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하는 이 위중한 시기에

줄 세우는 김치 나눔이 동자동 새꿈공원에서 있었다.

 

자선단체에서 보내 온 김치를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나누어 주는 연례 행사인데,

쪽방 주민들에게는 겨울을 날 수 있는 유일한 부식이라 다들 눈에 불을 켜고 기다린다.

이번엔 량이 많지 않았는지 알리지도 않고 나누어 주었다.

김치 나누어 주는 것을 몰랐는데, 옆방의 정씨가 공원에 줄섰다고 귀띔해 주었다.

 

아무리 전염병으로 외부 출입을 자제하지만, 안 나갈 수 없었다.

다들 어떻게 알았는지, 많은 사람이 줄서 있었다.

죽음을 무릅쓰고 먹을 것 찾는 사람들을 보니, 사는 게 전쟁이었다.

 

그렇게 줄 세우지 말라고 노래를 불러도 듣지 않더니,

한동안 코로나가 그들의 나쁜 버릇을 고친 줄 알았다.

편리한 시간에 찾아가는 방법이 서서히 정착돼 가고 있었는데,

왜 줄 세우는 병이 다시 도졌는지 모르겠다.

 

수량이 일정하지 않으면 구역이나 등급별로 주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으나

많은 김치를 건물 안으로 들이는 어려움이야 있겠다.

그렇지만, 동사무소에서 주는 나눔은 절대 줄 세우지 않는다.

메시지를 보내오면 틈나는 시간에 찾아 가면 되지않던가?

 

왜 쪽방상담소란 조직을 만들어 거지 길들이는 악역을 맡겼는지 모르겠다.

 

다들 점염병에 주눅 들었으나 모처럼 동네사람 만나니 반갑긴 반갑더라.

모처럼 동자동 새꿈 공원에 웃음꽃을 피웠다.

 

옛날 유행가 자락이 생각나는 대목이었다.

“방역을 따르자니 정이 울고, 정을 따르자니 방역이 운다.”

 

김정심씨를 비롯하여 몇몇 사람이 어울려 술을 마셨는데, 

황춘화씨는 나를 보더니 죽은 서방 만난 듯 반색하며 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잡은 손에 카메라를 들이대니, 옆에 있던 김정심씨 말이 걸작이다.

“이제 큰 일 났다. 저 사진 올라가면 조작가 색시 한데 머리 다 뽑힌다”

 

그동안 얼마나 외로웠으면 저럴까 하는 생각에 안 서러웠다.

술친구이자 사랑하는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빈자리가 너무 큰 것 같았다.

모처럼 이웃 만나 기분 좋았으나, 나를 보니 아들 용성이 생각이 난다며 눈물을 글썽인다.

용성이 따라 가고 싶단다.

 

하기야! 힘든 세상 무슨 미련이 있어 감옥살이 해가며 살고 싶겠나?

모진 목숨 스스로 끊을 용기가 없을 뿐인데, 코로나 따라 가는 것이 어쩌면 편할지도 모르겠다.

 

난, 동자동에서는 주식이 라면이라 김치가 없으면 안 된다.

어렵사리 김치는 탔으나, 김치 들고 사진 찍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전염병으로 마음도 편치 않아 먼저 들어왔는데,

오는 길에 홈리스 자활센터 최성원 목사를 만나 기념사진도 찍었다.

 

 낑낑거리며 4층까지 올라오긴 했는데, 방이 좁아 들여 놓을 곳이 없었다.

매 년 김치 탈 때마다 후회하는 것이 냉장고다.

 

오래 전 동자동에 입주할 때 정영신씨와 중고 냉장고를 사러갔는데,

내가 우겨 제일 작은 사무실용 냉장고를 샀기 때문이다.

좁은 방에 큰 냉장고가 버티면 너무 답답할 것 같은 배 부른 생각을 한 것이다.

 

살다보니 냉장고가 작아 냉동은 물론 반찬도 제대로 넣을 수 없었다.

냉장고를 비워 억지로 밀어 넣긴 했는데,

냉동 칸에 닿은 부분이 얼지 않을까 모르겠다.

 

나눔 덕분에 올 겨울 부식은 해결했으나, 걱정도 따랐다.

한 사람이라도 확진자가 있었다면, 동자동에 줄 초상난다.

하기야! 노숙자들이 그렇게 무방비로 어울려도 걸린 사람이 없었으니,

코로나가 거지는 사람 취급을 하지 않는 모양이다.

 

제발 줄세우는 짓은 그만 끝내라.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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