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전 ‘대한결핵협회’와 ‘서울역쪽방상담소’가 연대하여 실시하는
상반기 쪽방주민 결핵검진’이 동자동 새꿈공원에서 있었다.




공원 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은 꽃잎도 몇 일 사이 다 떨어지고 없었다.
가는 봄이 아쉬워 마시는 것은 아니겠지만, 공원엔 여기 저기 술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마시고 싶은 충동이 일었으나, 술 마시면 안 된다는 의사 말에
결핵검진 하는 공원 아래쪽에서 서성거렸다.




처음엔 검진할 사람이 더러 있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한가했다.
다들 결핵검진에 잘 나서지 않으니,
검진한 사람에게 다섯 개 들이 라면봉지를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난, 한달 전 호흡장애로 병원에 입원 했을 때,
여러 차례 액스레이를 찍어 더 이상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먼저 찍은 원용희씨가 왜 찍지 않느냐는 것이다,




얼마 전 병원에서 찍었다니까, 더 찍어도 괜찮으니 라면부터 받으라는 것이다.
라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니까, 아니면 라면 받아 자기를 달라고 했다.
그래 웃 옷 한 번 벗어 가슴 내밀어 주면 될 것을 못 해줄 것도 없었다.
액스레이 찍고 라면을 건네주니, 원용희씨 입이 쩍 벌어진다.




보수성향의 친구들은 서민복지라는 말만 들어도 얼굴에 쌍심지를 켠다.
국민들 주머니 긁어모은 세금이 쓸데없는데 줄줄 샌다는 것이다.
어쩌면 필요 없는 검진 받아 라면 받는 짓거리도 세금낭비에 해당할 것이다.




아무리 법이나 규범이 중요하다지만,
가난한 사람들 라면 한 개 더 먹는 것까지 탓할 수야 있는가?
그런 몰인정한 법이고 규범이라면 백번 천 번 어기고 싶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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