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광장에 있는 노숙인 지원시설 ‘서울역 희망지원센터’와

‘서울역 응급대피소’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의 불똥이 동자동 쪽방 촌에도 떨어졌다.

서울역 노숙인들의 왕래가 잦기 때문이다.

 

어제에 이어 이틀 동안 동자동 새꿈공원에 임시선별검사소를 마련해 놓고,

감염자를 찾아내려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지금까지 서울역 노숙인 관련 시설에서 감염된 사람은 시설 종사자를 비롯한 41명이다.

서울시가 노숙인 등 700여명을 대상으로 진단 검사를 실시한 결과인데,

아직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한다.

 

설상가상으로 역학조사를 담당하는 보건소 직원 2명도 확진 판정을 받아

13명은 자가 격리돼 업무차질도 불가피해졌다.

 

문제는 노숙인들이 카드는 물론 휴대전화가 없어 역학조사가 어렵고,

주거지가 일정하지 않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는데 있다.

현재 확진 판정을 받은 노숙인 2명도 소재 파악이 되지 않는 실정이다.

 

역학조사가 지연될수록 노숙인들 사이에 추가 감염자가 발생할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오 무렵 동내 사정이 궁금해 쪽방 계단을 내려오니,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도시락 나눠주는 일을 맡은 원희룡씨가 기다리고 섰다. 

 

복도 계단이 너무 좁아 일방통행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고마운 온정의 손길은 아직 이어지고 있었다.

 

새꿈공원 입구에 있던 구멍가게 주인장이 사진 찍어 달라며 포즈를 취한다.

마스크가 무슨 패션인지, 마스크 쓴 사진으로 찍어달라네.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검사받는 사람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공원 주위로 자주 오가는 몇몇 외는 다들 외출을 자제하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쪽방 안에서 티브이나 끼고 알을 까니,

그보다 확실한 격리가 어디 있겠나?

 

서울역 지하도를 건너가니, 노숙인 선교교회에서 운영하는

노숙인 쉼터 ‘드림시티’는 문이 잠긴 체 화분으로 막아 놓았고,

옆에 있는 밥집 “따스한 채움터”는 음성 확인 받은 자에 한해 입장시켰다.

다들 24시 매장 부근에 서성거리는 건 컵라면이라도 먹기 위해서다.

 

서울역광장은 확성기에서 울려퍼지는 찬송가소리로 요란했다.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것도 아니고, 무슨 잘 가라는 장송곡인가?

나도 저렇게 한 번 미쳐보았으면 좋겠다.

 

서울역 광장 외곽에 자리 잡은 노숙인 희망지원센터로 갔다.

이곳에서 하루 평균 70여명의 노숙자에게 응급 잠자리를 제공하나

잠자리는 물론 쉼터도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오늘부터 음성 판정을 받은 자만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입구에서 들어가려는 사람과 제지하는 종사자와의 실랑이가 이어졌다.

검사받은 지가 며칠 지났거나, 판정이 아직 나오지 않은 자들 때문이다.

 

노숙인의 불만은 컸다. “추워서 못 잔다. 차라리 감방에 처넣어라”

서울시에서 갈 곳 잃은 노숙인들을 위해 고시원 등에

응급 숙소를 마련한다고 하나 당장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거리로 내 몰린 것도 서러운데, 이젠 세상 밖으로 내 몰릴 처지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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