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여름 날씨다.
따끈따끈하게 달구어진 옥상 열기로 쪽방은 찜질방이 되어버렸다.


올 여름 지낼 생각하니 아찔하다.
정선으로 피난 갈 작정이나, 노숙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여름은 노숙, 겨울은 쪽방이라 하지 않는가?






지난 달 어버이 날에는 동자동과 서울역 주변에 노숙자들이 너무 많았다.
안쓰러운 행색이지만, 지나치는 사람들의 그들에 대한 시선은 차갑다.
“멀쩡한 것들이 일안하고 논다”는 투다.






다 사정이 있다. 일방적으로 몰아세워서는 안 된다.
물론, 젊은이도 있고,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도 있으나
대개 지병이 있는 환자들로 술 없이는 못 견디는 알콜 중독자다.
모든 희망이나 삶의 의욕마저 잃은 사람들이다.






노숙자들은 아이엠에프 금융위기에 급속히 불어났다.
한 마디로 살벌한 돈 전쟁에서 패한 패잔병들이다.
사업이나 가정만 파탄나지 않았다면, 거리로 내몰릴 가능성이 거의 없던 평범한 시민들이다.
간혹은 사회적 규범에 갇히기 싫은 히피 기질의 노숙자도 몇몇 있으나 극소수일 뿐이다.






길에서 자는 노숙의 노자를 길 노(路)자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노숙자라는 말은 바람 속에서 먹고 이슬을 맞으며 잔다는
사자성어인 풍찬노숙(風餐露宿)에서 비롯된 말이다.
그러니 길 노(路)자가 아닌 이슬 노(露)자를 쓰는 노숙자(露宿者)다.
이슬 맞고 자는 거지가 생겨난 지가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다.






인간의 복지를 최우선시 한다는 요즘 같은 세상에
기초생활수급 혜택마저 받을 수 없는 그들을 너무 냉대하지 마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그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부터 거두어다오.






‘다시서기’를 비롯한 여러 단체에서 신경 쓰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다.

그들도 기초생활수급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까다로운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

이제 벼랑에 몰린 그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을 다 같이 고민해야 한다.






노숙자는 하늘에서 떨어진 괴물이 아니라, 똑같은 사람이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아래 사람 없다”는 말은 결코 헛소리였던가?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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