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사람을 병들게 만든다.
돈 앞에는 혈육도 친구도 없는 비정한 세상이다.
행복과 불행의 기준은 돈이 아니라 마음이라 생각한다.
강남에 사는 부자가 다 행복한 것도 아니고,
쪽방 사는 빈민들이 다 불행한 것은 아니다.
세상을 살다보니, 돈 때문에 망가지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복권에 당첨되어 흥청망청 쓰다 쪽박 차는 경우도 보았고,
소박하게 살던 사람이 개발로 졸부가 되어 돈 장난으로 망하는 경우도 많았다.
돈이 권력으로 바뀌어 망가지는 명사도 숱하게 보아왔다.
인사동에서 건물을 몇 채나 가진 부자가 돈 밖에 모르는 사람도 있다.
지금은 관광객이 사라져 그만 두었지만, 싸구려 잡화상 하느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나이 많은 아내와 공부해야 할 자식까지 동원해 장사에 매달렸다.
살날도 많지 않은데, 그 돈이 아까워 어떻게 죽을지 모르겠다.
나도 그렇지만, 대개의 쪽방 사는 사람들이 오히려 배짱은 편하다.
기초생활수급자가 되기 이전에는 돈에 쫒겨 허둥댔지만,
세상에서 밀려나 욕심조차 놓아버리니, 얼마나 홀가분하겠는가?
며칠 전 동자동 새꿈공원으로 모처럼 동네 마실을 갔다.
가을 흔적만 뒹구는 공원에는 사람들이 어울려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입구에서는 누군가 빵을 한 상자 가져와 여럿이 둘러 서 나누어 먹었다.
대개 없는 사람들이 정이 많아, 뭔가 생기면 나누는 걸 좋아한다.
한 쪽 구석에는 나와 같은 건물 사는 서씨 혼자 앉아 소주를 깠다.
소주 한 병 사들고 가서 술 친구가 되었다.
서씨는 평소에 말이 없어 혼자 노는 경우가 많아, 나도 딱 할 말은 없었다.
소주 석 잔 마시는 동안 말 한마디 없이 침묵만 흘렀다.
심심해 내가 먼저 영양가도 없는 말을 꺼냈다.
“서형! 한 가지 물어 봅시다”, “뭔데요?”
‘만약에, 서형이 복권에 걸려 일억이 생긴다면 뭐부터 하고 싶소?‘
한 참을 머뭇거리다 하는 말이 “아무리 생각해도 쓸데가 없네”
손가락을 꼬무락거리더니, 1억을 100명에게 주면 얼마지?“
내가 ‘백만원 아니요’ 했더니, 하고 싶은 일이 생각났단다.
"밤중에 서울역 가서 노숙하는 사람들 자리에 백 만원씩 두고 싶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 돈을 보면 얼마나 좋겠나?.
어떤 사람은 쪽방에 들어와 같이 살 수도 있고, 밥도 굶지 않고...”
정말 귀 똥 찬 생각이라, 서씨가 갑자기 달리 보였다.
없는 사람이 자기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은 생각이었다.
돈 맛을 알아 돈에 중독된 사람은 절대 생각도 못할 일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다.
서씨의 꿈이 이루어지도록 복권 한 장 사보자!
그 아름다운 꿈이 이루어지는 세상을 위하여...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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