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렬 정부 취임 1주년을 맞았지만, 동자동 공공개발은 한 치의 진전도 없이 아예 손을 놓고 있다.
지난 해 5월 대통령직인수위는 국정과제의 열 번째로 촘촘하고 든든한 주거복지 지원 안을 내 놓으며,
취약계층에 대한 안정적 주거환경 보장을 발표했다.
그리고 국토부는 연 초 보도자료를 통해 ’쪽방촌은 현재 추진 중인 사업 속도를 높이고,
쪽방촌 정비사업과 공공임대 이주지원은 조속히 추진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 발표했으나.
모두 입에 발린 소리라 하나도 실행에 옮긴 것은 없다.
공공주택을 기다리다 지친 빈민들이 힘을 모았다.
‘동자동공공주택사업추진주민모임‘,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동자동사랑방’ 등 여러 모임에서
반 빈곤 사회운동 시민단체가 모인 ‘홈리스행동’과 연대하여 거리로 몰려나왔다.
윤석렬 대통령 취임 1년을 맞은 지난 16일 오후2시, 용산 전쟁기념관 상징탑 앞에서
동자동 공공주택사업 추진을 촉구하는 '주거권 행진’ 기자회견을 열어,
“약자 주거복지 빵점!”이라며 정부를 규탄하고,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촉구했다.
동자동 재개발을 발표한 후로 주민들의 주거 상태는 더욱 열악해져 사람 살 곳이 아니다.
죽어 나가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 현실이라, 하루속히 주거권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자동 공공주택 사업추진 위원회’ 김영국 위원장은 “국토부는 2021년 2월 서울역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주택 및 도시재생사업 추진계획을 통해 공공주택 임대 1250호,
분양 200호와 민간분양주택 960호를 건설함과 동시에 임시 거주지를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사업 시행을 위한 첫 단계인 ‘공공주택지구의 지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동자동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최갑일 이사는 “동자동 쪽방 주민은 1년에 약 50명이 죽어 가고 있는데,
최근 일부 쪽방 건물주들이 보수공사를 이유로 주민에게 퇴거를 요구하는 일도 빈번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2021년 말 동자동 주민 수가 1063명에서 지난해 말 886명으로 약 17% 감소했다며,
서울시에서 조사한 실태조사를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공공주택사업이 ‘멈춰진 시간’은 쪽방에서 주민들을 하나 둘 내모는 ‘퇴거의 시간’이 되고 있다.
이들은 국토부가 3년 전 내건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 약속을 하나도 지킨 것이 없다며,
공공주택 사업 추진이 지연되는 사이 주민들은 보수도 해주지 않는 열악한 쪽방에서 ‘희망고문’을 당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후, 동자동 공공주택 사업의 ‘첫삽’을 뜨라는 ‘첫 삽’ 증정식 퍼포먼스를 열었다.
‘공공주택 첫 삽 떠라’는 문구가 적힌 모형 삽을 윤석렬 대통령에게 전달하기 위해 대통령실로 향했으나
경찰이 제지하며 대신 전달해 주기로 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후 지하철 삼각지역과 한강대교를 지나, 동작구 본동에 위치한
원희룡 국토부 장관 자택까지 향하는 ‘쪽방 주민 주거권 행진’이 시작되었다.
“헌집 새집 손수레”와 손 피켓이나 현수막을 펼쳐들고 거리 행진에 나선 것이다.
선두에는 종이로 만든 쪽방 모형을 앞 세웠는데, 국토부장관에게 쪽방을 전달하는 퍼포먼스였다.
그러나 연세가 많은 주민들이 많은데다, 그날따라 날씨마저 더워 사고라도 날까 걱정했으나,
악에 받쳐 그런지 쓰러지는 분은 한 사람도 나오지 않았다.
국토부장관 자택이 있는 노들역 주변의 아파트 앞에서 행진을 마무리하고,
결의대회를 열어 국토부의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재차 촉구했다.
동자동 주민들이 차례대로 나와, 사람 살기 어려운 여건이나 연대발언과 투쟁 결의문도 낭독했다.
마지막으로 ‘헌집 새집 손수레’를 국토부장관에게 전달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되었다.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를 바꾸어 ’희룡아 희룡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를 부르기도 했다.
그리고 ‘내 나이가 어때서’ 노래가사를 아래처럼 바꾸어 불렀다.
“야-야-야- 공공주택 어때서
발표하고 나몰라라 하-나-요
사람은 하나요. 우리도 국민인데
공공주택 약속 왜 안지키나요
눈물이 나네요, 나몰라라 하니까
공공주택사업 딱 좋은 계획인데
원희룡 장관님 집은 정말 좋군요
우리 집은 쪽방 단 한 칸, 건물주야 비켜라
우-리가 주민이다. 내 주거권 내가 지킨다“
아래는 그날 낭독한 투쟁결의문이다.
(투쟁결의문)
지난 5월10일, 윤석렬 정부는 취임 1년을 맞았다. 취임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110대 국정과제의 열 번째로 “촘촘하고 든든한 주거복지 지원”을 내세우며 “취약계층에 대한 안정적 주거환경 보장”을 공언하였다. 그러나 우리 동자동 쪽방 주민들의 주거 상태는 더욱 더 바닥으로 치닫고 있다. 오늘, 국토교통부 장관은 취임 1년을 맞는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초 보도 자료를 내 “쪽방촌은 현재 추진 중인 사업 속도를 높이고, 쪽방촌 정비사업, 공공 임대 이주지원 등은 조속히 추진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 하였으나, 동자동 쪽방 공공주택사업은 단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만 2년이 지난 2021년 2월5일, 국토교통부는 “서울역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주택 및 도시재생사업 추진계획”을 통해 동자동에 공공임대주택 1,250호를 건설함은 물론, 공사기간 중에 머물 임시 거주지를 제공하기로 했다. 당시 발표한 일정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공공주택 건설이 시작되었어야 한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소유주들의 반발을 핑계 삼을 뿐, 사업 시행의 첫 단계인 ‘공공주택지구의 지정’조차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일하기를 멈춘 사이, 동자동 주민들은 낡아만 가는 쪽방에서 위태로운 삶을 부여잡고 ‘희망고문’을 당하고 있다. 한 해에 수십 명의 주민들이 가난과 취약한 주거환경 속에서 세상을 등지고 있다. 서울시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1,083명, 2021년 1,063명이던 주민은 2022년 886명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최근에는 일부 쪽방 건물주들이 건물 공사 등을 빌미로 주민들에게 재계약 거부와 퇴거를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을 내몰고 부동산 개발이윤을 쌓는 일, 이것이 건물주들이 하겠다는 “아름다운 민간개발”의 본질이다.
우리는 오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취임1년을 맞아 장관의 집을 찾았다.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이 집이 보금자리이듯, 우리에게 동자동 쪽방과 그곳에서 일군 이웃들과의 관계들 역시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소중한 것임을 말하기 위해서다. 대통령과 국토교통부 장관 취임 1년, 우리 쪽방 주민들에게는 기념할 것 없는 배제와 설움의 시간이었다. 그러나 생명과도 같은 우리의 주거권을, 부동산 개발 이익을 위한 건물주들의 탐욕에 결코 헌납하지 않겠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약자 주거복지 빵점 1년을 속죄하고, 동자동 쪽방 주민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공공주택 사업에 당장 나서라.
쪽방 주민 주거권 보장, 공공주택사업으로 응답하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공공주택사업 시행하라!
2023년 5월16일
“쪽방주민 주거권 행진” 참가자 일동
사진, 글 / 조문호
[2023.5.23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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