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동 쪽방 사는 손행복씨가 한 달 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무리 가는데 순서가 없다지만 처음 만났을 땐

나보다 훨씬 건강했고 세 살이나 적었다.

 

행복하게 살라고 이름까지 행복으로 지었으나 그의 삶은 불행했다.

오죽하면 연고자를 찾지 못해 임종한지 한 달 만에 장례를 치루었겠는가?

 

정선 집이 불탄 일로 실의에 빠져 방구석에만 처 박혀

만나자는 사람이나 전화조차 기피하고 있었지만

손행복씨의 마지막 가는 길은 배웅하지 않을 수 없었다.

 

29일 아침 아홉시에 백제화장터로 간다기에 따라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모이기로 약속한 ‘동자동 사랑방’에 시간 맞추어 나왔으나,

사정이 생겼는지 먼저 가고 없었다.

 

마침 ‘서울역쪽방상담소’ 전익형실장이 찾아와 자기 차로 가자고 했다.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지, 하늘에서 눈물 같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백제화장터에는 ‘사랑방주민협동회’ 김정호이사장과 선동수간사장

조인형씨 등 여섯 명이 와 있었다.

 

시신은 별다른 장례절차 없이 바로 화장하는 줄 알았는데,

다들 ‘그리다’라는 추모공간에 모여 있었다.

 

서울시에서 무연고 빈민을 위해 마련해 둔 추모공간은 처음 보았는데,

세상을 떠난 박원순시장이 가난한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했더라.

 

공영장례장인 ‘그리다’는 연고 없이 돌아가신 무연고 사망자와

장례를 치루지 못하는 빈민들을 위해 서울시에서 마련한 빈소라고 한다.

 

장례의식을 진행하는 담당자 이야기로는 하루에 평균 두 명이 이용한단다.

 

그 곳에 영등포쪽방에서 온 장홍준씨 시신도 같이 안치되어 있었다.

 

다들 식순대로 예를 올리며 먼저 떠난 이를 추모했다.

 

조인형씨는 슬픔을 참지 못해 눈물을 훔쳤으나,

살아남은 자의 슬픔일 뿐, 고난의 세상을 떠난 자는 편안할 것이다.

 

가진 자는 죽음이 두렵겠지만 아무 것도 없는 빈손들은 홀 가분 할 것이다.

 

부디 차별 없는 평등의 세상에서 편히 잠드시길 빕니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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