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방 사는 최군은 정신이 왔다 갔다 하여 다들 미친놈이라 부른다.

그러나 미친놈이 미치지 않은 놈보다 훨씬 인간적이다.

 

그는 돈 있은 놈보다 없는 놈을 더 좋아한다.

제 몸 눕기도 비좁은 쪽방에서 물고기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가하면

매달 받는 기초생활수급비 대부분을 노숙자들 술 사주는 데 써 버린다.

 

가끔은 방안에서 발작 일으키는 소란에 관리인 정씨에게 혼 줄도 나지만 아무 소용없다.

정씨 역시 금방이라도 쫒아 낼 듯 욕을해대도 그의 인정스러움을 알아 그 때 뿐이다.

 

요즘 관리인 정씨가 허리를 다쳐 꼼짝을 못하는 와중에 최군의 발작이 도졌다.

갑자기 갑갑한지 팬티만 걸치고 사방을 돌아다니며 괴성을 질러댄다.

 

아무도 방문조차 열지 않아 그런지 골목으로 나가더니,

지나치는 이들의 심상찮은 반응에 다시 들어왔다.

 

조용해 방문을 열어보니, 발작이 끝났는지 큰 대자로 뻗어 자고 있었다.

이제 한 숨 돌렸다! 이 더러운 세상 어찌 미치지 않고 살 수 있겠나?

 

마음껏 소리 지르며 억눌린 마음을 풀고 나면 훨씬 편할 것 같았다.

미쳐버리면 모든 걱정도 잊지 않겠는가?

 

일손이 잡히지 않아 하릴없이 거리를 돌아 다녔다.

동자동이나 서울역이나 그 풍경이 그 풍경이고 그 사람이 그 사람이었다.

 

돈 많은 사람은 여전히 많을 것이고, 가난한 사람은 여전히 가난하다.

달라진 게 있다면 마스크도 멋인지 마스크 전문 매장이 생겼더라.

 

최군이 미친 게 아니라 세상이 미쳤다.

미친 자가 미친 것을 모르듯, 다들 모르고 살아갈 뿐이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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