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 화재의 37.5%가 전력선 과부하· 전선 노후화

 

절기상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立冬)7,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쪽방촌에서 만난 김모(67) 씨는 추위도 문제지만 불이 날까 봐 더 무섭다고 말했다. 대다수 쪽방촌이 그렇듯 도로 폭이 좁고 주거지가 옹기종기 모여있어 화재가 날 경우 진화가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김씨가 추위보다 화재가 더 무섭다고 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실제로 지난 3일 동자동의 한 쪽방촌에서는 원인 미상의 화재가 발생했다. 경찰은 아직 구체적인 화인을 밝혀내지 못한 상태다.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사안을 조사중이다. 화재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3일 발생한 화재 현장은 아직 복구되지 않고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동자동에서 만난 주민 이모(65) 씨도 추우면서도 견디고 살고 아쉬운 대로 살고는 있지만 엊그저께에도 불이 났었다집들이 붙어 있기에 불이 났다하면 대형 사고다. 무섭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김천기 씨 역시 작년 겨울엔 창문 틈새로 들어오는 냉기를 막으려고 종이를 다섯 겹이나 붙였는데, 날씨가 추워질수록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추위도 문제지만 화재가 늘 걱정이다. 여긴 다리 아프고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많다고 걱정했다.

 

화재가 걱정이라지만 당장 다가올 추위 대비도 소홀할 순 없다. 문제는 방한을 위해 사용되는 대부분의 자재들은 불에 타기 쉬운 소재라는 점이다. 창문 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을 막기 위해 벽에 바르는 비닐이나, 한기를 막으려 설치하는 이불 등 역시 모두 불에 쉽게 타는 재질이다. 한 주민은 주방이 따로 없어 방 안에서 부탄가스를 써서 요리한다. 전기장판도 오래돼서 불이 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덧붙였다.

 

쪽방촌의 구조 역시 화재에 취약하다. 골목길은 좁아 화재 발생 시 소방차가 진입하기 어렵다. 집과 집 사이는 사람 한명 들어가기 어려울만큼 다닥다닥 붙어 지어져 있다. 추위를 막기 위해 사용되는 대부분 용품 소재는 불이 한번 붙으면 쉽게 꺼지지 않는다. 서울 쪽방촌들마다 사정이 조금씩은 차이가 있지만 현황은 대동소이하다. 대규모 피해도 잇따른다.

 

지난해 1월에는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는 5시간만에 진화됐지만 그 사이 주택 60채가 불에 탔다. 주민 500여 명은 대피했다. 그보다 앞선 2018년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서는 한 주민이 가스버너로 라면을 끓이다 불이 나 사망하기도 했다.

 

서울시가 지난 10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쪽방촌에서 발생하는 화재의 37.5%는 전력선 과부하, 전선 노후화 등 전기적 원인으로 발생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쪽방촌 화재 대부분이 방에서 취사 도구를 사용하다 주변 물건에 불이 옮아 붙으며 일어난다” “전기장판 사용도 많은 데 이 역시 화재 원인인 경우도 잦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소방차량이 진입하기 어려운 쪽방촌에 비상소화장비함을 설치해 화재에 대비하고 있다. 문제는 화재 진압에 사용되는 장비들을 제 때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느냐다. 동자동 주민 김모씨(81)는 소화기를 사용해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사용해본 적 없다. 소화기 사용법을 알려주러 누군가가 방문하거나 연습 삼아 소화기 분사를 해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노후화된 전기시설로 화재발생 위험이 높은 쪽방촌의 안전을 위해 ‘24시간 전기이상 감지 시스템을 설치한다고 밝혔다. 우선 12월까지 화재발생 우려가 큰 지역인 돈의동쪽방촌(돈의동 103번지 일대)IoT센서를 시범적으로 설치하고, 향후 화재예방 효과 등 시범사업 운영 결과에 따라 나머지 쪽방촌에도 쪽방촌 스마트 전기화재 예방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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