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태어나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은 적은 없었다.
입이 호강한 건지 고생한 건지 도저히 분간이 안 된다.

지난 토요일은 동자동 노숙자들과 어울려 한 잔했는데,
마침 ‘뮤아트’ 김상현씨로 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조폭 두목이나 탈 듯한 검은색 밴츠를 타고. 술 마시는 현장까지 찾아 온 것이다.






같이 놀던 노숙하는 친구들 볼까 황망하게 차에 올라탔다.
마음이 다급해, 막걸리 두병 사주기로 한 약속마저 잊어버린 것이다.
멀찍이서 쳐다보는 눈길이, 마치 정앙중보부에 끌려가는 것처럼 보았다.
차에는 뮤지션 김상현씨를 비롯하여 ‘고기방앗간’ 이태주씨,
재즈피아니스트 박상민씨가 타고 있었다.






해방촌에서 ‘고기방앗간’을 운영하는 이태주씨로부터
오래전부터 식사 한 번 대접하겠다는 걸, 여지 것 미루어 왔던 터다.
해방촌이면 같은 용산구에 있으니 지척이 아니던가.
이태주씨는 오래전에 동자동에서 살아 이곳 사정도 훤히 알고 있었다.
내 사는 것이 안타까워, 원도 한도 없이 먹이고 싶었던 모양이다.






고기방앗간에 도착해 보니, 아래층은 방앗간 음식이 맛있다는 소문이 났는지

방앗간 참새들이 가득 자리를 메우고 있었고, 이층 한적한 곳에 준비해 두었다.


피아니스트 박상민씨의 ‘The lonly one’과 김상현씨의 ‘imagine“등
향수에 젖어들게 하는 멋진 피아노 연주로 분위기를 잔득 돋우었다.






현역 육군소령인 조대현씨가 음식을 갖다 나르기 시작했는데,
먹어 치우기 바쁘게 다른 음식들이 쏟아져 나왔다.
피자로 시작하여 스파게티와 스테이크가 줄줄이 나왔고,
마지막에는 바다에서 급송해 왔다는 회까지 가져 왔는데,
도저히 더 이상 먹을 수가 없었다.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고급 위스키마저 눈에 들지 않았다.






식사가 끝난 후, 김상현씨가 동자동까지 데려다 주었는데,
술이 떨어져 빈병만 쳐다보고 있는 동자동 친구들에게
늦게나마 막걸리를 사줄 수 있었다.






김상현씨는 내 사는 것을 본다며 쪽방까지 따라 올라 왔는데,
제과점에서 빵을 잔뜩 사 온 것이다. 그 날은 토요일이라 빵 탄 날인데...
좌우지간, 먹을 복이 터진 하루였다.
소처럼 되새김질만 할 수 있다면, 며칠 동안 먹지 않아도 될듯했다.






그런데, 자고 일어나니 또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이가 없는 사람에게 스테이크를 드려 미안하다며, 아침식사로 닭죽을 끓였다는 것이다.
이가 빠져도 갈비까지 녹여 먹을 수 있다며 허풍을 떨어댔다.






김상현씨가 타고 온 택시에 실려 다시 해방촌으로 갔는데,
그 자리에는 전활철씨와 아들 시원이와 딸 예원이도 함께 왔었다.
닭죽은 물론 백숙까지 잔뜩 먹어 치운 것이다.






이태주씨 덕에 연 이틀 동안 맛있는 음식을 포식할 수 있었다.
거지 주제에, 이렇게 과분하게 먹어도 되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잊었던 음식 맛을 일깨워준 이태주씨 내외에게 감사드린다.
사진이라도 멋지게 한 판 찍어줘야 할 텐데...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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