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함께하는 정다운 주민 나들이’가 지난 22일 ‘화담 숲’에서 있었다.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추진한 이 여행은 KT가 협찬했다.




오전10시 무렵, 버스 두 대로 출발한 이 날 소풍은
동자동 주민에게 모처럼 주어지는 신나는 외출이었다.




다들 근사한 옷을 갈아입고 나와 낯선 사람처럼 보였다.
옷만 잘 입으면 신분까지 격상되어 보였으나, 난 그게 안 된다.
‘옷 잘 입은 거지가 밥도 더 얻어 먹는다’는 옛 말도 있으나,
새 옷이 왠지 불편하다. 그 날은 깜빡 잊어 틀니까지 두고 나왔다.




경기도 광주의 ‘화담 숲’으로 떠난 이날 소풍은 80명을 모집했으나 65명밖에 나오지 않았다.
선착순이라 차례가 돌아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에 불과했다.




공짜로 밥 먹여 구경시켜주는데도 무관심한 게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다들 할 일없이 방에 앉아 티브이나 보고 있을 텐데...
아마 마음의 여유가 없다보니 모든게 귀찮은 것 같았다.




쪽방상담소 김갑록소장과 전익형실장을 비롯하여
김정길, 임수만, 전인중, 원용희, 최갑일, 이인숙, 한종희, 김정심, 김유례,
심경섭, 이난순, 이배식, 홍홍임, 김용철씨 등 반가운 사람을 많이 만났는데,
사진 찍히는 것을 유독 좋아하는 이경기씨가 나를 제일 반가워했다.
점심은 곤지암의 ‘초월보리밥’에서 비빔밥을 시켜 먹었다.




‘화담’은 엘지의 구본무 회장 아호인데, 그가 생전에 조성한 숲이란다.
안내판에는 ‘내가 죽더라도 그 사람이 이 숲만큼은 참 잘 만들었구나는 말을 듣고 싶다.’는

구본무씨가 생전에 했던 말이 적혀 있었으나, 과욕으로 생각되었다. 



 
자연이란 그대로 두는 게 최선이지, 인위적인 환경이라 호감이 가지 않았다.
타 지역에 있던 노송이나 회귀종 나무들을 무더기로 옮겨놓고,
도보로 산책할 수 있는 완만한 길에 모노레일을 깔아 놓았다.
이끼원, 자작나무숲, 소나무 숲, 분재원, 암석정원을 비롯하여 한옥주막과 찻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화담 숲’에 들어가는 입장료는 만원이고, 모노레일 타는 데는 팔천 원이었다.
취미삼아 조성한 숲마저 장삿속을 보이는 재벌의 속성은 어쩔 수 없었다.




협찬으로 입장료는 해결하지만, 지난번에 떠난 대부도 여행이 훨씬 나았다.
장관을 이룬 철새들의 비행도 좋았지만, 입장료 아껴 ‘동춘 서커스’를 보지 않았던가?
차라리 화담 숲’보다 지척에 있는 남산 길을 산책하는 것이 나을 뻔했다.




나들인지 들러린지 헷갈리는 소풍이었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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