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지면 대개의 동자동 사람들은 방안에서 잘 나오지 않는다.

거리에 방치된 노숙자들만 주차장 구석에 모여 앉아 술로 시간을 죽인다.



한산한 공원 주변을 돌아보니, “쪽방주민 집단이주 중단하라”는
주민대책위에서 내건 현수막이 오늘의 현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




동자동 재개발을 위해 주민들을 외곽으로 이주시키려는 작업이 추진되지만,
나간 사람들도 다시 돌아오는 실정이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외딴 지역인데다, 아무런 혜택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쪽방 촌에서는 수시로 여러 가지 생필품을 나누어주었지만, 요즘은 예전같지 않다.

줄 세워 주민들을 길들이지 말라는 비난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외곽으로 내 몰기 위한 작전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나누어주는 구호물품도 대개가 유통기간이 임박한 상품이 많다.

시중에 팔기 힘든 상품으로 선심 쓰는 기업들도 비인간적이기는 마찬가지다. 



 
나 역시 라면 같은 것은 바로 끊여먹지만, 자칫하다가는 유효기간을 넘길 때가 종종 있다.




방안에서 밥해 먹을 수 없어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선호하는 라면 외는 쉽게 손이 가지 않아 유효기간을 넘기게 된다.



노숙하는 친구들은 유효기간이 지나도 괜찮으니 갖다 달라지만,
내가 못 먹는 것을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겠나?



쉽게 내 뱉는 인권이니 평등이라는 말은 먼 나라 이야기 같다.
국회에서도 쌈박질만 할 것이 아니라, 오갈 때 없는 빈민들 대책에 적극 나서라.
버림받은 가난한 사람들은 유효기간이 지난 인간인가?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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