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엔 하늘이 무너질 듯한 천둥소리를 내며
장대 같은 비가 쏟아져 내렸다.






누구보다도, 동자동 공원 앞에서 노숙하는 친구들이 걱정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여인네 치마폭 같은 조그만 천으로 가리고 앉았으나,
쏟아지는 빗물을 감당하기엔 속수무책이었다.






이불을 비롯한 모든 살림은 흥건하게 젖어버렸고,
노숙자들은 물에 빠진 쥐처럼 웅크린 채,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아무 것도 없는 주제에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이다. 



 


이곳은 서너 달 전, 방세 보증금 50만원을 다 까먹고
쪽방에서 쫓겨 난 사람이 임시 숙소로 사용하던 곳인데,
서울역 주변의 노숙인들이 하나 둘 모여들며, 그들의 피신처가 된 곳이다.






본래 쓰레기나 폐품을 모아두는 막다른 길 모퉁인데다,
한적한 구석을 주차된 차들이 가려주어 쉽게 노출되지 않는 점도
거처로 사용하기에 안성맞춤이었을 것이다.






당사자가 아닌 시민 입장에서야 없애는 것을 원할지 모르지만,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서울역 주변을 어수선하게 하는 것 보다 낳지 않겠는가?






지금은 이덕영, 원종훈, 이경환, 강 원, 김창원, 박상일씨 등
여러 사람이 밥 타먹는 시간이나 자활 나가는 시간외는
언제나 함께 머무는 노숙인들의 쉼터가 되어버렸다.






햇볕이나 비를 피하기 위해 조그만 천으로 하늘을 가렸으나,
쏟아지는 비는 그대로 흘러 내렸다.
비가 잦은 요즘은 수시로 빗물에 젖을 수밖에 없는데,
그들은 갈아입을 옷도 없는 단벌거지가 아니던가.





서민복지를 입이 아프도록 노래 부르지만,
큰 그림보다 바닥에서 헤매는 이런 일부터 좀 도와주어야 한다.
그 흔해 빠진 천막하나 쳐주는 것이 그리 어렵겠는가?






자활로 쪽방에 들 형편이 될 때까지, 임시방편으로 천막 하나 쳐 다오.
외관보다 더 급한 것이 사람의 생명이다.
사람 나고 돈 나지, 돈 나고 사람 났던가?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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