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양철수씨



지난11일, 창원에서 활동하는 사진가 양철수씨가 동자동 빈민들에게 겨울용 외투를 보내왔다.

난, 그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필리피노의 삶과 희망’과 ‘거리에서’란 그가 펴낸 두 권의 사진집을 보았고,
폐북에 올라오는 동향으로 그가 어떤 사람이란 것을 알았을 뿐이다.

그는 사진이 좋아 사진만 찍는 것이 아니라, 빈민운동을 했다.
가만히 보아하니, 제대로 미친 사람이었다.
난 당면한 권익을 찾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그는 달랐다.
보나 마나인 살림살이에 필린핀을 내 집처럼 드나들며 병들어 죽어가는
빈민들을 도와주는 모습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그게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작업에서 항상 사진가들이 당면하는 문제가 ‘사진이 우선이냐? 사람이 우선이냐?’다.
사람이 우선이 아니라면 찍을 자격도 없고, 찍어도 그 사진은 위선일 뿐이다.
예술 지상주의로 사람보다 카메라 앵글에나 신경 쓰는 사람은 다큐멘터리사진가가 아니다.
나 역시 사진에 욕심이 없을 수는 없지만, 어차피 둘 다 이룰 수는 없다.
사진이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하나의 방법에 불과할 뿐이라는 생각에
겉치레는 쓰레기통에 버린 지 오래다.

더 울화통이 치미는 일은 대개의 사진가들이 양철수씨 같은 분의 사진을 폄하하거나
소재주의라는 올가미에 씌워 터부시한다는데 있다.
그러는 그들은 한번이라도 그런 사람들에게 다가 가보았는가?
양철수씨 역시 한 평생 인간을 주제로 찍었던 최민식선생의 영향을 받았다지만,
돌아가신 최민식 선생도 그 위업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양철수씨의 작업을 높이 사는 것은 사진보다 사람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 있다.
말로는 누구나 생색낼 수 있고, 관심 가질 수 있지만,
막상 닥치면 피하거나 모른 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양철수씨는 자신이 애정 쏟고 있는 필리핀 빈민만도 바쁠 텐데, 동자동까지 걱정한다는 것이다.
하기야! 사람에 대한 애정에 국적이 어디 있겠는가?






요즘 정초에 걸린 감기로 열흘이 넘도록 빌빌거리며,
외출도 하지 못하고 갇혀 지내니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다.
하루에 한 건씩 일기처럼 올려 온 블로그조차 사진을 찍지 않으니 올릴 게 없었다.
오래된 사진자료나 들추어 엉뚱한 이야기나 올리는 판에
느닷없는 그의 메시지가 온 것이다.


추위에 떨 동자동 빈민들을 걱정해 외투를 구입해 보내겠다는 것이다.
그의 사정을 뻔히 아는지라 망설였는데,
진짜 두 박스나 되는 외투를 동자동 4층까지 보낸 것이다.
그러나 비좁은 쪽방에 옷 보따리가 들어차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당장 전해주지 않고는 운신조차 할 수 없어,
제일 좋은 옷 하나를 골라 옆방 사는 정선덕씨께 전해주며 부탁했다.






요즘은 날씨가 추워 공원에도 사람이 잘 나오지 않아,
옷 사이즈가 맞는 사람들에게 전해 달라 했더니, 흔쾌히 들어주었다.
몸만 불편하지 않았다면, 노숙하는 친구들부터 나눠줘야 했으나, 어쩔 수 없었다.
다행히 추가로 외투17벌을 보냈다는 연락이 왔기에,
그 옷은 노숙하는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면 되겠다 싶었다.

어쨌든, 양철수씨 덕에 복 받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사진, 글 / 조문호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