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쪽방 사람들을 위해 서로 짝 지어주는 일은 어떨까?

하루 종일 티브이만 보고 있는 것 보다 서로 말벗이 되어주면 얼마나 좋겠는가. 

밥도 같이 해 먹으니 서로 편하지만,

아프면 도와줄 수 있어 혼자 쓸쓸히 죽는 고독사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8일은 동자동 사는 김용철씨가 ‘해 뜨는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단다.
몇일 전, 김치 나누어 주는 곳에서 만났는데, 방세를 줄일 수 있게 되었다며 엄청 좋아했다.






‘해 뜨는 집’은 서울시가 2013년 경, 달세 상승을 막기 위해 만든 쪽방인데,

동자동 저렴 쪽방 110개 중 절반에 가까운 51개가 모여 있는 곳이다.

그러나 건물 외벽만 노란 페인트로 꾸며 놓았지, 시설은 다른 쪽방과 다를 바 없다.

한 평 남짓의 좁은 방에 공동화장실을 사용하지만, 달세가 한 달에 16만원이다.

23만원에서 30만원 정도하는 다른 쪽방에 비하면 훨씬 싸다.






그렇지만, 동자동 쪽방주민이 사는 숫자의 10분의 1정도니,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사람이 죽어 나가야 방이 비니, 운이 좋아야 들어갈 수 있는 방이다.
김용철씨가 옮긴 방은 먼저 사용하던 방과 크기는 비슷하나, 한 달에 14만원을 절약할 수 있단다.

있는 사람에게는 14만원이 별것 아닐 수도 있으나,

한 달에 40만 원 정도로 살아가야 하는 쪽방 주민에게는 큰 돈이 아닐 수 없다.






지난 8일 오전 10시무렵, 이삿짐 옮겨주려 갔더니, 벌써 옮겨 놓았더라.

하기야! 짐이래야 별것 없으니 몇 번 들어 옮기면 끝이다.

김용철씨는 마지막 남은 티브이를 가지러 갔다며 없고,

옮겨 놓은 짐은 이웃의 김정심씨가 정리해 주고 있었다.

자기 살림처럼 얼마나 알뜰하게 챙겨주는지 고마웠다.





그런데 냉장고도 없이 여름을 어떻게 보내는지 모르겠다.

큰 병에 담아둔 커피를 마시라며 한 잔 따라주는데, 맛을 보니 변해 있었다.

좀 있으니, 낑낑대며 티브이를 들고 오는데, 그 것도 고장 난 티브이라는 것이다.

나오지 않는 고물 티브이를 버리지, 왜 힘들게 챙겨 와 선반 위에 모셔둘까?






그런데, 여지 것 김용철씨를 비슷한 연배로 생각하고 반말을 찍찍했는데,

주민등록증을 보니 여든 네 살이었다. 무려 열두 살이나 많은 대선배였다.

겉으로 젊게 보여, 속으로 김정심씨와 같이 살면 서로 도움이 될 것 같았는데,

본인 생각은 어떤지 한 번 물어보아야 겠다.





마음만 맞다면야 나이가 무슨 상관이랴!

둘이 살기는 좁지만, 두 사람 방세 모아 큰방으로 옮기면 될일이다.

중매를 잘하면 술이 석잔이고 잘 못하면 빰이 세대라지만,

빰 맞을 각오로 한 번 추진해 보아야 겠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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