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에 받은 빵사진 



토요일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빵을 나누어 주던 ‘한강교회 브레드 미니스트리스’의 자선이 8년 만에 끝났다.



지난 10월, 빵나눔에서 선물을 주기 위해 퀴즈문제를 내고 있다



지난 달 부터 사정이 어려운지 빵의 량이 줄더니, 급기야 손을 들고 말았다.
그러나 참 고마운 사람들이었고, 훌륭한 일을 했다.
배고픈 사람들을 살렸으니, 정부에서 표창장이라도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2017년 11월 비오는 날, 빵을 타기 위해 길게 줄지어 있다.



말이 그렇지 8년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토요일마다 한 결 같이 베푼다는 것이 말처럼 싶지 않다.
그 빵은 어려운 사람이나 노숙자들의 생계를 잇는 생명줄이었다.



지난 11월 찍은 사진, 빵을 타서 허급지급 먹는 노인,



빵의 량도 하루에 한 끼만 먹으면 일주일은 버틸 수 있는 량인데다, 빵을 탈 때 마다 카드에 도장을 찍어주었다.
열두 번을 찍으면 컵라면 한 박스를 선물로 주는데, 그 라면을 받기위해 더 열심히 빵 타러 나왔다.



지난 9월에 찍은 빵나눔 사진


왜냐하면, 다들 몸이 불편하여 나오지 않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힘들어도 움직여 먹어라는 배려였고 유인책이기도 했다.
빵을 나누어 주는 봉사원들도 모두 친절했지만, 타 먹는 사람들도 새치기 하는 사람 한 번 본 적 없을 정도로 질서정연하다.


단지 아쉬운 것은 줄 세우기였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지난 2월에 찍은 방봉지



난, 그들보다야 낫지만 밥 해먹을 공간이 없는데다, 그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좋아 열심히 타 먹었다.
그렇지만 그들의 빵을 뺏어먹는 것 같아 늘 꼬리 줄에 붙어 빵을 놓칠 때가 많았다.



지난2월에 찍은 사진, 봉사원들이 주민들에게 도장 받을 카드를 만들어주고 있다.



없는 사람들이 잔정은 또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한 번은 빵이 없어 돌아서는데, 누가 뒤에서 빵 봉지를 손에 쥐어 주었다.
돌아보니 강완우씨였는데, 자기 받은 빵을 건네고는 씩 웃으며 총총히 사라졌다.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순정의 드라마가 아니겠는가.



지난 2월 찍은 사진, 빵을 받기 위해 길게 줄서 있다.



나야 인사동 친구나 사진하는 후배들 만나 면 고기도 얻어먹지만, 그들은 빵과 반찬 없는 밥이 유일한 영양 공급원이다.



지난 2월 찍은 사진, 빵을 받기 위해 길게 줄서 있다.



줄서 기다리며 서로 나누는 농담 따먹기도 가지가지다.
“딸딸이를 치니 먹은 게 없어 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등 별의 별 시시껄렁한 이야기가 다 나온다.
거기서 나오는 이야기는 고상한 학문이 아니라 생존 자체다.



 3월26일, 힘없어 땅에 퍼져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주민,



문제는 한 3년 정도 얻어먹다 보니, 이젠 밥보다 빵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처음엔 맛있는 고급 빵도 있어 가방에 넣어 다니며 나누어 먹기도 했다.
2년 전 촛불시위로 광화문광장을 들락거릴 땐 그보다 좋은 도시락이 없었다.



3월26일, 휘어진 허리로 힘들게 걷는 할머니



한 번은 정의당 깃발을 들고 광화문광장에 나온 아들 햇님과 나누어 먹었는데,
얼마나 요긴하게 먹었는지,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
배고픈 자식을 먹이고 싶은 부모마음이야 똑 같을 것이다.



3월23일 골목앞 풍경



이젠 빵을 사 먹는 수밖에 없으나, 돈 없는 노숙자들이 걱정스럽다.
돈은 없고 배가 고프면 장 발장 같은 사람이 생기지 말라는 법이 있겠는가?




월23일, 고물을 옮기기 위해 손 수레를 끌고간다.



노숙자 지원센터인 ‘다시서기’에서라도 심각하게 고민해 주었으면 좋겠다.
팔고 남은 빵을 제과점에서 싸게 수거한다면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3월23일, 하나은행 봉사원들이 계단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빵 나눔이 없어진 지난 토요일의 동자동 새꿈공원은 평소와 달리 한산했다.
‘서울역쪽방상담소’가 있는 ‘동자희망나눔센터’ 앞 계단에 하나은행 봉사원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3월23일, 하나은행 봉사원들이 계단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주민들의 환경 개선을 위해 도와주는 것은 고마우나, 멀쩡한 그림을 지우고 다시 그릴 필요가 무언가?



3월23일, 하나은행 봉사원들이 계단에 그린 그림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봄단장은 좋으나, 쪽팔리게 하나은행 로고를 커다랗게 새겨 놓았다.
꼭 그렇게 생색을 내야 하는가?



3월23일, 그림에 하나은행  로고가  그려져 있다.



봄은 왔건만, 동자동의 봄은 요원한 것 같았다.
정치인들은 입만 벌리면 서민복지를 노래 부르지만, 빈민들의 삶은 피폐하기 짝이 없다.



3월26일, 목련 나무아래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는 주민들



공원의 목련조차 차마 꽃망울을 터트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기력이 없어 길에 퍼져 앉았거나, 잠든 사람이 여기 저기 늘려 있었다.



3월23일, 힘없이 쓰러져 졸고있는 노숙인



생사의 기로에서 허덕이는 사람이 도처에 늘렸는데,

서울역 대합실 티브이에서 나오는 뉴스라고는 하나같이 간 뒤집어지는 소리뿐이었다.



3월23일, 벤취에 누워 단잠에 빠진 노숙인



정치하는 계집이 나와 눈을 똥그랗게 뜨고 반문특위니 성 접대니 씹 지랄 같은 소리나 지껄였다.
권력 가진 놈들의 추악한 짓거리에 치가 떨린다.



3월26일 저녁, 서울역 지하도 입구에 자리를 잡은 노숙인들



“씨바~ 제발 사람 좀 살자”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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