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동짓날이 되면 서울역광장에서 홈리스와 무연고 사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추모제가 열린다.

 

매년 밤이 가장 길어 홈리스에게 더 혹독한 동짓날,

외로히 죽어간 이들을 추모하는 자리도 올해로 20년째를 맞았다.

 

지난 21일 열린 추모제는 빈곤사회연대, 홈리스행동, 동자동사랑방 등 42개 단체가 모인

'홈리스 추모제 공동기획단'에서 준비한 행사다.

 

쪽방, 여관, 거리, 시설 등에서 세상을 등진 이들을 추모하고,

열악한 노숙인 인권실태 고발 및 지원 대책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예년에 비해 대폭 축소되었다.

작년에는 노숙인과 일반인이 참여한 노숙탈출 윷놀이, 삼행시 짓기,

액운 날리기, 동지팥죽 나누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으나,

이번에는 ‘동료를 위한 동료의 추모’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중계되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1월까지 한 해 동안 거리에서, 여관에서, 쪽방에서

비명에 죽어 간 무연고자는 모두 295명이라고 한다.

작년에 사망한 166명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숫자지만, 급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매년 몇 명의 홈리스가 사망했는지 공식 통계가 없기 때문이다.

 

이 숫자는 시민단체에서 나름으로 파악한 비공식 집계로

실제 한 해 몇 명의 홈리스가 어디서, 왜 죽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들은 국민이 아니고 유령인가? 왜 정부에서 손을 놓고 있는지 모르겠다.

 

서울역광장에는 노숙인들의 의료, 혐오, 노동, 주거, 밥, 추모 등에서 겪는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2020 홈리스 10대 뉴스’와

‘코로나19 홈리스 생존&공존 전시가 열렸다.

 

‘재난지원금 신청서를 쓰고 싶었지만 통장도, 카드도, 핸드폰도 신분증까지 없어 포기했다’는 등

코로나19 때문에 홈리스들이 겪는 혐오나 어려움에 대한 호소가 적혀있었다.

 

오후2시에는 홈리스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이 열렸다.

서울역광장 ‘홈리스 기억의 계단에는 무연고사망자의 이름이 적힌

책과 장미 295송이가 빼곡히 놓여있었다.

 

무슨 팔자가 그리도 기구하여 죽어 지내는 추모제조차 제대로 못할 때 떠났나?

부디 극락왕생하여 이 세상에서 받은 설움과 고통을 보상받으소서!

 

2016년 홈리스 추모제에서 발언한 당사자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라.

 

 

“우리에게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느냐고 묻지 마십시오.

그 질문은 네가잘못 살아서거리잠을자게된거아니냐고비난하는것입니다.

그질문에는개인의불행에대한사회의책임이빠져있습니다.

지금우리가이자리에서요구하는것은최소한의잠자리와일자리와치료받을권리입니다.

그것은모든국민에게동등하게주어져야하는당연한권리입니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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