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정선에서 돌아와 동자동에 갔으나
옆방에 사는 연영철씨가 보이지 않았다.
물어보니, 계단에서 넘어져 입원한지 보름 쯤 되었단다.
목뼈가 부러지는 등 다친 곳이 많아 중태라고 했다.




건물 계단이 가파른데다 잡을 곳이 없어 늘 조심스런 곳인데,
결국 사고를 내고 말았다.

다들 비슷 비슷한 쪽방촌의 계단에 손 잡는 줄이라도 달아주면 좋을텐데,

'서울역 쪽방상담소'도 '동자동 사랑방조합'도 아무도 관심두지 않는다.




걱정되어 병문안 간다는 게 일주일이 지나버렸다.
지난3일에야 정선덕씨와 함께 입원한 ‘보라메’병원을 찾아 갔다.




정해진 병실에 들렸더니, 중환자실로 옮겼다는 것이다.
갑자기 혈압이 내려가,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꼼짝 못하고 눈만 말뚱거렸으나, 날 보더니 빙그레 웃었다.
삶에 애착이 없으니, 죽음도 두렵지 않은 듯 했다.




그는 환갑이 넘도록 장가도 못간 홀 애비다.
사람이 그리운지, 그의 방은 유달리 야한 사진이 많이 붙어있다.
혈육이라고는 누님 한분 계시지만, 소식 끊긴지가 오래란다.




쪽방 사람들은 입원하면 뒷바라지 해줄 사람이 가장 큰 문제다.
간병인이란 엄두도 못 내지만, 가끔은 심부름 할 사람이 필요하다.
혈육도 돈도 지식도,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무소유의 자부심도
이지경 되면 죽는 것이 상책이다.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할 셋방의 달세라도 아끼려 모든 짐을 포기했다.
기초생활 수급 통장을 아래층의 송범섭씨에게 맡기며,
방에 있는 짐은 모두 버려달라고 부탁했단다.




냉장고와 티브이만 고물상에 넘겨주고, 모든 짐은 쓰레기가 되었다.
사람이 죽었을 때나 볼 수 있는 방 정리가 토요일에 이루어졌는데,
그 작은 방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이 나오는지 귀가 막혔다.




과연 이 세상에 신이란 게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넘어졌을 때, 그냥 편안하게 눈감게 해주지, 왜 끝까지 고통을 주나?
평생을 사람답게 한 번 살아보지도 못했는데...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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