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이 많아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다.

 

 

 

술이라도 한 잔 하고 싶으나, 몸이 버텨내지 못한다.

고질병인 호흡장애와 원인모를 두통에다 기력까지 쇄진하니, 사는 것 자체가 비참해 진다.

 

 

 

한 때는 심한 호흡장애로 입원도 했으나, 기관지 확장제인 ‘테오란-비’를 먹고 ‘아노로 엘립타’를 매일 흡입하는 식으로 버텨냈는데, 이젠 마스크까지 써야 하니 죽을 지경이다. 밖에 나가지 않는 게 상책인데, 갑자기 날씨마저 더워 답답해 견딜 수가 없었다.

 

 

 

바람이라도 씌러 서울역광장으로 나갔더니, 노숙하는 박씨가 죽은 사람 만난 듯 반긴다. “형님! 오랜만에 만났는데 술 한 잔합시다” 술 생각이 간절한 모양인데, 나 역시 마음이 편치 않아 같이 마신 게 화근이었다. 서너 잔 마셨는데, 갑자기 숨이 가빠지며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박씨가 “어디 아픈가베! 빨리 병원 가보라”며 술잔을 거두었다.

 

 

 

한참을 엎드려 있었더니 어지럼증이 좀 안정 되었다. 영문을 모르는 지은이는 “술을 혼자 많이 마셔 벌 받았다”며 낄낄댄다. 어디서 구했는지 헬멧을 쓰고 목에 채인 까지 감고 있었다. 지은이를 보니 갑자기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는 비록 노숙하는 처지지만 아무런 걱정 없이 즐겁게 살아간다.

 

 

 

그래! 아무 것도 없는 게 속 편할거다.

 

 

 

나 역시 아무것도 없는데, 난 왜 편하지 않을까? 나에게는 쪽방도 있고, 좋아하는 동지도 있고, 케메라도 있지 않은가? 그 세 가지만은 아무리 생각해도 버릴 수가 없었다. 아직 수양이 덜 된 것 같았다.

 

 

 

곳곳에 쓰러져 자는 노숙인이 널려 있었다. 밥 얻어먹는 일 외에는 할 일이 없으니, 잠 잘 일 밖에 더 있겠는가? 어쩌면 그들도 나처럼  아플지 모르겠다. 아파 딩굴다 눈감으면 아무도 슬퍼해 줄 사람도 없다. 짐승보다 못한 삶이지만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정치꾼들은 걸핏하면 복지복지 노래 부르지만, 말짱 개소리다.

 

 

 

그래도 그냥 들어 갈 수는 없어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살아 있는 한 이 짓은 반복할 것이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다. 세상에 별의 별 병이 많지만, 이 병도 마약처럼 하나의 정신병에 속할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관속에 들어가 눕는 게 상책일 것 같았다. 관 치고는 큰 방이지만, 계단 오르는 일이 너무 힘들다. 쉬엄쉬엄 올라오긴 왔는데, 오자마자 그대로 뻗어버렸다. 숨을 못 쉬어 자다 죽는 것도 괜찮을 텐데, 그런 복이 내게 올 리는 없다.

 

 

 

누워 있어도 할 일이 눈에 어른거려 미칠 지경이다. 지금쯤 정선에 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집을 지어야 한다는 심적 부담이 병이 된 것 아닌지 모르겠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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