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동 임백수(68세)씨 고향은 장흥이다.
여기저기 떠돌다 동자동에 둥지 튼 지도 수십 년이다.
세상살이에 골병 들어 몸 한 곳 성한 데가 없지만, 가오만은 살아있다.
술을 마시지 않아 멋 부리는 재미로 사는데, 자기 사는 쪽방 방문은 절대 사절이다.
좁은 방에 늘린 구질구질한 것들을 보여주기 싫어서다.
식사는 했냐? 고 물었더니, 오세훈 식권으로 해결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서울시에서 지난 8월부터 시행한 ‘약자와의 동행’에서 쪽방 빈민들에게 하루 한 끼,
본인만 먹을 수 있는 팔천원짜리 식권을 나누어 주었는데, 독거노인으로서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년 말까지 한시적인 프로젝트지만, 기초생계비를 삭감해서라도 전국적으로 확대했으면 좋겠다.
다들 한 끼만은 먹고 싶은 것 골라 먹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일이 어디있겠는가?
줄 사람도 쓸 곳도 없지만, 수급비 받으면 밥 한 끼 사 먹는 것조차 인색한 것은
어쩔 수 없는 빈민들의 숙명이 아니겠는가?
먹는 것이 귀찮아도 사라질 돈이 아까워 사 먹게 되어,
독거노인에게 딱 맞는 복지사업이라고 생각한다.
굶는 사람 없을 것이고, 요식업은 활성화될 것이고, 농산물 소비까지 늘어나니,
이게 도랑 치고 게 잡는 일이 아니던가?
“어차피 하루 한 끼 인생이지만, 이제 굶어 죽을 걱정은 없다”는 임백수씨,
갈 곳도 오라는 곳 없으나, 오늘도 전동차에서 대기 중이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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