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전 페친 강명자씨로부터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며 100만원을 보내왔다.

고맙게 받았으나 어떻게 나누어 주어야 할지 걱정되었다.

물론, 노숙인 쉼터나 밥 나누어 주는 단체에 보내주면 간단한 일이지만,

보낸 사람이 그걸 몰라서 나에게 보냈겠는가?

노숙하는 어려운 분들에게 바로 전달해 주고 싶은 것 같았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지 결정해야 했다.

그들에겐 현금이 제일 필요한데, 만 원 정도는 가볍게 여긴다.

비상금으로 간직하려면 신사임당 한 장이 딱 좋은데, 20명을 줄 수 있었다.

그렇다고 무작정 나누어 줄 수도 없고, 누군 주고 누군 안 줄 수도 없다.

이왕이면 아는 노숙인 주고 싶지만, 자칫하면 갑 질하기 십상이다.

 

궁여지책으로 생각해 낸 것이 그냥 주는 게 아니라

인터뷰를 하고 사례비로 지급하기로 했다.

말이 인터뷰 사례비지 이름과 나이, 어려운 점 정도만 이야기 해 주면 된다.

거지 적선이 아니고, 당당히 말하고 수고비로 받으라는 것이다.

일단 인터뷰에 응해주는 사람에 한하되, 잘 아는 노숙자나 알콜 중독자는 제외하기로 했다.

 

내일부터 마땅한 사람들을 찾아 나설 계획인데,

서울역광장에 코로나 선별검사소가 생겨 다들 쫓겨났다.

요즘은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다.

자정이 가까웠으나 서울역으로 나가 보았다.

 

몇몇 사람은 라면박스를 모아 관처럼 만들어놓았더라.

자는 사람도 있고, 잘 준비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나의 제안에 의외의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사례비를 준다 해도 인터뷰란 말에 두 사람이나 손사래 쳤다.

돈도 싫어하는 걸 보니, 무슨 사정이 있는 것 같았다.

아니면 내가 사기꾼으로 보였던지...

 

강 훈씨 (69세)

 

인터뷰에 응한 사람은 올해 69세인 강훈씨와 60세인 이미자씨 인데,

강훈씨는 이혼하고 거리에 나선지가 십 오년이 되었다고 한다.

노가다 판에 나가 벌기도 했으나, 이젠 힘들어 못한단다.

이미자씨는 정신이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더라.

연신 깡통에 침을 뱉으며 횡설수설하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두 사람에게 사례비로 오 만원씩 드리고 돌아왔다.

 

이미자씨(60세)  

 

내일은 아침식사 배급할 때 나가봐야겠다.

아무쪼록 자선한 분의 따뜻한 마음이 제대로 전달되어

노숙하는 분들에게 작은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진,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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