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에서 노숙하는 강훈(69세)씨는 다행히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아

지하도 계단에 살아남아 있었다.

자선단체에서 나누어 준 자장면으로 허기를 메우며

‘모진 목숨 죽지 못해 산다’며 살아남음을 위안했다.

 

서울역에 있던 많은 노숙인들이 코로나에 감염되어 실려 갔지만,

죽었는지 살았는지 소식도 없단다,

 

살아남으려면 코로나검사를 일주일에 한 번씩 받아

음성판정이 나와야 밥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다.

 

나 역시 ‘쪽방상담소’에 가거나 '동자동사랑방'에 가거나

어디를 가도 음성판정 확인이 돼야 갈 수 있으니,

일주일에 한 번씩 검사를 받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노숙인이나 쪽방 사는 늙은이들을 수시로

검사해야 하는 검사원의 불편도 이만 저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머리도 안감고 세수도 하지 않은 냄새나는 코 구멍을

연이어 쑤셔대야 하니 짜증도 날 것이다.

 

긴 줄에서 한참 만에 검사받을 차례가 되었는데,

내 행색도 노숙자와 다를 바 없는지, 고개를 가까이 대라며 손짓 했다.

유리 구멍으로 손을 내밀어 코 구멍에 면봉을 집어넣는데,

너무 아프게 문질러 고개를 약간 돌렸더니, 푹 쑤셔버렸다.

 

얼마나 아픈지 코에 구멍 난 줄 알았다.

이런 고통을 당하면 누가 검사 받고 싶겠는가?

 

옆줄에는 옆방 사는 최완석군도 검사받으러 와 있었다.

이 친구는 병원 가거나 검사받는 걸 지독히 싫어하지만,

밥이라도 얻어먹어야 하니 어짜겠는가?

 

검사 결과를 받으려면 이틀이 걸려 통보 올 때까지 아무 일도 볼 수 없었다.

동자동 '새꿈 공원'으로 자리를 옮겼더니 한적할 뿐이었다.

 

요즘은 쪽방에 사는 사람들은 외출을 자제하여,

아는 사람 만나기가 하늘에 별 따기다.

파지 줍는 노인만 쓰레기 더미를 정리하고 있었다.

 

방에 올라가기 위해 담배 한 갑 사들고 골목을 들어서니,

낯선 여인이 길가에 잠들어 있었다.

술마신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배고파 탈진한건 아닌지 모르겠다.

담배사고 남은 오천 원을 놓고 왔으나, 마음은 편치 않았다.

 

거리로 내 몰리는 것은 특별한 사람만이 아니라

누구나 내 몰릴 수 있다는 말이다.

 

다들 삶의 의욕을 잃은 지야 오래지만,

사형수처럼 죽음만 기다릴 수야 없지 않은가?

 

코로나감염에 노출된 노숙인 구제가 시급하다.

노숙인 부터 먼저 백신접종을 해주길 부탁드린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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