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들의 자존감을 짓밟아 온, 줄 세우기의 오랜 관행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줄 세우지 않고 나누어 주는 동행스토어 ‘온기창고’가 문을 연 것이다.

 

지난 해 12월 중순 무렵, 줄 세우기 폐지를 요구한 대안으로 기존 남영동 ‘푸드마켓' 형식으로

물건을 배분할 것을 쪽방상담소 유호연 소장에게 제안한 적이 있었는데,

유소장은 서울시의 협력을 얻어 그보다 훨씬 유익하고 편리한 동행스토어 ‘온기창고’를 만들었다.

 

온기 창고 개소식이 열린 날에는 이른 시간부터 매장 주변으로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개소식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참석한다는 소문이 돌아, 공공주택사업을 환영하는

쪽방촌 주민들과 민간개발을 주장하는 건물주 측 사람들이 대치하기 시작했다.

 

건물주 측에서는 ‘남의 가게 장사 안 되게 왜 매장을 만드냐?’고 삿대질을 하며,

온기 창고 개장과 상관없는 쪽방 주민에게 시비를 걸어왔다.

 

쪽방 건물주들은 긴 세월 비싼 방세로 폭리를 취해왔다.

현금으로만 선 월세를 받아 탈세까지 했는데, 방세가 한 달만 밀려도 쫓아내는 돈 밖에 모르는 인간들이다.

 

“국세청은 당장 쪽방 건물주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하라”

 

벼룩에 간을 빼 먹는 이런 몰염치한 악덕 건물주들 때문에

열심히 노력하여 돈을 번, 선의의 부자들마저 도매금으로 나쁜 사람 취급 받는다.

 

며칠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24만원인 월세를  30만원으로 계약서를 써 줄테니, 월세는 28만원을 내라고 했다.

기초생활수급비 중 주거비는 월세 계약서 금액 따라 책정되는 것을 악용해 방세 올리려는 속셈이었다.

 

말도 되지 않는 소리라며 거절했으나, 더러는 차액이 탐나 승낙하는 사람이 없다고 어찌 장담하겠는가?

살아 온 7년 동안 한 번도 건물 주인을 본 적이 없고, 관리인을 통해서만 방세를 주었다.

하수인에 불과한 건물 관리인은 쪽방 주민이라 더  이상 거론할 필요가 없었다.

이건 분명한 불법이며, 승낙한 빈민까지 범법자로 만드는 범죄행위다.

 

그 뒤 남영동사무소 주거복지 담당자를 찾아갔다.

두 달 전 주거 조사원에게 월세가 만원 인상되었다고 했더니, 변경된 계약서를 팩스로 보내라고 했다.

계약서를 다시 작성하지 않아 본래의 계약서에 금액만 가필하였기에, 다시 정상적인 계약서로 교체하러 간 것이다.

 

두 달 전에 만원을 올려놓고 또 인상하기 위해 편법을 쓰는 건물주를 고발하며

주거비 책정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했는데, 담당자는 “못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란 말을 했다.

 

불법을 그냥 넘길 수 없는 난처한 일이기도 하지만, 공무원이 법 개정에 나설 입장도 아닐 것이다.

기초생활수급비 중 주거비는 계약서 금액 따라 지급할 것이 아니라, 일률적인 금액으로 통일해야 한다.

 

민영 개발을 강요하는 건물주들의 집단 패악질에 열 받아 촛점이 빗나갔는데,

다시 '온기창고' 개장 소식을 전해야 겠다.

 

‘온기창고’ 입구에는 쪽방상담소 전익형 실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현판식 준비하느라 바빴다.

 

온기창고 매장에 들어가 보니, '세븐일레븐'에서 후원 받은 갖가지 생필품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매장 안쪽에는 개소식 준비로 서울시 관계자를 비롯한 많은 분이 부산하게 움직였다.

 

동행스토어 ‘온기창고’는 창고형 매장으로 쪽방 주민을 위한 수요맞춤형 물품배분 시스템이었다.

 대형 냉장, 냉동고,  전자식 금전등록기 등의 기자재를 준비해두고,

편의점처럼 물품을 편리하게 가져갈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매장에 붙어 있는 이용약관을 살펴보니, 개인이 배정받은 적립 포인트 내에서 물품을 자율적으로 골라가는 방식이었다.

 

이용 대상은 ‘서울역쪽방상담소’ 등록 회원에 한해서다.  

회원에게 적립금 카드를 발부하여,  월 10만점의 적립금만큼 필요한 물품을 가져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지금까지는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 또는 자선단체로부터 후원물품을 전달 받았으나,

대개 물품 수량이 주민 숫자보다 모자라 후원품이 들어올 때마다 줄 세워 선착순으로 배부했다.

 

물품을 배분하는 날은 주민들이 일찍부터 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려야 했는데,

춥고 더운 날씨에 따른 고통은 차지하고라도, 주민들의 자존감에 큰 상처를 입혔다.

 

그리고 이미 있는 물품을 이중으로 받는 경우도 많았지만,

비좁은 쪽방에 필요 없는 물건들이 널려 어지럽기 그지 없었다.

또한 거동이 불편한 환자나 노약자들이 배분 과정에서 항상 불이익을 받아왔다.

 

업체에서 보내주는 후원품 외에도 사업 취지에 공감한 ‘세븐일레븐’에서,

원활한 운영을 위해 향후 3년간 월 천만 원 상당의 물품을 후원하기로 했다.

 

여름철마다 쪽방촌 주민들의 여름 나기 물품을 후원해 온 ‘세븐일레븐’의

정기적인 후원을 약속 받으면서, 안정적인 운영의 기반을 확보한 것이다.

 

'세븐일레븐'은 물품 후원 외에도 주민들을 대상으로 저렴한

테이크 아웃 커피전문점인 '세븐카페' 운영을 지원하기로 했다.

세븐카페 운영 수익금은 온기창고 운영에 재투자할 계획이다.

 

그리고 ‘서울교통공사’에서 20,210,000원의 후원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여태 임의로 지원한 물품들은 수량도 부족했지만, 심지어 유효기간이 임박한 식료품도 많았다.

이젠, 후원물품을 보낼 것이 아니라 가급적 ‘서울교통공사’ 처럼, 현금으로 후원하라.

‘온기창고’에서 주민들이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여 비치할 수 있도록 협조해 주길 바란다.

 

그리고 주민들이 가장 절실한 물품이지만, 여태 한 번도 준 적이 없는 상품도 있다.

예를 들어 일회용 부탄가스나 일회용 믹스 커피, 화장지 등인데,

‘온기창고’ 메니저는 주민들이 무엇이 필요한지도 항상 점검하길 바란다.

 

문을 연 ‘온기창고’는 상시 문 열 것을 목표로 하지만, 당분간 주 3회 이상 운영된다.

전담인력(매니저) 1명과 참여주민 2명(공공일자리)이 함께 꾸려갈 예정이다.

 

지난 20일 개소식을 가진 동행스토어 ‘온기창고’의 본격적인 운영은 8월 1일부터다.

 

이날 개소식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최경호 '세븐일레븐' 대표,

이재훈 '온누리복지재단' 이사장, 강석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장, 유만희 부위원장,

그리고 쪽방 주민과 기자 등 많은 사람이 참석하여 발 디딜 틈도 없었다.

 

개소식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최경호 세븐일레븐 대표이사가 업무협약서에 사인한 뒤,

서울시와 ‘세븐일레븐’이 동행 스토어 ‘온기창고’ 운영을 위한 업무 협약식도 가졌다.

 

오세훈 시장은 인사말에서 “자신 있게 말씀드리지만 동행식당이나 온기창고를 주민분들께서

이렇게 좋아하시는데, 다시 원상 복귀시킬 일은 거의 없습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이런 변화를 원하시는

좋은 아이디어를 전달해주시면 제가 늘 신경 쓰면서 챙기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날 오세훈 서울시장이 동자동의 공공개발을 공개적으로 약속한 것이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가슴이 벅차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고개 숙이는 오세훈 시장의 자세에서 그의 진심이 읽혀졌기 때문이다.

공공개발만 성사된다면, 더 이상 동자동에 머물 필요가 없다.

 

‘버려진 사람들의 초상’ 작업을 끝낸 후, 당사자들에게 사진집을 전해주는 대로

시골 농장에 빌붙어 죽을 자리 마련할 일만 남았다.

 

그 날 '온기창고' 개소식에 참석한 인사들이 기념식수에 소원 카드를 달기도 했다.

 

그리고 서울시는 오는 9월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 ‘온기창고’ 2호점을 개소할 예정이라며,

두 곳을 1년가량 운영해 본 후, 나머지 3개 지역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했다.

 

한편, 오세훈 서울시장은 동행스토어 ‘온기창고’ 개소식을 끝낸 후,

거동이 불편한 주민을 위해 생필품을 대신 구매하여 쪽방을 방문했다.

 

 윤용주씨 방을 찾아 생필품을 전달하며. ‘약자와의 동행’이란 붓글씨를 받기도 했다.

 

서울특별시 오세훈 시장과 '서울역쪽방상담소' 유호연 소장을 비롯한,

‘온기창고’ 마련에 힘쓴 직원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

 


이제 더위에 숨이 턱턱 막히는 쪽방의 주거 문제만 남았다.

서둘러 동자동 공공개발을 착수해 주기 부탁드립니다.

 

사진, 글 / 조문호

 

 

빈민 위에 군림해 쪽방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서울역쪽방상담소가 서서히 변하고 있다.

오래동안 고질적인 줄 세우기 관행과 고압적인 불친절에 빈민들의 원성이 높았다.

그래서 쪽방상담소 업무를 동사무소에 통합하라는 주장을 해 온 것이다.

 

'서울역쪽방상담소'

 서울시립 '서울역쪽방상담소'2018년부터 '온누리 복지재단'에 위탁되어 운영되었다.

쪽방에 거주하는 취약계층의 생활 안정을 돕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많은 일을 해 왔으나,

그곳에서 하는 일의 하나가 기업체나 자선단체에서 보내 온 지원품을 나누어 주는 일이었다.

 

카드 발급 받으러 줄 선 모습, 서류작성에 의해 지체되었으나, 마지막 줄세우기 사진이길 바란다.

문제는 지원품을 나누어 줄 시간을 정하면, 물품을 받기위해 긴 줄을 서야 했다.

여름에는 무더운 땡볕에서 땀을 흘려야 했고, 겨울에는 추위에 오들오들 떨며 기다렸다.

다들 한 두 시간 고생하는 것 보다, 굴욕적인 모욕감을 더 못 견뎌했다.

물건을 사기위해 줄을 서는 것과 물건을 얻기 위해 줄을 서는 차이란 하늘과 땅 사이다.

 

 줄 세우는 관행의 역사는 일제강점기에 국민들을 길들이기 위해 시작된 짓이다.

빈민들에게 선행을 베푸는 자랑질의 오래된 관행이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거나,

정치인들이 생색내는 도구로 활용되어 온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동자동에 입주한 7년 전부터 주구장창 노래를 부른 일이 줄 세우지 말라는 것이었다.

빈민들의 잃어버린 자존감이나, 가난의 자긍심에 치명적인 독이었다.

 

 수시로 만나는 쪽방상담소 직원들과 얼굴 붉혀가며 개선하라는 글을 올렸으나, ‘쇠귀에 경 읽기였다.

지난 해 12월 중순 무렵에는 동자동 새꿈공원에서 물건을 나누어 주는 과정에서

쪽방상담소 직원과 주민사이에 싸움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그 과정을 지켜보다 서울역쪽방상담소는 갑 질 그만하고 자세를 낮추라는 글을

인사동 사람들블로그와 쪽방타운카페에 올린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글을 쪽방상담소 유호연 소장이 읽고 장문의 해명과 원망의 답 글을 올린 것이다.

그 일로 유호연 소장을 만나게 되었는데, 줄 세우지 않고 나누어 줄 수 있는 대안을 물어왔다.

하나하나 설명한 적이 있었는데, 그 안이 현실화된 것이다.

 

 모든 일은 정해진 쉬운 방법보다, 빈민들 입장에서 찾아야 한다.

잘못된 것을 개선할 의지만 있다면 이 세상에 못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 뒤부터 점차 줄 세우는 빈도가 낮아지며, 줄을 세워도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일하는 직원을 늘리거나 간편하게 처리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내어 서서히 바꾸기 시작했다.

지난 6월28일엔 매달 줄 세워 나누어주던 식권을 카드로 바꾸었다.

 

기존에 사용해 온 식권

식권은 줄 세워 나누어주는 일만 아니라, 매일 아침 상담소 직원들이 식당을 돌아다니며,

전 날 사용한 식권을 수거하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바코드를 주민등록증 뒷면에 부착해 사용 여부를 확인하는 기존의 방법처럼,

전산화하라는 요구를 식권 나온 지 일 년 만에 시행한 것이다.

 

새로 바뀐 동행식당카드

 오세훈 서울시장이 작년 여름부터 시작한 아름다운 동행의 식권사업은 빈민 최고의 복지였다.

안정적인 하루 한 끼의 식사 제공이 빈민들 삶의 질을 개선한 것이다.

비좁은 쪽방에서 밥해 먹어야 하는 불편도 덜었지만, 귀찮아 밥 굶던 노인들이 밥을 먹기 위해

하루에 한 번씩은 외출을 한다는 것이다. 이보다 훌륭한 복지사업이 어디 있겠는가?

 

내가 자주 찾는 동행식당 '완도집'

 하루 한 끼는 먹고 싶은 음식을 찾아먹는다면, 방에서 혼자 쓸쓸히 죽거나 굶어 죽을 염려는 없는 것이다.

일 년 간의 시행에 따른 호응도에, 이젠 없어서는 안 될 복지사업이 되어버렸다.

 

'완도집'의 차돌된장찌게

서울시에서 쪽방 빈민들에게 한정할 사업이 아니라,

기초생활수급비를 줄여서라도 전국 독거노인에게 확대해야 할 복지사업으로 부상했다.

빈민의 삶은 물론 요식업이나 농민들 까지 두루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 도랑치고 게 잡는 일이 아니겠는가?

 

 그 뿐 아니라, 줄 세운 가장 큰 이유는 부족한 물량이었다.

전 주민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 량이라면 언제든지 줄 수 있겠으나,

물량이 부족한 것은 선착순으로 줄을 세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대안으로 소량의 물품은 관할 푸드 마켓으로 보내, 필요한 사람이 순차적으로 가져가면 좋겠다고 했는데,

후암로 57길에 동행 스토어’를 차려 그곳에서 생수와 식료품을 가져가도록 만들었다.

여름이 되면 매주 수요일마다 공원에 줄 세워 생수를 나누어 주었는데,

이젠 본인이 필요할 때 일주일에 한 번씩 동행 스토어에 들려 가져갈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동행스토어'에 생수 받으러 온 주민

 잘못된 관행을 이처럼 바꾸어 가려면 관계기관이나 직원들의 협력도 따라야 하지만,

개선하려는 책임자의 의지가 중요한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 의지를 엿볼 수 있었던 것은 지난 7월 6한국가스공사한국에너지공단에서

보내 온 여름나기 물품 나누기에서 재확인한 것이다.

주는 시간을 정해 두었으나, 그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오는 데로 나누어주니 줄 설 필요가 없었다.

그 오랜 줄 세우기 관행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지난7월 6일 나누어 준,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에너지공단'에서 보내 온 여름나기 지원품

 어제는 유호연 소장께 고맙다는 인사하러 서울역쪽방상담소를 찾아갔다.

또 무슨 일을 문제 삼을지 걱정한 직원이 이유부터 꼬치꼬치 캐묻고 만나게 해주었는데,

고마워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서울역쪽방상담소' 유호연소장

 유호연(59)소장은 청소년 쉼터에서 17년 동안 일하다 작년 10월 '서울역쪽방상담소에 부임했다고 한다.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갑 질하지 말라는 내 글을 읽었으니, 얼마나 속이 상했겠는가?

주변에서 도와주거나 여건이 맞아 하나하나 바꿀 수 있었다고 겸손해 하지만,

오래된 관행을 바꾸려는 책임자의 확고한 의지가 없었다면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정수현소장과 김갑록소장을 거치는 동안 아무도 못했던 일이었다.

 

앞으로 소량으로 들어오는 지원품은 동행스토어로 보내어, 정해둔 상당의 금액만큼

필요한 주민들이 한 달에 한 번씩 가져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들려주며,

빈민들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최선을 다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지난 329일 고장 나 중단된 이불빨래 세탁기를 재가동하기 위해

서울시 지원을 다시 요청해 달라는 부탁도 드렸다.

서울시에서 수리할 예산이 없어 여태 방치했다는 것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빈민의 어려운 마음을 헤아려 준 유호연 소장께 다시 한 번 고맙다는 인사를 드린다.

그리고, 서울특별시의 아름다운 동행사업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사진, / 조문호

 

“뒷정리를 부탁합니다”홀로 떠나는 이의 부탁에 울컥

 

“일주일 내로 모든 것을 정리하고 혼자 떠날 것 같습니다. 장례비용과 청소비용은 섭섭지 않게 남기겠습니다. 뒷정리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지난 1월 고독사 청소용역업체 결벽우렁각시 구찬모 대표는 한 50대 남성에게 이러한 연락을 받았다. 당시 구 대표는 한참을 다독이며 설득했다고 한다. 그러나 몇 주 뒤 이 남성이 극단적 선택으로 고독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고독사 현장의 마지막 모습 - 고독사 현장에 남은 사람의 흔적.  고독사 유품 정리업체 결벽우렁각시 제공

오래 방치된 시신 자리엔 체액 스며들고 구더기 기어다녀

경기 용인시 외곽의 16㎡(5평) 남짓한 원룸. 구 대표가 현관문을 열자 시신이 부패하며 나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시신이 누워있던 자리 밑 장판엔 체액이 스며들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그 주변으로 구더기 같은 벌레들이 기어 다녔다고 한다. 눈에 띄도록 탁자 위에 가지런히 놓인 흰 봉투에는 간단한 메모와 함께 장례와 청소비용으로 400만원이 들어있었다.

이 남성은 일용직 노동자의 삶을 전전하던 비(非)수급 빈곤층으로 가족과 연락을 끊고 살았지만 부양의무자(가족)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구 대표는 “현장을 보면서 참혹하다 못해 외로움이 느껴졌다”라며 “유족들이 인수하기를 거부하면서 시신을 알아서 처분해달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길해용 스위퍼스 대표 역시 “이 일을 하면서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고 고독사한 분들을 많이 본다”며 “대부분 반지하 단칸방, 옥탑방 등에서 술에 의존하며 근근이 벌어 사는 분들이었다”고 전했다. 고독사 한 이들 중 상당수는 죽기 직전까지도 가족을 그리워했지만 개인 사정으로 가족 간 불화를 겪으며 외로움 속에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부양의무자에게 부양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생전에 입증했다면 수급 대상이 될 수도있었지만 가족에게 연락조차 하기 어려운 이들에게는 가족을 찾아 ’관계 단절’을 증명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했다.

 

가족과 연락끊겼지만 ‘관계단절’증명못해 기초수급 혜택도 못받아

가족 외면과 상반되게 고독사한 그들이 마지막까지 품고 있던 것 중 상당수는 가족사진이었다. 이들은 30~40년 전 찍은 딸아이 모습부터 아들의 결혼식 장면까지 이미 빛바랜 사진을 마지막까지 소중하게 여겼다고 한다.

지난 2월 충북 청주시 4평 남짓한 원룸에서 고독사한 40대 남성의 시신 주변에도 오랫동안 연락이 끊긴 딸의 사진 수십 장이 흐트러져 있었다. 그 주변으로 술병과 담뱃갑, 약봉지, 각종 고지서가 정리되지 않은 채 널브러져 있었다. 현장을 청소한 업체 대표는“이혼한 뒤 병이 생겼고 오랜 기간 혼자 지내셨던 것으로 안다”며 “어릴 적부터 커 가는 과정이 담긴 딸 사진이 시신 주변에 놓여 있었는데 마지막까지 가족을 그리워했을 모습을떠올리면 마음이 안 좋았다”고 돌아봤다.

 

고독사 현장 - 고독사 현장에 방치된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들. 고독사 유품 정리업체 결벽우렁각시 제공

청소용역업체 관계자들이 본 그들의 마지막은 극심한 빈곤 상태를 그대로 드러냈다고 한다. 단칸방과 반지하 등을 전전하며 산 이들이 많아 살림이 단출하고 음식을 해 먹은 흔적이 없는 게 공통점이다. 일용직 근로자들이 상당수인데 큰 배낭과 현장 장비가 집 곳곳에 놓여 있고, 냉장고에는 김치나 단무지, 생수병만 덩그러니 있다. 외로움을 알코올에 의존하거나 지병이 있어 술병이나 약봉지가 많은 현장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김현섭 에버그린 대표는 “유족들은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은데현장을 가보면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가족사진이 놓여 있다”며“결국 경제적 문제가 가족 갈등 원인인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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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밖은 비가 쏟아지는데, 방 안은 와 이래 덥노?
                                                                                                                      담배 재가 날려 선풍기를 꺼니 찜질방이 따로 없다.
                                                                                                                            귀찮아도 담배는 화장실 가서 피워야겠다.
                                                                                                                      좌판기 두들기며 피우는 담배 맛이 솔솔한데...
                                                                                                               없는 놈은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는 말도 옛날 이야기다.
 
                                                                                                                                                    사진, 글 / 조문호

 

 

‘사랑방마을협동회 김정호(62세)이사장이 지난 6월 10일 새벽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

6월27일 오전10시 30분 ’서울시립승화원‘ 그리다 추모공간‘에서

광진구 김혜연씨 유해와 무연고자 합동장례를 치루었다.

 

백제 서울시립승화원에서 서울성남교회 박종화 목사 집례로 장례예배도 보았다.

 

동자동 사랑방마을에서는 호상 김호태씨를 비롯하여 양정애, 선동수, 오희섭, 전도영, 조인형, 정대철, 김영자, 차재설,

박희봉, 백광헌, 박승민, 김영봉씨 등 이십 여명이 오전8시 무렵, 백제 서울시립승화원으로 출발해 고인을 추모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6월30일 오후 4시무렵 이광수 교주께서 쪽방촌 성지순례 나선다는 연락을 받았다.

하필이면 녹번동 파출부로 나가는 금요일이었다.

 

그날은 월말이라 ‘서울아트가이드’ 얻으러 인사동도 들려야 하고,

맡겨놓은 초상 사진 찾으러 충무로도 가야 해 오후 1시부터 서둘렀다.

안국역에 도착할 무렵 이광수 교수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일이 빨리 끝나, 서울역 11번 출구에 도착했다"는 것이다.

큰일 이었다! 시원한 곳에서 잠시 기다리라 했으나 마음은 바빴다.

 지하철을 탔으면 빨랐을 텐데, 마음이 급해 택시를 잡아탔으나 차가 밀려 더 늦었다.

 

간신히 후암동에 도착해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가 작동되지 않았다.

페이스북아나 내비는 안 되지만 거는 전화는 잘 되는 핸드폰인데,

전화가 걸리지 않아 미치고 팔짝 뛸 일이었다.

어찌할 바를 몰라 선 자리에서 담배를 세 대나 피우며 우왕좌왕하는판에 이교주가 나타났다.

시원한 곳에서 기다리지 않고, 그때까지 지하철 입구에서 기다렸다고 한다.

 

그 날따라 날씨는 얼마나 더운지 얼굴이 빨갛게 익었더라.

미안해 죽을 지경인데, 시원한 커피집에 안 가고 방으로 가잖다.

어두컴컴하고 퀴퀴한 냄새가 풍기는 계단은 마치 저승가는 계단 같다.

많은 사람이 죽어 내린 계단을 4층까지 올라간 것이다.

급히 방문을 열어 선풍기를 돌렸으나, 더운 바람이 감겼다.

 

삼층 사는 박씨 아지매는 계단을 기어 오른다.

수행하는 것 처럼, 덥고 비좁은 방에서 몸으로 느끼며 쪽방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요즘 한 달에 한 번씩 유튜브 강의 촬영하러 상경하는데,

출발하기 전 페북 메시지로 빨리 간다는 연락을 했다지만,

컴퓨터에서만 페이스북을 볼 수 있으니, 알 리가 없었다.

두서없는 쪽방촌 이야기를 했으나, 더워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20분쯤 수행하다 내려왔는데, 시간이 어중간했다.

기어이 맛있는 고기를 사 주겠다며 고깃집을 찾았는데, 대개의 식당이 쉬는 시간이라 문을 닫았다.

돌고 돌아 찾아간 집이 ‘서래갈매기’란 고깃집인데, 처음 가 본 식당이었다.

손님 없는 텅 빈 식당에서 고기를 구워, 지애비도 못 알아본다는 낮술을 마신 것이다.

 

이교주와 여러 차례 술자리를 했지만, 단둘이 앉아 마신 술은 처음이었다.

오래전 최민식 사진상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적도 있다.

다들 눈치만 보고 찍소리 못하는 썩은 사진판에 가슴이 뻥 뚫렸다.

 

시건방진 이야기인지 모르지만 이광수씨나 황정수씨,

그리고 얼마 전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안애경씨 같은 분이,

각 분야 열 명만 리드가 되어도 국민의 삶의 질은 물론 가치가 달라질 것으로 생각해 왔다.

그래서 오래 전 부터 교수가 아니라 교주로 깍듯이 모셨다.

나처럼 한번 물면 안 놓는 성질도 비슷했다.

 

옛날 사진계 이야기가 안주였으나, 다 부질없는 이야기였다.

기록사진을 아카이빙할 민간단체 설립의 절실함도 말했고,

스승 최민식선생에 대한 기록물을 제작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나에 관한 논문이 니체와 닮았다는 이야기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라.

 

딴 약속이 있어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선물로 담배까지 사 주었다.

가게에 담배가 몇 갑 없으면 있는 대로 사지, 기어이 다른 가게를 찾아 한 보루를 샀다.

찾아 준 것만도 황송하지만, 까발겨 두들겨 맞을 논문이 걱정이다.

아무튼, "억수로 고맙습니다.”

 

교주가 떠난 후 발동이 걸려 ‘새꿈공원’으로 담배 자랑하러 가다 이병호씨를 만났다.

그 양반은 담배보다 술이 더 절실하지만, 담배 밖에 줄 수 없었다.

알콜중독자에게 돈을 주는 것은 죽으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준기씨가 날 나무란다.

“형님은 사진값도 안 받으면서, 돈은 왜 쓰냐?”는 것이다.

내 호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길래, 꺼내 보니 만 원짜리 두 장이 있었다.

“문디 코구멍에 마늘을 빼먹지! 니 돈 묵고 내가 편하겠나?”

소주 한병 콜라 한 병 사고 남은 돈을 돌려주니, 씰데 없는 소리란다.

“날 우째 보고 그라요. 내가 준걸 다시 받것소. 사나 가오가 있지”

그래, 요즘 가오 있는 놈이 드물어 보호종으로 정한다는 소문은 들었다

 

" 보호종 개 목걸이 쟁취를 위해 “투쟁!”

 

사진,글 / 조문호

 

 

 

언젠가 한 번은 가야 할 길이지만, 한평생 사람답게 살아보지도 못하고,

혼자 살다 고통스럽게 돌아가셔서 더 가슴 아프다.

 

지난 달에는 동자동 공원 지킴이처럼, 오랜 세월 주변 청소를 하며

사신 황옥선(83세)씨가 세상을 떠나 놀라게 하더니,

며칠 전에는 ‘사랑방마을협동회’ 이사장인 김정호(62세)씨가 황옥선씨 뒤를 이었다.

 

돌아가신 김정호이사장은 빈민의 자립을 위해 싸운 전사였다.

두 분 모두 약방의 감초처럼 동자동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분들인데,

약속이나 한 듯 연이어 세상을 떠나, 삶의 무상함을 실감한다.

 

황옥선씨는 연세라도 많지만, 김정호씨는 앞으로 할 일이 많은 분이라 더 안타깝다.

한 달 전에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을 촉구하는 '주거권 행진’ 기자회견 전에 만나지 않았던가?

주거권 행진 출발에 앞서 편치 않은 몸으로 새꿈공원까지 나와,

기자회견과 거리 행진을 잘하라며 주민들을 격려했다.

 

황옥선씨가 돌아가신 줄은 알았지만, 김정호씨가 돌아가신 줄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지난 13일 우연히 사랑방 앞을 지나치는데, '謹弔'라는 글이 문 앞에 붙어있었다.

사랑방 사무실에 김정호씨 빈소가 마련되어 깜짝 놀란 것이다.

 

빈소에는 호상인 김호태씨와 선동수 간사장, 정대철이사 등 몇몇 분이 지켰는데, 영문도 모른체 문상했다.

지난 6월 10일 새벽 무렵 폐암으로 돌아가셨으나, 아직 연고자를 못 찾아 장례 날도 못 잡고 있었다.

 

대신 황옥선씨 장례는 연고자를 기다리는 시한인 30일이 지나,

6월 14일 오전 10시 무렵, 벽제 ‘서울시립승화원’에서 화장했다.

 

동자동에서 오전 9시 직전에 출발한 승합차에 선동수간사장을 비롯하여

조인형, 정대철, 박희봉, 김영국, 정재은씨 등 아홉 명이 갔다.

 

 

화장에 앞서 백제 서울시립승화원에 마련된

‘그리다’ 추모 공간에 위패와 영정을 모시고 간단한 장례를 치루었다.

 

공영장례장인 ‘그리다’는 연고 없이 돌아가신 무연고 사망자와

장례를 치루지 못하는 빈민들을 위해 박원순 시장 때 마련했던 고마운 자리다.

 

추모 공간에는 황옥선씨와 노병천씨, 두 분의 위패가 안치되었다.

노병천씨는 영정사진도 없는 데다, 실무자 뿐인 것으로 보아 노숙한 분 같았다.

 

동자동 추모객 중 정재은씨의 안타까움과 슬픔이 가장 절절한 것 같았다.

누구보다 황옥선씨와 쌓은 인연이 깊기 때문이다.

 

차례대로 술잔을 올린 후 먼 길 떠나는 고인을 배웅했다.

살아남은 자는 슬프지만, 세상을 떠난 자는 편할 것 같다.

부디 편히 잠드시길....

 

사진, 글 / 조문호

 

동자동 새꿈공원 지킴이, 황옥선(83)씨가 세상을 떠난지 얼마되지 않아

 사랑방마을협동회이사장인 김정호(62)씨도 운명하셨다.

두 분 다 약방의 감초처럼 동자동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분들인데,

약속이나 한 듯 연이어 세상을 떠나 너무 허망하다.

 

황옥선씨는 연세라도 많지만, 김정호씨는 할 일이 많은 분이라 더 답답하다.

고인은 한 달 전 '주거권 행진기자회견 직전에 만나지 않았던가?

주거권 행진 출발에 앞서 편치 않은 몸으로 새꿈공원까지 나와,

기자회견과 거리 행진을 잘하라며 주민들을 격려했다.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이 추진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떠나 더 안타깝다.

 

두 분의 지난 사진을 돌아보며,  고인을 추모하며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사진, 글 / 조문호

 

황옥선씨는 사진찍기를 싫어하시어 사진이 몇 장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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