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여지 것 선거운동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이번 선거는 다른 선거와 달랐다.

동자동 재개발을 그대로 추진할 수 있는 여권 후보의 당선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우선 서울역에 가서 코로나 사전검사부터 받았다.

최근 받은 음성 확인이 없으면 아무데도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받기가 지겹지만, 어쩌겠는가?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정기총회도 비대면으로 열렸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치러지는 서면 총회인데,

임원 선출하는 투표장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형식적인 선거이긴 하지만, 기존 임원에 한 표 던졌다.

 

다음 날부터 쪽방 촌 주민들의 표를 결집하기 위해 며칠에 걸쳐 동자동을 누비고 다녔다.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다들 외출을 자제하는 터라 쪽방을 찾아 다닐 수밖에 없었다.

 

어떤 분에게는 찍어 둔 기념사진을 전해주기도 하고,

또 다른 분에게는 출판에 따른 사진사용 동의서를 받아가며

여당후보가 당선되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빈민 스스로를 위한 일이라 반대하는 사람은 없지만,

투표장에 나가지 않을 경우를 염려해서다.

 

투표장보다 사전선거가 열리는 서울역이 더 가깝기에

서울역 사전투표장으로 갈 것을 안내 했는데,

어떤 분은 손이 떨려 도장이 선에 물렸다며 걱정했다.

 

서울역에 자리잡은 노숙인은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두 달 전 코로나 감염자가 100여명으로 늘어난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 감염된 노숙인은 생사조차 알 수 없다.

그들이 없어졌다고 노숙인은 사라지지 않았다.

어디서 왔는지, 다른 노숙인들이 하나 둘 몰려들었다.

 

서울역전에서 죽치는 낯선 노숙인들은 선거엔 관심도 없었다.

“어느 놈이 되어도 마찬가지”라지만,

문제는 노숙인 대개가 주민등록증이 없다는 점이다.

주권 행사를 할 수 없는 노숙인 표가 아까웠다.

 

도시락 나누어 주기만 기다리는 그들에게는

한 장의 투표 권 보다 배를 채울 빵이 더 절실했다.

 

그들의 시름을 덜어 줄 정치인은 어디에도 없다.

쪽방 촌에는 선거유세차가 수시로 들락거리지만,

서울역에서 표를 구걸하는 사람은 아무도 볼 수 없었다.

 

거지는 사람도 아닌 모양이다.

왜 쪽방촌보다 위급한 노숙인을 방치할까?

정치인들의 노숙인에 대한 관심이 절실하다.

 

쪽방 촌 골목골목에는 붉은 깃발이 나부꼈다.

동자동재개발을 반대하는 건물주의 항의 시위다.

몇 년 동안 재개발을 못해 안달이더니,

그들이 해결 못하는 일을 추진하려는데, 왜 반대할까?

한 푼이라도 보상을 더 받기 위한 치졸한 작태다.

 

지난 6일은 꼼짝하지 않고 방을 지키기로 했다.

방소독한다는 벽보가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언제 올지도 몰라 숙제처럼 남은 전시리뷰를 쓰기위해 책상 앞에 앉았다.

 

아무리 머리를 짜도 할 말이 없었다.

할 말이 없다기 보다 무슨 소리를 하는지 헷갈렸다.

들여다 보고 있으니, 머리가 지끈지끈해 덮어버렸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부탁받지도 않은 이런 일을 왜 찾아다니며 고민하는지 모르겠다.

어떤 작가는 비슷한 내용의 전시를 해마다 여는데, 같은 이야기를 재탕 할 수도 없었다.

고생스럽게 써주고 욕먹는 일도 한 두번이 아닌데, 국 쏟고 뭐 데이는 격이었다.

리뷰 쓰기 싫어 전시장 출입을 삼가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그래, 이제부터 보아야 할 전시들은 빠짐없이 찾아보고,

대신 청탁을 받았거나 특별한 이유가 아니라면 전시리뷰를 쓰지 않으면 될 것 아닌가?

무슨 평론가도 아닌 주제에 사서 고생할 필요가 없었다.

결심을 하고나니 속이 후련해졌다.

 

노크 소리에 문을 열어보니 소독하는 분들이 찾아왔다.

좁은 방이라 분무기 호스를 한번만 돌리니 간단히 끝났다.

벽에 덕지덕지 붙은 사진이 신기한지 한참을 들여다보더니,

쪽방을 수없이 다녀 보았지만, 침대까지 들인 방은 처음이란다.

 

이제 투표결과를 기다릴 일만 남았다.

한 표라도 보태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니,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위안했다.

 

그런데, 출구조사가 심상치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억장이 무너졌다.

이토록 비참한 패배는 없었다.

평소 안 하던 내 짓거리에 표가 반란을 일으킨 걸까?

 

오시장 임기동안 재개발 사업을 깔고 앉을 확률이 많은데,

빈민들의 꿈이 물거품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제 죽기 살기로 싸우는 방법 밖에 없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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