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운동 사진가 최인기씨, 6월 25일 종자동에서]



지난 25일, 빈민운동가이자, 사진가인 최인기씨가 동자동을 방문했다.
청계천 사진집이 나왔다며, 책을 한 권 가져 온 것이다.
어렵게 만든 사진집이라 사고 싶었으나, 기어이 주겠다는 것이다.

그를 알게 된지는 동자동에 들어 온 이후였으니, 한 이년 가까이 되었다.
노점상 집회나 근로자 집회에 가면 항상 그를 만날 수 있었는데,
만날 때마다 차를 대접하거나 밥을 샀다.
보나마나 돈 안 되는 사진 찍으며 빈민 운동하느라 어려울 것은 뻔한데, 
신세지는 것이 결코 편치는 않았다.
아마 어려운 사람을 두고 보지 못하는 그의 천성으로,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이번에 펴낸 청계천 사진집은 사진이기 전에 최인기의 삶 자체였다.
그는 사진을 예술의 사진보다 가난한 이들의 삶을 알리며
저항하는 도구로 생각하고 있었다.
핍박받는 노점상을 대변하며, 그들의 삶속에 깊숙이 들어가 있었다.
그 모든 것에는 사람이 우선하고 있었다.

원로사진가들이 찍은 오래된 청계천 판자촌 사진들이 지나치며 찍은 사진이라면,
노무라 목사의 청계천기록을 이은 그의 사진은 주민의 한사람으로 온 몸으로 찍었다.
그 책에는 사진뿐만 아니라 청계천이 바뀌는 과정 과정에서,
빈민들을 핍박한 내용이 일지처럼 적혀 있었다.
잘못된 도시정책에 저항해온 이들의 사진 역사책이었다.

이명박은 청계천복원공사를 강행하며 가난한 노점상과 철거민을 내 몰았다.
오세훈은 시민들의 추억과 삶의 공간인 동대문운동장을 허물었다.
새로운 무언가가 들어설 때마다 죽어나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 뿐이었다.
그 밀고 당기는 긴박한 순간순간을 최인기의 카메라는 놓치지 않았다.

난, 최인기를 사진가로서 보다 빈민운동가로서 더 좋아한다.
잔머리 굴리지 않고, 빈민들의 열악하고 핍박받는 현실을 기록하며
주민들과 함께 싸워 온 지칠 줄 모르는 그 투지를 좋아한다.

청계천은 최인기가 청소년기를 보낸 고향 같은 곳이다.
아버지는 청계천에 있는 출판사에 다녔고,
어머니는 신 평화시장에서 옷 장사를 하셨다고 한다.
그가 살았던 삼일아파트의 옥상과 복도는 그들의 놀이터였다.
도시를 돈으로만 보는 인간들은 빈민들의 삶은 물론
최인기의 유년기 추억마저 송두리째 앗아갔다.
가난한 이들의 삶이 짓밟히며 공동체가 파괴되는 악순환을 지켜본 것이다,

도시 공간의 공공성은 권력 있는 한 두 사람에 의해 구성 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의 다양한 생각들이 함께 논의되었을 때 성립할 수 있다.
이제 낡은 청계천과 을지로의 골목도 우리 문화의 하나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포용하는 도시가 되어야한다. 화려하고 새 것만 좋은 것은 아니다.
정책입안자들도 가진 자보다 없는 자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

최인기는 “저는 이 사진 책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정말로 불편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편하지 않음을 통해 이 공간에 대한 의미를 조금이라도 알았으면 합니다”고
작업노트에 적고 있다.


사진집으로서의 가치도 충분하지만, 지속적인 빈민 기록을 위해 한 권 구입 합시다.



“청계천사람들”, 삶과 투쟁의 공간으로서의 청계천


펴낸 곳 : 리슨투더시티
270페이지, 가격 3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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