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그제, 반가운 손님 온다는 까치가 울었다.
"길 위의사람‘을 찍는 성유나씨였다.
늙은이가 굶지나 않을까 걱정되어, 밥 먹이러 오겠단다.






서울역에 마중가니, 노숙자 한 명이 납작 엎드려 모자를 치켜 세우고 있다.
누군지 알 수 없어 동전 몇 닢 던졌으나, 미동도 않는다.
옆엔 고개 숙인 남자가 웅크린, 화려한 서울의 뒷모습이다.






서울역 11번 출구에 나와 기다리고 있으니, 유나씨가 나타났다.
아르바이트까지 빼먹고 왔다기에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동네 안내라도 해주고 싶으나, 비오는 날이라 공원에 사람이 없다.
김장수씨가 있었으나, 유나씨 카메라에 시비를 건다.
카메라보다 낯선 여인에 대한 관심이다.






커피라도 대접하고 싶어 내 방으로 안내했다.
홀 애비 냄새 풍기는 쪽방에 볼 것도 없지만, 유심히 살펴보더라.
사는 게 별 것 있겠냐마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살기 힘들어 두 군데나 일하러 다니지만, 카메라가 유일한 위안이란다.
힘든 세상, 마음먹기 따라 행복할 수도 불행할 수도 있다.






밥 먹으러 갔으나, 갈만한 곳이 없었다.
가끔 들리는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자 했으나, 기어이 고기 집에 가잖다.
고기가 있으면 술이 따라야 하고, 술이 따르면 시간이 길어지지 않는가.
나야 있는 게 시간뿐이지만, 갈 길이 바쁜 사람인데...






골목을 서성이던 동네 아줌마의 쳐다보는 시선이 따갑다.
낯선 여인과 팔짱 낀 모습에 봄 사건 났나 싶은 모양이다.
매일 지나쳐도 가지 않는 ‘대우정’에 들렸는데, 퇴근한 직장인으로 만원이었다. 
오후 여섯시만 되면 늙은이는 사라지고, 젊은이로 불야성을 이루는 두 얼굴의 동네다.





2층 한 쪽 구석에 자리 잡아 소주 한 병과 불고기를 시켰다.
나도 직장인처럼 여인까지 대동한 거룩한 만찬을 즐겼다.
술이 모자랐으나, 모자라는 미덕을 즐기기로 했다.

유나씨 덕에 오랜만에 사람 사는 맛을 보았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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