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랜만에 동자동에서 인터넷을 기웃거리며 밀린 일을 하고 있는데,
옆방의 정선덕씨가 음식 타는 냄새가 난다며 문을 열었다.
우리건물에는 이상이 없는 것 같아 옥상에 올라갔더니,
옆 건물 옥탑 방에 불이 붙고 있었다.






시끄럽게 들려오는 소방차 사이렌소리에 밑으로 내려갔더니,
서울에 있는 소방차가 다 왔는지, 온 동네에 소방차가 깔려 있었다.
옥탑 방이라 옮겨 붙을 곳도 없었기에 빠르게 불길은 진압되었다.
누구의 방인지는 모르나,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다들 전기시설이 허술하여 누전으로 불이 났을 확률이 많다.
그것도 불구경이라고 조인형씨를 비롯한 많은 분들이 몰려 나왔다.






그 무렵, 시립미술관 최효준 관장으로 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동자동에 왔는데, 어디 있냐는 것이다.
이 친구는 세 차례나 왔으나, 올 때마다 골목을 헤맨다.
중국집 골목에서 헤매는 그를 데리고 방으로 올라갔는데,
사가지고 온 치킨을 안주로 막걸리 한 잔 했다.





정선에서 죽을 고생한 이야기 풀어가며 노는 것은 좋았으나, 밀린 일 때문에 마음이 다급했다.
내일 밤늦게 다시 정선 내려가야 하는데다, 9일 만에 컴퓨터를 만났으니 얼마나 할 일이 많겠는가?
사정을 이야기하고 막걸리 한 병으로 끝냈지만, 어쩌겠는가?






무슨 대단한 일한다고 찾아 온 손님조차 빨리 보내야하는지 모르겠다.
죽을 때가 되어 마음이 조급한 건 아닐까?





그를 배웅하고 다시 4층으로 올라오니 낡은 건물이 눈에 밟혔다.

재개발 되면 정들었던 이 건물도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아쉬웠다.

행여 기억의 끈이라도 될까하여, 몇 장 찍어두었다.




새 것보다 헌 것을 좋아하는 난 분명 또라이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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