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5일가톨릭사랑 평화의집 봉사자들이 도시락 배달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아무리 야박한 세상이지만, 빈민을 향한 자선은 이어지고 있다.

 

동자동 빈민들의 식생활에 도움을 주는 곳은

주민 자치기구인 동자동사랑방식도락도 있으나,

천주교서울대교구에서 운영하는 가톨릭사랑 평화의 집을 비롯한

여러 교회가 협력하여 따뜻한 온정을 베풀고 있다.

 

8년 전부터 문을 연 동자동 가톨릭사랑 평화의집에서는

매주 세 차례씩 도시락을 만들어, 쪽방촌 어르신과 병자들에게 나누어 준다.

작년 한 해 동안만 봉사자 3,200명이 동원되었고, 도시락 57,600개를 전달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해 중단되었으나, 한강교회 브레드 미니스트리스에서는

8년 동안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토요일마다 빵을 나누어 주었다.

 

성민교회의 정기적인 자선을 비롯하여 동성교회’ ‘바나바 돌봄사역에서는

한 달에 두 번씩 반찬을 만들어 배달해 주고,

한국야구르트에서도 일주일에 한 번씩 쪽방을 방문한다.

 

똑같이 혜택받을 수 없는 아쉬움은 있으나,

그 중 동성교회반찬 나눔은 빈민들에게 가장 절실한 도움이다.

 

10월26일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11월 식권을 나누어 주고 있다.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도 업체에서 보내온 식료품이나 서울특별시에서 시행하는 식권을 나누어 주지만,

줄 세우기 같은 고질적인 갑질이 체질화되어, 주고도 욕먹는 실정에 있다.

하루속히 서울역쪽방상담소 업무를 관할 동사무소에 통합하라.

 

11월1일 모리아교회에서 사랑의 짜장면잔치를 열고 있다.

지난 1일은 모리아교회사랑의 짜장면잔치가 동자동 새꿈공원에서 열렸다.

부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짜장면 잔치지만, 주민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은 음식이다.

금방 솥에서 건져낸 면의 쫄깃함은 어느 중국집보다 맛있어,

서울역 노숙인까지 찾아오는 인기 메뉴가 되었다.

 

즉석에서 면을 뽑아 삶는 등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봉사원의 노력도 대단하다.

공원에 나온 주민뿐 아니라, 나오지 않은 분에게도 전달해 주고 있다.

 

그러나 수시로 음식을 얻어먹다 보니, 체질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고마움을 모르는 일부 빈민들은 습관화에 의한 병폐가 아닐까 생각된다.

공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겠냐마는, 지나친 혜택은 자립화를 해친다.

 

짜장면 한 그릇 얻어 와 방에서 먹었는데, 역시 맛은 변함 없었다.

온정을 베풀어주는 종교단체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사진 글 / 조문호

 

 

 

동자동에 사는 6년 동안 철저하게 피해 온 것이 방송이나 신문기자의 인터뷰와 취재 요청인데, 유일하게 거절하지 못한 매체가 '샘터 ' 이종원 편집장과 '실버넷' 운현선 기자 였다. 알려지면 일하는데 지장이 있어 책을 출판하면서도 보도자료를 내지 못했으나 '실버넷' 뉴스는 별 영향력 없는 매체기도 하지만 친분에 의한 인간관계라 어쩔수 없었다.

운현선씨는 1년전 부터 여러차례 서울역과 쪽방, 그리고 전시장을 방문해 이야기를 듣고 촬영해 가더니, 며칠 전 영상을 편집해 방송했다. 초라한 행색이나 과찬의 나레이션에 얼굴 뜨거워지기도 했으나, 또 하나의 기록으로 여겨 스크랩해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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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사노위, 반빈곤 단체 등, 무연고 사망자 합동 추모

17일 경기도 파주에 있는 서울시립승화원 제1묘지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집에서 열린 합동 추모제. ⓒ김수나 기자

무연고 사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이들의 죽음과 장례에 대한 사회보장을 촉구하는 합동 추모제가 열렸다.

대한불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등은 17일 경기 파주에 있는 서울시립승화원 제1묘지 100구역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 집에서 추모 의식과 문화제를 진행했다.

이날은 유엔이 정한 세계 빈곤 퇴치의 날로, 무연고 사망자 합동 추모제는 2017년부터 매년 이날 열리고 있다. 빈곤 운동 단체 등은 홀로 죽음을 맞고 장례를 치러줄 이마저 없는 무연고 사망을 단지 연고자가 없는 죽음이 아닌 빈곤으로 인한 인권 문제로 본다.

이들은 특히 추모제가 열린 서울시립승화원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 집이 일반 봉안시설과는 달리 실질적으로 유골함을 일시 보관하는 창고 역할에 그치고, 상시가 아닌 추모제 날 하루만 개방되는 등 진정한 추모의 공간이 아니라는 점을 큰 문제로 지적했다.

추모객들은 이 창고에 갇힌 죽음에 대해 “불평등하게 살다, 죽어서도 존엄은 없다”면서 “이들은 잊진 존재가 아닌 기억돼야 할 존재이며, 누구든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권리를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용혜인 국회의원(기본소득당)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아 지난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무연고 사망자는 2012년 1025명에서 2021년 3488명으로 지난 10년 동안 3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무연고 사망자는 모두 2만 906명에 달한다.

 

(오른쪽) 지몽 스님 등 무연고 사망자를 위한 기도법회를 하고 있는 불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소속 스님들. ⓒ김수나 기자

이날 지몽 스님(대한불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장)은 추모사에서 “살아서 고독하고 가난했던 이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라며 “장사법 일부 개정으로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공영장례의 길이 열렸지만 갈 길이 멀다. 하루빨리 무연고자 장례에 관련된 미비점과 현장 실태를 파악해 존엄을 담보할 수 있는 매뉴얼이 갖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무엇보다 행정실무 담당자는 물론 국민 모두 무연고자 공영장례에 대한 온정주의와 시혜적인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현재 1인 가구 및 다양한 가족 형태가 늘고 있어, 가난과 관계 단절에서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기에 무연고 사망자 장례는 남의 문제가 아닌 나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지몽 스님은 “차갑고 창고 같은 건물 속에 있는 유골을 외면하지 말고, 서울시와 서울시장은 유골 보관 창고가 아닌 무연고 사망자를 추모하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누구나 애도 받고 애도할 수 있는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고 존엄하게 이생을 마무리할 수 있는 사회보장제도로서 공영장례가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백광헌 부위원장(동자동공공주택사업추진주민모임)은 “이 건물을 봐라, 여기가 추모하는 공간인가. 내가 죽어도 (추모의 집에 봉안된)이천 명 중 한 명, 누가 나를 기억할까”라며 “간판이 없어 찾아오기도 어렵고, 여기가 어디인지 몇 번이나 왔지만 놀랐다. 기억도 안 하고 추억도 없는데, 마지막 가는 길이라도 행복하게 조금만 더 신경 써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동자동, 양동 쪽방촌 등지에서 온 이웃들이 참배하고 있다. ⓒ김수나 기자

지난 6월 22일부터 시행된 장사 등에 관한 개정 법률(약칭: 장사법)에 따르면, 시장 등이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존엄하고 표준화된 장례 절차를 제공하기 위해 장례비용을 국비로 지원하고, 지원 기관으로 장사지원센터를 두도록 했다. 현재 장례 절차 지원은 한국장례문화진흥원에 위탁했으나 예산과 인력, 기능과 역할 등과 관련한 구체적 과제들이 남은 상태다.

특히 이 지원센터가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단순 지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충분한 추모와 애도가 이뤄지는 과정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참가자들은 이날 결의문을 내고 “고인들의 마지막을 추모하는 것에 그칠 수 없다. 빈곤을 만드는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추모만으로 어떠한 사회적 변화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들에 따르면, 2021년 전국 무연고 사망자는 3600여 명으로 이 가운데 연고자가 있지만 병원비, 장례비 등으로 시신 인수를 포기해 무연고 사망자가 된 이들은 2500여 명에 달한다. 실제로 연고가 전혀 없는 사망자는 전체 무연고 사망자의 30퍼센트를 넘지 않는다. 이들이 무연고 사망자가 되는 원인을 연고 유무가 아닌 빈곤으로 보는 까닭이다.

 

스님들과 참배객들이 위패를 모시고 봉안시설 안에서 추모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김수나 기자

 

이들은 또 “누군가의 애도를 위한 상징적 장소는 물론, 추모의 집에 봉안된 이들을 상시 추모할 수도 없다”면서 “서울시는 유골 반환이 있을 때를 빼고 추모의 집을 상시 폐쇄하고 있다. 기억과 추모를 금지할 권한은 그 누구에게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추모의 집 안에 설치된 선반에는 공간 구분도 없이, 빼곡히 유골함이 놓여 있다. 현실적으로 많은 유골을 보관하기에 최적화된 곳일 뿐”이라며 “외부에는 이곳이 추모의 집이라 알 수 있는 안내판이나 현판도 없고 봉안된 고인을 확인할 수도 없다. 서울시는 추모의 집다운 공간으로 시설을 확충, 운영하라”고 촉구했다.

법 제도의 미비점도 지적됐다. 지자체에 공영장례 도입이 늘고 있고, 사망자의 생전 자기결정권 보장을 위해 연고자가 아니어도 연고자 지정 및 장례 주관을 할 수 있도록 무연고 사망자 장례 제도가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지만, 의료법 등 관련법은 개정되지 않거나 예산 문제 등으로 실행되기 어렵다면서 법,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무연고 사망은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를 알 수 없는 경우, 연고자가 있어도 시신 인수를 포기한 경우의 사망을 포함하지만, 장사법에 따르면 연고자가 시신 인수를 포기한 경우의 무연고 사망자는 추모의 집에 봉안하지 않는다.

 

서울시립승화원 제1묘지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집. 표지판이나 안내문 등이 전혀 없는 창고처럼 생긴 건물로 일반인은 봉안시설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김수나 기자

이날 합동추모제가 열린 서울시립승화원의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 집에는 현재 유골 약 3000위가 봉안돼 있다. 이 유골은 장사법 시행령에 따라 최장 5년 동안 봉안되는데 이 기간 연고자가 나타나면 반환되고 나타나지 않으면 장사시설 내 화장한 유골을 뿌릴 수 있는 시설에 뿌려지거나 자연장한다. 애초 봉안 기간은 10년이었으나 2020년 개정돼 5년으로 줄었다.

‘공영장례’란 법정 공영장례 지원 대상자가 숨질 경우, 법정 장례비 및 지자체 조례가 정하는 내용에 따라 장례 절차가 진행되도록 지원하는 공공장례를 말한다.

이날 합동 추모제는 1017빈곤철폐의날 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나눔과나눔,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동자동사랑방, 빈곤사회연대, 홈리스행동, 화우공익재단이 주관했다.

 

17일 경기도 파주에 있는 서울시립승화원 제1묘지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집에서 열린 합동 추모제. ⓒ김수나 기자
17일 경기도 파주에 있는 서울시립승화원 제1묘지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집에서 열린 합동 추모제. ⓒ김수나 기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가 물러가니, 연이어 추위가 찾아왔다.

쪽방은 더위보다 추위가 지내기 쉽지만, 노숙인의 겨울은 죽음의 골짜기다.

노숙인을 위해 안 입는 내복을 얻으러 쪽방 몇 곳을 찾아다녔다.

대부분 단벌이라 여분이 없었고, 정씨는 일찍부터 잠들어 있었다.

박희봉씨 방문을 열어보니, 그는 짐 속에 파묻혀 웃고 있었다.

 

방세가 20만원이라 다른 곳보다 싸기는 하지만, 한 평도 채 되지 않았다.

창문도 없는데다, 사방이 짐으로 둘러쌓여 들어가 앉을 자리조차 없었다.

방문을 열어놓고 밖에 걸터앉으려니, 방으로 들어오라며 손을 내 저었다.

사람이 지나가는 좁은 통로라, 길을 막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 좁은 공간에 끼여 앉아 커피한 잔 얻어 마시며, 내복 이야기를 꺼냈다.

안 입는 내복은 있으나 산더미처럼 쌓인 짐을 다 들어내야 해, 이사가기 전에는 손도 대지 못한단다,

많은 짐을 끌어 내리면 다시 쌓아 올릴 수가 없다기에 할 말을 잃었다.

얼마나 공간이 협소했으면, 티브이와 선풍기도 손바닥만 한 것을 사용했다.

 

박희봉(69세)씨는 밀양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객지를 떠돌았다고 한다.

혈육이라고는 형님 한 분 계셨으나 어린 시절 헤어져 지금은 생사조차 알 수 없다.

고생이란 고생은 찾아 다니며 하다, 20년 전에야 동자동에 안착했다.

그동안 모은 짐이 쪽방을 가득 채웠으나, 버리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만약 쌓아놓은 짐이 무너지기라도 한다면 큰일 날 것 같았다.

 

건강에 문제가 생겨 술은 끊었다지만, 담배는 도저히 끊을 수가 없단다.

담배연기 빠질 곳도 없는 좁은 공간에서, 유일한 낙이 담배라며 담배부터 꺼내 문다.

살아 온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악몽의 세월은 돌아보기도 싫단다.

아무런 희망도 없이 죽을 날만 기다리는 것이다.

 

쪽방이 공공 개발되면 방 같은 방에서 한 번 살아 볼 꿈에 부풀었지만,

죽기 전에 이룰 수 없는 진짜 꿈같은 일이 되고 말았다며 한숨을 내 쉰다.

동자동 공영개발이 민영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오늘의 현실은

동자동 빈민들에게 심한 좌절감을 안겨주고 있다.

 

집에서 가져 온 내의 한벌을 챙겨 서울역광장으로 갔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인지, 서울역광장에 노숙인이라고는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노숙인 응급 잠자리를 운영하는 지하공간은 공사 중이었고,

노숙인이 머물 수 있는 지하도에만 30여명이 몰려 있었다.

 

내의가 한 벌 뿐이라 잠든 노숙인 머리맡에 슬쩍 내려놓고,

오는 길에  ‘실버넷뉴스’ 운현선 시민기자를 만났다.

나를 만나러 서울역에 왔다는데, 평소 전화를 받지 않아 어렵사리 만난  것이다.

작년 홈리스 추모제에서부터 ‘노숙인 길에서 살다’ 현수막 전시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취재해 갔으나, 모자란 부분을 보충해야 한단다.   

 

여지 것 신문이나 방송기자들의 인터뷰는 극구 사양했지만, 운현선씨만은 거절할 수 없었다.

그동안 정영신의 ‘어머니의 땅’과 나의 ‘인사동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공조했기 때문이다.

별 영향력 없는 매체라 걱정할 필요는 없으나, 마음에 걸리는 일은 틀림없었다.

 

마침 서울시에서 실시한 ‘약자와의 동행’ 식권사업에 대해 물어 흔쾌히 답해 주었다.

독거노인에게 절실한 사안이라 전국적으로 확대했으면 하는 바램에서다.

 

'국토부'는 빈민들의 마지막 희망인 동자동 공영개발을 하루속히 추진하고,

'복지부'는 독거노인에게 하루 한 끼의 식권을 제공하라.

그리고 차디 찬 거리에 방치된 노숙인의 안전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바란다.

약자들의 재난은 정부에서 책임져야 할 것 아닌가?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

 

사진, 글 / 조문호

 

 

집 부자’ 상위 100명이 가진 집 2만 채
쪽방, 반지하 등 주거취약계층은 200만 명
심각한 빈곤 상황… 빈민 300명 서울 도심 집결
“불평등 구조 끝장내야 빈곤 철폐 가능”
‘빈곤철폐의 날’ 투쟁결의대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빈곤 철폐’라고 적힌 빨간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하민지

현재 한국의 빈곤을 수치로 나타내면 이렇다. 소득 상위 20%가 전체 소득의 46%를 가졌다. 빈곤율은 전체 인구의 16%, 노인 인구의 40%로 매우 높다. 쪽방·비닐하우스·지하·옥탑 등 열악한 환경에 사는 사람은 200만 가구다. 반면, 집 부자 상위 100명은 1인당 평균 207채의 집을 가졌다. 이들이 가진 집의 총합은 올해를 기준으로 2만 1천 채다.

빈부격차가 이토록 심각한데, 한국 정부는 때아닌 ‘새마을운동’을 부활시켰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3일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 날 “새마을운동과 제 정치 비전이 정확히 일치한다”며 “국민이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새마을운동이 다시 한번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새마을운동은 1970년, 박정희 정권의 근대화 정책 중 하나다. ‘근면·성실’을 강조하며 빈곤의 책임을 국가가 지지 않고 국민에게 돌렸다는 비판을 받는다.

 

‘빈곤철폐의 날’ 투쟁결의대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시설에서 20년, 쪽방에서 20년, 이만하면 충분하다!’라고 적힌 작은 현수막을 펼쳐 보이고 있다. 사진 하민지

그러나 빈곤은 가난한 사람들이 근면‧성실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빈곤의 책임은 빈민이 아니라 자본주의 문제와 불평등, 이를 외면하는 국가에 있다”고 말한다. 노점상, 장애인, 쪽방주민, 철거민, 홈리스 등 가난한 사람들 300여 명은 15일 오후 2시, 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변에 모여 투쟁대회를 열고 “불평등을 만들어내는 구조를 끝장내지 않으면 빈곤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보신각까지 행진했다.

이번 투쟁대회는 ‘빈곤철폐의 날’을 이틀 앞두고 열렸다. 가난한 사람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참여했다. 노량진수산시장 상인은 시장에서 50년간 입어온 빨간 방수 앞치마를 둘렀다. 노점상은 어묵꼬치를 재현한 소품을 들었다. 붕어빵이 그려진 피켓을 든 노점상도 있었다. 장애인은 장애인거주시설에 갇힌 듯한 소품으로 ‘탈시설지원법 제정’을 요구했다. 아랫마을 홈리스는 유령 분장을 하고 ‘우리는 유령이 아니다’라고 외쳤다.

 

김건수 기후정의동맹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 기후재난에 직면한 가난한 사람들… 해결 방법은 ‘평등’뿐

김건수 기후정의동맹 활동가는 “가난한 사람들이 기후재난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투쟁대회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일상이 된 기후재난의 삶을 증언했다. 동자동 쪽방촌 주민은 1년이나 미뤄진 공공개발이 시작되길 기다리며,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한파와 폭염을 견디고 있다. 거리홈리스와 노점상도 마찬가지다. 냉난방이 불가능한 아스팔트 위에서 일사병과 동상에 시달린다.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아 많은 시간을 길바닥에 허비하는 장애인, 집과 가게를 잃고 거리로 내몰린 철거민, 반지하에 살다 폭우로 사망한 주거취약계층 모두 기후재난의 피해자다.

김건수 활동가는 자본주의와 불평등 때문에 기후재난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김 활동가는 “지구가 더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지만 대기업과 부유한 국가는 여전히 자연을 파괴해 경제를 성장시킨다. 탄소가 많이 배출돼 기후재난이 일어난 게 아니라 자본의 논리에 따른 불평등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김 활동가는 “자본주의는 위기에 취약하며 인권을 보장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시스템이다. 이로 인한 불평등을 해결하려면 모두의 것을 모두에게 돌려줘야 한다. 집, 일자리, 의료, 식량 등 모든 권리를 보장해야 기후재난을 막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웃 나라 활동가들이 자국 언어로 쓴 피켓을 들고 결의대회 무대에 올랐다. 사진 하민지
‘빈곤철폐의 날’ 투쟁결의대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이웃 나라 활동가들을 향해 미얀마 투쟁을 지지하는 손가락 모양을 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 인간의 기준을 ‘쓸모’로 나누는 국가, “잊히지 않기 위해 싸우자”

이번 결의대회에는 반빈곤운동을 전개하는 이웃 나라 활동가들이 참여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달마 디아니 도시빈민연합 주민지도자는 “여러분과 함께 불평등에 맞서 싸우려고 왔다. 정부, 다국적기업, 자본주의에 맞서 모든 종류의 가난, 불평등과 싸워야 한다.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권과 자립생활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에서도 한국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보 평등한캄보디아 주민조직가는 “캄보디아는 홍수, 더러운 쓰레기, 식량 부족, 강제철거에 직면해 있다. 불평등한 빈부격차 속 개발정책에서 우리(가난한 사람들)는 배제돼 있다. 우리도 사람인데, 개발정책 속에 우리는 없다. 그래서 정부를 향해 주거권, 교육권, 정의로운 사회에서 살 권리 등을 요구 중”이라며 “우리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빼앗긴 권리를 되찾아 오자. 가난한 사람도 이웃이고 항상 이 사회를 구성하고 있다는 걸 함께 알리자”고 말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국가가 인간의 기준을 ‘쓸모’로 나눈다고 규탄했다. 박경석 대표는 “국가는 여기(결의대회) 계신 모든 동지를 쓸모없고 가치 없는 사람 취급했다. 50년 된 노량진수산시장, 평생을 일군 집과 가게를 철거당한 철거민, 동자동 쪽방주민과 홈리스, 시설 밖에서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장애인, 모두 국가가 폐기처분했다”며 “국가는 자신만의 기준으로 인간의 쓸모를 규정한다. 이런 사회에서 절대 잊히지 말자. 우리의 모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잊히지 않는 투쟁을 하자”고 강조했다.

이들은 결의대회 후 청계천에서 서울시청을 거쳐 보신각까지 약 2km를 행진했다. 10월 17일 ‘빈곤철폐의 날’ 당일에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 파주시 용미리 추모공원에서 무연고 사망자 합동 추모제를 지낼 예정이다.

 

‘빈곤철폐의 날’ 투쟁결의대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빈곤 철폐’라고 적힌 커다란 빨간색 공을 이리저리 굴리다 바로 차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하민지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스크랩] 비마이너 / 하민지기자

 

 

서울시에서 지난 8월부터 시행한 ‘약자와의 동행’ 쪽방주민 무료식사 지원사업이 빈민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올 여름 쪽방촌에 설치하기로 했던 에어컨 사업은 탁상공론에 불과했지만, 쪽방 빈민들에게 하루 한 끼,

본인만 먹을 수 있는 팔천원짜리 식권을 나누어 주는 동행식당 사업은 독거노인에게 최고의 선물이 아닐 수 없었다.

 

박원순시장 재임 시 만든 쪽방공동세탁소에 이은 두 번째로 환영받는 사업이었다.

년 말까지 한시적인 프로젝트지만, 노인들 기초생계비를 삭감하더라도 전국적으로 확대해야 할 요긴한 사안이다.

 

다들 하루 한 끼는 입맛에 맞는 음식을 선택해 먹을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빈민복지가 어디 있겠는가?

기초생활수급비를 절약해 모은 돈은 줄 사람도 쓸 곳도 없지만,

밥 한 끼 사 먹는 것조차 인색한 것은 어쩔 수 없는 빈민들의 숙명이 아니던가?

 

먹는 것이 귀찮아도 사라질 돈이 아까워 먹게 되므로, 힘없는 독거노인에게는 딱 맞는 복지사업이다.

 

굶는 이 없을 것이고, 요식업도 잘될 것이고, 농민들까지 혜택이 돌아가니, 이게 도랑 치고 게 잡는 일이 아니던가?

 

매 월말이 가까워오면 다음 달에 사용할 식권을 ‘쪽방상담소’에서 나누어주는데,

왜 벽보에는 매번 700명 선착순이라 적어놓았을까?.

 

서울시내 5개 쪽방상담소에 등록된 주민에게 주기로 했으면, 처음부터 인원수를 정해놓고 시행했는데,

선착순이란 말은 주민들을 줄 세우기 위한 방편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아마 주민등록상의 인원이 아닌, 실제 거주하는 주민은 700여명으로 추정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동사무소처럼 시간 날 때 찾아가게 하지 않고, '서울역쪽방상담소'는 왜 줄을 세우지 못해 안달일까?

더 이상 빈민들을 비참하게 만드는, 갑 질의 잔재를 청산하길 바란다.

 

10월분 식권은 지난 9월 27일 오후2시부터 나누어주기로 공지되었으나,

식권을 받지 못하게 될까 염려되었는지, 다들 정해진 시간보다 한 시간 전부터 모여 들었다.

 

긴 줄은 쪽방상담소 골목을 두 바퀴나 돌았지만, 나누어 주는 시간을 앞당기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가난한 사람은 사람 취급도 하지 않는 쪽방상담소 직원들의 못된 버르장머리다.

 

그러나 주민들은 아무런 불만도 더러 내지 않았다.

불편을 감수해서라도 기필코 받아야 할 절박한 생명줄이기 때문이다.

“이제 굶어 죽을 걱정은 없다”며 다들 좋아했다.

 

사진, 글 / 조문호

 

 

동자동 임백수(68세)씨 고향은 장흥이다.

여기저기 떠돌다 동자동에 둥지 튼 지도 수십 년이다.

세상살이에 골병 들어 몸 한 곳 성한 데가 없지만, 가오만은 살아있다.

술을 마시지 않아 멋 부리는 재미로 사는데, 자기 사는 쪽방 방문은 절대 사절이다.

좁은 방에 늘린 구질구질한 것들을 보여주기 싫어서다.

식사는 했냐? 고 물었더니, 오세훈 식권으로 해결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서울시에서 지난 8월부터 시행한 ‘약자와의 동행’에서 쪽방 빈민들에게 하루 한 끼,

본인만 먹을 수 있는 팔천원짜리 식권을 나누어 주었는데, 독거노인으로서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년 말까지 한시적인 프로젝트지만, 기초생계비를 삭감해서라도 전국적으로 확대했으면 좋겠다.

다들 한 끼만은 먹고 싶은 것 골라 먹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일이 어디있겠는가?

줄 사람도 쓸 곳도 없지만, 수급비 받으면 밥 한 끼 사 먹는 것조차 인색한 것은

어쩔 수 없는 빈민들의 숙명이 아니겠는가?

먹는 것이 귀찮아도 사라질 돈이 아까워 사 먹게 되어,

독거노인에게 딱 맞는 복지사업이라고 생각한다.

굶는 사람 없을 것이고, 요식업은 활성화될 것이고, 농산물 소비까지 늘어나니,

이게 도랑 치고 게 잡는 일이 아니던가?

“어차피 하루 한 끼 인생이지만, 이제 굶어 죽을 걱정은 없다”는 임백수씨,

갈 곳도 오라는 곳 없으나, 오늘도 전동차에서 대기 중이다.

사진, 글 / 조문호

동자동 한가위 어울림 한마당이 지난 98새꿈어린이공원에서 열렸다.

 

동자동사랑방협동회에서 추석마다 개최해 온 연례 행사였건만,

코로나 때문에 삼 년 만에 맞이하는 놀이라 다소 설렁했다.

술은 물론 음식 나눔까지 생략되어 흥겨움은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이날의 잔치 비용은 동자동 주민 백 이십여 명이 한 푼 두 푼 모은 백 오십 여만원이 종잣돈이다.

삼 년 전에 비해 참석한 주민은 줄었으나, 이 얼마만의 반가움이며 즐거움인가?

 

공원 한 쪽에는 먼저 떠난 동자동 주민들의 영정사진을 내건, 추석 차례상도 마련되었다.

고인 앞에 술 한 잔 올리며, 이승보다 저승이 더 편안한지 안부부터 여쭈었다.

 

놀이마당에서는 윷놀이와 다트 놀이도 있었지만, 그중 인기 있는 종목은 노래자랑이었다.

왕년에 시골 콩쿨대회에서 다라이(대야)’탄 가오를 내세워 한번 도전하고 싶었으나,

동자동의 쟁쟁한 카수들 앞에 꼬리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날 이상준씨 사회로 진행된 노래자랑에는 서재만씨가 최고상을 받았고,

2등에는 김영희씨, 3등에는 눈먼 장님 가수 이일수씨가 두루마리 휴지를 상품으로 받았다.

4등에는 동자동 미남자 정재은씨, 5등은 최춘자씨가 각각 받았다.

내가 듣기로는 꼴치로 당선된 최춘자씨의 단장의 미아리고개’가 너무 애절하더라.

 

그리고 윷놀이는 강희숙, 최갑일, 한성자, 오계순, 이경기, 김영희씨가 수상했고,

다트놀이는 최정근, 한종희, 이용구, 정재은, 박상구씨가 각각 수상했다.

 

참여한 주민이 적어 예정보다 이른 오후 1시경에 잔치가 마무리되었지만,

오후 2시부터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추석 선물을 준다는데, 어찌 그냥 갈 수 있겠는가?

선물 나누어 줄 두시가 가까워오니, 잔치 때 없었던 사람들까지 대거 몰려나왔다.

주민들이 어울리는 놀이보다 선물이 더 좋은 모양이다.

 

한 시간을 기다려서야 '함께하는 사랑 밭' 에서 보내 온 선물을 받을 수 있었는데,

무엇이 들었는지? 포장도 그럴 싸 하고, 무게 또한 묵직했다.

부푼 마음으로 챙겨 갔으나, 먹을 것은 하나도 없고 몸 씻는 비누만 잔뜩 들어 있었다.

 

삼푸만 몇 종류인데다, 린스와 바디 워시, 치약까지 차곡차곡 들어있었다.

삼푸 종류는 지난번에 받은 선물도 그대로 쌓여 있지 않은가.

쪽방에서 목욕을 할 수 없는 여건이라 필요한 사람 있으면 줘야겠다.

 

동자동 한가위 마당도 좋고 추석 선물 나눔도 좋지만,

 쪽방 주민들은 쫓겨나면 어쩔까?하는 걱정거리 뿐이다.

동자동 공공개발한다며 마음만 잔뜩 들뜨게 만들어 놓고,

국토부에서 일 년이 지나도록 지구지정도 하지 않고 있다.

 

아마 윤정권이 들어서며 민간개발에 무게를 두는 모양인데,

가진 자들이 빈민을 껴안고 산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헛소리에 불과하다.

지금은 민간개발을 이루어내기 위해 온갖 감언이설을 쏟아내고 있으나,

결국은 집값 올려 돈 벌려면 빈민들을 쫓아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주민들은 좌불안석이다.

한가위 어울림도 추석 선물도 달갑지 않는 절박한 심정이다.

 

"민간개발 하려면 빈민들 주검 위에 하라!"

 

사진,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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