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전10시부터 동자동 새꿈공원에서 ‘동자동 쪽방 공공주택사업 주민대책모임’과 ‘정의당’이 공공주택사업 추진을 위한 현장간담회를 열었다.

 

 

 

지난달에는 건물주들의 대책위와 ‘국민의 힘’이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정의당’은 정부에서 발표한 공공개발이 차질 없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 힘’에서는 개발이익이 우선인 민간재개발을 부추기고 나선 것이다.

 

 

 

분양하여 돈을 벌어야하는 민간개발은 도시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주택지는 15%, 상업지는 5%만 공공임대주택을 지으면 되지만 공공개발은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라 공공임대주택을 35% 이상 지어야 한다. 동자동의 경우 전체 주택 중 52%가량을 공공임대주택으로 짓는다고 발표했으니, 건물주들은 용산지역 전체 부동산시세 하락까지 들먹이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간담회가 열릴 동자동 새꿈공원은 아침부터 쪽방주민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며 건물주들의 목소리가 강해지며 민간재개발로 바꾸려는 낌새에 주민들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쪽방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정의당과의 간담회 소식에 한 가닥 희망을 갖고 나온 것이다.

 

 

 

동자동 공공주택사업 추진을 위한 현장간담회에는 정의당에서 배진교 원내대표와 심상정 의원이 참석했고, 주민 대표로는 ‘동자동사랑방’ 김호태 대표와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김정호 이사장, ’빈곤사회연대‘ 이원호 집행위원장이 발제 및 토론자로, ’동자동사랑방‘ 박승민 활동가가 사회를 맡았다. 간담회가 열린 새꿈공원에는 기자들과 주민 등 100여명이 참석하여 간담회를 지켜보았다.

 

 

 

인사말에 나선 동자동사랑방 김호태 대표는 첫마디에 “이제 대표직을 내려놔야 할 때가 된 것 같다.”며 마지막 자리임을 시사하는 아리송한 말부터 꺼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민간개발이 되면 주택 값이 뛰어올라 아무 것도 없는 쪽방주민들은 살 수가 없다며, 공공재개발을 흔드는 세력을 나무랐다. "건물주들은 여기 살지도 않습니다. 전기가 나가도 고쳐주지 않고 겨울에 보일러도 하루에 두 번 밖에 안 틀어줍니다. 전기세 많이 나온다고 전기장판도 못 쓰게 합니다. 한 번은 너무 추워 보일러를 더 틀어달라고 부탁하니 3만 원을 받아 갔습니다. 돈 내기 싫거나 맘에 안 들면 나가라는 식이에요." 건물주들은 돈밖에 모르는 사람이라며 “우리와 같이 살면 자기들은 죽는다”고 말했단다.

 

 

 

동자동 주민대책위원회란 간판으로 바꾸어 단 후암특별계획1구역 재개발 준비추진 위원장의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동자동에 거주하는 소유주는 10%에 그친다고 말했다. 많은 소유주들이 동자동에 살지 않으면서 투자를 목적으로 건물을 소유한다는 자백인 셈인데, 관리인을 통해 월세는 하루만 늦어도 쫓아내지만 비싼 월세를 현금으로만 꼬박 꼬박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반 지하방보다 더 열악한 공간이 쪽방이라고 말했다. 겨우 한 몸 누일 좁은 공간에서 문이 없어 비닐로 바람을 막고 화장실이 없어 공공화장실을 이용하는 상황은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라며 “소유주의 재산권보다 거주자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것이 공공재개발의 의미”라고 말했다.

 

 

심상정 의원은 ”내 무덤 위에 공공임대를 지으라“, 용산참사 피바람 각오하라”며 빨간 깃발을 내걸던 건물주들이 갑자기 ‘쪽방 주민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민간개발“ 운운하며 상생하자는 현실에 큰 비애감을 느낀다고 했다. “물새고 천장 내려앉아 어려움을 외칠 때는 눈 막고 귀 막고 있던 분들이 아니냐며, 동자동개발은 40년간 최저 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삶을 버텨온 주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와 정치권에서 해야 할 일은 집 가진 자들의 개발 이익을 보장하는 게 아니라 집 없는 서민들이 집다운 집에서 살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라며, ‘국민의 힘’ 오세훈씨가 서울시장이 되었지만, 시장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민간재개발을 요구하는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규탄의 메시지를 보냈다. '민간재개발을 해야 주택을 더 많이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번 개발은 수 십 년간 최저주거기준에도 미달하는 삶을 살아 온 동자동 주민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며 "공공주택은 생색내기로 조금 만들고, 나머지 주택을 가지고 시세차익을 노리는 그런 개발은 절대 반대 한다"며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은 집 가진 이들이 개발이익을 더 추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게 아니라 집 없는 서민들이 집다운 집에서 살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분들이 집 걱정 없이 두 발 뻗고 주무실 수 있도록 저와 정의당이 공공주택사업을 확실히 챙기겠다"며 약속했다.

 

 

 

동자동 주민협동회 김정호 이사장은 적어 온 글을 차근차근 읽으며, 붉은 깃발과 과격한 현수막은 가진 자들의 횡포라고 꼬집었다. 건물주들은 더 좋은 집을 지어 주겠다지만, 개발이익이 우선인 그들로서는 입에 발린 헛소리라고 말했다. 건물주들이 찾아와 “요구하는 게 뭐냐?‘고 묻는데, 화장실도 갖고 싶고 밥해 먹을 부엌도 갖고 싶다. 우리도 이제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말했단다. ”공공개발이 안 되면 대한민국 무너진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빈곤사회연대 이원호 집행위원장은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의 의미와 쪽방 주민 주거권 강화방안을 비롯하여 동자동 쪽방촌의 현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공공개발의 장점은 공공임대주택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다는 점과 선(先)이주·선(善)순환을 꼽았다. 선 이주·선 순환은 지구 내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 해 이주 단지를 만들어 쪽방 주민을 임시 거주하게 하고 공공주택이 건설되면 이주하게 하는 방안으로 원주민들이 동네를 떠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재개발 방식으로는 순환개발과 전면철거가 있는데, 순환 개발은 사업이 오래 걸리는 만큼 비용이 든다. 개발 이익이 우선인 민간재개발은 전면철거를 하지만, 공공재개발은 시간과 돈을 들여서라도 순환 개발을 선택한다”고 부언했다.

 

 

 

주민 질의 시간이 되자 처음엔 물어볼게 없는지 서로 마이크를 미루던 주민들이 나중엔 마이크 없이도 여기저기서 공공개발의 필요성과 공공개발을 원한다는 말들을 쏟아내며 정의당에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간담회가 끝난 뒤 의원들은 주민들 안내로 쪽방촌의 비참한 현실을 돌아보며 현장간담회를 마무리했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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