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동 한가위 어울림 한마당이 지난 98새꿈어린이공원에서 열렸다.

 

동자동사랑방협동회에서 추석마다 개최해 온 연례 행사였건만,

코로나 때문에 삼 년 만에 맞이하는 놀이라 다소 설렁했다.

술은 물론 음식 나눔까지 생략되어 흥겨움은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이날의 잔치 비용은 동자동 주민 백 이십여 명이 한 푼 두 푼 모은 백 오십 여만원이 종잣돈이다.

삼 년 전에 비해 참석한 주민은 줄었으나, 이 얼마만의 반가움이며 즐거움인가?

 

공원 한 쪽에는 먼저 떠난 동자동 주민들의 영정사진을 내건, 추석 차례상도 마련되었다.

고인 앞에 술 한 잔 올리며, 이승보다 저승이 더 편안한지 안부부터 여쭈었다.

 

놀이마당에서는 윷놀이와 다트 놀이도 있었지만, 그중 인기 있는 종목은 노래자랑이었다.

왕년에 시골 콩쿨대회에서 다라이(대야)’탄 가오를 내세워 한번 도전하고 싶었으나,

동자동의 쟁쟁한 카수들 앞에 꼬리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날 이상준씨 사회로 진행된 노래자랑에는 서재만씨가 최고상을 받았고,

2등에는 김영희씨, 3등에는 눈먼 장님 가수 이일수씨가 두루마리 휴지를 상품으로 받았다.

4등에는 동자동 미남자 정재은씨, 5등은 최춘자씨가 각각 받았다.

내가 듣기로는 꼴치로 당선된 최춘자씨의 단장의 미아리고개’가 너무 애절하더라.

 

그리고 윷놀이는 강희숙, 최갑일, 한성자, 오계순, 이경기, 김영희씨가 수상했고,

다트놀이는 최정근, 한종희, 이용구, 정재은, 박상구씨가 각각 수상했다.

 

참여한 주민이 적어 예정보다 이른 오후 1시경에 잔치가 마무리되었지만,

오후 2시부터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추석 선물을 준다는데, 어찌 그냥 갈 수 있겠는가?

선물 나누어 줄 두시가 가까워오니, 잔치 때 없었던 사람들까지 대거 몰려나왔다.

주민들이 어울리는 놀이보다 선물이 더 좋은 모양이다.

 

한 시간을 기다려서야 '함께하는 사랑 밭' 에서 보내 온 선물을 받을 수 있었는데,

무엇이 들었는지? 포장도 그럴 싸 하고, 무게 또한 묵직했다.

부푼 마음으로 챙겨 갔으나, 먹을 것은 하나도 없고 몸 씻는 비누만 잔뜩 들어 있었다.

 

삼푸만 몇 종류인데다, 린스와 바디 워시, 치약까지 차곡차곡 들어있었다.

삼푸 종류는 지난번에 받은 선물도 그대로 쌓여 있지 않은가.

쪽방에서 목욕을 할 수 없는 여건이라 필요한 사람 있으면 줘야겠다.

 

동자동 한가위 마당도 좋고 추석 선물 나눔도 좋지만,

 쪽방 주민들은 쫓겨나면 어쩔까?하는 걱정거리 뿐이다.

동자동 공공개발한다며 마음만 잔뜩 들뜨게 만들어 놓고,

국토부에서 일 년이 지나도록 지구지정도 하지 않고 있다.

 

아마 윤정권이 들어서며 민간개발에 무게를 두는 모양인데,

가진 자들이 빈민을 껴안고 산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헛소리에 불과하다.

지금은 민간개발을 이루어내기 위해 온갖 감언이설을 쏟아내고 있으나,

결국은 집값 올려 돈 벌려면 빈민들을 쫓아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주민들은 좌불안석이다.

한가위 어울림도 추석 선물도 달갑지 않는 절박한 심정이다.

 

"민간개발 하려면 빈민들 주검 위에 하라!"

 

사진,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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