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에서 노숙자 코로나 감염이 확인되어 비상이 걸렸다.

지난 26일 서울역 노숙자 시설에서 종사자 2명과 노숙자 3명 등 5명의

코로나 감염이 확인된데 이어 용산역과 영등포역의 노숙자 감염도 이어지고 있다.

 

당장 서울역광장의 노숙인 시설인 ‘서울역 희망지원센터’의 운영이 중단되었고

밀접접촉자인 종사자 24명이 입원 또는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문제는 다들 핸드폰이 없고 거처가 일정치 않아 추적이 쉽지 않다는 점이지요.

 

노숙자를 수용하는 다시서기 쉼터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면

많은 노숙인들이 거리로 내 몰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따스한 채움터’를 비롯한 무료급식소의 밥 나눔도 제대로 운영될 수가 없다.

 

지난 27일 서울역광장에 갔더니, 다들 겁먹어 마스크는 잘 쓰고 있었다.

식권을 얻기 위해 길게 줄서 있었는데, 밥 얻어 먹기도 힘들어졌다.

노숙인 쉼터보다 거리노숙을 고집하는 최씨는

‘이리 죽으나 저리 죽으나 죽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체념했다.

 

동자동 쪽방촌 풍경은 대조적으로 썰렁했다.

골목을 돌아 다녀도 유한수씨 등 몇 명 밖에 만나지 못했고,

공원에는 이대영씨를 비롯한 세 명이 시간 죽이고 있었다.

 

누군가 나누어 먹으라고 빵을 갖다 놓았으나 먹을 사람조차 없었다.

있는 사람이라도 챙겨 가면 좋을 텐데, 다들 욕심 부리지 않았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갖다놓아도 딴 사람을 배려해 한 두 개만 가져간다.

이젠 그놈의 코로나에 주눅 들어 다들 방안에서 티브이나 끼고 지내는 게 생활화 되었다.

 

쪽방촌 사람들은 거리두기가 잘 지켜지지만, 오 갈 때 없는 노숙자가 문제다.

여지 것 노숙자들은 접근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 코로나 청정지역으로 여겼는데,

방역에 구멍이 뚫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노숙자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골칫거리다.

빈부 격차가 큰, 잘 사는 나라일수록 더 많은 현실이다.

전 세계에 1억명이 넘는 노숙자가 있다는데,

이 수치가 정확하다면 인구 60명당 1명꼴이 노숙자인 셈이다.

 

빈민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방세 낼 돈보다 먹을 것을 살 수밖에 없다.

노숙자들은 불규칙적인 식사에 의한 영양 결핍과 만성적인 수면 부족

갖가지 요인에 의해 여러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건강과 안전이 심각한 위험에 처한 재난 상황인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인간의 기본적인 존엄성이란 사치스런 말장난에 불과하다.

 

더구나 공공역사를 거점으로 신분증의 매매, 명의 도용, 위장결혼, 강제철거에 동원되는 등

노숙상태를 악용하는 자들도 많아 인권이 침해당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정해진 수급비를 받는 것은 주민등록증이 없는 사람도 많지만,

여기 저기 떠돌아 신청할 주소지가 없기 때문이다.

 

대개 어릴 때부터 가난하게 살다 노숙의 길로 들어선 사람이 많다는 것은

부모에 의해 가난이 대물림 되었다는 말이다.

더러는 사업실패나 이혼으로 집나온 사람도 있으나,

절반 이상이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다.

 

내일은 날씨마저 영하20도라는데, 거리에서 어떻게 잘 수 있겠나?

신이 과연 계시다면 말씀 좀 해주세요?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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