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에도 어김없이 봄은 왔다.
봄의 화사함도 가난의 그림자는 지울 수 없었다.
목련 아래는 끼니 때우러 나온 사람이 줄을 섰고.
바닥에 자리 깐 노숙인은 꽃비 맞으며 누워있다.
불공평한 세상도 봄은 공평하게 나누어주었다.
그날이 4월분 식권 나누어 주는 날이라 '서울역쪽방상담소' 앞에도 사람이 몰렸다.
'아름다운 동행' 식권 사업에 힘 실려 사우나 무료목욕권까지 붙여주었다.
고맙기 그지없는 일이나, 다른 지역 독거 노인은 받지 못하니 이 또한 불공평이 아닌가?
빈민과 상인은 물론 농민까지 덕 보는 식권 나눔을 전국으로 확대하라.
임백수씨를 만나 며칠 전에 찍은 초상 사진을 꺼내 주었더니, 반색을 했다.
잠깐 기다리라 해 놓고는 담배 두 갑을 사온 것이다.
주머니에 슬쩍 찔러주는데, 이거 뇌물죄에 걸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담배를 얻은 고마움보다 의기소침한 초상작업에 힘을 실어 주었다.
초상사진으로 자존감 지키려는 첫 사람인 셈인데, 나중에 만난 황병윤씨도 좋아했다.
더 좋은 사진 나오도록 다시 찍겠다는 다짐도 했다.
봄바람에 희망이 실려온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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