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더워 그런지 대개의 동자동 노인들이 입 맛을 잃은 것 같다.
병원에 누운 환자처럼 맛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 살기위해 억지로 먹는다.
라면으로 허기를 메우는 것이 다반사지만, 가끔은 밥도 먹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내가 사는 쪽방 건물 일층에 있는 광주식당은 간판도 없는 코 구멍한 가게다.
2인용 테이블 두 개로 영업 했으나, 된장찌개, 김치찌개가 주 메뉴였다.
일인분 오천 원으로 입맛 잃은 노인들이 가끔 들리지만, 장사가 통 되지 않았다.

 

 

 

 

젊은 회사원들을 받는 주변 식당들은 붐볐지만, 이 곳은 파리만 날렸다.
나 역시 그 전에는 이 삼일에 한 번씩 들려 밥을 먹었으나,
장사가 되지 않아 점포 내 놓은 지 한 달이 넘었다.

 

 

 

모처럼 '동자동 사랑방'에서 운영하는 ‘식도락’에 들렸다.
밥 값으로 천원을 내는 이 곳은 가난한 사람들이 허기를 메우는 밥집이다.
그들에게 생명줄 같은 식당이지만, 입맛을 찾는 데는 별 도움이 안 된다.
콩나물 국에 밥 말아 살기위해 억지로 한 술 뜬 것이다.

 

 

 

몇일 전 의학전문기자 김철중의 생로병사에 ‘어르신, 껌 좀 씹으시죠’라는 기사를 읽었다.
나이가 들수록 껌을 자주 씹어야 좋다는 것이다.
껌 안에 침샘을 자극하는 성분도 있고, 칼슘 보충제가 첨부된 것도 있단다.
껌 씹는 자체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때보다 침 분비량을 10배 가까이 늘리며,
그 때문에 입속 박테리아의 증식이 줄어든다고 한다.
충치를 일으키는 산(酸)의 생성도 억제한다니, 칫솔질이 부실하면 껌이라도 자주 씹으라고 권했다.

 

 

 

그리고 의료용 대마 성분이 있는 '칸나비디올 껌'도 있다는데,
골프 선수 타이거 우즈는 이 껌을 입에 달고 골프를 친다고 했다.
'우즈 껌'은 계산되고 기획된 스포츠 의학으로 집중력과 기억력을 높여준다고 말했다.

 

 

 

 

사실, 대마가 청각, 시각, 미각 등 사람의 오감을 예민하게 하는 것은 틀림없다.
대마종류에 따라 성분 차이는 있지만, 어떤 대마초는 음식 맛에 빠져들게도 만드는데,
그런 성분을 추출하여 식욕촉진제로 활용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미국의 정신과 의사 줄리 홀랜드와 앤드류 웨일 등이 집필한 대마 백과사전 '올 어바웃 카나비스'가 번역되어 나왔다.

'도서출판 세상의아침'에서 대마초의 약리적 작용을 내용으로 하는 '대마초 약국'에 이어

이번에는 대마의 다양한 약리 작용에 관한 분석에 머물지 않고 역사, 문화, 정치적 논쟁까지 다룬 책이다.

대마가 궁금한 분들은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보라.

 

 

 

그동안 당치도 않는 마약올가미로 손을 놓고 있으나, 이제부터라도 다양한 약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미 외국에서는 여러 가지 약효가 입증된 수많은 특허들을 독점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무 것도 없다.
마약으로 각인 시켜놓은 국민들 눈치 보느라, 알면서도 모른 체 하는 정치인들은 모두 끌어내려야 한다.

 

 

사진, 글 / 조문호

 

 

 

 

 

 

 

 

 

 

 

 

 

 

해피빈

2월 이슈데이 / 이미령



추석 노래자랑 ⓒ조문호


2017년 어버이날, 동자동 새빛 공원에 처음으로 사진전이 열렸습니다. 주민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줄에 매단, ‘빨랫줄 사진전’이었습니다. 이웃들의 모습을 구경하고, 자기 얼굴이 있으면 가져갈 수도 있었습니다. 어버이날과 추석을 택해 세 차례 전시를 했으나, 꺼리는 이들이 있어 더 이상 사진전은 열지 않기로 했답니다,

동자동의 삶을 기록하는 사진작가 조문호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2017 추석 빨랫줄 사진전, ⓒ조문호


고층 빌딩 사이 숨겨진 작은 동네


3년 전 어느 날, 후배가 보여준 쪽방촌 동영상이 선생님의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바로 쪽방행을 선언했습니다. 고심하여 선택한 곳은 동자동. 교통이 편리하고, 친구들이 많은 인사동과 가깝기 때문입니다. 바로 건너편 서울역은 유동 인구가 많지만, 동자동은 한낮에도 조용합니다. 고층 빌딩 사이에 위치해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쪽방촌은 한 층에만 다닥다닥 붙은 방이 여덟 개. 방음이 안 되는 것은 물론이고, 몸을 누이면 남는 공간이 거의 없습니다. 화장실과 세면대는 공동으로 사용해야 해, 요리를 포기하는 집도 있습니다. 그나마 월세는 보증금 없이 약 23만원으로 저렴합니다.



어버이날  ⓒ조문호



가난하지만 정 많은 이웃들이 평범하게 살아갑니다.


주민 대부분이 나이가 많고, 혼자 살기에 맥없이 누워 있을 거라 막연히 상상합니다. 하지만 마음 맞는 이웃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일상의 즐거움을 찾는 분들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임대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가 다시 동자동으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집은 훨씬 따뜻하고 깔끔했지만, 친구가 없어 심심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길지 않을 텐데 마음 편히, 즐겁게 살고 싶다고 합니다. 서울역 노숙인들도 동자동 이웃입니다. 가진 것이 없기에, 오히려 더 호쾌히 배풀기도 합니다. 주머니 속에 단돈 만 원밖에 없어도, 친구가 돈이 필요하다고 하면 빌려줍니다.



어버이날  ⓒ조문호



돈에 오염되지 않은 가난한 자들이 남았습니다.



선물나눔  ⓒ조문호



가난을 줄 서서 확인 받고 싶지 않습니다.


한 달에도 몇 번씩, 동자동에는 긴 줄이 늘어섭니다. 수량이 한정적인 ‘후원 물품 배급’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줄을 세우기 때문에 오히려 비교적 건강한 사람들이 많이 가져갈 수밖에 없습니다. 나이 많고 병든 사람들은 줄을 설 기력이 없습니다. 조문호 선생님은 순번을 정해 골고루 물품을 배분하거나 늙고 아픈 사람들에게 직접 물건을 가져다 주는 게 어떠냐고 여러 번 건의했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줄을 세우는 것이 활동을 홍보하기에 좋고, 물품을 나눠주기에도 편리하니까요.



추석 음식나눔  ⓒ조문호



기부하고 싶은 것과 필요한 것은 다를 수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필수품이라고 생각하는 물건은 정해져 있습니다. 겨울에는 전기장판, 여름에는 선풍기. 전기장판과 선풍기는 소모품이 아니기에, 한 개만 있으면 몇 년을 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매년 새로 기부가 들어옵니다. 쪽방에는 창고도 없어 난감합니다. 매번 받는 쌀과 김치, 라면도 좋지만 가끔은 새로운 맛도 궁금합니다. 쪽방에는 부엌이 없어 조리를 못하는 가구도 있습니다. 후원품을 줄 세워 나눠주기 보다 남영동 ‘푸드마켓’처럼 각자 필요한 물건을 조금씩 고르게 하면, 필요한 만큼만 가져갈 수 있습니다. 물건이 제 쓰임을 다하는 셈입니다.



2018 어버이날 빨랫줄 사진전 ⓒ조문호



작품 사진과 일반 사진의 경계는 따로 없습니다. 보는 사람이 판단할 몫입니다.


이런저런 불편한 점을 앞장서서 건의하다 보니, 사람들에게 ‘찍혔다’는 조문호 선생님. 그래도 이미 3년 가까이 이곳에 살았더니 ‘좀 별난 이웃’으로 받아들여졌다고 합니다. 더 이상 사진전은 하지 않지만, 사진 찍히는 즐거움을 안 이웃들의 요청으로 오늘도 카메라를 들고 한 사람, 한 사람 공들여 촬영합니다. 영정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는 이웃도, 그냥 자기 얼굴을 모으는 걸 좋아하는 이웃도 있습니다.



선물나눔  ⓒ조문호



“진실한 사진이 가장 좋은 사진입니다.”


앞으로 계속 동자동에 거주하실 거냐는 질문에 선생님은 가능한 한 계속 있고 싶다고 답하셨습니다. 이미 재건축 조합이 들어서, 몇 년 후에는 모두가 쫓겨날 것 같지만, 그래도 그때까지는 이곳에 살며 동자동의 마지막을 기록할 예정입니다. 동자동에도 우리처럼 다양한 개성과 취향을 가진 개인들이 같은 시간에 같은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함께 응원하는 희망찬 새봄
여러분의 기부금 만큼 네이버 해피빈에서 함께 기부합니다.




인터뷰하는 이미령씨 ⓒ조문호


지난 달 ‘해피빈’ 이미령씨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인사동 사람들’ 블로그에 올린 동자동 글을 보고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했습니다.

처음엔 뭔지도 모르고 만나기로 했는데, 인터뷰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노출되는 것이 싫어 쪽방촌에 관한 언론 인터뷰를 거절해 왔으나,

공익단체의 기부를 위한 인터뷰라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사진찍는 이미령씨 ⓒ조문호


어렵사리 동자동에 있는 커피숍에서 만났는데, 예쁜 아가씨가 예쁜 선물까지 사왔네요.

경찰 조서 받듯 충실하게 답했더니, 인터뷰기사를 보내 왔습니다.



이미령씨가 준 선물 ⓒ조문호













돈이 있으면 있을수록 인간성과 정은 메말라가고,
돈이 없는 사람은 정을 나누며 재미있게 살아가는 걸,
동자동 추석 한마당 잔치를 보며, 다시 한 번 느낀다.

아무 것도 아닌 돈이, 인간을 병들게 한다는 것을...






추석을 이틀 앞 둔, 지난 22일 동자동 새꿈 공원에서 동자동 주민 잔치가 열렸다.
다 같이 명절 음식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올 해로 아홉 번째인 이 행사는 ‘동자동 사랑방’에서 마련했다.
주민들이 한 푼 두 푼 모아, 주민들의 손으로 음식을 장만하여,
가난한 사람들 끼리 함께 나누고, 즐기는 좋은 자리다.






투호, 윶놀이 등의 민속놀이와 함께 노래자랑까지 즐기고,
닭개장, 송편, 파전, 돼지고기에다 반주까지 곁들인 잔치상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걸 보니,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고, 배가 불렀다.






사실 가난한 쪽방주민들이 음식을 장만하여, 더 어려운 노숙자들과 함께 나누는 자리이기도 했다.






내가 동자동에서 이 행사를 맞은 지가 벌써 세 번째지만, 해마다 연이 맞지 않았다.
첫 번째는 입주한지 얼마 되지 않아 몰랐고,
두 번째는 행사 날 전해주기로 한 사진 제작이 늦어 못 보고 말았다.
그 이튿날 별도의 빨래줄 전시로 약속은 지켰지만...





올 어버이날 행사 때도, 빨래줄 전시로 사진을 나누어 주었지만,
사랑방 조합 이사 한 분의 시비로 더 이상 빨래줄 전시를 하지 않기로 했다.
찍을 때마다 수시로 사진을 만들어 주기로 했으나, 그게 말 처럼 싶지 않았다.






빨래줄 전시를 하면 억지라도 밀어붙여, 한꺼번에 사진을 만들지만,
거지 주제에 수시로 사진을 만든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빚쟁이처럼 만나는 사람마다 사진은 언제 주냐고 물었고,
잔치에서는 사진전시는 왜 안 하냐고 물었지만, 답을 할 수 없었다.
다음에~ 다음에~만 노래 불렀다.






그런데, 이번에도 자칫하면 추석 잔치를 놓칠 뻔했다.
의례 추석 전 날 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이틀 전으로 바뀐 걸 미처 몰랐던 것이다.





그 날이 토요일이라 빵 타러 공원에 내려갔다, 우연히 알게 된 것이다.
받은 빵은 먹을 틈도 없이, 반가운 사람만나 인사 나누며, 사진 찍느라 바빴다.
봉사하는 주민들은 음식 나르느라 눈코 뜰 새 없었지만, 다들 맛있게 먹었다. 






난, 배가 고프지만 끼어들지 않았다. 먹을 시간도 없지만, 먹는 게 귀찮았다.
이 쯤 되면 밥 숟가락 놓고 죽어야 하는 것 아닌가?






행사가 끝나면 방에 올라가 빵으로 해결할 작정이었는데,
나를 눈여겨 본 사랑방 선동수간사께서 나를 위해 한 상 차려 온 것이다.
곧 노래자랑 할 시간이라 먹을 시간이 빠듯했지만, 너무 고마웠다.






따뜻한 배려에 감동 받아, 한 쪽 구석에 자리 잡았는데,
시간이 없어 허급지급 먹다보니, 그만 입술을 깨물어버렸다.





아이쿠! 이건 분명 천벌 받은 것이다.
밥을 우습게 여겼고, 일도 돕지 못하면서 새로운 밥상을 차리게 한 죄였다.






이어, 노래자랑이 시작되었다.
손님들은 다 떠나고, 동자동 새꿈공원을 주름잡는 단골주민과 동자동 사랑방 식구들만 남았다.
천 원씩으로 노래 신청한 사람은 스물 다섯명인데, 다들 한 가락 하는 분이었다.
노래를 부르지 않는 사람은 춤을 추었는데, 참 잘 놀았다.
돈이 없어 그렇지, 신명 하나는 끝내 주었다.






노래자랑이 끝나고 심사결과가 나왔는데, 예상을 뒤엎었다.
다른 사람처럼 멋 부린 노래가 아니라,
다소곳하게 부른 황옥순 할머니가 최고상을 받은 것이다.






그 분은 '새꿈 공원'의 지킴이나 마찬가지다.
공원의 트레이드마크 처럼 하루도 빠짐없이 나오신다.
온갖 술꾼들의 거친 행동을 통제하고, 주변 쓰레기까지 정리 한지가 오래되었다,
그래서 준 인기상이 아니라, 노래를 잘 불러 받았는데, 다들 좋아하며 축하했다.





황옥순 할머니 외에도, 여러 가지 대회에서 상 받은 분들이 많다.

이대영, 이정애, 강동근, 조인형, 김성현, 조창현씨 외에도 성함이 기억나지 않는 여러명이 더있다.





사람 사는 것이란, 아무 욕심 없이 맛있게 먹고 재미있게 노는 게 답이더라.
그 답을 보여준, 동자동 사람들, 화이팅! 이다.


사진, 글 / 조문호








































































































그동안 해온 사진 작업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되었다.
공익을 위해서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피할 수 없다는
오래된 인식을 바꾸게 되었다.

대개 본인이 원하거나 묵인할 때 찍지만,
더러는 원하지 않을 경우도 있다.






흔한 예로 잠든 노숙인을 찍을 때가 그렇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람이 아닌 것도 아닌데, 
찍고나서 양해를 구한다 해도 찍는 순간은 도둑사진일 뿐이다.
사람을 위해 사람을 찍는다는 공익에 대한 명분도
한 사람의 프라이버시 앞에서는 무참하게 무너져 내린다.



뒤늦게 고민에 빠지기 시작한 일주일 전부터
습관처럼 찍어 온 동자동 사진도 이전처럼 노출할 수 없었다.
결정적으로 마음을 굳힌 것은 어저께 장경호씨 집에서 찍은 사진 때문이다.
알리지 말라는 후배의 말에도 사는 처지가 딱해 노출시켜 버린 것이다.
본인이 보았는지 모르지만, 심한 자책에 시달린 것이다.
사람을 위한다며 당사자의 뜻이 무시된 사진이 어디 이 뿐이겠는가?
그래서 사진을 내리며 생각을 바꾼 것이다.






평생을 사람만 생각하며, 사람을 찍어 왔지 않았던가.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말도 어쩌면 헛소리일 뿐이다.
종국엔 지구의 모든 것이 사라질테니까.

그러면 앞으로 동자동과 인사동 사진은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처음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서로가 통하는 사람 대 사람의 일대 일 기록 말이다.
이제부터 블로그에 올리는 사진도 본인이 수긍할 수 있는
다섯 장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여기에 올린 사진은 지난 토요일 찍은 사진이다.
사진을 부탁한 쪽방주민 조인형씨와 노숙하는 유정희씨다.
조인형씨는 빵 타기 위해 찬송가 적힌 순서 표를 들었고,
유정희씨는 머물고 있는 처소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날따라 원로사진가 황규태선생께서 동자동을 방문해 맛있는 음식을 사 주셨다.
나뿐 아니라 동자동 친구 이기영씨 까지 고마워했다.


사진, 글 / 조문호









올 해로 아홉 번째인 동자동 사랑방마을어버이날 잔치가

지난 57일 오전10시부터 오후2시까지 동자동 새꿈 어린이공원에서 열렸다.



 


매년 어버이날마다 쪽방 주민들을 위로하는 어버이 잔치가 동자동 사랑방주관으로 열려왔다.

주민에게 모금한 돈으로 손수 음식을 장만하는 등 서로 정 나누는 의미 있는 자리다.

다들 꽃 달아드리는 이웃의 손길을 다소 어색한 눈길로 바라보았으나,

따뜻하고 흐뭇한 마음이 번지는 게, 금세 느껴졌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쪽방 촌에 거주하는 분들은 대개 자녀가 있어도 찾아오지 않거나,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며 살아가는 외로운 분들이다.

그들에게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고 음식을 대접하며,

모처럼 이웃과 어울려 대포 한잔 나눌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날이 어디 있겠는가?



 


다른 식사 대접에는 공원에서 술을 못 마시게 하지만,

이 날만은 '동자동사랑방'에서 제공한 술을 마실 수 있으니,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미역국과 밥, 부침개, 족발, 소주, 막걸리, 음료수 등 준비한 음식들을 사랑방 식구들이 부지런히 날랐고,

주민들은 둘러앉아 정담을 나누는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낸 것이다.



    

 

그리고 주민들과 약속한 빨래집게 사진 나눔전도 열었다.

이번에는 사진가 정영신씨의 프린트 협찬으로 가능했는데,

공원에 쳐 놓은 빨래 줄에는 작년 추석 이후에 촬영된 85장과,

지난 빨래줄 전시에 걸었던 사진 중에 추가로 원하는 15점 등 모두 100점을 내 걸었다.



 


그런데, 뭔가 착각한 동자동 사랑방임원 한 사람이 사진 설치에 제동을 걸어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행여 잔치 분위기를 헤칠까 대꾸하지 않은 채, 설치 예정시간보다 두 시간이나 지나서야 걸었지만,

이건 분명 짚고 넘어 갈 사안으로, 당사자의 사과와 사랑방조합의 공식 견해를 요구할 것이다.



 


서로 돌려보기 싶도록 빨래 줄에 건 사진들은,

본인이 갈 때 거두어 가기로 되어 있으나, 잊어버렸는지 행사가 끝났는데도 절반이 남아 있었다,

나 역시 안애경, 류성조, 정영신씨 등 손님 맞느라 사진을 챙겨 드리지 못했다.

어쩌면 사진을 빌미로 다시 술 한 잔 나눌 수도 있으니,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미처 만들지 못한 사진이나 추가로 촬영된 사진은 올 추석에 돌려드릴 작정이다.

동자동 사랑방추석잔치는 고향 떠나기 하루 전에 치루지만,

빨래줄 사진 나눔 전은 작년처럼 추석 당일에 실시할 예정이다.

고향이나 가족을 찾아 갈 수 없는 분들을 위한 배려이니, 착오 없으시길 바란다.



 


그리고 본인 사진이 없다고 서운해 하지 말고, 혹시 거리나 공원에서 만나면

어이~ 사진 한 판 멋지게 찍어 줘라고 말을 하라, 결국 남는 건 사진뿐이다.

그 기록들이 가난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역사가 될 것이다.





행사가 끝난 후, 찾아 온 손님들과 어울려 서울역 284’에서 열리는 “Market EuRang"에 들려

젊은 작가들이 펼치는 공예의 일상화전도 들려보고, 서울역 맛집에서 늦은 점심도 먹었다.

돌아오다 보니, 서울역 주변에서 쓰러져 자는 김지은씨 등 노숙하는 친구들이 마음에 걸렸다.

그들은 어버이날 행사조차 끼일 수 없으니, 카네이션은 커녕 따뜻한 밥 한 끼 챙겨먹지 못한 것이 뻔하다.

빈속에 독주만 들이켰으니, 저렇게 쓰러져 잘 수밖에...




 

행사를 치룬 공원에는 몇 몇 분들이 남아 한담을 나누고 있었는데,

이상준씨는 나에게 전해 주라며 김도이씨가 맡겨 두었다는 비누와 향이 든 선물 봉지를 주었다.

조금만 일찍 왔더라면 얼굴이라도 볼 수 있었을 텐데그의 고마운 마음 잘 간직하겠다.




 

옆에 있던 이기영씨가 나를 불렀는데, 갑자기 호칭이 달라졌다.

평소에는 어이~“라며 만만하게 대하는 친구가 "조기자, 나 좀 보세라고 점잖게 말하지 않는가.

닭발을 먹고 있어 "닭발에 걸려 헛소리냐고 대꾸했더니,

나에 대해 모르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는 것이다.




 

찾아 온 여인들과 총총히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여러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많이 한 것 같았다.

이기영씨야 인터넷을 하지 않으니 아무 것도 몰랐으나,

찍은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간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기자라는 이야기도 들은 것 같았다.



    

 

배운 짓이 사진 찍는 일과 글 쓰는 일 뿐이니, 이곳에서나마 보탬이 되면 좋지 않냐고 말했으나,

예전처럼 편안한 사이가 지속될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기자와 주민 사이에 생기는 거리감 같은 경계가 쉽게 해소될 수 없을 듯 하다.

여지 것 가장 우려해 왔던 일이 현실로 다가 온 셈이다.



 


이날 잔치에는 동자동사랑방김호태 회장을 비롯하여 많은 주민들이 협력하여 일사불란하게 치러졌는데,

외부 손님으로는 예술감독 안애경씨와 사진가 정영신, 김 헌씨, 그리고 류성조, 이보영씨 등

여러 명이 함께하여 보람된 어버이날 행사를 도우며 지켜보았다.

 

다들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시어, 내년에 다시 뵐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사진, / 조문호





































































































































































 





어제는 비오다햇볕나는 등, 날씨가 지랄 같았다.

달세 보증금 50만원을 다 까먹어 쫓겨난 친구가 얼마 전 쓰레기장 옆에 거처를 마련했는데,

비 때문에 이불이 젖게 되어, 응급조치로 천막을 치게 된 것이다.

그 것도 이사라고 집들이 한다며 막걸리 4병과 꽈배기 한 봉지를 사들고 갔다.



 

주인은 보이지 않고, 서울역 노숙거사 이덕영을 비롯하여 이경환, 김동진, 정용성 등

몇 사람이 딸막딸막한 술병을 놓고 눈치만 보고 있었다.

먼저 본 놈이 임자라고, 그들이 집들이 술을 다 빨아 버렸다.



이덕영을 알게 된지는 제법 오래 되었다.

2016년 가을에 처음 만나 찍은 사진이 바로 카메라는 칼이다사진집 표지에 실린 것이다.

일 년 전, 그에게 사진을 뽑아 주었으나, 노숙자 신세라 보관할 곳이 없었던 모양이다.

어디에서 잃어버렸는지도 몰라, ! 그 사진 한 장 더 뽑아줘라고 다그치길래

사진 대신 책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동갑내기인 김동진씨는 나를 빤히 쳐다보며, 동사무소 복지과에 가서 이빨부터 하란다.

자기도 이빨이 없어 동사무소 도움으로 말짱해졌다며 자랑했지만, 난 구제 받을 급수가 아니다.

이빨이 없으니, 키스를 해도 걸리는 게 없어 좋더라고 했더니, 배꼽을 잡는다.

"지들이 게 맛을 알기나 하려나."


 

이덕영과 이경환은 천원 짜리 지폐한 장 놓고 가위 바위 보로 신경전을 벌였다.

결국, 그 돈으로 막걸리 사서 같이 마시겠지만, 술을 쏘는 갑이 되고 싶은 거다.



그런데, 결핵검진 받은 사람은 라면을 다섯개 추가로 준다는 벽보가 붙어 있었다.

얼마 전, 안 해도 될 결핵검사 받아 탄 라면을 원용희씨에게 준 일이 있었다.

그게 불법이라면 천 번이라도 법을 어기겠다는 글을 올린적도 있는데, 고맙기 그지없었다.


 

이경환이 이천원만 달라고 하도 졸라대어 돈 가지러 갔다 오며, 쪽방상담소에 라면 타러 갔더니,

여러명이 서예연습 하느라 한창이었다

 노숙자는 라면 끓일 불판도 없어, 청소하는 할매에게 받은 라면을 드렸다.



김용만는 고물하나 주워, 모터 빼내기 위해 드라이브로 나사구멍을 열심히 쑤셔댔다.

자기 일처럼 눈이 빠져라 지켜보는 홍홍임 아짐의 모습이 정겹더라.


 

돈 만진 김에 어버이날  성금 내러 동자동 사랑방에 들렸다가. 그 앞에서 노닥거리는 유한수, 강명국씨를 만났다.

행사는 며칠 남지않았는데, 뽑을 사진도 골라놓지 않고, 사진 주겠다는 생색만 내고 다닌다.

빌어 붙을 데라고는 마음 약한 정영신씨 뿐이니, 하해와 같은 선처를 기다릴 뿐이다.



그리고, 이번 빨래줄 전시와 관련해 양해구할 일이 하나 있다.

몇일 전 혼자 이야기로, 주민들에게 돌려 줘야 할 빨래줄 사진 걱정을 했는데,

도와주겠다는 분들 전화나 댓글이 여럿 있었다.

받아들일 수 없는 사연은, 결코 떠벌일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말이 빨래줄 전시지 사진을 전해주기 위한 방법인데,

자칫 일이 부풀려지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로 오해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행사는 동네 주민들 잔치로, 오로지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이다.



또 한가지 해명해야 할 것이 있다.

인사동 사람들블로그는 나의 사진 일기장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메주알 고주알 사적인 생각들을 올리는데, 이걸 페북에 연결하다보니,

때로는 오해를 빚거나 말썽을 일으킨 적도 한 두번이 아니다.

어떤 이는 사진작가란 양반이 무슨 사진을 그리 많이 올려?”

좋은 사진 한두 장만 올리라고 충고하는 이들도 많으나, 그건 내 뜻을 몰라 하는 소리다.



 

그 사진들은 나의 사진이 아니라, 찍힌 분들의 사진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진보다, 찍힌 분들이 좋아하는 사진이 더 우선인 것이다.

그들의 취향을 일일이 알 수가 없어, 모든 사진을 올릴 뿐이다.

또한 내가 찍은 사진을 정리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빨래줄 사진도, 내가 좋아하는 사진보다 그들이 좋아 할 사진이나 영정사진을 뽑는다.


 

사진의 작품성 운운하는 웃기는 소리 제발하지마라.

내 사진은 예술이나 작품이길 단연 거부한다. 충실하게 기록하는 것을 소명으로 여길 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만나 순간순간을 기록할 뿐이니, 오해 없기 바란다.


 

그리고 어버이날 행사나 빨래줄 전시에 관심 있는 분은 그냥 편하게 오시면 된다

카네이션 한 송이라도 가져와, 자식 없는 불쌍한 어르신들에게 전해드려라.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고 싶은 분이라면 대환영이다.

 

57일 오전 열시부터 오후 두시까지 동자동 새꿈어린이공원에서 진행된다.

 

사진, / 조문호


























지난 6일 ‘동자희망나눔센터’ 2층에서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주관하는 반상회가  열렸다.

오랜만에 열렸으나 주민회의에 참석한 분은 평소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회의가 시작하여 끝날 때 까지 한 사람 한 사람 모여든 것이 고작 11명이었다.





왜 이리 ‘동자동사랑방’을 비롯한 각종 모임에 주민들의 참여가 줄어드는지 모르겠다,

예년 같지 않고 주민들의 참여가 소극적이고 비협조적이다.

동자동에 재개발조합이 들어서며 부터 생겨나는 이상한 현상이다.

쫓겨 날 것이 걱정되면 자주 모여 대책을 세워야 할 텐데, 오히려 반대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월1일자로 ‘서울역쪽방상담소’ 소장을 비롯하여 전 직원이 교체된 것도 관계있을 것이다.

운영을 맡았던 지난번 소장 정수현 팀이 물러나며, '빅이슈'의 ‘온누리복지재단’에서 운영을 맡았기 대문이다.

김갑록씨가 소장으로 부임하고, 실장에 전익형씨, 복지사에 이선영씨로 바뀌면서 생기는 공백인 것 같았다.






운영하는 사람이 바뀌면 자치회의 회장도 바뀌는지 그들까지 나오지 않았다.

다시 선출한다고 하였지만, 번거롭게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온갖 똥 폼 잡아가며 거들어주는 완장부대도 보이지 않았다.

도와주는 것이야 좋지만, 주민 위에 군림하려는 월권이 늘 눈에 거슬렸는데, 안 보이니 속이 시원하다.


상담소에서 주는 특혜가 없어서 일까? 아니면 새 운영 팀에 반감을 가졌을까? 



 



이 날 김갑록소장은 출장 중이라 참석하지 못했지만, 전익형 실장이 자상하게 회의를 끌어갔다.

자치회의라기 보다 공지사항을 알려주는 정도에 그쳤지만, 의욕은 넘쳐보였다.

일단 권위적이지 않고 친절했으나, 앞으로 주민들을 위해 어떠한 일을 펼칠지 지켜 볼 일이다.






화요일에는 오후1시부터 1시30분까지 새꿈공원에서 ‘화요카페’를 열어 티타임을 갖는다는 소식도 주었고,

17일에는 방충망을 설치해 주고, 19일엔 삼성에서 나와 설렁탕 1,000그릇을 주민들에게 나누어 준다고도 하였다.

그런 공지야 벽보로도 충분히 알 수 있으니, 중단된 쪽방주민들에 대한 반찬지원부터 조속히 재개하기 바란다.






그 날 주민회의 참석자들에게 라면 한 박스와 건조한 피부에 사용하는 크림을 나누어 주었다.


다들 힘내어 우리의 권익을 위해 함께 싸우고, 살기 좋은 동자동을 만드는데 힘을 보태자.
“동자동 사람들, 화이팅~”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번 정선에서 돌아와 동자동에 갔으나
옆방에 사는 연영철씨가 보이지 않았다.
물어보니, 계단에서 넘어져 입원한지 보름 쯤 되었단다.
목뼈가 부러지는 등 다친 곳이 많아 중태라고 했다.




건물 계단이 가파른데다 잡을 곳이 없어 늘 조심스런 곳인데,
결국 사고를 내고 말았다.

다들 비슷 비슷한 쪽방촌의 계단에 손 잡는 줄이라도 달아주면 좋을텐데,

'서울역 쪽방상담소'도 '동자동 사랑방조합'도 아무도 관심두지 않는다.




걱정되어 병문안 간다는 게 일주일이 지나버렸다.
지난3일에야 정선덕씨와 함께 입원한 ‘보라메’병원을 찾아 갔다.




정해진 병실에 들렸더니, 중환자실로 옮겼다는 것이다.
갑자기 혈압이 내려가,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꼼짝 못하고 눈만 말뚱거렸으나, 날 보더니 빙그레 웃었다.
삶에 애착이 없으니, 죽음도 두렵지 않은 듯 했다.




그는 환갑이 넘도록 장가도 못간 홀 애비다.
사람이 그리운지, 그의 방은 유달리 야한 사진이 많이 붙어있다.
혈육이라고는 누님 한분 계시지만, 소식 끊긴지가 오래란다.




쪽방 사람들은 입원하면 뒷바라지 해줄 사람이 가장 큰 문제다.
간병인이란 엄두도 못 내지만, 가끔은 심부름 할 사람이 필요하다.
혈육도 돈도 지식도,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무소유의 자부심도
이지경 되면 죽는 것이 상책이다.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할 셋방의 달세라도 아끼려 모든 짐을 포기했다.
기초생활 수급 통장을 아래층의 송범섭씨에게 맡기며,
방에 있는 짐은 모두 버려달라고 부탁했단다.




냉장고와 티브이만 고물상에 넘겨주고, 모든 짐은 쓰레기가 되었다.
사람이 죽었을 때나 볼 수 있는 방 정리가 토요일에 이루어졌는데,
그 작은 방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이 나오는지 귀가 막혔다.




과연 이 세상에 신이란 게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넘어졌을 때, 그냥 편안하게 눈감게 해주지, 왜 끝까지 고통을 주나?
평생을 사람답게 한 번 살아보지도 못했는데...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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