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정오 무렵, 동자동에서 짜장면 잔치가 벌어졌다.
‘한국새생명복지재단’과 ‘모리아교회’가 마련한 “사랑의 짜장면 나눔 잔치“다.
쪽방촌이라 간간히 음식 나누는 자리가 있긴하지만,
짜장면은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해, 군침 흐르는 음식이 아니던가.




빈궁한 어린 시절, 중국집에서 먹던 짜장면 맛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짜장면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지만, 오랜 세월 먹어도 질리지 않는 게 짜장면이다.
짜장면 나누어주는 ‘모리아교회’로 가보니, 많은 사람들이 예배당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배식하는 순서가 잘 못 되었더라.
금방 솥에서 나온 면을 짜장면에 비벼 먹으면 얼마나 맛있겠는가?
오는 사람 순서대로 받아가 먹게 하면 면도 굳지 않고 일하는 사람도 편할 텐데,

한꺼번에 모아 주니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얻어먹는 주민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이 좀 섭섭했는데,
맛이야 어떻던 획일화, 광고 화에 신경 쓰는 것 같아 심기가 꼬였다.




짜장면을 받아보니, 이미 면이 뭉쳐져 있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면발에 군침 흘리며 들어 왔는데, 이렇게 불려 먹여야 속이 시원한가?
덩어리 진 면을 한 올 한 올 풀어 비볐지만, 역시 짜장면은 짜장면 이었다.




먹는 시간이 오 분도 걸리지 않아 그런지, 먹은 사람은 금세 나가 버렸다.
맛은 있어도, 한 그릇 더 달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짜장면을 그리워한 것은 맛도 맛이지만, 아득한 향수 때문일 것이다.




자리 비어가는 걸 물끄러미 바라보던 목사께서 한마디 하신다.
“한 사람도 잘 먹었다는 사람 없고 고맙다는 사람 없네”
사실 그렇기야 하지만, 목사가 수양이 덜되었거나 동자동 사정을 잘 몰라 하는 말이다.




설사 그런 생각이 들어도 목회자가 뱉을 말은 아니다.
“고맙다는 인사 받으러 베푸는 것은 아니 잖은가?”
그리고 주민들을 줄 세워 길들여 놓은 자업자득이다.



여지 것 수시로 줄 세워 나눠주었으니, 당연히 주는 것으로 아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 자선을 내 세운 활동이 스스로 일어나는 자립심을 잃게하고 안주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을 사육하며 길들인다”고 악을 쓰며 발발거리지 않았던가.




다들 짜장면을 맛있게 먹었다.
교회 봉사 활동하는 주민들이 공원이나 사람 모인 장소까지 배달했으니,
동자동 사람은 물론 노숙자까지 짜장면 맛은 다 보았을 것이다.
‘은혜짜장선교단’이란 단체에서 짜장면을 배식하며 선교 할동을 하는 모양인데,
배식 시간만 지체되지 않았다면 짜장면 맛은 어디 내 놓아도 손색없었다.



짜장면하면 오래 전 중국집 주인이 손님에게 퍼부었다는 욕이 먼저 떠오른다.
70년대 중반 쯤, 부산에 살던 친구 신윤택씨로 부터 들은 이야기다.
얼마나 실감나고 재미있게 중국집 주인 말을 옮기는지,
그 이야기를 할 때마다 배꼽을 잡았다.




그 무렵에는 중국집 골방에서 술 먹으며 연애걸 때가 많았단다.
다들 여관에 갈 처지가 못 되니 중국집에서 음식 시켜먹다 말고

감정을 주체 못해 일칠 때가 종종 있었던 모양이다.
문만 걸어놓고 정염을 불태웠으니, 낡은 창호 틈으로 어찌 소리가 들리지 않겠는가?




그걸 들으며 중국집 주인이 투덜거리며 욕을 하더라는 것이다.



“나뿌노므 새끼들~
짜자이에 가시들어 아야 아야 해,
보리차 달라 조지씻고,
시보루달라 보지닦아
나뿌노므 새끼들~“




나쁜 놈이 아니라, 죽어도 좋은 거지 뭐~


사진, 글 / 조문호



마지막 만찬이냐?

잘 처 먹었으면 치워야 할 것 아니냐?

나뿌노므 새끼들~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주민들 이주대책에 대한 상담을 하고 있네요.


쪽방촌이 몰려있는 동자동의 또 다른 얼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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