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의 절반은 알콜 중독자로 볼 수밖에 없다.

요즘처럼 차가운 날씨에 술이 취해 잠들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들이 술을 자제하며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려면

강제 수용하여 치료받게 하는 방법뿐이다.

 

지난 23일 정오 무렵, 산책하러 동네로 내려갔더니,

송범섭씨가 마치 장물애비처럼, 손목시계를 몇 개나 들고 있었다.

한 개 오천 원에 판다는데, 쪽방 촌에 시계 필요한 사람이 있겠는가?

필요하다면 밥 얻어먹는 시간이라도 알아야 할 핸드폰 없는 노숙자들뿐인데,

그들에게 무슨 돈이 있단 말인가?

 

새꿈공원으로 올라가니 주차장 모퉁이에서 노숙하던 병학이 일행이 사라지고 없었다.

자리가 깨끗하게 청소된 걸 보니, 어디로 쫓겨난 듯 했다.

멀리 공원 안쪽에서 누군가 노숙을 하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보니, 쫓겨 난 그들이 공원 안으로 자리를 옮겼더라.

병학이는 이불 속에 파묻혀 자고 있었고, 옆에 있던 봉남이가 반색을 했다.

 

술이 고파 물주 나타나기만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인데, 주머니엔 천 원짜리 한 장 뿐이었다.

“천원 가지고 무슨 술을 사?‘라며 시큰둥했다.

병학이가 자서 심심했던지, 날더러 가지 말라고 붙잡았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니네 가족은 서울에 사냐?고 물었더니, 사연을 줄줄이 쏟아냈다.

 

운전면허증부터 꺼내 놓으며 집에서 이혼 당해 쫒겨 나온 이야기를 했다.

택시기사로 일하며 살았는데, 그 놈의 술 때문에 이 지경이 되었다는 것이다.

운전해야 할 사람이 술을 너무 좋아해 일 나가지 않는 날이 많으니, 누가 그를 쓰겠는가?

결국 직장 잃은 가정불화로 집에서 쫓겨나게 된 사연 사연을 털어놓았다.

“자식은 없냐?”고 물었다니, 갑자기 딸년이 보고 싶다며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얼마나 슬피 울어대는지 옆에 있는 나까지 눈물이 나더라.

 

도와주지도 못하면서 괜히 쓸데없는 걸 물어 초상집 분위기를 만들었다.

자리가 민망해 일어나니, 대뜸 하는 말이 “천원만 더 갖다 줘”란다.

자식이 보고 싶어 그렇게 슬피 울다가도 술값 걱정을 하는 것을 보니, 술이 무섭기는 무서웠다.

이제 오십대 중반이면 한창 일 할 나이인데, 보통 일은 아니었다.

 

작년 이맘 때 비명에 간 용성이도 술 때문에 죽었는데,

술 값 구걸에 못 이겨 술값 준 적 있는 내가 죽인거나 마찬가지였다.

하루속히 알콜중독자를 강제 수용하더라도 구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매일같이 국회에서 개지랄만 떨지 말고 사람 살릴 걱정 좀 하라.

 

사진, 글 / 조문호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