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광장 주변에 모여 있는 노숙자는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함께 어울려 놀아도 아무도 전염병에 걸린 사람이 없다.
행인들이 노숙자들을 지렁이 보듯 피해 다니니, 코로나에 감염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들이 만나는 사람이라고는 밥 주는 사람이나 복지사들 뿐이다.
슬픈 일이기는 하나, 한편으로 전염병 유입을 막을 수 있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지난 22일의 동자동 풍경은 몇몇 사람만 거리를 오갈 뿐 한산했다.
만물상 차량과 식료품 파는 차량이 골목골목 대기하고 있었지만, 찾는 손님은 없었다.
큰 길가에는 두 내외가 끌고 다니는 폐지 수집하는 삼륜차가 서 있었지만.
동자동 안쪽으로 들어오지는 않았다.
쪽방촌에는 폐지 수거하는 분들이 많아 그들의 밥벌이를 침해하지 않겠다는 배려리라.
흔한 일이기는 하나, 누군가 세상을 등졌다는 소식도 나 붙었다.
‘식도락’ 문에 고)옥남일씨 부고가 붙었는데, 한창 나이에 무슨 병으로 죽었을까?
장례 날자가 정해지지 않은 걸 보니 아직 가족을 찾지 못한 것 같았다.
동자동 주변에는 대형 건물들이 많아 점심시간에는 젊은 회사원들로 붐빈다.
주차장 옆 공터에는 항시 흡연족들로 넘쳐난다.
그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어울려 담배를 피워도 누구도 제재하지 않는다.
코로나가 담배연기를 싫어할까? 아니면 흡연족은 사람도 아닐까?
나 역시 담배를 피우지만, 흡연자의 공중도덕은 심각한 지경이다.
무심코 던진 담배공초가 바닥을 잔뜩 어지럽히고 있었는데,
그 쓰레기를 쪽방 촌 노인들이 치운다는 것을 알기나 할까?
요즘은 서울역광장에 중구 코로나 선별검사소가 생겨
그 곳에 모여 있던 노숙자들이 모두 쫓겨났다.
지하도나 서울역 인근 구석구석에 틀어박혀 숨죽이고 있다.
가난할수록 전염병에 의한 피해는 상대적으로 크지만,
그중에서도 노숙자는 코로나의 최대 피해자다.
밥 주는 집이 문 닫는 곳이 많아 끼니 해결도 어렵지만,
적선하는 손길조차 그들은 피해 다닌다.
어저께는 페친인 강명자씨로부터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노숙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자선이라 고맙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막상 나누어주려니 누구를 선정할 것이며, 주는 방법도 걱정이다.
그들에겐 돈이 제일 필요하지만,
알콜중독자에게 돈을 주는 것은 죽음을 재촉하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온 몸이 쏙 들어가는 침낭이 제일 필요하지만,
새 침낭을 주면 남대문시장에 가져가 싼값에 팔아버리니 그게 문제다.
일단 만나 그들의 의중부터 살펴보아야겠는데.
사람 만나는 일이 잦은 내가 전염병에 감염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안전지역에 있는 그들에게 전염병을 감염시켜 줄 초상 치루지 말라는 법도 없다.
서울역광장의 선별검사소에 가서 코로나 검진부터 받았다.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으나, 대부분 젊은이 뿐이었다.
노숙자나 쪽방 촌 주민들은 아무도 없었다.
하기야! 노숙자들은 그렇다 치고, 대면을 기피하는 쪽방촌 주민보다
상대적으로 외부접촉이 잦은 젊은이들의 검사가 더 필요할 것 같다.
검사결과가 언제 통보될지 모르지만, 그 때까지 기다려보자.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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