주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은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이 민간개발 사업에 비해 쪽방주민의 입장을 더욱 반영하고 있는 만큼, 주민과 소유주 모두 윈윈(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유주 의견을 반영하는 공공개발’은 애초에 답이 될 수 없다. 앞서 설명했듯 소유주는 개발이익을 최대로 거두기 위해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최소화할 것이고, 이는 공공개발의 취지와 상충된다.

 

발언자로 나선 동자동 쪽방주민 윤용주 씨가 동자동의 열악한 주거 환경을 지적하고 국토부와 서울시에 주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복건우
 

동자동 쪽방주민 윤용주 씨는 “지난해 국토부에서 주민의 재정착을 약속한 것이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라며 “매일같이 추위에 떨고, 쥐와 바퀴벌레가 가득한 집이 아니라 제대로 된 화장실과 욕실이 있는 집,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집을 만들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쪽방주민인 김정호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이사장은 공공개발 논의에 주민 당사자의 목소리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왜 국토부와 서울시는 쫓겨나는 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느냐”며 “하루라도 따뜻하게 살 수 있는 집, 화분이라도 하나 놓을 수 있는 집에서 살기 위해서는 정부가 후퇴 없는 공공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주택지구 지정 이후가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백준 제이앤케이(J&K)도시정비 대표는 “동자동이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되더라도 쪽방주민의 의사와 무관하게 해제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며 “동자동 개발사업의 방향은 국토부, 지방자치단체, 쪽방주민의 정치적 역학관계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 내다봤다. 달리 말해 쪽방주민이 공공개발에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동자동에 민간개발이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한동훈 국토부 공공택지조사과장은 “당초 계획보다 사업이 늦어지게 되어 죄송하다”며 “저소득층 주거 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정부와 서울시 관련 부처가 함께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는 데 그쳤다.

 

[비마이너 / 복건우 기자]

마음이 급해 서둘다 방문에 걸어야 할 자물통을 주머니에 넣고 와버렸다.

그 날은 '서울역 쪽방상담소'에서 식권 타는 날로,

 김명성시인이 해 바뀌기 전에 술 한잔 하자는 시간과

한 시간 차이라 마음이 조급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서울시에서 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실시한

아름다운 동행식권 사업이 주민들의 호응으로 내년에도 이어진다는 것이다.

2023년 1월분 식권을 27일 오후 2시부터 준다는 벽보가 나 붙었는데,

세시까지 가려면 늦을 것 같아 30분 일찍 나섰.

 

한 시간이 넘어서야 차례가 돌아왔는데,

지켜 보고 있던 상담소 전실장이 소장이 찾는다며 날더러 가자는 것이다.

식권 받고 가겠다는데도, 일분도 안걸릴 시간을 기다려 주지 않았다.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 소장부터 만났으나,

대개 주민들과의 마찰도 이런 사소한 일에서 비롯된다.

 

상담소 소장이 나를 찾는 이유는 대충 짐작되었다.

블로그에 올린 ‘쪽방상담소는 갑질 그만하고 자세를 낮추라는 글에

상담소 소장이 올린 장문의 해명 댓글을 보았기 때문이다.

 

유소장과는 첫 대면으로, 소장이 바뀐 것도 댓글을 보고서야 알았다.

줄을 세울 수밖에 없는 사정을 구구절절 설명하며, 그 해결 방법을 물어왔다.

다소 불공평한 점은 있으나, 번호순으로 돌아가며 받도록 해야 한다.

소량 물품은 푸드마켓과 연계하여 나누어주는 등 자정의 노력이 요구된다.

 

특정인을 거명하는 것은 자제해 달라는 부탁은 수용했다.

그리고 식권사업은 사용한 식권을 매일 회수하는 일도 힘들지만,

싼 가격으로 뒷거래를 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단다.

 

그 문제는 매달 식권을 나누어 줄 것이 아니라 전 주민을 대상으로 전산화 해야 된다.

지금 쪽방상담소에서 주민등록증에 붙여 확인하는 바코드처럼

주민등록증 한쪽에 별도의 식권 바코드를 붙여 관리하면 될 것 아닌가?

해당 식당에 별도의 단말기를 비치하는 불편이야 따르지만..

 

식권은 모두에게 줄 수 있는 량인데, 왜 시간을 정하냐고 물었더니,

안 그러면 하루 종일 지키고 있어야 한단다.

이 말은 주민들 입장보다 업무의 편의성이 먼저라는 이야기가 아닌가?

동사무소처럼 업무시간에 언제나 받을 수 있도록, 담당자 한 명만 있으면 될것이다.

 

뒤늦게 식권을 받아 나왔으나, 이미 세시가 가까웠다.

 얼마나 다급했으면 문도 잠그지 않고 왔겠나?

주머니에 자물통이 있다는 것을 알아 차렸을 때는 응암역, 내릴 무렵이었다.

요즘들어 잊어버리는 일이 잦기는 하지만, 자물통을 가지고 나온 적은 처음이었다.

 

나이들어 잦아지는 치매증상이야 어쩔 수 없어나, 습관이란 게 무서웠다.

아무것도 가져갈 것 없는 쪽방 문 열어두고 온 것에 왜 그리 신경 쓰였는지 모르겠다.

 

누구처럼 이불 밑에 감추어 둔 돈이 있나, 가져 갈 것이라고는 고물 컴퓨터 뿐인데 말이다.

혹시 배고픈 사람이 책상에 놓인 식권이라도 가져간다면, 그건 적선이 아니겠는가?

여태 신발 도둑 맞았다는 소리는 들어도 방에 도둑들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약속장소인 응암동 '풍천장어'집에 갔더니, 김명성, 조해인시인과 정동지도 왔더라.

과분한 술 상 앞에 모여앉아 한 해 못다한 아쉬움을 달랬다.

꾸물대는 장어처럼 등 달아 꾸물댈까 걱정되었다.

 

그런데, 김명성씨가 귀가 번쩍 뜨이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김신용 시인이 아파트를 샀다는 것이다.

한 달 전만해도 인사동 ‘유목민’에 나와 디카 시를 쓴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 사이 홍제동 셋집에서 충주 아파트로 이사 간 것이다.

 

지난 달 인사동에서 만난 김신용시인

가난한 시인이 집을 샀다는 자체만도 뉴스가 아니겠는가?

시만 쓰는 시인이 아파트를 샀다는 거짓말같은 사실 말이다.

누구처럼 칠억짜리가 아니라, 칠천만원에 불과하지만...

 

내년에는 몸이 아픈 친구들도 찾아보기로 했다.

김명성씨가 며칠 후 이청운화백 문병 가자는 이야기를 꺼냈는데,

 '뮤아트' 김상현씨도 몸쓸 병으로 여러차례 수술받아,

그 통증을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한다.

 

오래 전의 이청운화백, 입원했을 때다

새해에는 이청운화백도 만나고, ‘뮤아트’ 에서 김상현씨의 쉰 듯 절절한 노래도 들어보자.

모두의 건강한 한 해를 위해...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달 아픈 몸을 이끌고 양평 황명걸시인 추모제에 참석한 김상현씨가 아코디온을 연주하고 있다

 

한 해 중 밤이 가장 긴 동짓날이 되면 서울역광장에서 홈리스 추모제가 열린다.

 

오갈곳 없어 죽어 간 그들을 기억하고, 존엄한 삶의 권리를 찾으려는 자리다.

 

'죽음 앞에는 모두 평등하다'는 말도 틀린 말이었다.

연고자가 없어 한 달이나 시체실에 붙잡혔으나, 아무도 슬퍼하는 이가 없다.

 

이 추모제는 동자동사랑방을 비롯한  42개 단체가 모인 '홈리스 추모제 공동기획단'에서 마련했다.

 

지난 12일에는 서울역광장 ‘홈리스 기억의 계단에 무연고사망자의 이름과

장미 432송이가 놓인 레드 카펫이 깔린 가운데, 홈리스 추모기간 선포식이 있었다.

 

올해 442명의 홈리스가 집도 아닌 험한 곳에서 살다 세상을 떠났다.

아파도 병원 한 번 가지 못한채, 차가운 길바닥에서 살다 ‘고독사’란 이름으로 지워졌다.

 

ⓒ 비마이너

그들을 애도하며 기억하려는 추모제도 올해로 22년째다.

‘홈리스추모제기획단’은 지난 12일 서울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홈리스의 인권과 복지를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동자동사랑방' 윤용주씨의 발언 ⓒ 비마이너

'동자동사랑방' 윤용주씨는 공공임대주택을 속히 추진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쪽방 주민들은 지금도 여름이면 화장실 정화조가 역류해 벽에서 똥물이 새어 나오고,

겨울이면 얼어 터진 방 안에서 전기장판 하나에 기대어 산다”고 말했다.

 

‘2022 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은 이날 열린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22일까지 열흘 동안을 추모주간으로 정하고,

추모팀, 주거팀, 인권팀, 여성팀을 꾸려 여러가지 행사를 추진했다.

 

노숙인 진료시설 지정제도의 문제를 알리는 일인시위ⓒ 홈리스행동

14일은 동자동 ‘새꿈공원’에서 쪽방살이를 들려주는 ‘’동자동 보이는 라디오‘가 진행되었고,

15일은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노숙인 진료시설 지정제도 폐지 촉구대회’가 열렸다,

홈리스들은 아프거나 다쳐도 원하는 병원에서 치료도 받을 수 없는 처지다.

 

19일은 아랫마을에서 '여성홈리스증언대회'가 열렸다.

존재가 잘 드러나지 않는 이가 바로 여성 홈리스다.

지난해 복지부가 발표한 ‘노숙인 조사’에 따르면 전체 홈리스 5명 중 1명이 여성홈리스다.

 

아랫마을에서 열린 〈여성 홈리스 증언대회〉 현장 c 일다

20일은 대학로와 아랫마을에서 '창신동쪽방 실태조사 보고'와

'애도할 권리, 애도 받을 권리를 위한 공개좌담회’,

‘홈리스 자리에서 본 빈곤과 차별금지 집담회’가 각각 열렸다.

 

애도할 권리 애도 받을 권리를 위한 공개좌담회 ⓒ 홈리스행동

21일은 쪽방주민 주거권 보장을 위한 동자동 공공주택 사업의 필요성’을

주제로 한 주민 토론회가 동자동 ‘성민교회’에서 열렸다.

 

정부는 국내 최대 쪽방촌인 동자동에 先이주 善순환 방식의 공공주택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지 1년 10개월이 지났지만, 사업의 첫 단계인 ‘지구지정’ 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주민들의 피로감은 높아지고, 삶은 더욱 위태로워졌다.

 

쪽방 주민들은 공공개발이 추진될 날만 기다리며 폭염과 한파를 온몸으로 견디고 있다.

 

토론회는 동자동사랑방, 동자동공공주택사업추진주민모임,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2022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의 공동주최로 마련되었다.

 

 1부에서는 김호태씨를 비롯한 주민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동자동 쪽방주민 주거권 보장을 위한 공공주택 사업의 필요성' 발제자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장서연 변호사와 '세종대 부동산학과 임재만 교수였다.

지정 토론자로는 국토교통부 공공택지조사과, 한국토지주택공사 도시정비사업처 담당자와

J&K 도시정비 백준 대표가 나왔다.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으나,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토론은 아니었다.

보다 못한 참석자가 발언을 신청하여 토론회의 문제점을 제기하기도 했다.

 

노숙 생활을 하다 몇 년전 쪽방에 입주한 박종근씨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평생 처음으로 집 같은 곳에서 사는 꿈에 부풀었으나, 진짜 꿈이될 것 같아 불안해요.

노숙생활에서 간신히 벗어났는데, 창문도 없는 방에 갇혀 바퀴벌레와 살려고 온 건 아니잖아요.

더이상 미루지 말고, 빨리 입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동짓날인 22일은 서울역 광장에는 열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하는 ‘2022 홈리스 추모제’가 열렸다.

 ‘코로나 종식을 넘어 홈리스 차별과 배제가 종식된 세계로!’라는 글이 달렸다. 

 전국 무연고 사망자는 3600여 명으로 3년 전보다 1.4배 증가했고

10년 전인 2012년보다 3.5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한다. 

 

동자동 김정길 씨는  "올해 쪽방촌에서 돌아가신 분만 서른 두 분으로

돌아 가실 때마다 사는게 얼마나 허망한지 모른다"며 먼저 떠난 분을 그리워했다.

특히 친동생처럼 지낸 아우 ‘관석이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관석이를 향한 추도사를 읽으며, 동자동에서 돌아가신 서른두 분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불렀다.

 

동자동 쪽방주민 김정길 씨가 추모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 하민지 출처 : 비마이너

서울역 부근에서 사는 홈리스 박천석 씨는 먼저 간 동료 홈리스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최봉명 돈의동주민협동회 간사는 강신환 씨를 그리며 추모했다

 

'동자동 사랑방' 박승민 활동가는 “무연고자의 죽음과 장례를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공공의 영역에서 다뤄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운영되고 있는 ‘공영장례’를 국가 차원에서의

보편적인 사회보장제도로 제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영하 15도 한파 속에서 진행된 홈리스 추모제는 추모발언에 이어

무용가 서정숙씨의 위령무와 노승혁  활동가의 연대공연으로 이어졌다

지나치는 이들도 발길을 멈추어 함께 추모했다.

 

비명에 숨져 간 442분을 기억하며, 그 분들의 극락왕생을 빕니다. 

 

사진, 글 / 조문호

 

아래 사진은 '쪽방주민 주거권 보장을 위한 동자동 공공주택 사업의 필요성’을 주제로 한 주민 토론회

 

 

살을 도려내는 혹한의 추위가 기승을 부린 날, 김치 얻으러 쪽방상담소를 찾았다. 

200명 선착순으로 김치와 라면을  준다는 벽보에, 이른 시간부터 비좁은 골목은 발 디딜 틈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식료품이 아니라 보약을 준다해도 줄서기는 싫다.

길들이기의 잔재인 쪽방촌 줄 세우기는 얻어먹는 비굴함과 묘멸감을 느끼게 해

나붙은 벽보만 보면 반갑기보다 걱정이 앞선다.

쪽방촌에 들어온 6년동안 주구장창 노래 부른 것이 줄 세우지 말고 시간 날 때 찾아가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 줄 세우기는 외면해야 되지만,

빈민의 삶을 지켜보며 기록하는 본능에 앞서, 당해 봐야 서러움을 뼈 속 깊이 느껴 개선을 요구할 것 아닌가? 

벽보는 대부분 나누어주기 하루나 이틀전에 붙어, 잘 살피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칠 때도 많다.

그러나 벽보를 본 이상은 먼저 가서 기다리거나 뒤늦게 기다리며 걸리는 시간까지 체크해 왔다.

 

본인임을 확인하는 시간은 예전보다 많이 줄어 들었으나,

업무의 편의성보다 주민 입장을 먼저 생각해, 줄 세우는 자체를 없애야한다.

만약 업체에서 보내 온 물품 량이 부족하다면, 전체 주민을 번호순으로 정해 차례대로 지급하라.

순번에서 끊긴 사람이 다음에 첫 번째가 되는 릴레이식으로 말이다.

물론 줄 때마다 내용물이 달라 불공평한 점은 있으나, 어쩔 수 없다.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후원을 상품에서 돈으로 바꾸어야 한다.

 

정동지는 추운 날은 줄서지 말라지만, 추운 날은 밥도 안 먹나?’며 능청을 떨었다.

정해진 오전10시쯤 갔는데, 이미 긴 줄은 골목골목을 돌아 끝이 보이지 않았다.

골목으로 몰아치는 칼바람으로 얼굴을 내밀 수도 없으나, 줄서기를 포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먹고 산다는 게 이렇게 비참한 것이던가?

 

봉사원이 건네주는 차 한 잔에 몸을 데워야 했다.

정확하게 한 시간을 떨고서야 차례가 돌아왔는데, 김치와 라면 세 봉지를 받았다.

고생 끝에 받아 그런지, 서러움이 북받혔다.

 

오후에는 공원에 갔더니, 용산구청에서 떨어 진 낙엽을 청소하느라 분주했다.

한쪽에서는 ‘엘림교회’의 성탄절기념 찬양대회가 열렸다.

 

이 추운 날씨에 주민을 불러 모으려면 미끼가 필요한지,

쌓아둔 선물 꾸러미에 끌려 한 사람 한 사람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청소하는 기계소음 때문에 기도는 물론 찬송도 부를 수 없었다.

 

마침 찬양대회에 온 정재은씨가 고함쳤다.

“씨발넘들아! 예수님 태어나시는데, 좀 조용히 해라”

욕설을 해도 소귀에 경 읽기였다.

 

추워도 청소가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준기씨가 전동휠체어를 타고 나타났다.

여태 의족을 끼고도 표 나지 않게 다녔으나, 나이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자가용 구입 기념사진 찍어달라며, 선그라스까지 쓰고 폼을 잡았다.

 

‘추워 보인다며 옷 좀 두껍게 입고 다니라는 준기씨의 염려가 추위를 녹여준다.

 

사진, 글 / 조문호

 

 

해마다 년 말이 다가오면 연례 행사처럼 지원품이 몰려온다.

 

지난 8일과 9일은 동자동 주민들에게 연이은 식료품 나눔이 있었다.

한국가스공사한국에너지공단에서 보내 온 지원품을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두 차례에 걸쳐 나누어주었는데,

8일은 200, 9일은 500명 선착순이라는 벽보가 나붙었다.

 

200명에게 나누어 주는 8일의 지원품은 두 시간 전부터

쪽방상담소 앞으로 주민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여 세 시간 가까이 추위에 떨어야 했다.

그런데, 식료품을 나누어 주기로 한 두 시가 지나니 번호표를 주기 시작했다.

번호표를 주려면 좀 일찍 나누어 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리고 다음 날 500명에게 나누어준 지원품도 전날과 비슷한 식료품인데,

왜 한꺼번에 나눠주지 않고, 이틀에 걸쳐 줄을 세울까?

발 빠른 주민들은 두 번이나 혜택을 받았지만, 벽보를 보지 못한 주민은 한 번도 타지 못해 불공평했다.

긴 시간을 추위에 떨어야 하는 주민들의 고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다.

 

서울시립 '서울역쪽방상담소'2018년 '온누리복지재단'에서

서울특별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곳이다.

왜 동사무소에서 할 업무를 민간업체에 위탁했을까?

그곳에서 하는 일 중의 하나가 기업체에서 보내는 지원품을 나누어 주는 일이다.

 

 매번 주민들을 줄 세워 굴욕감을 조성해 주민들의 불만을 샀다

서울역쪽방상담소’,직원들의 고압적인 자세는 일을 돕는 봉사원까지 영향을 미친다.

 

매번 줄 세울 때마다 주민들과 부딪히는 문제는 마스크 착용 여부다.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오지만, 간혹 잊어버리고 나올 경우도 있다.

한 참 기다렸는데, 다시 줄을 서라면 기분 좋을 사람이 있겠는가?

 

'서울역쪽방상담소' 사무실에 많고 많은 것이 마스크인데,

잊어버리고 나온 주민에게 한 장 주면 간단하게 해결될 일이 아닌가?

기어이 집으로 돌려보내 주민의 불만을 사는 건 이해할 수 없었다.

이게 권위주의에 사로잡힌 갑질이 아니고 무엇인가?

 

지난 9일은 새꿈공원에서 한국에너지공단에서 보내 온 지원품을 나누어 주었는데,

정해진 시간보다 30분이나 늦게 나갔으나, 기다리는 사람은 좀체 줄지 않았다.

꼬리에 꼬리를 문 긴 줄을 서서 하염없이 기다렸는데, 처음 보는 사람도 많았다.

 

그런데, 지원품을 나누어 주는 혼잡한 공원에서 소란스런 일이 벌어졌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주민 한 분이 서울역쪽방상담소의 제재를 받았는데,

어떤 모욕감을 주었는지 주민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 마스크를 쓰고 와서 다시 싸우는 걸 보니, 당한 분이 풀리지 않은 것 같았다.

고성이 오가는 몸 싸움이 길게 이어졌으나, 아무도 고집을 꺾지 않았다.

 

문제는 주민들이 쪽방상담소 편을 들지 않는 데 있다.

두 사람 모두 큰 소리로 싸우며 밀고 당기는 실랑이를 벌이다 경찰까지 불렀으나,

폭력을 행사하지 않아 경찰이 해결할 사안도 아니었다.

 

나이 많은 주민에게 고개 한 번 숙이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였으나, 상담소 직원 역시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그 많은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치 기 싸움하는 것 같았다.

내가 선 자리에서 150미터쯤 이동하여 지원품을 받을 때까지 싸웠으니, 지루하기 그지없는 몸싸움이었다.

 

 지원품을 찍고 있는 내게도 시비를 걸어왔다.

무슨 이야기를 쓸려고 그걸 찍느냐?”는 것이다.

고마워서 찍는다며 웃었으나, 어이없는 시비였다.

도둑이 제발 저린다듯, 아무래도 자신의 행동이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서울역쪽방상담소'는 주민을 우습게 보는 갑 질은 그만하고 자세를 낮추라.

모든 일을 업무의 편의성이나 효율성보다 주민의 입장에서 살펴라.

그리고 월급 받는 자가 갑이 아니라, 주민이 갑이라는 걸 항상 명심하라.

 

사진, / 조문호

 

 

 

공공주택사업 등 개발이익 분석 결과 발표
참여연대 “윤석열 정부식 민간주도 개발 추진 안 돼”

27일 오전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공공주택사업 및 도심복합개발사업 개발이익 분석 결과 발표 기자회견’. 사진=참여연대

[뉴스클레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을 미간 개발시 토지주 개발 이익은 최대 10배로 확대되는 반면, 공공임대 환수 규모는 8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참여연대는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자동 쪽방촌, 공공·민간 개발방식별 개발이익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동자동 쪽방촌 사업은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공공주택지구 사업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8월 민간 도심복합개발사업 추진을 예고했다.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은 ‘도심 복합개발 지원에 관한 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여기에 정부는 오는 11월까지 도심복합사업 후보지의 토지소유자 동의유을 재조사해 동의율이 30% 미만인 사업장에 대해 후보지에서 철회하겠다는 계획이다.

참여연대는 사실상 공공 주도의 사업을 취소하고 민간 개발사업으로 넘기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박현근 변호사는 “쪽방 주민들과 공공임대주택 수요를 충족하려면 동자동 쪽방촌 개발사업은 전체 공급 주택 수의 50% 이상을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정부가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기한을 넘겨 차일피일 미루는 동안 토지주들이 민간 개발사업으로 변경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 민간 도심복합개발사업으로 전환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자동 쪽방촌 개발이익 분석 조건. 사진=참여연대

동자동 쪽방촌이 민간 주도로 개발될 경우 땅주인이 개발이익을 독식하는 상황이 초래된다는 분석결과도 발표됐다. 참여연대는 기존 계획대로 동자동 쪽방촌을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해 공공이 개발할 경우 전체 2410세대 중 공공시행자가 공공임대주택으로 환수하는 1250세대를 제외한 1160세대에서 총 2273억원의 개발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 중 ▲토지 소유자(200세대)가 284억원(세대당 1억4198만원) ▲최초 수분양자(960세대)가 518억원(1세대당 5397만원) ▲공공사업자는 1250세대의 공공임대주택으로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것 외에 공공분양(960세대) 등을 통해 1471억원의 개발이익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참여연대 측 주장이다.

또 동자동 쪽방촌을 민간주도로 개발할 경우, 공공임대주택 156세대를 제외하면 총 2757억원의 개발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임재만 교수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 경우 토지소유자에게 돌아가는 개발이익이 2112억원으로 줄어들게 된다”며 “이처럼 민간 주도로 개발할 경우 토지등소유자와 건설사가 세대당 최소 11억원에서 최대 14억원에 달하는 개발이익을 독식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강훈 변호사는 윤석열 정부의 민간 도심복합개발사업은 상업지역과 저층 주거지, 공업지역 등에서 투기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윤석열 정부는 이미 도심고공주택 복합사업 지구로 지정됐거나 후보지를 선정된 지역의 사업 추진을 철회, 민간 도심복합개발 사업으로 유도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며 “공공임대, 공공자가, 공공상가 등의 공급을 위해서는 공공주도의 공공주택사업 또는 도심 공공주택사업을 확대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민간 도심복합개발사업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뉴스클레임 / 김성훈 기자 shkim@newsclaim.co.kr

 

 

16일 우리은행 이원덕 은행장(왼쪽)이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유호연 소장에게 쪽방촌 거주민을 위한 방한물품을 전달했다.

우리은행은 주거 취약계층 겨울나기 지원사업으로 서울시 용산구 후암동에 위치한 서울역쪽방상담소에 쪽방촌 거주민을 위한 방한물품을 전달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겨울철 혹한에 대비해 주거 취약계층이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진행됐다. 한파에 취약한 쪽방촌 주민들이 겨울철 체감온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다. 방한물품은 수면 양말과 핫팩 등 실질적인 겨울나기에 도움이 되는 물품들로 구성됐다.

우리은행은 서울역쪽방촌상담소를 통해 본점 인근에 위치한 쪽방촌 900가구에 방한물품을 전달했다. 이원덕 우리은행장은 서울역쪽방상담소 인근 쪽방에 거주하는 노인가구를 방문해 직접 방한물품을 전했다.

이 행장은 "준비한 물품들이 따듯한 겨울을 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란다"며 "우리은행은 앞으로도 사회변화에 따른 맞춤형 사회공헌사업으로 따뜻한 금융을 지속적으로 실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우리금융미래재단은 우리금융그룹의 주요 5개 계열사와 함께 서울시 소재 쪽방촌 2500가구에 방한물품을 전달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우리금융미래재단 손태승 이사장과 임직원 30여명이 연탄 이용 가구가 밀집한 영등포구 소재 쪽방촌을 방문했다. 이들은 약 3000장의 연탄을 가구에 직접 배달하며 주거 취약계층의 겨울준비를 도왔다.


◎공감언론 뉴시스 roma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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