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의 사진가 영철수씨가 보내 준 옷을 전주 가느라 전달받지 못해 걱정스러웠다.

사람이 없으면 물건도 분실되기 쉬운데다, 문 앞에 두면 통로가 좁아져 지나기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일요일 늦은 시간에 도착해 보니, 다들 불편하면서도 잘 밀쳐두었다.

그 이튿날 옷을 전해주려니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옷 크기와 취향을 잘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 뻔뻔하게도 정영신씨에게 부탁했다.






노숙하는 친구들이 있는 서울역부터 가려 했으나, 오가는 쪽방 주민들이 눈에 밟혔다.

옷 보따리 두 개 중 하나만 풀었는데, 순식간에 다 나가버렸다.

그 와중에서도 외투 하나를 들고 정영신씨가 어디론가 달려갔다.

“아~ 이 여자가 동자동에 애인 뒀냐?”며 살펴보니, 윤용주씨 방을 찾았다.

아마 먼저 만났을 때, 마음이 아렸던 것 같았다. 
저리 마음이 야리니, 이 날 강도 같은 놈조차 못 버리지 않나” 싶었다.






그런데, 동내가 어수선했다.

벽에 공지 안내가 붙었는데, 동자동 재개발 추진조합 사무실 현판식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니 동네 주민들의 관심이 온 통 그곳에 쏠려, 다들 쫒겨 날까 걱정하고 있었다.

전세도 없이 달세내고 사는 쪽방주민으로서는 그냥 쫓겨 날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는 재개발이 시작될 것으로 짐작은 했으나, 낭패스러웠다.

몇 년이 걸릴지 모르겠으나, 이주대책이 보장되지 않는 한 싸울 수밖에 없었다.

더 지켜봐야겠지만, 마음이 바빠졌다.



 


외투 몇 개를 챙겨 서울역으로 자리를 옮겨 옷이 허술한 친구에게 주었더니, 의외의 반응이 왔다.

대개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아마 자기 입은 옷이 더 익숙한 듯 했다.

하기야! 족방 사는 분들은 벽에 걸어두었다가, 바꾸어 입을 수도 있으나,

그 친구들은 모든 게 짐이  될 뿐이니 욕심 부릴 필요가 없었다.

다시서기휴게실에 모여 있는 노숙인 중에 몇 사람 골라 맞는 옷으로 갈아 입혔다.

 

없으면 없을수록 욕심을 버리고, 가지면 가질수록 욕심이 많아진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사진,: 정영신 / 글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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