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동에도 어김없이 봄은 찾아왔다.
목련과 벚꽃이 흐드러진 '새꿈 공원'은
이른 시간부터 봄 술에 젖었다.




의리의 사나이 이준기는 땅바닥에 더러 누웠고,
싱겁이 이대영은 뭔 소린지 구시렁거린다.




이홍렬과 몇몇은 개똥 철학 논하고,

몇몇은 화투 놀이에 정신없다.




장난 끼 발동한 이기영은 목발을 휘둘고,

누군 넘어져 얼굴에 피 칠갑이다.




커피집 앞에 얼쩡거리니 주인 노발대발이다.
공원으로 내 쫓느라 생 똥 싼다.




경찰차 사이렌 소리는 음악이다.




하릴없는 유한수, 김원호, 정선덕은
어울릴 자리 찾아 골목을 떠돈다.




봄 술에 젖은 동자동 사람들,
그 부랑의 세월이 음습하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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