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집처럼 붉은 깃발을 펼럭이며 ‘용산참사 피바람 각오하라’는 험악한 글이 나 붙은 거리도 이제 익숙한 동자동 풍경이 되어 버렸다.

 

 

 

그토록 공공주택 건설을 강하게 반대하던 재개발조합에서 갑자기 ‘동자동 주민대책위’로 간판을 바꾸어 달고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며 쪽방 주민들을 회유하려 들고 있다.

 

 

 

이 문제는 지난 2월 정부에서 동자동 쪽방촌을 공공주택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시작되었다.  LH와 SH를 공동사업시행자로, 서울역 근처 동자동 일대에 공공주택 1450호와 민간분양주택 960호를 짓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쪽방 주민들은 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게 되었고, 개발이 진행되는 동안 임시거주지도 제공한다는 발표에 빈민들의 기대가 컷다.

 

 

 

이미 지난 2월19일 주민들의 의견 청취를 마쳤고, 올해 안에 국토교통부가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완료하면 내년부터 지구계획 승인과 보상 절차가 진행된다. 2023년 임시이주와 공공주택단지 착공에 들어가며 입주는 2026년이고 2030년에 민간분양 택지개발이 완료되는 사업이다.

 

 

 

그러나 이 지역 토지·건물주들이 추진한 동자동재개발조합에서 공공개발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는데. 갑자기 쪽방주민들에게 “더 좋은 집을 지어주겠다”고 달래며 쪽방 전체 주민을 대표하는 듯한 '동자동 주민대책위'로 간판을 바꾸어 다는 위선적인 전략을 취한 것이다.

 

 

 

동자동 재개발조합은 2018년부터 만들어졌지만 여러 장애에 걸려 여지 것 손을 놓고 있었다. 그런데, 재개발조합에서 못하는 것을 정부에서 해 주겠다는데, 왜 눈에 쌍심지를 켜는지 모르겠다. 떨어지는 떡고물이 적어서 일까?

 

 

 

그 강경했던 거리 펼침막을 지난 달 중순부터 두리뭉실한 내용으로 바꾸어 달았다. “쪽방 주민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민간개발, 동자동 주민대책위원회가 만들겠습니다.”  재개발조합을 좌지우지하던 여인네 직함도 “동자동 주민대책위원장”으로 바뀌었더라. 누가 완장을 채워주었는지 모르지만, 갈수록 가관이다. 대개의 쪽방 건물주들은 투기꾼에 다름아니다.

 

 

 

쪽방 주민들도 비열한 그 따위 수법에 넘어가지 않는다. 주민들의 협동체인 “동자동 사랑방”에서 건물주들의 붉은 깃발에 맞서 “공공주택환영”이란 글귀를 곳곳에 써 붙이며 음흉한 공작에 대처했다. 주민들은 건물주들의 위선에 분통을 터트리며 “공공주택 개발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7일에는 새꿈공원에서 쪽방주민들이 찍은 특별한 사진전도 열었다. 자신이 사는 주변 환경을 핸드폰으로 찍어 보여주는 사진전이었다.  사진작가들의 주관적인 앵글보다 주민들이 찍은 가식없는 현장사진이 더 가슴에 와 닿았다. 이처럼 리얼한 현장 사진을 어디서 볼 수 있겠는가?

 

 

 

방에 물이 새도 그만, 공동화장실이 막혀 용변을 못 보아도 모른채 하며 건물관리는 뒷전이었지만, 비싼 방세는 하루만 늦어도 쫓아내는 악덕업주들이 아니던가? 방세 또한 계좌이채도 안 되고 오로지 현금만 찾는 이유가 무엇인가? 더럽게 벌어 탈세까지 하려드는 것이다.

 

 

 

건물 소유주들이 공공개발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것은 민간개발에 견줘 그들에게 돌아오는 개발이익이 적어서다, “내 무덤 위에 공공임대주택을 지어라”며 극력 반발하던 소유주들이 이제 와서 ‘쪽방 주민들과 함께’하겠다며 알랑방귀 뀌는 꼴 사나운 수작들을 어찌 두고 볼 수 있겠는가? 

 

 

 

평당 임대료로 치면 고급아파트보다 더 비싼 동자동 쪽방은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짐승우리보다 못하지만 정부가 지급하는 주거급여가 오르면 월세도 따라 올렸다. 건물주들은 동자동에 살지도 않고 관리인을 통해 월세만 꼬박꼬박 받아 챙기는 주제에 이제 와서 ‘함께하자’ ‘우리 얘기도 들어 달라’고 나서니 개가 들어도 웃을 일이 아니겠는가?

 

 

 

 

그들이 동네에 붙인 유인물에는 “저희는 쪽방 주민 여러분들을 내쫓을 생각이 전혀 없다. 닭장 같은 쪽방에서 또 다른 쪽방으로의 이전이 아닌 집다운 집, 질 좋은 집을 지어드리고 싶다”는 말을 적어 놓았다. 그런 입에 발린 소리를 믿을 사람이 있겠는가? 이미 2015년부터 후암동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해 개발을 추진했지만, 소유주들끼리 합의가 안 돼 실패했다. 그땐 쪽방 주민들 의견은 물어 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공공주택 계획이 발표된 이후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민간주도 재개발을 공약한 오세훈 시장이 당선된 게 문제였다. '국민의 힘'은 지난 달 중순 건물소유주들과 간담회를 열어, 정부의 공공주택 사업을 ‘재산권 침해’라 비판하며 가진 자들의 편을 들기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건물주들의 목소리보다 밑바닥에서 허덕이는 빈민들의 삶을 살펴보고 대처해야 한다. 당리당략보다 동자동 공공주택개발 사업이 어렵게 사는 사람들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표본이 될 수 있도록 망설이지 말고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건물주들은 당장 ‘동자동 주민대책위원회’란 위장 간판부터 내려라.

그리고 정부의 공공개발 사업에 적극 협력하라.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더냐?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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